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벼운 XX씨-58화 (58/125)

58화

꾸욱-

뭉툭한 선단이 입구를 밀고 들어왔다. 이미 손가락으로 들쑤셔진 입구는 그 성기를 힘겨워하면서도 또 훌륭하게 받아먹었다.

“아으으… 흐으….”

“하, 씨발. 머리만 넣었는데도 졸라 맛있어요.”

하준서가 중얼거리며 허벅지를 고쳐 잡았다. 그러고선 성기를 강하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흣…! 준서 씨. 찢, 찢어질 것 같아요.”

“흣… 걱정하지 마요. 절대 안 찢어져요. 내 걸 얼마나 많이 잘 받아먹었는데 겨우 이걸로 찢어진다고 그래요.”

“앗… 아아아….”

하준서의 말이 맞았다. 그는 성기를 뿌리 끝까지 멈추지 않고 밀어 넣었고, 김민석의 몸은 두껍고 긴 성기를 잘도 끝까지 받아먹었다. 하준서의 것이 끝까지 박힌 것을 본 김민석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배 속은 뿌듯하게 차 있고 뒤도 가득 채워져서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김민석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얕게 흔들었다. 그러자 깊이 박혀 있던 성기 끝이 몸속 깊은 어딘가를 건드리며 온몸을 찡하게 만들었다.

“아앙…!”

김민석은 저도 모르게 콧소리를 내며 온몸을 움찔 굳혔다.

“잘하네. 난 가만히 있을 테니까 한번 혼자서 허리 흔들어 봐요.”

하준서가 말했다.

“그런 거, 못 해요. 나는.”

김민석은 손가락을 깨문 채 말했다.

“못하기는 벌써 이렇게… 허리를 들썩거리고 있는데. 기분 좋아지고 싶지 않아요? 그래. 그렇게 허리 계속 흔들어 봐요.”

하준서가 응원하듯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김민석은 부끄러운 와중에도 자신이 허리를 얕게 들썩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리를 한번 흔들 때마다 깊이 박힌 성기가 기분 좋은 부분을 얕게 스쳤다.

“아흣. 으흣… 아… 기분, 이상해요… 아앙.”

김민석은 허리를 낭창낭창하게 흔들며 신음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준서가 갑자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아? 아… 앗… 핫…!”

하준서는 애태우는 법 없이 성기로 정확히 기분 좋은 부분을 푹푹 들쑤셨다. 성기 끝이 몸속 깊은 곳을 찌르고 비빌 때마다 눈앞에 불꽃이 번쩍번쩍 튀었다.

“아핫! 앗! 아흣! 흣! 읏!”

“하! 씨발! 존나 맛있어. 우리 하윤이 구멍, 존나 맛있어요.”

“아앙. 그런 말. 하지. 앗! 마요! 앗! 핫! 아흣!”

둘은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을 빈틈없이 맞댄 채 미친 듯이 행위에 몰두했다. 신음하는 입가로 타액이 흘러내리고 몸에도 땀이 송송 솟았다. 김민석은 하준서의 등에 매달린 채 미친 듯이 신음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좋아서 죽어 버릴 정도였다.

“으아! 하앗! 앗! 나, 나 쌀 것… 아앙!”

김민석은 눈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절정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하준서가 허리 짓을 더욱 거칠게 하기 시작했다. 퍽퍽 박히는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쾌감의 주머니가 점점 크게 부풀더니, 결국은 곧 터질 것처럼 아슬아슬해졌다.

“아흑! 아흑! 앗! 아읏! 나, 가요. 준서 씨. 나, 가요!”

김민석은 절정을 호소하며 하준서의 등을 마구잡이로 할퀴었다. 너무 좋아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새하얀 머릿속을 차지한 것은 오로지 쾌감, 쾌감뿐이었다.

“씹. 우리 같이 싸요. 알았죠?”

“읏. 응. 응.”

하준서의 나지막한 말에 김민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퍽퍽퍽퍽- 들이박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강해졌다. 발가락이 잔뜩 오그라들었다.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쾌감이 터지는 순간이 바로 코앞까지 왔다. 김민석은 본능적으로 온몸을 움츠리며 뒤를 꽉 조였다. 그 순간 하준서가 성기를 뒤로 쭉 빼냈다가 단번에 뿌리 끝까지 퍽 처박았다. 그 한 방에 한계까지 부풀어 있던 쾌감이 터져 나갔다.

“아흐윽…!”

“흣…!”

둘은 거의 동시에 절정에 올랐다. 하준서의 몸을 칭칭 끌어안은 팔다리가 후들후들 경련했다. 쾌감의 여운이 척추를 관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가며 눈앞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김민석은 몇 초쯤 호흡을 멈추고 쾌감에 부들부들 떨다가 겨우 숨을 헉 하고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하아-

둘은 땀에 젖은 몸으로 서로를 얼싸안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준서의 성기는 여태 몸속 깊이 박힌 채였다. 발기했을 때만큼 꽉 들어차지는 않았지만, 그의 것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괜한 충족감이 들었다. 김민석은 하준서가 성기를 빼낼까 봐 다리로 그의 하체를 칭칭 감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한참 숨을 몰아쉬던 하준서가 상체를 들더니 서하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손으로 볼을 감싸며 부드럽게 키스했다. 다정하고 상냥한 키스에 괜히 눈물이 솟았다. 김민석은 후희를 만끽하듯 그 키스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한참의 키스 끝에 팔베개를 하고 나란히 누운 두 사람 위로 평온함이 감돌았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온몸을 지배했다.

“어때요? 좋았죠?”

“…네.”

김민석은 차마 거짓말은 하지 못하고 한 박자 늦게 솔직히 대답했다.

“나도 너무 좋았어요.”

부드럽게 속삭인 하준서가 고개를 기울여 김민석의 눈꺼풀에 촉, 가벼운 키스를 했다. 그 키스에서 진한 애정이 느껴졌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침묵이 흘렀다. 최상혁과 자고 나서 느꼈던 것처럼, 김민석은 지금 이 순간이 어색하거나 무겁지 않았다. 둘 사이에서 맴도는 것은 묘한 친근감이었다. 김민석은 하준서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타인의 감촉이나 살 냄새가 이렇게 기분 좋게 느껴질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몸이 노곤하니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김민석은 눈을 부릅뜨고 버텼다.

“졸리면 한숨 자요.”

하준서가 부릅뜬 눈가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김민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기 싫어요.”

“또 악몽 꿀까 봐 그래요?”

“…네.”

“흠….”

하준서가 다소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김민석과 얼굴을 맞댄 채 눈가와 눈물점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하윤이가… 많이 힘들었어요?”

하준서가 말하는 것은 진짜 서하윤이었다. 김민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꿈의 여운은 조금 전 섹스로 거의 가신 상태였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진정된 상태였다.

“나는 멋도 모르고 서하윤이 참 팔자가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했어요. 사람을 너무 섣불리 판단했더라고요. 만약에 내가 서하윤이었다면, 그렇게 살다가 사고로 다른 몸에 들어가게 되었다면요. 다시는 이 몸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서하윤이 돌아오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 정도예요?”

하준서가 물었다.

“네. 그 정도예요.”

김민석은 순순히 긍정했다.

“하윤 씨….”

하준서가 위로하듯 입술을 매만졌다. 김민석은 긴 한숨을 몰아쉬며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더러움과 역겨움이 가시고 나니 서하윤에 대한 연민이 치솟았다. 엄마에게는 미움과 학대를 받고, 양아빠에게는 그런 역겨운 짓을 당했다. 거기에 성인이 되어 좀 편히 사나 했더니, 온갖 협박을 받으며 등골을 빼먹혔다.

얼마나 암담했을까. 얼마나 몸서리쳤을까.

그런데도 서하윤은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성격 더럽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자신의 약점을 꾸역꾸역 감추며 살아갔다. 그래서 더 불쌍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혼자 감내해야만 했던 세월이 너무 가여웠다.

가만히 서하윤에 대해 생각하던 김민석은 문득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적어도 자신이 이 몸으로 있는 한, 서하윤처럼 굴지는 말자. 나중에 서하윤이 이 몸에 돌아왔을 때 똑같은 상황을 겪지 않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을 해결을 해 보자.

직접 당한 서하윤은 트라우마든 뭐든 간에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고 당했겠지만, 자신은 달랐다. 이 몸에 지금 있는 것은 서하윤이 아니라 씩씩하고 용감한 데다 아주 긍정적인,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김민석이다. 그러니 괜찮다.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나니 이제는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이 두렵지 않았다. 눈을 끔뻑끔뻑하며 곯아떨어질 준비를 하자, 하준서가 김민석의 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단단히 안으며 속삭였다.

“자는 내내 이렇게 안고 있어 줄게요. 그럼 악몽 안 꿀 거예요.”

“고마워요, 준서 씨.”

김민석은 작게 인사하며 그의 품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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