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외전 2. 하준서
“하지만….”
“오늘 내 생일인 거 잊었어? 이것저것 다 해 주기로 했잖아. 걱정하지 마. 네가 진짜 싫어할 일은 안 해. 나 믿지? 세이프 워드도 기억하지?”
하준서가 다정하게 달랬다. 서하윤은 오늘 이 방에 아주 크게 마음을 먹고 들어온 것을 상기했다. 하준서가 자신이 진짜 괴로워할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서하윤은 주춤거리며 몸을 뒤집었다. 수갑은 침대 헤드에 다소 느슨하게 고정되어 있어 개처럼 엎드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힘 빼.”
그 말 뒤에 곧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다. 뒤로 최상혁이나 하준서의 성기, 손가락 외에는 받아 본 적이 없던 몸이 바짝 굳었다. 하준서가 달래듯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러자 천천히 힘이 빠졌다. 하준서는 그 틈을 이용해 딜도를 밀어 넣었다.
“으으읏…!”
두께가 그리 얇지 않았던 딜도는, 생크림 때문인지 아니면 매끈한 표면 때문인지 손쉽게 쭈욱 밀고 들어왔다. 딱딱한 무언가가 몸속 깊이 박힌 감각이 너무 생소했다. 서하윤을 그 상태로 만든 하준서가 몸을 돌리더니 무언가를 또 가져왔다. 바로 가죽으로 만들어진 네모난 모양의 스팽킹 도구였다.
“세이프 워드, 기억하지?”
하준서가 다시 물었다. 서하윤은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준서가 진정하라는 듯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죽 패들이 엉덩이를 후려갈겼다.
짜악-!
“읏!”
하준서의 손과는 전혀 다른 아픔이 엉덩이를 직격했다. 아주 아프지는 않았다. 하준서가 세기를 교묘하게 조절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소리만 들어서는 엄청나게 아플 것 같은데, 막상 그렇지는 않았다. 손바닥보다는 조금 더 맵다는 느낌이었다.
짜악-!
“흣!”
짜악-!
“읏.”
짜악-!
“아흣.”
짜악-!
“아흑…?!”
분명 아프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은 교묘한 강도로 가죽 패들이 엉덩이를 연신 후려갈겼다. 처음에는 그저 엉덩이 가죽의 아픔만 느끼던 서하윤은 점점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짜악-, 하고 가죽 패들이 엉덩이를 때리는 순간 엉덩이 근육이 자동적으로 수축하며 뒤를 조였다. 그렇게 뒤가 자동적으로 조여들 때마다 뒤에 깊이 박힌 딜도를 꽉 조이게 되니, 딜도의 뭉툭한 끝과 쾌락 지점이 콱 맞물렸다.
짜악-!
“아흑…!”
짜악-!
“흐응….”
짜악-!
“흐으읏…!”
한번 자각하고 나니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패들이 엉덩이를 한 번 때릴 때마다 뒤가 꽉 조여들며 딜도와 쾌락 지점이 맞닿았다. 엉덩이를 후려 맞은 교묘한 아픔과 쾌락 지점을 찌르는 딜도의 공격에 점점 허리가 들썩들썩 움직였다.
짜악-!
“흐아아… 아흐윽…!”
몇 번째인지, 엉덩이를 후려 맞는 순간 서하윤은 허리를 크게 휘며 낯설고 짜릿한 절정에 도달했다.
퓨퓻- 퓻-!
크림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성기 끝에서 정액이 튀어 올랐다. 서하윤은 몸을 지탱한 팔과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절정의 여운을 만끽했다. 절정에 오른 뒤는 연신 오물거리며 딜도를 씹어 댔다. 누가 잡아 움직이는 게 아닌데도 엉덩이 밖으로 튀어나온 딜도가 이리저리 움직거리는 게 느껴졌다.
“음란하기는….”
하준서가 중얼거렸다. 서하윤은 엉덩이에 딜도를 꽂은 채 맞으면서 가 버렸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나를 즐겁게 해 줘야지. 하윤이만 즐거우면 어떡해.”
“미, 미안해요.”
서하윤은 침대를 적신 정액 자국을 보며 사과했다. 하준서가 가죽 패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다가오더니 그릇에 잔뜩 남아 있는 생크림을 빨갛게 변한 엉덩이에 치덕치덕 발랐다. 짜릿짜릿 아픈 엉덩이에 차가운 감촉이 닿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그릇을 내려놓은 하준서가 손으로 딜도 끄트머리를 잡아 작게 들쑤시며, 혀로 엉덩이에 발린 크림을 핥아먹기 시작했다.
“앗… 아흣… 아응…! 아앙….”
찌릿하게 아픈 엉덩이를 핥는 감촉과 안을 얕게 들쑤시는 딜도까지…. 서하윤은 아픔이라고 해야 할지 간지러움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쾌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감각의 폭풍에 휩쓸렸다. 입에서는 신음인지 비음인지 모를 소리가 연신 새어 나가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크게 들썩들썩 움직이고 있었다.
“준서 씨. 준서 씨. 제발.”
서하윤은 자신이 무엇을 애원하는지도 모른 채 애원했다. 어떻게든 해 주었으면 했다. 아니, 차라리 자신의 엉덩이를 더 세게 때려 줬으면 했다. 그게 아니면 뒤를 마구 쑤셔 박아 줬으면 싶었다.
“딜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내 걸로 바꿔 박기가 미안하네.”
하준서가 딜도를 얕게 쑤셔 박으며 말했다. 딜도 끝이 쾌락 지점을 아슬아슬하게 푹푹 쑤시며 지나갔다. 서하윤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어 딜도 끝을 자신이 좋은 지점으로 유도했다. 그 모습을 본 하준서가 하-, 하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안해요. 나는… 아… 못 참겠어.”
서하윤은 허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하준서를 돌아보며 애원했다.
“준서 씨 제발…나 준서 씨 것 넣어 줘요. 준서 씨 것 먹고 싶어요. 얼른요.”
서하윤이 노골적으로 졸라 대자 여유가 넘치던 하준서의 눈가가 살짝 굳어졌다.
“준서 씨. 준서 형. 나한테 자지 박아 줘요.”
서하윤은 아예 자극적인 단어를 써 가며 하준서를 자극했다. 그 말은 아주 잘 먹혀 들어갔다. 하준서가 엉덩이 깊이 박혀 있던 딜도를 쑥 뽑아내더니 자신의 바지춤을 풀어헤쳤다.
하준서의 것은 이미 팽팽하게 발기되어 있었다. 하준서의 성기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준서 형, 빨리….”
서하윤은 평소에는 부르지 않던 형이라는 명칭까지 써 가며 하준서를 졸랐다.
“씨발, 하윤아. 그렇게 자극하면 어떡해.”
욕을 씹은 하준서가 크림 그릇 속의 크림을 듬뿍 덜어 자신의 성기에 치덕치덕 발랐다. 그런 다음 서하윤의 골반을 잡고 곧바로 안으로 푹 쑤셔 박았다.
“흐윽…!”
방금 전까지 딜도를 품고 있던 뒤는 하준서의 성기를 너무나 손쉽게 받아들였다. 단번에 뿌리까지 박힌 성기의 감촉에 서하윤은 몸을 떨며 정액을 줄줄 흘렸다. 딜도가 주는 쾌감도 분명 쾌감이었지만, 이건 달랐다. 하준서의 성기가 자신의 몸속에 깊이 박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정신적인 오르가슴을 느낄 정도였다.
“아흑… 너무 좋아. 준서 형 자지 너무 좋아요.”
서하윤은 솔직하게 기분을 입 밖으로 토해 냈다. 그리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하준서를 도발했다.
“얼른 박아 줘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줘요.”
“씨발, 서하윤. 너 오늘 내 생일이라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서하윤이 자극적으로 졸라 대자 하준서는 골반을 꽉 움켜쥐더니 허리를 퍽퍽 놀려대기 시작했다. 쾌락 지점에 정통으로 퍽퍽 박히는 성기에 서하윤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쾌감에 몸부림쳤다.
“아흑! 아읏! 으읏! 아흑! 좋앗! 좋아요! 준서 씨 자지, 맛있어! 아흑! 아읏!”
서하윤은 평소라면 부끄러워서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단어도 맘껏 내뱉으며 신음했다. 퍽퍽 들이박는 하준서의 허리 짓이 한층 더 강해졌다.
“하, 씨발. 우리 하윤이 구멍 너무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윤아. 하윤이는 내 자지 맛있어?”
“응. 응! 맛있어요. 아읏! 맛있어.”
서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신음했다. 성기 끝에서는 정액인지 꿀인지 모를 액체가 꿀렁꿀렁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지만 박아 주면 질질 싸지, 우리 야한 하윤이. 이렇게 야해서 나 없이 어떻게 살 거야.”
하준서가 손을 뻗어 서하윤의 성기를 거칠게 잡아 비비며 말했다. 앞뒤로 가해지는 자극에 서하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쾌감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몸부림쳤다. 자극이 너무 과했다. 팡팡 부딪히는 바람에 아파 오는 엉덩이의 감각조차 쾌감의 양념이 되었다.
“딜도, 같이 박아 버릴까? 응?”
하준서가 허리를 교묘하게 놀려 가며 물었다.
“내 자지랑 딜도 동시에 받아먹어 볼래?”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던 서하윤은 그가 두 번째로 묻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 싫어요, 그런 거. 불가능해. 아흑! 읏!”
“난 하고 싶은데. 넣어 봐야겠다.”
하준서가 허리를 퍽퍽 쑤셔 박으며 옆에 떨어져 있는 딜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엉덩이를 툭툭 때렸다. 서하윤은 진짜 하준서가 자신의 뒤에 성기와 딜도를 동시에 집어넣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에 질렸다. 그래서 따지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세이프워드를 외쳤다.
“사랑해요! 아흣! 아흑!”
하준서의 손에서 딜도가 툭 떨어졌다. 그는 딜도를 던져 버린 뒤 상체를 숙여 서하윤의 위에 몸을 겹쳐 엎드렸다. 그리고 양손을 깍지 낀 채 귓가에 속삭였다.
“나도 사랑해, 하윤아.”
하준서가 그 상태에서 허리를 난잡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서하윤은 다시 신음을 토해 내며 생각했다. 하준서는 진짜 딜도를 넣으려던 게 아니었다. 강제로 세이프 워드를 말하게 하여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였다.
“아흑! 아흣! 아앗!”
쾌감에 휘말려 정신없이 신음하는 와중에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서하윤은 뒤를 꽉꽉 조여 물며 하준서에게 최상의 쾌락을 주기 위해 애썼다.
“흣. 읏.”
노력한 대로, 하준서는 서하윤이 뒤를 꽉 조여 물 때마다 옅은 신음을 흘리며 깍지 낀 손에 힘을 밀어 넣었다. 지금 둘이 하는 섹스는 단순한 섹스가 아니었다.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는 행위였다.
“아흑. 흐읏. 읏. 준서 형, 나 또 갈 것 같아요.”
서하윤은 까마득해지는 정신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같이, 같이 가자.”
하준서가 허리 짓을 강하게 해서 몸을 퍽퍽 들이받으며 속삭였다.
둘은 꼭 한 몸인 것처럼 서로를 향해 강렬한 몸짓을 주고받았다. 마침내 절정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깍지 낀 손을 동시에 꽉 움켜쥐었다.
“아흣…!!!”
“흣…!”
둘은 동시에 신음하며 까마득한 절정에 올랐다. 동시에 절정에 올랐다는 만족감이 정신적인 오르가슴을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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