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이전이었다면 이 사랑조차 서하윤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시무룩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자신이 바로 서하윤이었다. 그러니 최상혁의 사랑은 자신의 것이었다. 그 사실에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것도 대답 못 해 줘요? 난 너무 보고 싶었어요. 매일매일 퇴근하면 모텔에서 상혁 씨 사진 보면서 그리워했다고요.”
“…내 사진이 어딨다고.”
최상혁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프로필이랑 사진 뜨던데요, 뭐.”
김민석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개를 내려 최상혁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고백했다.
“사랑해요.”
“…….”
끌어안은 가슴이 호흡을 멈추는 게 느껴졌다. 김민석은 최상혁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고백을 이어 나갔다.
“처음에는 서하윤의 꿈 때문인 줄만 알았어요. 서하윤이 상혁 씨를 사랑했으니까, 어쩌면 나도 그 기억 속에서 느낀 감정을 전이받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걸로 몇 달이나 고민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 최상혁 씨 이렇게 꽉 안고 있으니까 이젠 알겠어요. 서하윤도 최상혁 사랑했지만, 나도 상혁 씨 사랑해요.”
“…….”
“왜 사랑하는지 묻지 마요. 그런 거 나도 모르니까. 사랑에 이유가 필요해요? 그냥 사랑하게 됐나 봐요. 이게 서하윤 기억에 영향을 받은 거래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지금 나도 상혁 씨 사랑하는 건 사실이니까.”
“…서하윤….”
최상혁이 비로소 숨을 몰아쉬며 이름을 불렀다.
김민석, 아니. 서하윤은 그런 최상혁의 체향을 맘껏 들이켜며 음미했다. 지난 석 달여간 이 사람을 많이 그리워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당시에는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거였다. 지금 이렇게 같이 있고 보니 얼마나 그리워했었는지, 그 그리움의 크기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말해 봐요. 나 보고 싶었어요?”
“…그래.”
“나 좋아해요?”
“그래.”
“그럼… 나 사랑해요?”
“…그래.”
서하윤은 이번에는 왜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그저 행복하게 웃었다. 바보처럼 헤헤 웃음이 났다. 바보같이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최상혁의 가슴에 더욱 깊이 얼굴을 파묻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마운데.”
“그냥, 전부 다요.”
서하윤은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둘 다 약속한 것처럼 하준서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현재 둘이 있는 이 시간이 중요했다.
“해 줄래요? …키스. 그리고 섹스도요.”
“그렇게 고팠어?”
최상혁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서하윤은 파묻고 있던 가슴에서 얼굴을 떼어 내 그와 시선을 맞대고는 입술을 비죽였다.
“성욕은 남자의 본능이에요. 난 본능에 충실한 것뿐이에요.”
“바람둥이들이 할 법한 대사로군.”
그렇게 말한 최상혁이 손을 내려 서하윤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엉덩이 한 짝을 잡아 주무르는 크고 단단한 손에 아랫도리가 징하고 울렸다.
“이 가벼운 엉덩이로 석 달이나 어떻게 참고 지냈어? 설마 부산 것들하고 붙어먹은 건 아니겠지.”
“아니에요. 그런 거. 나는 그냥….”
“그냥?”
서하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모텔에서 상혁 씨 사진 보면서… 자위했어요.”
“얼마나?”
낮게 묻는 최상혁의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 서하윤은 부끄러움에 최상혁의 가슴 위로 얼굴을 묻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청 많이요. …우왓…!”
불시에 몸이 번쩍 들렸다. 최상혁이 서하윤을 들어 안은 채 곧장 침실로 향했다. 서하윤은 침대에 던져진 채로 잠시 정신을 못 차렸다. 그사이 최상혁은 윗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바지를 끌어 내리고 있었다.
“사, 상혁 씨….”
서하윤은 당황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훤히 드러난 근육질 몸을 보는 눈에는 이미 희미한 기대가 어려 있었다.
순식간에 나신이 된 최상혁이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서하윤을 갓 차려진 만찬을 보듯이 낱낱이 훑었다. 서하윤은 그의 뜨거운 눈빛에 완전히 압도당해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최상혁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침대 머리맡까지 기어 올라간 서하윤의 발목을 잡아 아래로 주욱 끌어 내렸다. 그리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읏… 상혁 씨. 잠시만… 앗, 잠시만요.”
“시끄러워.”
그때까지도 입고 있던 앞치마가 허공으로 날아가고, 셔츠가 벗겨졌다. 바지와 속옷도 어느 순간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이제 몸에 걸친 거라고는 흰색 양말 한 짝이 전부였다.
“…읏….”
오랜만이라 그런지 너무 부끄러웠다. 서하윤은 재빨리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감추었다. 하지만 그 이불조차 커다란 손이 잡아당겨 바닥으로 휙 내던져 버렸다. 더는 몸을 감출 방법이 없었다. 최상혁이 뜨거운 눈으로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다.
“다리, 벌려 봐.”
최상혁이 요구했다. 서하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벌려서 보여 줘.”
최상혁이 다시 채근했다. 그의 눈길이 얼마나 뜨거운지 침대를 활활 태워 버릴 것 같았다. 욕망으로 가득한 그의 눈길에 부끄러움이 옅어졌다. 서하윤은 고개를 살짝 돌려 시선을 피한 채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읏….”
활짝 벌린 다리 사이로 어느새 꼿꼿하게 서 버린 성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성기는 최상혁의 시선이 닿자 부끄러운 듯 파르르 떨렸다.
“다리 벌리라는 말만으로 이렇게 세운 거야? 음란하기는.”
최상혁이 서하윤의 발기한 성기를 먹음직스러운 먹이 보듯 하며 놀렸다.
“상혁 씨랑 같이 있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서하윤은 작은 목소리로 항변했다.
최상혁이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서하윤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성기를 입 속 가득 품었다.
“아앗…!”
뜨겁고 촉촉한 입 속으로 성기가 빨려 들어갔다. 부드러운 혀가 성기를 핥았다.
쮸웁- 쭙-
강하게 압력으로 빨아들이며 동시에 혀로 기둥을 휘감아 핥아 대는 통에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아흐…. 아으… 아아-….”
서하윤은 허리를 허공으로 잔뜩 치켜든 채 신음했다. 몇 달 만에 당하는 애무는 너무나 강렬해서 기분이 좋아 죽을 것 같았다.
쮸윱- 쮸웁-
“아흑… 아응… 너무 좋아요. 아우, 너무 기분 좋아요, 상혁 씨.”
서하윤이 솔직하게 기분을 토로하자, 최상혁의 애무에 더욱 정성이 들어갔다. 그는 뿌리 끝까지 성기를 삼키며 쭉 빨아들였다가, 내뱉을 때는 혀로 기둥을 휘감으며 자극하길 반복했다. 그걸 몇 번 당하자, 서하윤은 더는 버틸 수 없어졌다.
“아으… 나, 싸요. 나올 것 같아요.”
서하윤이 비음을 흘리며 호소하자, 최상혁이 마치 싸라고 격려하듯 더욱 강하게 성기를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힘이 바짝 들어가며 몸이 뒤틀렸다.
“으으… 으으읏…!!!”
서하윤은 최상혁의 머리칼을 움켜쥔 채 길게 사정했다.
사정이 끝나자 몸이 축 늘어졌다. 서하윤은 숨을 색색 몰아쉬며 최상혁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입에 정액을 머금은 채 상체를 일으키더니 자신의 손바닥에 정액을 뱉어 냈다.
“진짜 많이 했나 보군, 자위.”
최상혁이 제법 묽은 정액을 보며 말했다. 서하윤은 열이 오른 볼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아무래도 성욕이 상당히 강한 몸을 가졌는지, 거의 매일 밤마다 자위를 했다.
최상혁이 정액이 고인 손을 서하윤의 뒤로 가져갔다. 윤활제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은 서하윤은 조금 긴장해 버렸다.
“긴장하지 말고, 힘 빼.”
그런 기색을 눈치챈 최상혁이 정액을 뒤에 질척질척하게 바르며 말로 달랬다. 서하윤은 몸에서 힘을 빼려고 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쉽지 않았다. 그사이 아래를 질척하게 적신 최상혁이 손가락을 하나 밀어 넣기 시작했다.
“시, 싫어. 안 들어갈 거예요.”
서하윤은 거의 석 달 만에 뒤에 뭐가 들어온다는 생각에 겁을 집어먹고 말했다. 하지만 말이 무색하게도 뒷구멍은 최상혁의 손가락을 반기듯 잘도 받아먹었다.
“훗.”
최상혁이 코웃음을 흘렸다. 서하윤은 민망한 마음에 못 이겨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최상혁은 곧장 손가락 하나를 더 밀어 넣었다. 굵은 손가락 두 개만으로도 뒤가 빡빡해졌다.
“으음….”
입구를 꽉 채우는 뿌듯함과 묘한 기대감이 뒤섞여 올라왔다.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척해지도록 바른 정액이 윤활제가 되어 손가락을 쑤실 때마다 찌걱찌걱 젖은 소리가 났다.
“으응… 으응… 응….”
오랜만의 침입인데도 뒤는 아프지 않았다. 단지 좀 빡빡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금세 옅어졌다. 대신 몸속 깊은 곳이 찡해지며 허리가 저도 모르게 얕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흣… 아응… 응….”
손가락이 점점 깊은 곳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한번 뒤로 빠졌다가 쑤욱 쑤셔 박힐 때마다 기분 좋은 지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 상혁 씨….”
서하윤은 안타까운 마음에 못 이겨 최상혁을 불렀다. 그에 응답하듯 뒤로 빠졌던 손가락이 단번에 깊은 곳까지 푹 들이박혔다.
“아흑…!!”
허리가 허공으로 뜨며 온몸이 짜릿짜릿해졌다.
“하응… 응….”
서하윤은 침대보를 쥐어뜯으며 허공에 뜬 허리를 바르르 떨었다. 온몸에 전기가 통해 저릿저릿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쾌감에 딱 미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