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외전 3. 서하윤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한 서하윤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세탁실에서 찾아온 와이셔츠를 들어 비닐을 벗기고 몸에 걸쳤다. 아래에서부터 단추를 채워 올리던 서하윤은 문득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와이셔츠 자락을 걷어 올리자 가죽 패들 자국이 연하게 남아 있는 엉덩이가 보였다. 하준서의 생일 선물 후유증이었다.
“아휴….”
서하윤은 한숨을 몰아쉬며 다시 와이셔츠 단추를 잠가 올리기 시작했다. 어제도 그제도 최상혁이 호출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모두 거절했다. 오늘쯤에는 엉덩이 자국이 다 없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다. 이제 거의 사라지기는 했지만 자세히 보면 자국이 연하게 남아 있었다. 이 엉덩이를 최상혁에게 보였다가는 또 눈으로 심한 욕을 시전할 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서하윤은 작게 중얼거리며 출근 복장을 갖춰 입었다. 몸에 딱 맞는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시계를 골라 찼다. 그리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불금이었다. 주초에 휴가를 썼기 때문인지 주말이 빠르게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불금이면 뭘 하는가. 하준서는 연습 일정이 바빠서 만나지 못하고, 최상혁은 엉덩이 때문에 만날 수가 없다. 혼자 보내는 불금이래 봐야 혼술밖에 없으니 이번 주말은 재미없게 보내게 될 것 같았다.
딩-.
엘리베이터가 지하층에 멈춰 섰다. 서하윤은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차로 향했다. 차는 여전히 하준서가 선물해 준 BMW였다. 말단 사원이 몰고 다니기에 외제 차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두 남자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밀어붙였다. 심지어 이제 슬슬 차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냐며 새로운 차를 물색하기까지 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어떤 뒷이야기를 하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대충 감은 잡고 있었다. 꼴랑 고졸밖에 안 되는 학력으로 총무팀에 떨어진 낙하산 사원. 어린 나이에 몰고 다니는 외제 차.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하윤이 매일 몸에 걸치고 다니는 옷과 시계, 구두만으로도 몇천만 원은 나간다는 걸 알아볼 것이다.
누군가는 세상모르는 카 푸어라고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실체에 근접한 추정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하윤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눈앞에서 하는 이야기도 아니니, 뒤에서 뭐라고 하든 그건 자기들 자유가 아닌가.
물론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초기에 텃세를 부린답시고, 아니면 서하윤의 정체를 두고 눈앞에서 비아냥거리는 등의 행동을 한 사람도 몇 있었다. 서하윤은 그냥 넘어가는 대신 건수가 터질 때마다 따박따박 따지고 들었다. 평소에는 싹싹하게 굴던 사람이 건수만 터졌다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니, 점점 덤비는 사람이 사라졌다. 무서워서 피하는 건지, 더러워서 피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대놓고 신경 건들지만 않으면 장땡이다. 역시 세상은 성깔이 좀 있어야 살 만해지는 모양이었다.
차 문을 열려는 때였다.
빵-.
가벼운 경적이 울렸다. 눈을 돌리자 검은색 벤츠가 서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김 실장이 보였다. 최상혁의 차였다.
‘이런….’
서하윤은 내심 속으로 혀를 차며 겉으로는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얼른 차로 다가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
“상혁 씨! 아니, 이사님. 어쩐 일이세요?”
서하윤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자 최상혁이 타라는 듯 까딱 턱짓을 했다.
“저 데리러 온 거예요? 근데 어쩌죠? 저 오늘은 제 차 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나중에 마치고 칼퇴근할 거라 이사님 시간에 맞추기 힘들거든요.”
서하윤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최상혁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잔말 말고 타.”
최상혁이 두 번 말한 거면 많이 한 거였다. 서하윤은 속으로 한숨을 집어삼키며 순순히 뒷좌석에 올라탔다.
차 문을 닫자마자 차가 출발했다. 서하윤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회사에 빨리 당도하기만 빌었다. 자국이 많이 연해졌으니 아마 내일 저녁쯤에는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엉덩이를 보일 수 없었다.
“아침은 먹었어요?”
서하윤은 살갑게 물었다. 앞에 김 실장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김 실장은 두 사람의 사이라든지 여러 가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미 볼 꼴 못 볼 꼴을 다 보여서 더는 내외할 처지도 아니었다.
이틀간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최상혁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잘생겨 보였다. 이런 남자가 내 남자라니. 서하윤은 새삼 가슴이 설레었다.
그렇게 최상혁의 얼굴을 잠시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최상혁이 손을 뻗어 서하윤의 어깨를 확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서하윤은 최상혁의 허벅지 위로 엎어졌다.
“우왓… 어엇. 사, 상혁 씨. 상혁 씨?”
최상혁은 서하윤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엎어 놓은 채 아래로 손을 넣어 벨트와 바지 버클, 지퍼를 풀어헤쳤다. 그러고는 말릴 새도 없이 바지와 속옷을 아래로 쑥 끌어 내렸다.
“…상혁 씨….”
서하윤은 출근길 차 안에서 엉덩이를 훤히 꺼내 놓은 채 수치스러운 목소리로 최상혁을 불렀다. 엉덩이에 닿는 시선이 느껴져서 몸이 파르르 떨렸다.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엉덩이 살을 붙잡아 주물럭거렸다.
“뭐로 맞은 거야?”
최상혁이 물었다. 서하윤은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마치 대답하라는 듯 엉덩이를 꽉 움켜쥐는 통에 결국 사실대로 토설하고 말았다.
“가죽… 패들 같은 거로….”
하준서와 둘이 놀 때는 도구를 사용했다는 게 그리 수치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최상혁이 그 사실을 알게 되니 진한 수치심이 솟구쳤다.
“이 꼴을 보이기 싫어서 피한 거야?”
“…네….”
최상혁의 물음에 서하윤은 정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둘러 덧붙였다.
“보기만 이렇지 그렇게 아픈 건 아니었어요. 자국도 아마 내일쯤이면 완전히 사라질 거예요.”
빠르게 흘러나온 해명에 최상혁은 말없이 쯧, 혀를 찼다. 엉덩이에 남은 자국이 영 맘에 걸리는지 양쪽 엉덩이를 몇 번이나 번갈아 가며 주물렀다.
“상혁 씨… 그만해요.”
서하윤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를 만류했다. 그 말에 엉덩이에서 손을 떼 내던 최상혁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는 손을 아래로 밀어 넣었다.
“앗, 안 돼…!”
서하윤은 기습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붙잡은 손길에 놀라서 외쳤다. 하지만 이미 발기한 것을 들킨 뒤였다.
“서하윤…. 이 꼴을 보인 것만으로도 흥분해?”
최상혁이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그치만… 상혁 씨랑 벌써 사흘이나 못 봤고…. 엉덩이 자꾸 주무르니까….”
서하윤은 쪽팔린 와중에도 핑계를 꿍얼거렸다.
“하여튼….”
최상혁이 작게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그러고선 서하윤을 일으켜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혔다.
서하윤의 발기된 성기가 훤히 드러났다. 서하윤은 앞좌석에 앉은 김 실장을 의식하며 몸을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최상혁이 그리 두지 않았다.
최상혁이 와이셔츠 위로 드러난 목덜미를 이로 잘근거리며 성기를 잡아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차량 양옆으로 다른 차들이 지나가는 게 훤히 보였다. 심지어 앞자리에는 김 실장이 있었다. 그런데도 발기된 성기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최상혁의 손길에 기뻐하고 있었다.
“으응… 흐응… 흐읏….”
서하윤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비음을 흘렸다. 성기를 잡아 펌프질하는 손길에 맞추어 허리가 들썩들썩 움직였다. 연한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는 이빨과 함께 쏟아지는 숨결이 자극이 되었다. 서하윤은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최상혁의 탄탄한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며 부지런히 절정을 향해 내달렸다.
“흐읏… 으읏… 나, 나와요. 나와.”
서하윤은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최상혁은 손수건으로 서하윤의 성기를 감싸 쥐고 다시 세게 펌프질했다.
“아흐… 아흣…!!!”
서하윤은 나지막이 신음하며 절정에 올랐다. 그렇게 절정에 오르는 순간,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이 보아도 너무 야한 얼굴이었다.
손수건이 정액으로 금세 흠뻑 젖어들었다. 최상혁은 손수건으로 서하윤의 성기를 꼼꼼히 닦은 다음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슴에 늘어져서 숨을 할딱대는 서하윤의 바지 지퍼를 올리고 버클을 채웠다. 서하윤은 순식간에 정갈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발갛게 상기된 얼굴은 그대로였다.
“차에서 이러면 어떡해요….”
다시 옆자리로 꾸물꾸물 자리를 옮긴 서하윤은 최상혁의 팔뚝을 툭 때리며 뒤늦은 원망을 내놓았다. 김 실장에게 못 볼 꼴을 또 보였다는 생각에 얼굴에서 열이 수그러들질 않았다.
“그럼 그대로 출근시켰어야 했겠어?”
최상혁이 말했다.
“좀 시간만 지나면 수그러들 수도 있는 거였고….”
“3일이나 안 빼 줬는데 네 음란한 몸이 잘도 알아서 수그러들었겠다.”
최상혁이 구박하듯 말했다.
솔직히 그의 말은 사실에 가까웠다. 서하윤은 상당히 성욕이 강한 편이었고, 나이도 한창이라 그런지 매일 한 번은 빼 줘야 몸이 편안했다. 그런데 3일이나 엉덩이를 숨긴답시고 최상혁을 피해 다녔으니, 한번 세운 성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은 당연했다. 만약 최상혁이 지금 풀어 주지 않았다면 해소되지 않은 욕망 때문에 근무 시간 내내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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