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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XX씨-103화 (103/125)

103화

하준서를 따라 걷는 걸음이 살짝 비틀거렸다. 뜻밖의 상황에 놀라서 잠시 눌려 있던 취기가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술 많이 마셨나 봐?”

“네….”

“잘됐네. 오늘은 술기운이 좀 있는 편이 나을 거야.”

하준서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침대 옆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서하윤의 넥타이를 당겨 풀어 헤쳤다.

“준서 씨?”

긴 넥타이를 들고 선 하준서를 서하윤이 의아한 목소리로 불렀다.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그래야 화를 풀 거야. 알겠지?”

“…알았어요.”

서하윤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 믿어?”

하준서가 물었다.

“믿어요.”

이번 대답은 망설임 없이 나왔다. 하준서가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빙긋 웃었다. 다음 순간 손을 뻗더니, 넥타이를 서하윤 눈가에 빙 둘러 머리 뒤로 꽉 묶었다.

“엇. 준서 씨?”

“하준서, 뭐 하는 거야?”

최상혁과 서하윤이 동시에 물었다.

“우리 그동안 많이 참았잖아. 너도 쌓였고, 나도 쌓였고. 슬슬 때가 됐다 싶었어. 오늘 우리 셋이 한번 질펀하게 놀아 보자고.”

“주, 준서 씨?!”

취중에도 하준서의 말뜻은 고스란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준서는 지금 셋이서 섹스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하준서, 너 미쳤어?”

최상혁이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하준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하윤에게 명령했다.

“옷, 하나씩 다 벗어. 하윤아.”

“준서 씨….”

서하윤은 눈이 가려진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거렸다. 취기 때문에 몸은 간헐적으로 이리저리 비틀대고 있었다.

“뭐든지 하겠다면서. 나 믿는다면서. 옷 벗어, 하윤아. 다른 사람 없어. 최상혁이랑 나뿐이야. 우리한테 보여 줘도 되잖아. 우리 둘이랑 같이 한번 해 보고 싶지 않아? 둘이서 같이 하윤이 잔뜩 예뻐해 줄게. 어때?”

하준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득했다.

“하준서!”

최상혁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러자 하준서가 서하윤에게 다가가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속옷 속에 숨어 있던 성기를 끄집어냈다.

“아, 안 돼!”

서하윤이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발기한 성기가 공기 중에 완전히 노출되었다. 둘에게 동시에 안기는 상상을 한 것만으로도 발기되어 버린 것이다.

서하윤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못 이겨 양손으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하지만 최상혁과 하준서가 이미 볼 것을 다 봐 버린 후였다.

“하-…. 진짜. 너는, 서하윤. 정말이지….”

최상혁이 기가 막힌다는 듯 중얼거렸다. 수치심에 눈물이 고였다.

“미, 미안해요. 상혁 씨. 나는… 나는….”

“사과하지 마, 하윤아. 우리 둘 다 사랑한다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흥분하는 건 당연한 거야. 부끄러운 일 아니야.”

하준서가 볼을 쓰다듬으며 달랬다. 눈이 가려져 있어 온몸의 촉각이 예민해져 있었다. 볼을 쓰다듬는 간단한 접촉만으로도 몸이 움찔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낄 거야 말 거야, 최상혁? 네가 빠져 주면 나야 좋고. 네가 끼면 하윤이가 즐거워할 거고. 난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하윤은 눈이 가려진 채로 최상혁이 있는 방향과 하준서가 있는 방향을 불안하게 번갈아 보았다.

스윽-

천 쓸리는 소리가 났다. 아니, 이건 넥타이를 당기는 소리였다.

“좋아. 어울려 주지.”

최상혁이 말했다. 그의 승낙에 저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정말 셋이서 하게 되는 건가? 얼떨떨하면서도 가슴이 살며시 떨렸다. 예전에 하준서에게 눈을 가린 채 안기면서 최상혁이 보고 있다는 거짓말을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서하윤은 최상혁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엄청나게 흥분했다.

“들었지, 하윤아? 이제 옷 벗어 봐. 예쁜 몸 좀 보여 줘.”

다정한 목소리가 종용했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다. 분명 뜨거운 눈으로 응시하고 있겠지. 둘에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찡해졌다.

나오는 숨에 알코올 냄새뿐만 아니라 열기가 뒤섞였다. 서하윤은 느릿하게 정장 재킷을 벗어 옆에 툭 떨어뜨렸다. 그리고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툭. 툭.

고요한 방 안에 단추를 푸는 소리만이 울렸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지만, 서하윤은 느낄 수 있었다. 두 남자의 시선과 뜨거워지는 방 안의 열기를 말이다.

와이셔츠 단추가 다 풀렸다. 서하윤은 와이셔츠를 벗으려고 했다. 그때, 하준서가 입을 열어 제지했다.

“아니, 그건 그대로 두고. 이제 아래를 벗어.”

서하윤은 와이셔츠만 달랑 입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완전한 나체보다 그게 더 야할 것 같았다. 두 사람에게 더 섹시하고 야하게 보이고 싶었다. 서하윤은 와이셔츠를 그대로 걸친 채 이미 지퍼가 풀렸던 바지를 마저 벗고, 떨리는 손으로 속옷까지 내려 옆으로 떨어뜨렸다.

“다… 벗었어요.”

이제 몸에 걸친 거라고는 단추가 모두 풀린 와이셔츠와 흰 양말 두 짝뿐이었다. 서하윤은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와이셔츠 자락으로 감추려고 시도했다.

“아니야. 손 떼. 그러고 있으니까 씨발, 진짜 꼴린다. 안 그래? 최상혁.”

“입 닥쳐. 하준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각자 들렸다. 서하윤은 두 사람에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있을지 상상했다. 두 사람은 지금 무슨 표정일지도. 이제부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뜨거워졌다.

“준서 씨…. 상혁 씨….”

서하윤은 두 사람이 있는 방향을 향해 주춤주춤 걸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손으로 턱을 쥐어 올렸다.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풍기는 향기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하준서였다.

“입 벌려.”

하준서가 명령했다. 서하윤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살짝 벌렸다. 하준서가 곧 키스하기 시작했다.

츄웁- 츄웁-

하준서가 입술과 혀를 소리 내어 빨고 핥았다. 일부러 소리를 잔뜩 내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서하윤은 하준서에게 매달린 채 최상혁이 있을 방향으로 신경을 잔뜩 곤두세웠다. 그가 지금 이 장면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점점 숨이 차올랐다.

“으음… 음….”

서하윤은 저도 모르게 최상혁을 유혹하듯 비음을 흘렸다. 최상혁도 빨리 와 주었으면 했다. 그에게 음란하다고 비난받고 싶었다. 하준서와 최상혁에게 동시에 마구잡이로 농락당하고 싶었다. 잔뜩 귀여움을 받고 범해지고 싶었다. 상상만으로도 한껏 발기한 성기가 찌르르해졌다. 이런 자신이 너무 변태 같았지만,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이 욕망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서하윤. 이거 네가 원하는 게 맞아?”

최상혁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하준서가 키스하던 입술을 떼어 내더니 서하윤을 최상혁이 있는 방향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목덜미에 쪽 입을 맞추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다른 사람들도 아니라 우리잖아. 하윤이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맘껏 말해도 돼. 말해 봐. 나랑 최상혁이 같이 하윤이 잔뜩 예뻐해 주면 어떨 것 같아? 둘이서 하윤이 입이랑 엉덩이 동시에 마구 쑤셔 줬으면 좋겠지? 우리 정액 아래위로 받아먹으면서 기절할 때까지 마구 범해 줄게. 어때? 마음에 들어?”

“으읏….”

하준서의 음란하고 음탕한 말만으로 이미 쌀 것 같았다. 그가 말한 대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신적인 절정이 가볍게 한번 왔다가 사라졌다.

“최상혁은 네가 직접 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면 절대 안 해 줄 거야. 워낙 우직하고 답답한 놈이잖아. 그러니까 네 입으로 직접 말해 줘. 우리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하준서가 조곤조곤 속삭이며 재촉했다. 술기운 때문인지 과도한 흥분 때문인지 정신이 몽롱했다. 이미 상상만으로 앞과 뒤가 젖어 버린 몸이 자극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서하윤은 최상혁에게 이런 자신의 음란하고 음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낱낱이 봐 주었으면 했다.

“나는….”

서하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최상혁은 침묵하며 서하윤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자신이 변태라는 것쯤은 최상혁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변태일 줄은 상상 못 했겠지. 설마 비난하고 혐오하는 눈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도저히 구제 불능한 변태 보듯이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괜찮아, 하윤아. 원하는 대로 말해 봐. 걱정할 필요 없어.”

하준서가 용기를 북돋웠다. 서하윤은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입을 움직였다.

“나는… 상혁 씨랑 준서 씨가… 나를, 잔뜩 범해 줬으면 좋겠어요. 울고불고 싫다고 해도 잔뜩 괴롭히고 못살게 굴어 줬으면 좋겠어.”

“…….”

말을 할수록 점점 더 흥분되었다. 뒤가 더 질척하게 젖는 게 느껴졌다.

“두 사람 자지, 앞뒤로 받아먹으면서 막 괴롭혀 줬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 정액으로 온몸 잔뜩 적셔지면 좋겠어. ……미안해요, 상혁 씨. 너무 변태라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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