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씹. 야해 빠져서는.”
최상혁이 중얼거리며 다리를 벌려 잡은 손에 힘을 밀어 넣더니, 그대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앗! 아앗! 앗! 읏! 흣! 읏!”
최상혁은 더는 여유를 부리지 않고 곧장 김민석의 기분 좋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뭉툭한 성기 끄트머리가 몸속 깊은 곳을 찌르고 비비고 문질렀다. 리드미컬하고 유연한 허리 짓에 김민석은 그야말로 혼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김민석은 최상혁의 목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채 정신없이 뒤흔들렸다.
“아앗! 아읏! 아응! 너무, 좋아! 아! 아아-!”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미치게 좋았다. 한번 푹푹 찌를 때마다 쾌감으로 가득한 풍선이 펑 터지며 온몸에 저릿하고 짜릿한 쾌감이 폭발하듯 내달렸다. 김민석은 연신 신음하며, 흐릿한 눈으로 허공에서 정신없이 흔들리는 자신의 하얀 다리를 보았다. 그리고 근육질 몸으로 허리 짓하는 최상혁도 보았다. 견딜 수 없이 야한 장면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최상혁의 검은 눈은 뜨거운 열기로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김민석은 자신의 눈빛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며 키스하기 시작했다.
위와 아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맞물린 채 두 사람은 수없이 흔들렸다. 퍽퍽 들이박는 최상혁의 속도와 강도가 무척 강함에도, 김민석의 허리는 유연하고 낭창낭창하게 흔들리며 그것을 잘도 받아먹었다.
“으핫! 앗! 앗! 읏! 흣!”
김민석은 주어지는 쾌감을 한 조각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끊임없이 들쑤신 뒤는 녹진녹진 녹아내린 채 최상혁의 것과 연신 붙어먹었고, 입술은 최상혁의 뜨거운 입 속을 유영하며 열정을 쏟아부었다.
“박아 주는 것만으로 질질 싸기는.”
최상혁이 김민석의 성기를 더듬어 보며 중얼거렸다. 김민석의 성기를 만졌던 최상혁의 손은 정액으로 젖어 있었다. 그는 정액이 묻은 손가락으로 김민석의 눈물점을 어루만졌다.
“흣-!”
점 따위에 성감대가 있을 리가 만무한데도 정액 묻은 손가락으로 눈물점을 비비는 순간 허리가 탁, 튀어 올랐다. 그 격렬한 반응에 최상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갑자기 다리를 고쳐 잡고 미친 듯이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으-….”
속도가 너무 빨라 신음이 튀어 나갈 틈도 없었다. 김민석은 마치 생명줄을 붙잡듯 최상혁이 몸을 칭칭 끌어안은 채, 연신 내리꽂히는 강렬한 쾌감에 몸부림쳤다.
박히는 것만으로도 질질 쌀 만큼 강한 쾌감이 휘몰아치고 있건만, 한편에서는 더욱 큰 무언가가 부풀고 있었다. 그것은 입으로 풍선을 후후 불 때처럼, 최상혁의 성기가 몸속 깊은 곳을 푹푹 쑤실 때마다 덩치를 조금씩 부풀렸다. 김민석은 그것이 부풀 대로 부푸는 순간 죽을 듯한 절정이 찾아올 것임을 예감했다. 두려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빨리 맛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아흐, 아흣! 최상혁 씨! 최상혁 씨! 더 세게요! 아윽! 윽!”
김민석은 자신이 뭐라고 떠들어 대는지도 모른 채 중얼거렸다.
“씹….”
김민석이 졸라 대는 것을 들은 최상혁이 작게 욕설을 씹으며, 마치 몸을 부숴 버릴 것처럼 빠르고 강하게 퍽퍽 박아 댔다. 김민석의 바람대로 쾌감의 풍선이 덩치를 쑥쑥 불렸다. 마침내 한계가 찾아오고….
“흐으으읏-…. 나… 나… 가요… 갈 것 같아요….”
김민석은 새된 신음을 내지르며 그대로 격렬한 절정에 도달했다.
“아흐윽…!!!!”
눈앞이 새카맣게 변하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잠시 잠깐, 김민석은 자신이 기절했다가 깨어났다고 느꼈다. 마치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이었다. 강렬하고 격렬한 쾌감의 여운에 몸이 벌벌 떨렸다.
갑자기 뒤에 깊이 박혀 있던 성기가 쑥 빠져나갔다. 최상혁이 그대로 무릎걸음으로 위로 기어오르더니 김민석의 얼굴에 대고 성기를 두어 번 슥슥 문질렀다. 잔뜩 성난 채 번들거리는 성기는, 그것만으로도 정액을 쏘아 냈다. 퓨퓻-! 성기에서 튀어 오른 뜨거운 정액이 김민석의 볼과 콧대, 입술을 적셨다.
“아….”
김민석은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이내 얼굴을 붉혔다.
“아니, 갑자기 남의 얼굴에 뭐 하는 거예요.”
“왜? 안에 싸 줬으면 했어?”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김민석은 손등으로 얼굴을 적신 정액을 닦아 냈다. 자신의 정액에 흠뻑 젖은 김민석의 얼굴에 최상혁은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다.
“영역 표시하는 짐승도 아니고….”
“맞아. 영역 표시하는 거야. 네 엉덩이가 하도 가벼워서 말이지.”
김민석이 불만스레 꿍얼거리자, 최상혁이 입술이 묻은 정액을 훑어 입 속으로 쏙 밀어 넣고 강제로 핥게 만들며 말했다.
“그건 서하윤이고요…. 난 김민석이라 엉덩이가 가볍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런 것 치고는 쑤셔 줄 때마다 좋아 죽었잖아.”
“그건 이 몸이 너무 야해서 그래요!”
김민석은 어쩐지 억울한 마음이 되어서 강력하게 주장했다. 최상혁이 피식 웃었다. 그가 웃는 모습을 오늘따라 자주 본다.
최상혁이 침대 옆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그리고 김민석을 잡아당겨 자신의 팔 위에 눕혔다. 김민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드라마에서나 보던 것처럼 모로 누운 채 최상혁의 몸을 끌어안았다. 단단하고 두꺼운 근육질 몸은 끌어안는 맛이 있었다.
둘 사이에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 어색하거나 무겁지 않았다. 방금 진한 섹스를 해서인지 최상혁이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섹스하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최상혁에게만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아 참. 오늘 서하윤의 아빠라는 사람을 만났어요.”
무슨 말을 걸까 고민하던 김민석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내뱉었다.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뜻밖에도 베고 있던 팔 근육이 불끈 굳는 게 느껴졌다.
“뭐? 누굴 만나?”
최상혁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김민석은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생각하며 조심스레 다시 말했다.
“병원 가려고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서하윤 이름을 부르기에 봤더니 자기가 서하윤 아빠라고….”
“…….”
최상혁의 표정이 자못 사나웠다. 눈으로 욕하는 거야 많이 봤지만 험악한 표정을 짓는 걸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살짝 간이 쫄렸다. 김민석은 서둘러 덧붙였다.
“혹시 몰라서 진짜인지 확인도 했어요. 신분증도 보여 줬고 같이 찍은 사진도 보여 주더라고요. 서창섭이라고, 진짜 아빠인 것 같았어요.”
“그 새끼가 또 뭐라고 지껄였어.”
“어….”
김민석은 쉽게 말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서하윤이 부친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있다는 걸 최상혁이 아는지 모르는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서하윤에게는 나름 비밀이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자신이 멋대로 말해도 되는 걸까?
“최상혁 씨는 그 사람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있어요?”
고민 끝에 김민석은 최상혁에게 되물었다. 최상혁의 눈매가 팍 구겨졌다.
“어쩌다 마주친 거야? 하준서 그 새끼랑 같이 나간 거 아니었어?”
“아… 하준서 씨랑 나가긴 했는데 카페에서 헤어져서 혼자 들어왔어요. …하준서 씨랑 나간 거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요?”
“앞으로 혼자 싸돌아다니지 마. 꼭 나가야겠으면 차 몰고 드나들고.”
최상혁이 어린아이에게 주지시키듯이 단단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준서 씨밖에 없는데, 그럼 나갈 때 하준서 씨랑 다녀도 된다는 거예요?”
“집에서 나가질 마. 어차피 병원도 안 간다면서.”
“아니,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집에서만 살아요. 무슨 감옥도 아니고.”
“걸어 다니지 말고 차 타고 나다니든지.”
“그건… 너무 비싼 차라서 타고 다니기가 겁나요. 타다가 어디 긁히거나 사고라도 내면 어떡해요.”
“그럼 새로 사 주면 되잖아.”
최상혁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와, 역시 부자는 다르구나. 김민석은 속으로 감탄했다.
“어쨌든, 혼자 나다니지 마. 꼭 나가야겠으면…. 그래, 하준서 그 새끼라도 불러서 같이 다녀.”
최상혁의 말에 헐, 하는 마음이 들었다. 혼자 나다니게 두느니 내연남인 하준서와 다니게 하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란 말인가?
“질투 안 나요? 하준서 씨는 서하윤의 바람 상대잖아요.”
“기억도 없다는 주제에 하준서랑 잘도 또 놀아난 사람이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최상혁이 정곡을 찔렀다.
“아니… 그건….”
김민석은 댈 핑계를 찾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특히 네 아비라는 그 새끼랑은 다시는 상종하지 마. 알겠어?”
서창섭에 대한 최상혁의 경계심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최상혁은 서하윤이 자신이 준 돈을 부친에게 갖다 바치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래서 이러는 것이리라.
어쨌든 애초부터 생판 남인 데다 무슨 중독자처럼 보이는 서창섭과 엮일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김민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김민석이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자 최상혁이 그제야 다시 베개에 머리를 올렸다. 그리고 팔을 구부려 김민석을 품에 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대로 잘 모양이었다.
문득 격렬한 섹스 후의 나른함이 온몸을 덮쳐들었다. 김민석은 몸을 이리저리 뒤척여 편한 자세를 취했다. 한쪽 다리는 어느새 최상혁의 다리에 감겨 있었다. 잠시 눈치를 보았지만, 최상혁은 뿌리치거나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김민석은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