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허억-!!!”
김민석은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우욱- 곧바로 구역질이 치밀었다. 김민석은 자신을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욕실로 뛰어갔다. 변기 뚜껑을 열기 무섭게 고개를 처박고 속의 것을 몽땅 게워 내기 시작했다.
우웩- 우웨엑-
구역질이 멈추질 않았다. 서창섭의 음흉한 눈길과 헉헉대던 더러운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억지로 벌어진 다리 사이를 들쑤시던 더럽고 역겨운 아픔이 생생했다. 김민석은 구토하는 와중에도 눈물을 줄줄 쏟으며 흐느꼈다.
구역질이 멈췄을 때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 옆에서 말없이 등을 두드려 주던 하준서가 김민석의 몸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칫솔에 치약을 짜서 이를 닦아 주었다. 흠뻑 젖은 시야 사이로 무표정한 하준서의 얼굴이 보였다.
이를 닦아 주고 세수까지 해 준 하준서가 김민석의 무릎 뒤에 손을 넣어 번쩍 들어 안았다. 김민석은 뭐라 말할 기운도 없이 그에게 얌전히 안겨 있었다. 침대 위에 조심스레 서하윤을 내려놓은 하준서가 옆자리에 누워 다정하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가슴을 도닥이기 시작했다.
“왜 아무것도 안 물어요?”
흐느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 김민석이 잠긴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말하고 싶어요?”
“아뇨.”
“그럼 말하지 마요.”
말하지 말라는 하준서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웃음기가 싹 가신 그의 얼굴이 몹시 낯설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 싫었다. 김민석은 손을 뻗어 하준서의 눈매를 더듬었다.
“안 웃는 거, 처음 봐요.”
“그래서 싫어요?”
“나 때문에 이런 표정 짓는 건 싫어요.”
김민석의 말에 하준서의 얼굴에 난감함이 실린 미소가 연하게 떠올랐다. 그의 웃음을 보니 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서하윤의 기억 속에서 하준서는 여전히 다정했다. 그는 서하윤이 연하 주제에 반말을 지껄여도, 자신이 애써 골라 선물한 시계를 팔아 치웠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해도 화내지 않았다. 그저 서하윤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와의 따스한 기억과 그 뒤에 쫓아온 더럽고 역겨운 기억이 대비되어 더욱 마음이 힘들었다.
“서하윤이요.”
김민석은 조용히 입을 떼었다. 하준서는 경청하겠다는 듯 가만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준서 씨가 선물한 비싼 시계 멋대로 팔아 버렸다고 했잖아요. 그거… 아마 팔면서도 마음이 많이 불편했을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팔아 치운 건 아닐 거예요.”
“꿈에서 그런 내용이 나왔어요?”
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다시 몸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하준서가 놀란 눈으로 김민석을 꽉 끌어안았다. 김민석은 그런 하준서의 등을 생명줄처럼 꽉 마주 안은 채 치솟는 역겨움을 견디려 애썼다. 하지만 온몸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그 감촉과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뱀처럼 온몸을 칭칭 감은 채 더욱더 세게 조여 왔다.
“세상에, 왜 이렇게 떨어요. 불쌍하게. 왜 이래요. 응? 내가 뭘 어떻게 해 주면 되겠어요.”
하준서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민석은 하준서의 품에 얼굴을 박은 채 그의 부드러운 향기를 몇 번이고 흠뻑 들이켰다. 그렇게 자신을 진정시키고 이 역겨움을 날려 보내려 애썼다. 하지만 안 되었다. 그것은 더욱더 김민석을 옥죄어 왔다. 도망갈 구석이 필요했다. 어떻게든 이것을 떨쳐 버리고 싶었다. 아니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하윤 씨. 하윤아. 내가 어떻게 해줄까요. 응?”
하준서가 거듭 물었다. 김민석은 하준서의 품에 깊이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로 더듬더듬 말했다.
“나… 나 좀 잊게 해 줘요. 너무 싫어요. 너무 더럽고, 역겹고…. 생각하기 싫은데 기억이 너무 생생해요. 죽을 것 같아요. 하준서 씨가 나 좀 잊게 해 줘요. 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해 줄게요. 다 잊게 해 줄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해 줄게요.”
하준서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조심스럽게 입술을 붙여 왔다. 보드랍고 촉촉한 혀가 입술을 가르고 들어왔다. 김민석은 하준서의 향기와 존재를 흠뻑 들이켜며 그의 키스에 응했다.
츄웁- 츕-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한 키스였다. 역겨운 감촉이나 역겨운 목소리, 역겨운 담배 냄새 따위가 조금 멀어졌다. 하준서의 존재가 그것을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김민석은 그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 기색을 느낀 하준서가 상체를 일으키더니 윗옷을 벗어 던지고, 김민석의 윗도리도 단번에 벗겨 냈다. 그리고 다시 키스를 시작했다.
“으음… 음….”
점점 진해지는 키스 때문에 잇새로 질척질척한 소리가 새어 나갔다. 어느새 바지를 풀어 헤친 하준서의 손이 김민석의 성기를 잡아 부드럽게 애무했다. 그의 손길은 한없이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해서, 꿈속의 역겨움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김민석은 하준서가 자신의 바지를 벗기는 걸 도왔다. 그리고 하준서가 아래로 내려가 자신의 성기를 핥는 걸 멍한 눈으로 응시했다.
“맛있게 빨아 줄게요.”
하준서가 성기를 잡은 채 눈을 찡긋했다. 그대로 성기를 입에 넣고 쭙쭙 빨기 시작했다. 세게 빨아들이는 압력과 혀로 기둥과 선단을 빙글빙글 굴리며 행하는 애무에 온몸이 저릿저릿해졌다.
“하앗… 앗… 준서 씨. 너무 좋아요. 기분 좋아.”
김민석은 솔직하게 기분을 토해 내며 신음했다. 역겨운 기억을 떨쳐 내기 위해 지금 주어지는 쾌감에 온몸과 마음을 기울여 매달렸다. 하준서는 신음 소리에 맞추어 더욱더 정성스레 성기를 빨고 핥아 주었다.
“아앗…?”
하준서가 김민석의 양 허벅지를 붙잡아 들어 올렸다. 치부가 하준서의 눈앞에 온전히 드러났다. 김민석은 깜짝 놀라 양손으로 성기를 가렸다. 하준서가 피식 웃더니 얼굴을 내려 음낭과 그 뒤의 계곡으로 혀를 미끄러뜨렸다.
“하앗…! 거긴 안 돼…!”
김민석은 자신의 뒤를 핥기 시작한 하준서를 향해 외쳤다. 하지만 하준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구를 정성껏 핥고 빨아 댔다. 쮸웁- 쭙- 남에게는 차마 보일 수 없는 부끄러운 부위를 게걸스레 핥아 대는 소리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으응… 하지 마요… 더러워….”
“처녀 같은 소리를 하네요. 이제 처녀도 아니면서. 최상혁이 잔뜩 쑤셔 준 거 아니었어요?”
“아앗. 그런 소리….”
김민석이 항변하는 순간, 손가락 하나가 꾸욱 밀고 들어왔다. 김민석은 하준서가 오늘 자신을 안으려고 마음을 먹었음을 깨달았다. 최상혁을 생각하면 그를 밀어내야 마땅하건만 지금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하준서의 다정한 존재감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채 더럽고 역겨운 기억을 몰아내고 싶었다. 이기적인 소리임을 안다. 하지만 지금 김민석에게는 이 온기가 너무나 절실했다.
“아응…. 아….”
김민석은 손가락을 깨문 채 신음을 흘렸다. 타액으로 잔뜩 젖은 뒤를 손가락이 들쑤시는 소리가 찌걱찌걱 울렸다. 너무나 야하고 상스러운 소리였다. 김민석은 한 손을 내려 잔뜩 젖은 채 발기한 성기를 잡아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하준서는 그것을 막지 않았다.
“몇 번이고 싸게 해 줄 테니까, 싸고 싶으면 언제든 싸 버려요.”
하준서가 다정히 말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하나 늘려 두 손가락으로 뒤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찌걱찌걱 소리가 날 때마다 뒷구멍이 입을 오물거리며 손가락을 씹어 댔다. 몸의 그 음란한 반응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보다는 욕심이 더 컸다. 이것보다 더 강하고 강렬한 쾌감을 얻고 싶었다.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다 몰아낼 수 있는 그런 쾌감 말이다.
“하준서 씨….”
김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조르는 소리를 냈다.
“벌써부터 이렇게 조르면 오늘 어떡하려고 그래요. 우리 하윤 씨.”
“모, 몰라요. 빨리….”
김민석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졸랐다. 하준서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가 허벅지를 벌려 잡은 채 무릎걸음으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한 손으로 자신의 바지 단추와 지퍼를 풀었다. 속옷과 바지를 함께 끌어 내리자 단단하게 발기된 성기가 툭 튀어나왔다.
“아….”
“내 자지, 맛있게 먹어 줄 거죠?”
하준서가 야하게 눈짓했다. 김민석은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손등을 깨문 채 고개를 살짝 틀었다. 하준서가 낮게 웃더니 곧 자신의 성기를 부드럽게 풀린 입구에 가져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