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내내 눈을 가리고 있던 넥타이가 풀렸다. 어둠만 보이던 시야에 은은한 무드 등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서하윤은 눈물로 범벅이 된 눈을 깜빡였다.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
두 사람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앞과 뒤를 번갈아 가며 박히고 또 박혔다. 서하윤이 절정에 오르려고 할 때마다 성기를 붙잡아 막는 통에, 정액을 한 방울도 싸지 못한 채 뒤로만 여러 번 까마득한 절정에 올랐다.
나중에는 너무 지쳐서 애원도 했다. 이제 됐으니 제발 그만해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두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애원에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짐승처럼 서하윤을 범하고 또 범할 뿐이었다. 결국 서하윤은 자신이 처음 말했던 대로 흐느끼며 마구 뒤흔들렸다.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후려 맞은 엉덩이는 얼얼했고, 마구 잡아 뒤틀린 젖꼭지는 뾰족하게 곤두서 있었다. 두 사람이 쏘아 댄 정액으로 온몸이 범벅이었다. 원하던 대로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서하윤은 숨을 색색 몰아쉬며 젖은 눈으로 두 남자를 보았다. 말 그대로 정액 범벅이 된 서하윤과 달리, 두 남자는 옷을 그대로 갖춰 입은 채였다. 그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자신의 모습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서하윤은 정액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몸을 움츠렸다.
“이제… 그만해요.”
최상혁이 다가오더니 생수병을 입에 대 주었다. 두 남자의 성기를 번갈아 가며 빠느라 경련이 일어난 턱을 겨우 벌려 물을 받아 마셨다. 그렇게 몇 모금을 겨우 마시고 입을 떼어 내자 하준서가 다가와 다정하게 눈물을 훑어 주었다.
“어땠어? 많이 힘들었지?”
“네….”
울음이 왈칵 나왔다. 괜히 서러웠다. 자신이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두 남자에게 마치 도구처럼 다루어진 것이 서럽고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도 또 좋았지?”
하준서가 봐주지 않고 핵심을 찔러 물었다.
“……네….”
서하윤은 솔직하게 대답하며 코를 훌쩍였다.
“좋았다니 다행이네.”
하준서가 땀에 젖은 머리칼을 넘겨 주며 말했다.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이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해야지?”
하준서가 빙긋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
서하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애 지친 거 안 보여? 적당히 해 둬.”
최상혁이 바지 지퍼를 올리며 말했다. 역시 그는 든든한 남자였다. 하지만 하준서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가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서하윤을 밀어 눕히고는 다리 사이로 몸을 끼워 넣었다.
“뭐 하는 거야, 하준서.”
최상혁이 성난 눈을 하고 다가왔다. 그때, 하준서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방금까지는 우리 셋이 같이 논 거고…. 너 아까 하윤이 빼돌려서 붙어먹었던 거, 그건 아직 계산이 안 끝났지. 넌 거기 의자에 앉아서 구경이나 해. 난 혼자서 하윤이 한 번 더 따먹어야겠으니까.”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나가도 되긴 하지만, 나가면 너한테 제대로 복수 못 한 내가 하윤이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리고 하윤이는 네가 봐 주는 걸 좋아할걸?”
“아, 아니야. 아니에요.”
서하윤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하준서와 붙어먹는 모습을 최상혁이 지켜본다는 상상만으로도 죽어 있던 성기가 꾸물꾸물 몸을 일으켰다.
“이것 봐. 이거 보이지? 말만으로도 벌써 세우는 거. 우리 하윤이는 네가 지켜봐 주길 바라는 거야. 사랑하는 애인인데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준서 씨. 너무해….”
물론 욕망은 있었다. 하지만 최상혁에게 진짜로 둘이 붙어먹는 꼴을 보이는 것은 너무 잔인했다. 서하윤은 숫제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의 반응은 영판 달랐다. 성기는 어느새 꼿꼿이 일어선 채 끝에서 꿀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하준서를 노려보던 최상혁이 서하윤을 힐끗 보았다. 그의 검은 눈이 눈물이 고인 눈과, 꿀을 뚝뚝 흘리는 성기를 훑었다. 서하윤은 수치심에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흥분하는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좋아. 꼴리는 대로 한번 해 봐. 단, 이번만이야.”
“좋을 대로. 너도 기억해 둬. 나와의 선약을 뺏는 건 이번이 끝이어야 할 거야. 아니면 이 정도로 안 끝나.”
“준서 씨… 읍…!”
하준서가 서하윤의 양손을 깍지 껴 침대 위로 누르며 질척한 키스를 쏟아부었다. 채신머리없게도 그 키스에 식어 내리던 몸이 도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커먼 시선 하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최상혁이 눈앞에서 나한테 박히는 거, 완전 흥분되지?”
하준서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최상혁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서하윤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준서는 거짓말하는 걸 빤히 안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하준서가 서하윤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최상혁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방향을 향해 돌아앉더니 자신의 몸 위에 서하윤을 올렸다. 하준서가 뭘 하려는지 깨달은 서하윤은 몸을 비틀어 벗어나려 했지만 한 박자 늦었다. 하준서는 서하윤을 끌어안는 자세를 취한 채 허리를 잡아 그대로 성기를 삽입했다.
“흐앗…!!!”
정액으로 잔뜩 젖어 풀려 있던 구멍은 성기를 뿌리 끝까지 단번에 집어삼켰다. 푹 꽂히는 성기의 압박감에 서하윤은 하준서의 목을 바짝 끌어안으며 몸을 벌벌 떨었다. 하준서 위에 올라타 그를 끌어안은 채 성기를 품은 뒷모습이 최상혁에게 고스란히 보일 터였다. 서하윤은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하준서는 봐주지 않았다. 그가 서하윤의 허리를 붙잡은 채 본격적으로 허리를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아흣! 아읏! 읏! 읏! 흣! 아읏! 아, 안 돼! 보지, 마요. 보지 마.”
서하윤은 하준서에게 엉망으로 쑤셔 박히며 최상혁을 향해 애원했다. 등을 돌리고 있어 그가 보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가 그 특유의 시커먼 눈으로 이 장면을 빠짐없이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미안하고 면목 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미칠 듯이 흥분되었다.
“아흑! 아읏! 아읏! 읏!”
“최상혁이 지금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거 알아?”
하준서가 연신 허리를 위로 쳐올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흐윽…!!”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속 깊은 곳에 짜릿한 전기가 흘렀다. 뒤가 꽉 조이며 하준서가 흣, 낮은 신음을 흘렸다.
“역시 최상혁이 보니까 좋아 죽잖아.”
하준서가 귓가에 속삭이며 야유했다.
“아흣! 아흑! 아, 아니야! 아니… 아흑!”
서하윤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자 하준서가 갑자기 허리 짓을 멈추더니 성기가 깊이 박힌 그대로 서하윤을 돌려 앉혔다. 하준서 가슴에 등을 대고 앉은 채 깊이 박힌 모습이 최상혁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하윤은 자신의 정면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흉흉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최상혁을 보고 흠칫했다.
“사, 상혁 씨. 보지 마… 보지 마요… 앗! 아흣! 아흑!”
하준서가 최상혁 눈앞에서 보란 듯 허리를 위로 퍽퍽 쳐올렸다. 다리를 활짝 벌린 채 결합부가 들쑤셔지는 모습이 최상혁 앞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서하윤은 구멍을 마구 쑤셔 박히며 쾌감과 수치심이 범벅된 눈물을 쏟았다.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너무 좋았다.
“아흑! 아읏! 아, 안 돼! 나… 아흑! 나와요! 쌀 것 같아!”
서하윤은 곧 밀려오는 절정에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꼈다. 오늘 박히는 내내 싸지 못한 것을 제대로 쌀 수 있다는 생각에 입 안이 바짝 말랐다. 서하윤은 하준서에게 마구 쑤셔 박히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마구 잡아 흔들었다. 다행히 하준서도 이번에는 방해하지 않았다.
“아흣! 아읏! 좋아! 아흑! 좋아요! 앗! 앗! 싸, 싸요!”
서하윤은 성기를 미친 듯이 펌프질하다 어느 순간 몸을 바짝 조였다. 다음 순간, 하준서가 성기를 깊숙이 퍽 쑤셔 박았다. 둘은 거의 동시에 절정에 올랐다.
퓨퓻-! 퓻-!
두 사람에게 번갈아 가며 박힐 때 미처 싸지 못했던 정액이 허공으로 쏘아졌다. 강하게 발사된 정액이 최상혁을 향해 날아가 그의 발치와 허벅지에 떨어졌다. 서하윤은 하준서의 가슴에 축 늘어진 채 숨을 헐떡헐떡 몰아쉬었다. 하준서가 마치 보란 듯 느릿하게 깊이 박혀 있던 성기를 끄집어냈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 구멍에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서하윤은 완전히 능욕당한 느낌을 느끼면서도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꼈다.
하아- 하아- 하아-
서하윤은 하준서의 품에 정액 범벅 된 몸으로 축 늘어진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도 최상혁과 얽힌 시선은 떼어 내지 않은 채였다. 최상혁은 얼굴을 잔뜩 굳히고 있었다. 이런 모습까지 보인 이상, 그에게 차여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으로도 눈가가 뜨거워졌다. 겨우 말랐던 눈가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상혁 씨… 변태라서 미안해요. 그래도 나 버리지 마….”
서하윤은 울먹이며 웅얼거렸다. 하준서가 그런 서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덜미에 입을 쪽 맞추었다.
끼익-
최상혁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허벅지에 묻은 정액과 흐트러진 머리를 제외하면 그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대비되어 자신이 초라해졌다. 서하윤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최상혁을 조금 두려운 눈으로 보았다.
침대 바로 앞까지 걸어온 최상혁이 상체를 숙이더니 정액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에 망설임 없이 입을 맞추었다. 그가 혀를 섞어 오는 것에, 서하윤은 얼른 키스를 퍼부으며 양손으로 최상혁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나 버리지 마요.”
서하윤은 키스 와중에 다시 속삭였다.
“안 버려. 바보야.”
최상혁이 그렇게 말하며 서하윤을 번쩍 들어 안았다. 그러고는 안방에 있는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최상혁에게 안겨 욕실로 가는 길에 하준서와 눈이 마주쳤다. 하준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눈이 마주치자 찡긋 윙크했다.
‘이제 화 풀게요.’
하준서가 입 모양을 벙긋거렸다. 역시나 방금 전의 섹스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빼앗긴 것에 대한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