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벼운 XX씨-113화 (113/125)

113화

외전 2. 하준서

“시계네?”

그렇게 말하며 뚜껑을 연 하준서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가 잠시 상자 속의 시계를 빤히 쳐다보더니 눈길을 돌려 서하윤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서하윤은 마주 웃으며 옷소매를 걷어 올려 자신의 손목을 보였다. 선물 상자 속 시계는 서하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이거 예전에 준서 씨가 사 준 거잖아요. 커플로 하려고 일부러 똑같은 거로 골라 봤어요.”

“하윤아….”

하준서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답지 않게 멍한 얼굴이었다. 서하윤은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얼른 시계를 꺼내 하준서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그리고 서로의 손목을 나란히 한 채 커플 시계를 구경했다.

“짠. 이렇게 하고 있으면 서로 떨어져 있을 때도 같이 있는 기분일 거예요.”

서하윤은 공연이 시작되면 자주 만나기 힘들 것을 생각하며 말했다. 그리고 하준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하준서가 같은 손목시계를 찬 손을 꽉 깍지 껴 잡았다. 입가에 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내년 생일에는 더 좋은 거로 사 줄게요.”

서하윤은 하준서의 어깨에 머리를 댄 채 말했다. 더 좋은 거로 사 주려면 또 월급을 탈탈 털어야겠지만, 하준서에게 쓰는 거라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자신에게 비싼 선물 세례를 하던 하준서도 이런 마음이었을 거다. 뭐든 줘도 아깝지 않은, 그런 마음 말이다.

“마음에 들어요?”

“응. 마음에 들어.”

하준서가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서하윤의 정수리에 입술을 눌렀다. 그 가벼운 입맞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데 하윤아.”

“왜요?”

“나 이거 너무 마음에 드는데, 이거 말고도 받고 싶은 거 있어.”

“뭔데요?”

“생일 케이크.”

서하윤은 뜬금없는 소리에 어깨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들었다.

“생일 케이크 지금 꺼내 와서 불붙일까요?”

서하윤이 묻자, 하준서가 고개를 내저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내려 서하윤의 귓가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닥이기 시작했다.

“------. --------. -----.”

하준서의 말이 이어질수록 서하윤의 눈이 점점 더 커졌다. 입도 쩍 벌어졌다.

“그… 그걸요?”

서하윤이 아연한 얼굴로 묻자, 하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해 줄 거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묻는 하준서의 모습에, 서하윤은 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시작이 이런 식일 줄이야….

망설이는 서하윤의 모습에 하준서가 볼에 쪽쪽 뽀뽀를 하며 조르기 시작했다.

“해 줘. 그거 꼭 하고 싶어. 응?”

하준서가 그렇게 조르고 나서니 더는 망설이기가 힘들었다.

“……. 알았어요.”

서하윤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준서의 얼굴에 활짝 꽃이 피었다.

“자, 어서 노래 불러 줘.”

하준서가 빙긋이 웃으며 요구했다. 서하윤은 부끄러움에 못 이겨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움찔거렸다.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나 생일 축하 안 해 줄 거야?”

하준서가 대번에 서운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하윤은 부끄럽다 못해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읏…. 합니다….”

중간중간 노래가 자꾸 끊겼다. 생일 케이크의 크림을 담뿍 손가락으로 훑어 핥아먹는 하준서 때문이었다.

“노래 계속해야지, 하윤아.”

하준서가 생일 케이크…. 아니 생일 케이크가 되어 버린 서하윤의 젖꼭지 위에 올려진 생크림을 핥아 먹으며 요구했다.

“흐읏…. 사랑하는, 아읏…. 준서 씨의…. 생일 축하, 합니다.”

겨우 노래를 마친 서하윤은 자신을 먹음직스럽단 눈으로 내려다보는 하준서의 눈길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서하윤은 지금 ‘그 방’에 있는 철제 프레임 침대 헤드에 양손이 묶인 상태였다. 가죽 수갑이 손목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하얀 나체 위에는 아까 서하윤이 사 왔던 케이크의 크림과 과일 따위가 장식되어 있었다. 성기와 배꼽, 젖꼭지와 연한 살이 있는 옆구리, 허벅지 등이었다.

“이제 먹어도 되지?”

하준서가 물었다. 서하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뭘 먼저 먹을까….”

하준서가 서하윤의 하얀 몸을 슥 훑었다. 갈색 눈동자가 서하윤의 입술과 귓불, 목덜미와 젖꼭지 따위를 훑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서하윤의 성감대에는 빠짐없이 생크림이 발려 있었다. 그것의 감촉과 시선만으로도 서하윤은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일단 애피타이저부터 먹어야겠지?”

하준서가 그렇게 말하며 생크림이 묻은 서하윤의 입술을 핥았다. 그에 키스에 응하려 입술을 벌렸지만, 하준서는 입술에 묻은 크림만 핥고 쏙 빠져나갔다.

“입은 왜 벌렸어, 하윤아? 나 케이크 먹어야 하잖아.”

하준서가 놀리고 들었다. 서하윤은 가뜩이나 발갛게 달아올라 있던 얼굴을 한층 더 붉혔다.

하준서는 서하윤의 귓불과 목덜미, 젖꼭지에 묻은 크림을 혀끝으로 삭삭 핥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아응…. 흐응….”

서하윤은 양손이 머리 위로 묶인 채 자극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허리를 뒤틀었다.

“하윤아, 움직이면 케이크가 망가지잖아. 얌전히 있어야지.”

하준서가 그렇게 말하며 옆구리를 길게 핥았다.

“아아앗….”

혀끝이 연한 옆구리 살을 핥는 감촉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생크림이 잔뜩 발린 성기 끄트머리에서 꿀이 퐁퐁 솟았다. 꿀은 생크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리며 제 존재를 과시했다. 서하윤은 그게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워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에는 배꼽이었다. 하준서가 뾰족하게 세운 혀로 배꼽을 깊이 쑤셔 마구 휘저었다.

“흐읏… 읏….”

서하윤은 입술을 깨문 채 허리를 뒤틀었다. 살아 있는 생일 케이크가 되었다는 생각에, 자극이 더해져서 당장에라도 하준서에게 덮쳐지고 싶었다. 하지만 하준서는 오늘 아주 느긋하게 즐길 생각인 것 같았다.

“준서 씨. 나… 제발….”

저도 모르게 잇새로 애원의 말이 새어 나갔다.

“응? 나 케이크 먹는 것도 못 참겠어? 모처럼 하윤이한테 받은 선물인데 느긋하게 즐겨야지.”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하준서가 배꼽 아래로 내려갔다. 마침내 성기까지 도달하고서도 빤히 보기만 하더니, 생크림을 타고 흘러내린 꿀을 손가락으로 슥 훑었다.

“이게 뭐지? 분명 생크림만 발랐는데 꿀이 발려 있네.”

하준서가 손가락을 할짝 핥았다. 꿀을 서슴없이 핥은 하준서의 새빨간 혀가 서하윤의 눈에 깊이 박혔다. 성기 끝에서 또 꿀이 퐁퐁 솟아올랐다.

“흐음….”

하준서는 서하윤의 성기를 먹음직스러운 눈으로 보다가, 고개를 숙여 하얗게 변해 있는 성기를 집어삼켰다.

“하읏…!”

허리가 크게 들썩였다. 하준서는 성기에 떡칠한 생크림을 아주 맛있게 쭉쭉 빨아 먹었다. 서하윤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쌀 것 같았다. 하지만 케이크를 먹는 중에는 싸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주먹을 꽉 움켜쥐며 사정을 참았다.

“하으… 아으… 안 돼… 혀 놀리지 마요. 나 쌀 것 같아.”

하준서가 생크림을 남김없이 먹는답시고 기둥과 구멍을 아낌없이 핥고 빨아 댔다. 서하윤은 허리를 들썩이며 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뾰족한 혀가 구멍을 후비기 시작하자, 더는 참을 수가 없어졌다.

“아, 안 돼애…! 하윽…!!”

결국 서하윤은 하준서의 입 안에서 절정에 도달했다. 하준서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정액을 모두 받아 삼켰다.

“크림이 맛있네.”

하준서가 엄지로 입가를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서하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크림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신의 성기를 보았다.

하준서가 옆에 있는 크림 그릇을 들었다. 그리고 명령하듯 말했다.

“하윤아, 다리 벌려.”

서하윤은 올 게 왔다는 기분으로 주춤거리며 다리를 벌렸다. 하준서가 크림을 담뿍 묻힌 손을 엉덩이 사이로 가져갔다.

“읏…!”

하얀 생크림을 잔뜩 바른 손가락이 뒤를 밀고 들어왔다. 미끌미끌한 감촉이 생소했다. 코끝을 휘감는 생크림 냄새에 중독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당분간 생크림은 못 먹게 될 것 같았다. 생크림만 봤다 하면 오늘이 생각날 테니까 말이다.

“읏… 으… 으응….”

서하윤의 몸을 구석구석 잘 알고 있는 하준서는 금세 그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찾아냈다. 손가락으로 슬쩍슬쩍 건들 때마다 서하윤의 입에서 생크림만큼이나 달콤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

“허리 들썩이는 것 좀 봐. 그냥 손가락만 꽂아 놔도 알아서 절정까지 다 갈 것 같은데?”

하준서가 놀리고 들었다. 서하윤은 그저 애가 타서 뜨거운 눈으로 하준서를 보았다.

“준서 씨. 빨리….”

서하윤은 못 견디고 그를 졸랐다. 빨리 하준서의 단단한 성기로 몸속을 마구 휘저어지고 싶었다. 그와 짐승처럼 붙어먹고 싶었다. 마구 쑤셔 박히며 몸부림치고 싶었다.

그때 하준서의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서하윤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마음은 현실이 되었다.

하준서가 등을 돌려 서랍장을 열었다. 그 서랍장에서 전에 요도 스틱이 나온 적이 있기에 몸이 저절로 바짝 굳었다. 뭔가를 꺼낸 하준서가 다가왔다. 길쭉하고 새카만 그것은 다름 아닌 딜도였다!

“준서 씨?!”

서하윤은 기겁해서 하준서를 불렀다.

“오늘 이 방에 들어오기로 했을 때부터 여러 가지 각오하고 왔잖아.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며 하준서는 딜도 끄트머리에 생크림을 듬뿍 발랐다. 그리고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했다.

“몸 돌려서 엎드려 볼래? 개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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