118화
외전 3. 서하윤
잠시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서하윤은 부자 애인을 써먹을 때가 왔다며 최상혁을 해운대 포장마차촌으로 이끌었다. 예전에서는 혼자라서 구경만 해 봤지 막상 들어가서 먹어 보지는 못했던 곳이었다.
대충 손님이 없는 곳을 골라 들어갔다. 수산물이 가득 차 있는 수조가 포장마차 위에 떡하니 설치되어 있었다.
“어서 와요. 뭐 드릴까?”
할머니가 부산 사투리를 쓰며 친근하게 물었다. 서하윤은 전부터 먹어 보고 싶었던 것을 가리켰다.
“랍스터요.”
제일 비싼 것을 시키자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서하윤은 최상혁 같은 미남은 포장마차 안에 앉혀 놔도 잘 어울리는구나, 하며 속으로 뿌듯해했다. 둘은 랍스터 코스와 해산물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조금 먹고 있으려니 다른 손님들도 들어와 포장마차 안이 시끌벅적해졌다.
기분이 너무 좋다 보니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에 물이라도 탄 것처럼 목구멍 넘김이 기가 막혔다.
“천천히 마셔.”
최상혁이 잔을 채워 주며 핀잔했다.
“이렇게 맛있을 때 막 마셔 줘야죠.”
서하윤은 최상혁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며 다시 술잔을 꼴깍 비웠다.
뭐… 결과는 역시나였다. 랍스터의 마지막 코스, 랍스터 라면이 나올 때쯤에 서하윤은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해장 라면!”
서하윤은 라면 그릇을 반기며 외쳤다.
“아이고, 총각 많이 마셨네.”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며 한마디 했다. 그사이 라면 한 줄기를 후루룩 삼킨 서하윤은 탄성을 토해 냈다. 그리고 엄지를 척 들었다.
“네. 기분 좋아서 좀 마셨어요. 완전 최고 맛있네요.”
서하윤이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다른 손님들 시선이 힐끗힐끗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서하윤. 너 취했어.”
최상혁이 상체를 흔들흔들하는 서하윤의 어깨에 팔을 감으며 말했다.
“네. 취했어요. 괜찮아요. 오늘 불금이잖아요. 그리고 여기 해운대잖아요. 상혁 씨도 있고…. 취하면 뭐 어때요?”
서하윤이 어눌한 말투로 꿍얼거렸다. 지갑을 꺼내 계산을 마친 최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하윤을 부축해 일으켰다.
서하윤은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비틀비틀 걸었다. 처음에는 최상혁의 부축을 받다가 나중에는 아예 양팔로 최상혁의 한쪽 팔을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린 채 걸어갔다. 얼굴을 쓸고 지나가는 바닷바람이 너무 기분 좋았다. 그리고 스쳐 가는 사람들 속에서 최상혁과 이렇게 같이 걷는 것도 너무 좋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요?”
가까워지는 호텔 건물을 보며 서하윤은 문득 물었다.
“행복해?”
최상혁이 서하윤을 빤히 쳐다보더니 되물었다. 서하윤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행복해요. 완전 행복해.”
“…그럼 됐어.”
나직이 말한 최상혁은 다시 서하윤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서하윤은 그런 최상혁에게 쫄래쫄래 딸려 가다 그의 팔을 세게 잡아당겼다. 그리고 까치발을 들어 최상혁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섹스해요.”
“주정뱅이가 다 됐군.”
최상혁이 한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서하윤은 자신의 말을 술주정이라고 치부하는 최상혁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왜요. 그래요. 나 취했어요. 그래도 사리 분별은 다 되거든요? 하고 싶어서 하자고 하는 건데 뭐 어때요?”
“서하윤. 너 지금 목소리 커.”
최상혁이 조용히 충고했다. 하지만 서하윤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목소리 좀 크면 어때서?!
“나 예전에 해운대 있는 동안 상혁 씨 생각하면서 혼자 했단 말이에요. 이제 같이 왔으니까 같이 하고 싶다는데 그게 뭐 어때서요?”
말하면서도 서하윤은 자신의 목소리가 좀 크긴 크구나 생각했다. 지나가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최상혁이 혀를 쯧, 차더니 갑자기 서하윤을 번쩍 들어 어깨에 들쳐 멨다. 그러고선 호텔을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나 진짜 취했나 봐….”
서하윤은 그의 어깨에 얹힌 채 중얼거렸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너무너무 예쁜 최상혁의 엉덩이를 잡아 주물렀다.
“하-, 서하윤. 주정은 좀 적당히 부려. 이 주정뱅이가.”
최상혁이 기가 막힌다는 듯 말하며 서하윤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서하윤은 복수하듯이 최상혁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서도,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서하윤은 자신을 힐끗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안심시켰다. 최상혁은 주변 시선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리고 호텔 룸에 들어서기 무섭게 서하윤을 침대에 집어 던졌다.
풀썩-.
침대에 대자로 던져졌다. 서하윤은 그것도 뭐가 재밌는지 괜히 웃음이 나서 헤실헤실 웃었다.
“아직도 웃음이 난다 이거지, 서하윤.”
최상혁이 윗도리를 벗어 던지며 말했다. 그의 근사한 근육질 상체가 드러났다. 서하윤은 가는 눈으로 최상혁의 몸을 감상했다. 그 음흉한 눈빛에 최상혁이 헛웃음을 흘렸다.
“빨리, 빨리. 이리 올라와 봐요. 얼른.”
서하윤은 침대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팡팡 치며 최상혁을 재촉했다. 최상혁은 어쩐지 맥이 좀 풀린 얼굴이었다.
최상혁이 침대 위로 올라오더니 머리를 괸 채 비스듬히 누워 눈길을 보냈다. 네가 또 뭘 하는지 한번 보겠다는 얼굴이었다.
서하윤은 몸을 비척비척 움직여 상의를 벗어 던졌다. 꾸물거리는 손으로 바지와 속옷도 간신히 벗어 던졌다. 하얀 나체가 드러나자 최상혁의 눈매가 살짝 굳었다. 서하윤은 침대 위를 엉금엉금 기어 최상혁의 하반신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뭐 하는 거야? 이 주정뱅이가.”
최상혁이 서하윤의 머리를 손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서하윤은 밀려나지 않으려고 버티며 최상혁의 속옷을 끌어내렸다.
커다란 성기가 속옷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웅장하고 먹음직스러운 자태에 입 안에 침이 고였다.
“내가 상혁 씨 자지, 맛있게 빨아 줄게요.”
서하윤은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하듯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다음 최상혁의 성기를 덥석 베어 물었다.
“…서하윤.”
“…….”
“…서하윤?”
최상혁은 자신의 성기를 입에 문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서하윤을 잡아 흔들었다. 그러자 서하윤의 몸이 옆으로 스르륵 넘어갔다. 입을 살짝 벌린 채 고이 잠든 모습이 보였다. 최상혁은 하도 어이가 없어 헛숨을 토해 냈다.
“기가 막혀서….”
최상혁은 자신의 바지를 추슬렀다. 그리고 서하윤을 당겨 베개 위에 눕히고 이불을 가져다 덮어 줬다. 만취하면 엎어져 자는 습관이 있는 녀석이다. 지금껏 버틴 것도 용했다.
최상혁은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씻고 나온 다음 침대에 올랐다. 서하윤은 알코올 냄새를 폴폴 풍기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하얀 얼굴은 술기운 때문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였다.
rrrr-----.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서하윤의 핸드폰이었다. 최상혁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준서 형이라고 적혀 있는 발신자 이름이 보였다. 최상혁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하윤아.
산들바람처럼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건이 뭐야.”
최상혁은 아니꼬움을 한껏 담아 말했다.
―뭐야, 최상혁. 같이 있는 거야? 하윤이 바꿔.
“잠들었어.”
―벌써? 왜? 어디 아파? 술 먹였어?
“알 것 없고, 끊는다.”
―야! 최상-.
뚝-.
최상혁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고 무음 상태로 바꿔 버렸다. 그리고 이불을 젖히고 들어가 품 안에 서하윤을 끌어당겼다. 나체로 이불 하나만 덮고 있는 것이 살짝 추웠던지, 서하윤이 품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내일 아침에 깨면 또 머리 아프다고 난리를 치겠군.
최상혁은 속으로 혀를 차며 리모컨을 들어 조명을 모두 껐다. 최상혁 역시 술기운이 조금 올라오는지, 아니면 품에 안은 몸에서 잠이 옮은 건지 조금씩 졸리기 시작했다. 최상혁은 거부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곧 바닷가 고요한 호텔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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