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오래지 않아, 김민석은 그 초밥을 몽땅 먹어 치웠다. 함께 온 락교며 초생강, 국물까지 깨끗이 해치웠다. 배를 문지르자 윗배가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과식을 해 버린 것이다.
“잘 먹었습니다.”
김민석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최상혁은 내내 의자에 기대앉은 채 김민석이 먹는 걸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 먹었나?”
다 먹은 걸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그가 물었다.
“네.”
김민석이 짧게 대답하자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김민석의 손목을 잡더니 침실로 걷기 시작했다.
“어, 어…? 최상혁 씨?”
김민석은 그에게 이끌려 가며 의아하게 불렀다. 브리프만 입은 근육질 몸이 걸을 때마다 유연하게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단단하게 탄탄하게 올라붙은 근육질 엉덩이의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김민석은 애써 그 엉덩이에서 시선을 떼어 내려 노력했다.
풀썩-
“읏….”
그대로 침대에 던져졌다. 김민석은 허둥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최상혁이 침대에 올라오는 것이 더 빨랐다.
“최, 최상혁 씨.”
“얌전히 다리나 벌려.”
최상혁이 다리를 잡아 벌리며 말했다. 김민석은 서둘러 양다리에 힘을 꽉 주어 오므렸다. 그 반항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최상혁이 또 눈으로 욕을 했다.
“뭐 하는 거야?”
“잠시만요. 아, 잠시만요!”
김민석은 다리를 있는 힘껏 오므린 채 옆으로 반 바퀴 데굴 굴렀다.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간 김민석을 보는 최상혁의 턱이 꿈틀거렸다.
“아니, 왜 갑자기 이런 전개인데요? 뜬금없이!”
“내가 널 만나러 오는 이유가 이것밖에 더 있나?”
“지금 섹스하러 왔다는 거예요?”
“그럼 밥 먹으려고 왔겠어?”
“아니, 그럼 이 집에 섹스하고 싶을 때만 오는 거예요?”
김민석이 묻자, 최상혁이 대답 대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섹스하고 싶을 때만 오면 그게 무슨 애인이에요. 섹스 파트너지. 최상혁 씨는 서하윤 애인이라면서요. 그런데 뭐 만나면 시도 때도 없이 그 짓만 하려고 들어요? 같이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것도 하면서 시간도 때우고! 그런 게 애인이지!”
“황당하군.”
최상혁이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올렸다. 그의 검은 눈이 심한 욕을 하고 있었다. 김민석은 최상혁의 다리 사이를 힐끗 보았다. 그의 것은 이미 산처럼 우뚝 서서 위용을 자랑하는 상태였다. 설마 초밥 먹는 모습을 보고 흥분한 건가? 김민석은 속으로 생각하며 애써 최상혁의 것에서 눈을 피했다.
“서하윤.”
최상혁이 불렀다.
“저는 서하윤이 아니라니까요. 김민석이라는 사람이에요.”
거기까지 말한 민석은 다리를 바짝 당겨 안아 방어 자세를 취한 채 덧붙였다.
“어제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생각 좀 해 보세요, 최상혁 씨. 이렇게 비싼 집도 사 주고 먹여 살릴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서하윤을 두고 나랑 바람피우면 안 되죠. 나중에 진짜 서하윤 씨가 이 몸에 돌아왔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상심하겠어요.”
“상심?”
최상혁이 콧방귀를 뀌었다.
“서하윤이 상심을 한다고? 자기를 두고 바람 피웠다고 길길이 날뛰며 위자료나 뜯어내려고 하겠지.”
“어…. 음….”
김민석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서창섭 때문에 살짝 가여워졌던 서하윤의 이미지가 다시 와장창 깨져 버렸다. 서하윤이 바람피운 걸 알고도 놓지 못하는 최상혁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서하윤은 정말 돈밖에 모르는 나쁜 놈이 틀림없었다.
“서하윤 씨가 돈을 참 좋아하나 보군요….”
“그래. 그러니 서하윤인지 김민석인지 얌전히 다리나 벌려.”
최상혁이 손을 뻗어 김민석을 쓱 끌어 내렸다. 힘이 얼마나 센지, 손길 한 번에 몸이 그의 품으로 끌려 들어가 버렸다. 으아앗, 괴상한 소리를 내며 끌려간 김민석은 양다리를 굽혀 끌어안은 자세를 필사적으로 유지했다. 다리만 안 벌리면 야한 짓은 못 할 테니까 말이다.
“이봐.”
최상혁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보며 그를 불렀다.
“안 해요. 아니, 못 해요. 하기 싫어요.”
김민석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 어제 이미 그와 볼 장을 다 봐 버렸다. 단 한 번의 그 관계만으로도 그를 향한 마음이 느슨해진 것을 느꼈다.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게 섹스 아닌가. 이대로 그와 계속 그 짓을 하다가는 마음까지 홀라당 뺏겨 버릴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정말이지 곤란했다. 지금 자신은 남의 몸을 빼앗아 가지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영혼의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판에 남의 남자와 깊은 사이가 되어 버리다니.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봐, 서하윤. 아니, 김민석.”
“…왜요.”
최상혁이 진짜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니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상혁이 자신의 품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김민석의 엉덩이를 의미심장하게 주물렀다.
“서하윤이 말이야. 왜 바람피웠는지 알아?”
“모르…죠. …최상혁 씨는 아세요?”
“알지.”
뜻밖의 말에 김민석은 호기심이 동했다.
“왜 피웠는데요?”
“서하윤은 하루라도 뒷구멍을 쑤셔 주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견디질 못하거든. 한마디로 엉덩이가 가볍다는 뜻이야.”
“아니, 말을 왜 그런 식으로….”
“그런데 내가 바빠서 자주 상대해 주질 않으니 어쩌겠어. 그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성격에 그냥 참고 있을 리가 있나. 나돌아 다니며 여길 귀여워해 줄 남자를 구했겠지.”
최상혁의 손이 엉덩이 사이 계곡을 쿡 찔렀다. 겨우 그것만으로도 마치 구멍이 뭔가를 원한다는 듯 옴찔거렸다.
“어쨌든 나는 서하윤이 아니니까….”
“네가 서하윤이든 아니든, 네가 쓰고 있는 이 몸은 서하윤의 몸이야. 엉덩이 가볍고 음란해 빠진 이 몸으로 하루라도 하지 않고 견딜 수가 있을 것 같아?”
“읏….”
“아니면, 또 하준서 그 새끼한테 쪼르륵 달려가서 쑤셔 달라고 알랑방귀라도 뀌려고?”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면 순순히 다리나 벌려. 네 몸이 원하는 만큼 잔뜩 쑤시고 싸게 해 줄 테니까. 솔직히 말해 봐. 너도 하고 싶잖아. 안 그래?”
“읏….”
김민석이 낮은 신음을 삼켰다.
안타깝게도 최상혁의 말은 사실이었다. 브리프만 입어 알몸이나 다름없는 근육질 몸에 감싸 안긴 이 자세가 견딜 수 없이 야하게 느껴졌다. 살짝살짝 닿는 그의 단단한 몸과 뜨거운 피부, 향수 냄새가 섞인 체향은 마치 소설에 나오는 최음제처럼 김민석의 몸을 달구었다. 뒤는 옴찔거리며 어제 맛본 최상혁의 것을 다시 먹고 싶다고 앙탈을 부리고, 성기에도 서서히 피가 쏠리고 있었다.
최상혁이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주무르고 나머지 손으로는 머리칼을 헤치며 두피를 어루만졌다. 그 노골적인 유혹의 손길에 몸속 깊은 곳이 간질거렸다. 들이마셨다 내쉬는 숨이 조금씩 뜨거워졌다. 입은 바짝 마르고 감각이 예민해졌다.
“으응… 최상혁 씨. 자꾸 이러면 곤란… 읍-”
말하는 도중에 머리채가 잡힌 채 입술이 맞부딪쳤다. 맞물린 최상혁의 입술은 부드러우면서도 매우 뜨거웠다. 김민석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려 뜨거운 혀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렇게 깊고 뜨거운 키스가 시작되었다.
“으음… 음….”
정열적이고 탐욕스러운 키스였다. 최상혁은 키스에 능수능란했고, 김민석은 그 키스에 금세 정신이 홀라당 날아가 버렸다.
“으응… 응….”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길이 리드미컬했다. 방어하듯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에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최상혁은 진한 키스를 이어 나가며 김민석의 몸을 침대 위에 눕혔다.
“으음… 안 되…는데….”
김민석은 키스 중간에 겨우 웅얼거렸다. 하지만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는 점점 돼, 돼, 로 변하고 있었다. 이미 키스만으로도 몸이 잔뜩 달아올라 버렸다. 김민석은 자신이 저도 모르게 뜨거운 근육질 몸을 애무하듯 쓰다듬고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같은 남자의 몸인데 어쩌면 이렇게 색정적이고 관능적으로 느껴질 수가 있는 걸까. 나는 정말로 게이였던 걸까? 김민석은 속으로 자문했다. 하지만 그 의문도 곧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최상혁이 김민석의 잠옷 윗도리를 위로 훌러덩 벗겨 버렸기 때문이다.
쪼옵- 쫍-
키스하는 젖은 소리가 연신 울리는 가운데, 최상혁의 손가락이 김민석의 가슴 위에 솟은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흐읏-!”
조심성이라고는 없이 거친 그 애무에 아랫도리가 찡해지며 허리가 튀어 올랐다. 최상혁은 아예 양손으로 두 유두를 잡아당기고 비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