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우리 하윤이는 어떤 구멍으로든 잘 받아먹는다니까. 타고나길 음탕해서 그래.”
하준서가 반쯤 박힌 스틱을 살짝 빼냈다가 다시 꾹 눌러 내리며 말했다. 그러다 눈을 들어 김민석을 보더니 이내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구멍만 쑤셔 주면 운다니까.”
하준석이 김민석의 눈가를 쓸며 말했다. 김민석은 그제야 어느새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시야가 눈물로 출렁거리고, 뜨거운 눈물이 눈가를 따라 줄줄 흘러내렸다.
“으으… 흐으….”
하준서가 눈물을 닦아 주니 눈물이 더욱 넘쳐흘렀다. 김민석은 하준서가 이대로 행위를 멈춰 줄 것을 기대했다. 물론 헛된 기대였다.
“그렇게나 좋아요?”
하준서가 물었다. 김민석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하지만 하준서는 이미 자기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는 눈물 닦아 주는 것을 멈추고 다시 성기를 붙잡았다. 그리고 깊이 박혀 있는 스틱을 잡은 채 본격적으로 들쑤시기 시작했다.
“맘껏 울어요.”
푸욱, 푹.
요도 스틱이 느릿하게 빠졌다가 깊숙이 파고들길 반복했다. 처음에는 이게 어떤 감각인 줄 몰라 그저 발가락만 오므리고 있던 김민석은, 어느 순간부터 구멍이 쑤셔지는 것에서 느껴지는 죽을 듯한 쾌감에 입가로 침을 줄줄 흘리며 신음했다.
“흐응… 으응… 흐응… 응…!”
“좋아요?”
“으응…!”
“우리 하윤이는 어느 구멍을 쑤셔도 울며불며 좋다고만 하네. 이렇게 야해 빠진 몸으로 나 없이 어떻게 살겠어요.”
“으응… 응….”
하준서가 다정하게 속삭이며 요도를 때로는 깊이, 때로는 얕게 들쑤셨다. 뒤를 쑤셔지는 것도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앞으로 쑤셔지는 것은 또 완전히 색다른, 실신할 듯한 쾌감을 안겼다.
쭈우욱- 위로 빼냈던 스틱이 다시 쑤우욱-, 깊이 박혔다. 뒤에 붙어 있는 링이 요도에 닿을 만큼 완전히 박혀 버린 스틱의 끄트머리가 몸속 깊은 곳 어딘가를 꾹 찔렀다.
“으흐으읏…!!!”
김민석은 마치 발작하듯 몸을 움찔거리며 새하얀 절정을 맞이했다. 스틱에 막혀 정액을 토해 내지는 못했지만, 머리가 백지가 되는 것만 같은 절정이었다.
김민석의 입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흐윽… 흐읏…. 흐윽… 흑….”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막힌 입에서 옅은 흐느낌이 흘러나오자, 하준서가 머리 뒤의 가죽끈을 풀었다. 입 안 가득 차 있던 플라스틱 볼이 떨어져 나가자 김민석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으흐윽… 흑….”
“이런…. 이렇게까지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서럽게 울어요. 기분 좋지 않았어요? 방금 엄청나게 갔잖아요. 내가 다 봤는데.”
“시, 싫어요. 그런 거. 무서워요. 그건 너무… 너무….”
“너무 기분이 좋아서 과했어요?”
김민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서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난감한 얼굴이었다.
“이제 빼낼 거예요. 하나도 안 아프고 엄청 기분 좋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죠?”
“싫어요. 빼지 마요.”
“안 빼면 어떡해요. 이대로 계속 있을 거예요?”
“그, 그렇지만….”
김민석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었다.
“이런… 겁이 너무 많아졌네. 걱정하지 말고 나 믿어요. 믿죠?”
“몰라요.”
“흐음… 믿는다고 해야 빼 줄 건데.”
“미, 믿어요.”
김민석은 어떻게든 저걸 빼긴 빼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대답했다. 하준서가 빙긋 웃더니 갑자기 키스하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다정한 키스에 김민석은 저도 모르게 정신을 빼앗겼다.
키스에 푹 빠져들었을 때쯤이었다.
“뺄 테니까, 마음껏 가 버려요.”
“흐으읏…?!!”
갑작스레 격렬하고 강렬한 쾌감이 성기와 척추를 관통했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번쩍번쩍하며, 번개가 내리꽂히듯 쾌감이 내리쳤다.
“흐으… 흐아아….”
김민석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통스러울 만치 과한 쾌감에 몸부림쳤다.
“쉬이- 괜찮아요. 괜찮아. 너무 기분 좋으면 무서울 수도 있어. 괜찮아요.”
김민석은 그 후로도 잠시 동안 몸을 움찔거리며, 쾌감의 여운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하준서는 부드러운 키스를 해 주며 김민석을 달래 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김민석은 하준서의 품에 안긴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몸은 여전히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며 쾌감의 소용돌이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시야는 몽롱하고, 약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과한 절정 때문인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현관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벨이 몇 번을 울리더니 이내 쿵! 쿵! 하며 현관문을 부숴 버릴 듯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김민석이 몸을 움츠리자, 하준서가 진정시키듯 어깨를 도닥이고는 옆에 던져져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많이도 걸었네.”
하준서가 핸드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마도 무음 상태로 해 놓았던 듯, 핸드폰 불빛이 연신 반짝이고 있었다.
“여보세요.”
하준서가 평이한 어투로 전화를 받자, 핸드폰 너머에서 무시무시할 정도로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문 안 열면 부숴 버리는 수가 있어. 네 차든, 집이든, 네 낯짝이든 간에.
최상혁의 목소리였다. 김민석은 그 목소리에 퍼뜩 반가운 마음을 느끼는 자신에게 조금 놀라 버렸다.
“이런, 방해꾼이 왔네요.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것도 허락했다면서, 얼마나 데리고 있었다고 이 지랄인지.”
하준서가 짜증 난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더니 핸드폰에 대고 현관 비밀번호를 불러 주었다. 닫힌 방문 너머로 삑삑거리는 전자음이 들렸다.
“하준서 씨!”
김민석은 다급하게 외쳤다. 팔은 가죽 구속구로 뒤로 완전히 포박당해 있고, 다리는 활짝 벌려진 채 긴 봉에 묶여 있다. 심지어 방금 요도를 들쑤신 요도 스틱도 바로 다리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 이런 꼴을 최상혁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쿵쿵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방문이 벌컥 열렸다.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검은 정장 차림의 최상혁이 시커먼 눈으로 방 안의 풍경과 물건, 그리고 나체의 김민석을 훑었다. 그 눈길 아래 김민석은 돌덩이처럼 굳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하준서….”
최상혁이 나지막이 하준서를 불렀다.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목소리였다.
“왔어? 왜 좋은 시간을 방해하고 그래.”
하준서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최상혁이 번개처럼 주먹을 날렸다.
퍼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하준서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세게 부딪혔다. 얼마나 세게 후려친 건지 하준서는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하준서를 두고 최상혁의 눈이 김민석에게 돌아왔다. 그의 눈이 활짝 벌어진 다리에서부터 천천히 나체를 타고 올라와 눈물로 흠뻑 젖은 김민석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최, 최상혁 씨… 나는… 나는….”
김민석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웅얼거렸다. 최상혁은 말없이 김민석을 보고만 있었다. 그의 눈길에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일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강렬하게 일어난 감정은 바로 안도감이었다.
“흐읍….”
김민석이 왈칵 눈물을 터트리자 최상혁의 턱이 꿈틀거렸다.
“이 멍청한 게….”
최상혁이 씹어 먹듯 중얼거리며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았다. 그러고선 김민석의 다리를 묶어 고정한 가죽끈을 풀기 시작했다.
“아야야…. 이렇게 세게 때리면 티 나잖아.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준서가 그사이에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나 벌겋게 변한 볼을 문질렀다. 최상혁이 벌떡 일어나더니 퍼억! 하며 한 대를 더 갈겼다. 하준서가 바닥에 쿠당 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하준서를 한대 더 친 최상혁은 왜인지 모르게 능숙한 손길로 김민석의 몸을 구속한 구속구들을 모두 풀어 주었다.
“입어.”
최상혁이 방구석에 곱게 접혀 놓여 있던 김민석의 옷가지를 들어 그에게 툭 던졌다. 김민석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제자리에서 꿈틀대는 모습을 본 최상혁의 표정이 한층 더 무섭게 변했다.
“약… 약을 먹어서 몸에 힘이….”
“약? 썅. 이 미친 새끼가.”
김민석이 작게 중얼거리기 무섭게 최상혁이 몸을 돌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하준서의 복부를 발로 퍽 걷어찼다.
이쯤 되니 김민석은 이제 하준서가 걱정되었다. 퍽퍽 들리는 소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얼굴뼈가 함몰되거나 내장이 상하지 않았는지 걱정이었다. 최상혁이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한쪽 구석에 있는 침대에서 이불을 가져왔다. 그걸로 김민석을 멍석말이 하듯 돌돌 말았다.
“앗….”
그런 다음 최상혁은 김민석을 번쩍 들어 안았다. 그 상태로 하준서의 복부를 한 번 더 퍽 걷어찬 다음 방 밖으로 나섰다.
“아야야야…. 하윤 씨, 내일 봐요.”
하준서는 복부를 잡은 채 바닥을 뒹굴면서도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인사했다. 김민석은 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흘렸다. 하준서는…… 정말이지 제대로 된 상변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