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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XX씨-45화 (45/125)

45화

괜히 가슴이 울렁거렸다. 하준서 집에 쳐들어온 최상혁을 보았을 때 느꼈던 안도감과 그의 품에 안겨 엉엉 울어 버린 일, 우는 자신을 어색하게 달래 주려 노력하던 최상혁의 손길까지…. 김민석의 인생에서는 한 번도 느끼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일투성이였다.

새삼 서하윤이 최상혁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 것 같았다. 그 사실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어이없는 일이었다. 본래 내 몫도 아닌 것에 질투를 하다니 말이다. 진짜 서하윤이 이 사실을 알았다가는 얼마나 기막혀할까.

김민석은 마음을 다스리며 빨리 잠에 빠지려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실컷 울어 버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약기운이 슬슬 빠진 건지, 잠이 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그것 말고도 곤란한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요의였다.

김민석은 슬며시 눈을 떴다. 최상혁은 침대 옆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보다가 눈을 뜬 김민석을 발견하고 인상을 썼다.

“자라니까.”

“그게 아니라…. 화장실 가고 싶어서요.”

“얼른 다녀와.”

“네.”

김민석은 부스스 일어났다.

“아….”

“왜?”

“옷이….”

김민석은 자신의 나체를 내려다보며 망설였다. 이대로 침대에서 내려섰다가는 홀딱 벗은 모습으로 화장실을 오가야 했다.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최상혁이 지켜보고 있는 상태였다. 나체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데, 빨갛게 익은 엉덩이를 보여 주는 건 더 싫었다.

“그런 꼴까지 보이고 이제 와서 새삼 내외하자는 거야 뭐야. 어서 다녀와.”

“…네….”

김민석은 더는 고집부리지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만큼 요의가 강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약 기운이 빠지기는 했는지,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기는 했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김민석은 다리에 힘을 바짝 밀어 넣어 최대한 정상적인 걸음걸이로 안방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화장실 문을 닫고, 변기 앞에 섰다. 성기를 잡고 조준한 뒤 힘을 푸는데, 이상하게 소변이 나오질 않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방광에 힘이 풀리질 않았다.

“…왜 이러지.”

김민석은 터질 것 같은 방광을 부여잡은 채 소변을 보려 용을 썼다. 하지만 나오질 않았다. 아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소변 나오는 게 너무 무서워서 차마 힘이 풀리질 않았다.

똑똑.

“서하윤?”

노크 소리와 함께 최상혁이 밖에서 불렀다. 김민석은 우물쭈물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똑똑.

“서하윤.”

다시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묵직해져 있었다. 철컥, 철컥. 손잡이 돌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안에서 잠겨 있어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쾅! 쾅!

이번에는 노크 대신 문을 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안에서 기절이라도 했나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김민석은 최상혁이 아예 문을 부숴 버리기 전에 얼른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린 문틈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안에서 대체 뭐 하는 거야?”

“그게요….”

“대답.”

최상혁이 잘라 말했다. 김민석은 잠시 우물쭈물하다 결국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소변이 안 나와요.”

“뭐?”

“소변을 너무 보고 싶은데, 소변이 안 나와요.”

김민석의 말을 들은 최상혁의 이마에 혈관이 불뚝 올라왔다.

“씨발, 이 새끼가.”

최상혁이 욕설을 씹으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최상혁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씹듯이 말을 토해 냈다.

“새끼야,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애가 소변을 못 보잖아.”

수화기 너머에서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상대의 말을 듣는 최상혁의 표정이 점점 살벌해졌다.

“그걸 말이라고 해? 애초에 네 그 더러운 짓거리를 기억도 못 하는 애한테 왜 해? ……오지 마. 지금 얼굴 디밀었다가는 그대로 병원에 실려 가게 해 줄 테니까.”

최상혁이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그러더니 화장실 문을 억지로 밀어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변기 쪽으로 서 봐.”

최상혁이 김민석의 몸을 돌려세웠다. 검은 양복 차림인 최상혁과, 엉덩이만 시뻘건 나체 차림의 자신. 너무 대비되는 모습이다 싶어 김민석은 심히 쪽이 팔렸다. 그래도 지금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순순히 변기 쪽으로 돌아섰다. 최상혁이 뒤에 와서 바짝 붙어 서더니 김민석의 성기를 붙잡고 변기에 조준했다.

“최, 최상혁 씨…!”

김민석이 놀라서 불렀다. 마치 아기 쉬야 시키는 것 같은 자세에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처음 해 보는 플레이 때문에 놀라고 긴장해서 그러는 것뿐이라니까, 긴장을 풀려고 노력해 봐.”

최상혁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 고추는 제가 잡아도 되는데요.”

“시끄럽고, 빨리 힘이나 풀어 봐.”

김민석은 울상을 지었다. 최상혁이 대신 성기를 잡아 준다거나, 힘을 풀라고 명령한다고 해서 갑자기 힘이 풀릴 리가 없었다.

“안 돼요… 안 나와요… 어떡해요.”

잠시 힘을 풀어보려 이리저리 노력해 본 김민석은 이내 포기를 선언했다. 최상혁이 쯧, 혀를 찼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는 김민석의 성기를 잡은 채,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턱을 잡아 돌리며 입술을 부딪쳤다.

“으읍…. 음….”

야성적이지만 그답지 않게 부드러운 키스였다. 처음에는 흠칫 놀랐던 김민석도 이내 부드러운 키스에 점차 몸에 힘을 풀었다.

쪼옥- 쪽-

욕실 안에 젖은 키스 소리가 울렸다. 후들거리며 버티고 서 있던 다리에 힘이 풀리며 절로 최상혁에게 기대게 됐다.

“힘 빼고, 싸 봐.”

“무서워요. 아프면 어떡해.”

“그 새끼가 아프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으니 안 아플 거야. 어서 싸 봐. 싸는 거 보여 줘.”

최상혁이 혀로 입술을 야하게 핥으며 속삭였다. 키스 때문에 힘이 풀려 있던 몸이 그 속삭임에 한층 더 부드럽게 늘어졌다. 이내 쪼로록, 하며 소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와요!”

김민석은 안도하며 말했다.

“애도 아니고, 진짜.”

작게 중얼거린 최상혁이 훗, 하며 귓가에 옅은 웃음을 흘렸다.

소변은 한참이나 흘러나왔다. 최상혁은 김민석의 성기를 붙잡은 채 끝까지 소변을 뉘였다. 그리고 소변 줄기가 완전히 끊어지자 탈탈 털어 뒤처리까지 해 주었다.

“고, 고마워요. …근데 옷은 왜 벗어요?”

김민석은 옷을 벗기 시작하는 최상혁을 보며 물었다.

“들어온 김에 씻고 자.”

“혼자 씻을 수 있어요.”

김민석은 어젯밤 욕실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최상혁이 기가 막힌다는 듯 눈으로 욕을 했다.

“내가 지금 오줌도 제대로 못 싸는 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아?”

“…아뇨.”

솔직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일단 아니라고 대답했다.

최상혁이 옷을 모두 벗어 욕실 밖으로 던지고 샤워기를 틀었다. 물 온도가 얼추 맞추어지자 김민석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김민석은 내밀어진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 손을 잡았다. 최상혁은 마치 부축이라도 하듯 힘을 꽉 주어 잡은 채 자신 쪽으로 서서히 끌어당겼다.

쏴아아----

두 사람 위로 따뜻한 물줄기가 쏟아졌다. 아직까지 살짝 따끔거리는 엉덩이에 따뜻한 물이 닿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최상혁이 혀를 차더니, 샴푸를 손에 짜서 김민석의 머리를 벅벅 감기기 시작했다.

“제가 할 수 있는데….”

“가만히 있어.”

딱 잘라 말한 최상혁은 샴푸, 린스로 머리를 감겨 주고 보디 워시를 짜서 몸까지 꼼꼼하게 씻겨 주었다. 엉덩이나 성기 부분을 씻길 때는 몹시 부드럽고 조심스러워서, 전혀 아프거나 따갑지 않았다.

평소 무뚝뚝하고 강철 같은 느낌의 남자가 이렇게 자상하고 다정하게 구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어색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적잖이 울렁거렸다. 아마도 애정 결핍 탓일 것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잘해 주기만 하면 마음이 대번에 기울어 버리는 것은 말이다.

“저도 해 줄게요.”

김민석은 자신을 다 씻긴 다음, 스스로 샴푸질을 하기 시작한 최상혁에게 말했다. 샤워 타월에 보디 워시를 짜서 거품을 낸 다음 최상혁의 몸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최상혁은 그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물줄기 아래 머리를 집어넣고 헹궜다.

슥- 슥-

물줄기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최상혁의 몸을 문지르는 소리가 울렸다. 똑같은 성인 남자인데, 최상혁의 몸은 어찌나 넓고 큰지 타월로 구석구석 문지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거의 다 했을 때는 팔이 뻐근하게 아플 정도였다.

“마저 안 하고 뭐 해?”

최상혁이 물었다. 마지막 장소인 성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던 김민석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타월로 최상혁의 것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 감촉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최상혁이 것이 살짝 발기했다.

“오, 오늘은 안 할 거예요.”

김민석은 서둘러 타월을 떼어 내며 말했다.

“해 달래도 안 해 줘.”

최상혁이 콧방귀를 뀌더니 타월을 빼앗아 성기 주변을 벅벅 문질러 닦고 물로 헹구기 시작했다. 김민석은 어쩐지 뻘쭘한 기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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