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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XX씨-71화 (71/125)

71화

운전사가 차를 미친 듯이 밟았기에, 서하윤이 택시에서 내린 지 그리 오래지 않아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서창섭이 있는 목적지가 본격적인 유흥가였던 탓이다. 최상혁의 사람들이 유흥가로 들어서자 그들의 분위기를 알아본 해당 지역 조폭들이 시비를 걸고 나섰다.

“이사님.”

최상혁이 나타나자 당장에라도 서로를 향해 달려들 것처럼 험악하게 대치하고 있던 사람들 중 일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해당 지역을 관리하는 조폭이 최상혁을 아래위로 쭉 훑어보았다.

“문제가 뭐야?”

최상혁은 차분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럴 때 초조한 티를 내 봐야 상대방 좋은 일만 시킬 뿐이었다.

“우리 구역에서 다른 놈들이 휘젓고 다니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상대 조폭 중 행동대장급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서서 말했다. 최상혁은 뒤로 손을 까딱였다. 김 실장이 차 트렁크에서 각지고 얇은 서류 가방 하나를 꺼내 가지고 왔다. 최상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 실장이 가방을 눕힌 채 열어 보였다. 거기에는 오만 원권 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다.

“사고 친 약쟁이 하나가 이리로 튀어서 말이야. 이쪽 사람 건들 일은 없어. 구역 사용료는 이걸로 계산하지.”

행동대장급이 고갯짓하자 한 명이 다가와 서류 가방을 챙겼다. 그들은 양쪽으로 벌어져서 길을 텄다. 협상은 가볍게 타결되었다.

“저쪽 여인숙 ***호입니다. 이사님.”

미리 인천으로 파견했던 인물 중 하나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불빛이 번쩍이는 거리 사이 좁은 골목길 안쪽, 초라한 간판을 내건 여인숙이 하나 있었다. 서하윤이 도착한 이후로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이 일어나려면 짧은 시간 안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최상혁은 망설이지 않고 여인숙을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오래된 싸구려 여인숙은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났다. 최상혁은 이런 곳에 서하윤이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성큼성큼 걷는 걸음은 일정했지만 분명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다. 최상혁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가 펴길 반복하며 해당 호수로 향했다.

“뒈져!!!”

문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앙칼진 목소리가 복도까지 새어 나왔다. 틀림없는 서하윤의 목소리였다. 최상혁은 저도 모르게 달렸다. 그리고 앞에 도착하기 무섭게 싸구려 도색이 되어 있는 나무문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콰앙-!!!

오래된 나무문이 단번에 문짝째로 넘어갔다. 손을 들어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막은 최상혁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작고 초라한 방 안에 두 사람이 겹쳐 있었다. 하체를 드러낸 채 밑에 깔린 것은 서하윤이었고, 그 위에서 나체로 팔뚝을 붙잡고 있는 것은 서창섭이었다.

“뭐, 뭐야!”

서창섭이 기겁해서 외쳤다. 그리고 전직 형사답게 빠르게 도망갈 구석을 훑었다. 최상혁은 그런 그를 향해 바로 주먹을 날렸다.

뻐억-!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서창섭이 옆으로 날아갔다.

“최…. 최…. 최상, 혁 씨….”

서하윤이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더듬더듬 최상혁을 불렀다. 그런 서하윤의 손에는 작은 과도 하나가 들려 있었다. 침침한 불빛 아래 빛나는 과도에는 피가 맺혀 있었는데, 서창섭의 팔뚝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보니 기특하게도 저걸 가져다 휘두른 모양이었다.

“내가 집에 가만히 처박혀 있으라고 그랬지.”

최상혁은 당장 달려가 서하윤을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내리며 자못 태연하게 말했다. 서하윤의 반응이 두려웠다.

“일어나.”

나직이 말한 뒤 새카만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으니 서하윤의 눈가가 벌겋게 변했다. 붉어진 눈가에 이내 눈물이 고였다.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약… 약이….”

서하윤이 작게 중얼거리며 방바닥 한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거기에는 약쟁이들이 흔히 쓰는 주사기가 떨어져 있었다. 안쪽 내용물이 이미 비어 있는 거로 보아 서하윤에게 저걸 쓴 게 틀림없었다.

“이… 씨발 새끼가.”

최상혁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가 버리는 듯한 분노를 느끼며, 나체의 서창섭에게 다가가 그의 복부에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구둣발로 복부를 걷어찰 때마다 북이 터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차면 찰수록 화가 좀 풀려야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정반대였다. 녀석의 보기 역겨운 나체가 눈에 담길수록, 그리고 그의 복부를 걷어찰수록 분노는 점점 더 강해지고 뜨거워졌다.

아예 이대로 때려죽일 참이었다. 하지만 자그마한 목소리가 최상혁의 행동을 멈추어 세웠다.

“최, 최상혁 씨….”

기운 없이 부르는 소리에 최상혁은 발길질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서하윤이 옆에 내팽개쳐져 있던 옷가지로 하체를 필사적으로 가리며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최상혁은 그 순간 어찌해야 할 바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안 것을 들켰을까. 들키는 게 당연하다. 이제 자신을 떠나려고 할까. 하지만 보내 줄 수 없었다. 트라우마로 인해 발작이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머리를 스쳤다. 지금 서하윤에게 손을 대도 괜찮은지도 알 수 없었다.

“왜… 왜….”

작게 웅얼거리며 서하윤이 최상혁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최상혁은 자신을 향해 뻗어진 양손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마침내 산소다운 산소를 들이마시는 기분이었다. 마치 구원이라도 받는 기분을 느끼며, 최상혁은 당장 무릎을 꿇고 비틀거리는 몸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

“왜… 이제 와요.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서하윤이 작게 흐느끼며 속삭였다. 자신을 기다렸다는 말이 가슴과 머리를 북처럼 요란하게 두들겼다.

“도망간 주제에….”

최상혁은 속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으며 서하윤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고 그의 하얀 목에 연신 입을 맞추었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흐응….”

서하윤이 갑자기 비음을 흘리며 허리를 뒤틀었다. 최상혁이 안고 있던 몸을 떼어 내자, 서하윤이 손으로 반쯤 발기된 아랫도리를 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으응… 나… 이상해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막 하고 싶어요. 너무 하고 싶어. 이상해요. 이상해.”

서하윤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호소했다. 최상혁은 방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서창섭을 보며 이를 갈았다. 메스암페타민만 맞는다고 이렇게 되지는 않았다. 저 새끼가 약을 칵테일로 조제해 주사한 게 분명했다.

“아흣. 나 어떡해. 어떻게 좀 해 줘요.”

서하윤의 동공이 크게 벌어지며 흐릿해졌다. 몸을 끌어안고 이리저리 비벼 대는 통에 최상혁은 힘주어 그를 끌어안아 제지시켜야 했다. 최상혁은 일단 서하윤의 벗겨진 바지를 끼워 입혔다. 몸에 손이 스치기만 해도 신음하며 허리를 뒤틀어 대는 통에, 힘으로 붙들어 가면서 억지로 입게 만들었다.

“핸드폰…. 핸드폰 챙겨야 해요.”

괴로워 몸을 뒤트는 와중에도 서하윤이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최상혁은 서창섭의 것일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양복 상의를 벗어 서하윤의 머리에 덮어씌웠다. 그리고 그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약 기운이 이렇게 센 걸 보면 좀 빼내 줘야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더러운 장소에서는 아니었다.

방문 밖에는 여전히 김 실장을 비롯한 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최상혁의 품에 안긴 서하윤에게는 의식적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안에 있는 저 새끼 혀 못 물게 잘 묶어서 창고에 처박아 놔.”

“예, 이사님.”

“그리고 김 실장, 가까운 호텔로 가지.”

“예.”

호텔로 가는 차 안, 서하윤은 약 기운에 못 이겨 끊임없이 최상혁에게 치댔다. 자신의 손을 바지 안으로 집어넣어 자위하며 최상혁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고 깨물기까지 했다.

“흐응… 으응… 나 좀… 으응….”

서하윤은 연신 비음을 흘리면서도, 해소되지 않는 욕구가 고통스러운지 눈물을 글썽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처연하고… 또 꼴리는지 몰랐다.

“씨발, 서하윤.”

최상혁도 더는 참지 못하고 서하윤의 턱을 잡아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차 안에 질척거리는 젖은 소리가 연신 울렸다.

“도착했습니다, 이사님.”

김 실장이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최상혁은 방금 전까지 쏟아붓던 짐승 같은 키스를 멈추고 양복 상의를 서하윤의 머리 위에 덮어씌웠다. 그러고서 곧장 호텔 객실로 올라갔다.

“으응… 흐응….”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엔, 김 실장이 동승하려는 사람을 막아선 덕분에 둘만 있을 수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누군가 같이 탔다면 최상혁에게 안긴 채 비음을 흘리는 서하윤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을 테고, 심하면 신고라도 넣었을 테니까 말이다.

땡-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이제 최상혁도 더는 조급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방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조급한 손길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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