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더 세게 쑤셔 달라고 말해 봐요.”
하준서가 요구했다. 그도 이제는 여유를 벗어 던지고 잔뜩 뜨거운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은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이 완전히 나간 게 분명했다.
“더 세게 쑤셔 주세요. 더 세게요.”
김민석은 자신이 무슨 말을 중얼거리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연신 중얼거렸다.
“하- 우리 하윤이 사람 진짜 꼴리게 하는 거 알아요?”
하준서가 흥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유두를 집어 떼어 버릴 것처럼 세게 비틀며 동시에 뒤를 미친 듯이 쑤셔 박기 시작했다.
“앗! 아앗! 아흑! 윽! 읏! 흣! 아, 안 돼. 나 죽어요. 나 죽어!”
김민석은 벌어진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신음하고 호소했다. 손에 힘이 풀려 몇 번이나 다리를 놓칠 뻔했지만 겨우 놓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자, 한 번 더 싸요.”
하준서가 명령하듯 말했다. 그 상태로 손가락을 깊이 쑤셔 박은 채 좋은 지점 위를 빙글빙글 굴렸다. 크게 부풀던 풍선이 결국은 펑 하며 터졌다.
“아흐윽…!!!”
김민석은 높은 신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흐린 시야에 바짝 곧추선 성기 끝에서 정액이 퓨퓻-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두세 번에 나누어 발사된 정액이 김민석의 볼과 코에 후드득 떨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
강렬하다 못해 죽을 것 같은 절정이 지나가고 나자 마치 백 미터 달리기를 한 직후처럼 숨이 가빴다. 하준서가 뒤에 깊이 박혀 있던 손가락을 빼내어 김민석의 입 앞에 들이댔다.
“깨끗이 빨아서 뒤처리해요.”
다른 건 몰라도 뒤를 쑤셨던 손가락을 빠는 데는 거부감이 치밀었다. 하지만 하준서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손가락을 억지로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핥아요.”
김민석은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을 핥았다. 혀로 감아 가며 깨끗이 핥고 나니 하준서가 그제야 다정한 얼굴로 빙긋 웃었다.
“난 아직 싸지도 못했는데. 이 일을 어쩌지?”
하준서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성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민석은 아직도 발기해 있는 그의 성기를 보고는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강렬한 쾌감과 절정이 지나간 뒤라 저걸 애무해 주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하준서가 그럴 줄 알았다는 양 말없이 김민석의 손 하나를 빌려 갔다.
“이렇게 오냐오냐해 주는 건 오늘만이에요.”
하준서가 그렇게 말하며 빌려 간 김민석의 손을 써서 자위를 시작했다. 김민석은 손바닥에 느껴지는 뜨겁고 단단한 하준서의 성기를 문지르며, 이러다 화상이라도 입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하준서가 김민석의 멱살을 낚아채 잡아당기더니 농염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키스는 늘 기분이 좋았기에 김민석은 눈을 감은 채 절정의 후희를 즐겼다. 하준서가 빌려 간 손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하준서의 호흡이 잠시 멈추었다.
“읏….”
작은 신음과 함께 손안의 성기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곧 흘러내린 정액이 손을 적셨다.
하준서가 약간 가쁜 숨을 내쉬며 키스를 멈추었다. 쪽. 아기에게 하듯이 가벼운 키스를 건넨 하준서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며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대로 운전석에 깊이 기대앉았다. 김민석 역시 조수석에 드러눕듯이 기대앉아 축 늘어졌다.
“어땠어요? 좋았어요?”
하준서가 물었다. 김민석은 부정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침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양심이 그를 허락지 않았다.
“……네.”
김민석은 결국 솔직하게 대답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대답이었다.
“나도 좋았어요.”
하준서가 운전석에 기대앉은 채 김민석의 손을 잡아 깍지 꼈다. 성적인 뉘앙스라고는 없는 담백한 행동이었으나, 거기에서는 다정함과 애정이 느껴졌다.
차 안에는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분위기가 어색하거나 무겁지 않았다. 단지 편안함이 느껴졌다. 차 유리창엔 모두 김이 잔뜩 서려 있어 밖의 풍경은 보이지도 않았다.
김민석은 피부 아래 여전히 자글자글 들끓는 쾌감의 잔재를 느끼며,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몸이 야한 탓이었다. 이 몸으로 있는 한, 이 쾌감의 구덩이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해 보였다.
멍하니 차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데 하준서가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옆을 보니 어느새 김민석의 핸드폰을 가져가서 누르고 있었다.
“흐응….”
멋대로 연락처를 열어 본 그는 최상혁의 이름 딱 하나만 있는 걸 보더니 의미심장한 콧소리를 흘렸다. 그러고는 키패드를 눌러 번호 하나를 저장했다. 저장된 이름은 다름 아닌 ‘준서 형’이었다.
“…서하윤이 원래 형이라고 불렀어요?”
“아뇨.”
“그런데 왜 준서 형이라고 저장해요?”
“그냥, 내 로망이랄까요? 준서 형 제발 더 해 주세요. 이런 소리 듣는 거.”
“변태.”
“응, 나 변태 맞아요. 그리고 우리 하윤 씨도 변태고. 우리 변태 커플이잖아요.”
“전 변태 아니거든요….”
말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엉덩이를 후려 맞고 뒤를 쑤셔지며 절정에 달하는 사람을 변태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한단 말인가.
하준서가 웃으며 뭐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가 울렁였다. 누군가 차체를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였다. 하준서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풀어 헤쳐진 바지를 추스른 후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김민석 역시 잔뜩 흐트러진 옷차림을 서둘러 추슬렀다. 하지만 올라간 셔츠를 내리고 속옷을 끌어 올리기 직전에 조수석 문이 벌컥 열렸다.
새카만 눈이 미처 감추지 못한 김민석의 아랫도리에 꽂혔다. 정액으로 범벅이 된 성기가 열린 문으로 들어온 차가운 바람에 파르르 떨렸다. 김민석은 속옷을 올릴 생각도 못 한 채 뻣뻣하게 굳어 최상혁을 올려다보았다.
“옷 입어.”
김민석은 최상혁이 명령조로 말한 후에야 겨우 속옷을 끌어 올리고 바지를 추스를 수 있었다.
탁-!
조수석 문이 다시 닫혔다. 최상혁 손에 질질 끌려 나갈 거라 예상했던 김민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창문에 서린 김은 거의 사라져 바깥이 훤히 보였다. 김민석은 창문에 달라붙어 밖을 살폈다. 차 뒤쪽에 마주 서 있는 최상혁과 하준서가 보였다. 최상혁은 일단 분위기부터가 화가 잔뜩 나 보였고, 하준서는 그런 최상혁을 상대하면서 무섭지도 않은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미소를 띤 채였다.
김민석은 차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침에는 최상혁과 그런 짓을 해 놓고 오후에는 하준서와 이런 짓을 한 꼴을 들켰지 않은가. 그것도 차 안에서! 도무지 최상혁의 얼굴을 마주 볼 면목이 없었다.
숨죽인 채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최상혁이 결국 하준서의 멱살을 낚아챘다. 최상혁과 하준서는 둘 다 상당한 장신에 체구가 좋아서 마주 서도 꿀리지 않았지만, 최상혁 특유의 강렬한 분위기 때문에 하준서가 얻어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때문에 저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 둘이 싸우게 되다니….’
김민석은 속으로 한탄하며 조심스레 조수석 차 문을 열었다. 둘이 치고받고 싸우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픈 애를 끌고 다니면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차 문을 여니 최상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욕설 따위는 섞여 있지 않았지만 나직하고 묵직한 목소리에는 질책과 분노가 잔뜩 실려 있었다.
“끌고 다닌다니. 누가 들으면 내가 억지로 납치라도 한 줄 알겠네.”
하준서는 최상혁의 주먹이 무섭지도 않은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 새끼가 진짜…. 하준서. 내가 널 건드는 게 무서워서 안 건드린다고 생각해?”
최상혁이 멱살을 더욱 바짝 잡아끌며 으르렁거렸다. 자칫 잘못하면 진짜 두들겨 팰 것 같은 얼굴이었다.
“설마…. 천하의 최상혁이 고작 나 하나 건드리는 걸 무서워하겠어?”
“그래.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야. 그걸 알면 몸을 좀 사려야지.”
“뭐, 몸을 사릴 것까지야…. 알다시피 날 건들면 상당히 귀찮아질 거야. 거기에 괜히 우리 귀여운 하윤이까지 휘말려 들면….”
“하준서.”
최상혁이 경고하듯 이름을 불렀다.
“너나 나는 좀 귀찮아지고 말겠지만, 하윤이는…. 알지?”
하준서가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조수석 옆에 나와 서 있는 김민석을 향해 눈짓했다. 최상혁이 따라서 김민석을 힐끗 쳐다보더니 턱 근육을 꿈틀거렸다.
“최상혁 씨….”
김민석은 주춤거리며 최상혁을 불렀다. 쯧, 혀를 찬 최상혁이 하준서의 멱살을 내팽개치듯 놓아주었다.
최상혁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며 시커먼 눈이 괜히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였다.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서자 최상혁의 입매가 단단해졌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가 손을 들어 올렸다. 김민석은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