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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XX씨-20화 (20/125)

20화

소고기를 먹은 다음 향한 곳은 서울 한적한 외곽에 있는 예쁜 카페였다. 한참 달려 도착한 카페에서 김민석은 벌컥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네? 피아니스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아 먹던 김민석은 잔뜩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준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니스트라니…. 그런 사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요. 와, 신기하다.”

김민석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하준서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하준서의 부드러운 분위기나 길고 예쁜 손가락 따위를 보면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이 제법 잘 어울렸다.

“유명해요?”

“글쎄요?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하준서는 별 상관 안 한다는 듯 말했다. 김민석은 그런 하준서를 빤히 쳐다보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인터넷 창을 켜서 하준서의 이름을 검색했다. 그러자 진짜 그의 사진과 프로필이 떴다. 출생, 신체 사이즈, 학력, 경력 등등 별의별 정보가 다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앨범이나 콘서트 등의 기사가 줄줄이 떠 있었다.

“와, 진짜 유명인이었네. 대박이다.”

김민석은 검색창을 휘휘 올리며 각종 기사를 훑어보았다. 이렇게 방송 매체에도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 앞에 앉아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핸드폰이네요?”

하준서가 상체를 기울여 김민석의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떠 있는 자신의 기사 등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 네. 부서진 것 대신 새 걸로 사 줬어요. 최상혁 씨가요.”

“부서진 거요?”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하준서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하지만 금세 미소 띤 얼굴로 돌아갔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 노닥거리는 것뿐인데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창밖으로 바삐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쓸데없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바쁜 시간에 이렇게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다니, 김민석일 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하준서는 그런 김민석을 가만히 구경했다. 아무리 잘난 외모여도 어차피 같은 인간일 뿐인데, 남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는 것이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재밌어요?”

김민석은 자신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어 낼 줄 모르는 하준서를 향해 물었다.

“재밌어요.”

“사람 얼굴 쳐다보는 게 뭐가 재밌어요?”

“사랑하는 사람 얼굴인데 당연히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하죠.”

하준서의 말에 김민석은 기겁하여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다행히 한적한 시간인 데다, 가까이 앉은 손님이 없어 누군가 들었을 확률은 없어 보였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막 해요? 하준서 씨 피아니스트라면서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기사가 이렇게 많이 뜨는 사람이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김민석은 누가 들을세라 하준서에게 상체를 바짝 들이댄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모습이 대단히 귀여워 보인다는 듯, 하준서가 김민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빙긋이 웃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누가 들으면 어때요?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들키면 곤란하잖아요. 그… 게이라는 거요.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거 안 좋아한다고요.”

김민석은 진지한 얼굴로 속닥속닥 말했다. 하준서가 입이라도 맞출 것처럼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리고 눈을 의미심장하게 빛냈다.

“들켜서 난리 나면 나 책임져 줄 거예요?”

“허… 그걸 내가 어떻게 책임져요?”

“책임이 별거 있나요. 장가도 못 가게 될 테니 평생 데리고 살아 달라는 거죠.”

하준서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김민석은 기가 막혔다. 인터넷에 뜨는 것을 보니 제법 유명세를 탄 피아니스트다. 자칫 잘못해 아웃팅이라도 당했다가는 그 여파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하준서는 진짜 들켜도 별 상관이 없다는 눈치였다. 오히려 들켜서 서하윤이 책임져 주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서하윤을 진짜 그 정도로 좋아하나?’

김민석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첫 만남부터 애인이네 사랑이네 너무 쉽게 말을 해서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정하고 상냥하기 짝이 없는 것도 본래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웃팅 되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서하윤에 대한 애정이 깊다면… 그건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의 표정이 진지하고 심각해지니, 하준서가 손가락 끝으로 김민석 눈 밑의 눈물점을 톡톡 두드렸다. 맞닿는 시선이 여태까지와 다르게 그윽해서 김민석은 살짝 놀랐다.

“하윤 씨.”

시선을 맞댄 채 부르는 하준서의 분위기가 자못 진지했다.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니 괜히 긴장되었다.

“네.”

김민석은 짧게 대답했다. 하준서가 테이블 위에 놓인 김민석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슬그머니 겹쳤다. 그리고 얼굴을 한층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빨고 싶어요.”

“……. 네?”

진지하고 그윽한 눈으로 속삭이는 말에 잠시 머리에 렉이 걸렸다.

“하윤 씨 예쁜 자지, 빨고 싶다고요. 지금 당장.”

기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건 하준서의 속삭임에 곧바로 찡해진 아랫도리의 반응이었다.

“…읏….”

“우리 하윤이 자지 입에 넣고 쭉쭉 빨아 주고 싶어요. 세게 빨면서 혀로 휘감아 주면 좋아 죽잖아. 자지로 질질 짜면서 울잖아요. 그거 보고 싶다. 지금 당장. 응?”

하준서가 손을 깍지 껴 잡고는, 은근히 힘을 밀어 넣으며 유혹하듯 연신 속삭였다. 변태라고 한마디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이 나오는 대신 입이 바짝 말랐다. 하준서의 속삭임이 그대로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어 아랫배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성기가 살짝 발기한 게 느껴졌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자, 그 모습을 본 하준서가 눈을 휘며 예쁘게 웃었다. 그리고 깍지 낀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입가에 가져가더니, 혀를 내밀어 가운데 손가락을 할짝 핥았다. 촉촉한 혀가 손가락 끝을 핥자, 마치 성기를 핥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민석은 누가 방금 그 장면을 보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나갈래요?”

하준서가 유혹하듯 말했다. 김민석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준서가 테이블 아래에서 발로 김민석의 가랑이 사이를 지그시 누른 것이다. 가뜩이나 살짝 발기해 있던 성기에 직접적인 자극까지 가해지니, 치솟은 욕망에 몸이 뜨거워지고 마음은 산란해졌다.

“나가요, 우리. 응?”

하준서가 다시 유혹했다. 김민석은 보일 듯 말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유혹과 욕망에 넘어가 버리는 이 가벼운 몸뚱이가 한스러웠지만, 이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서하윤의 몸이 야한 탓이었다. 정신은 결국 육체에 복속되는 법이 아니던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민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준서가 진하게 웃었다. 그리고 김민석의 손을 꽉 붙잡은 채 빠르게 카페를 나섰다. 대낮부터 남자 둘이 손을 붙잡고 다니는 게 이상해 보일 것 같아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강한 악력 탓에 소용없었다. 김민석은 손을 떼어 내는 걸 포기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준서를 따라 빠르게 걸었다.

조수석 문을 연 하준서는 평소의 다정함과 다르게 김민석을 떠밀듯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운전석에 올라타고는 곧장 차를 출발시켰다. 김민석은 차가 출발하자 서둘러 안전띠를 맸다.

한적한 외곽의 카페에 온 덕분에 주변에선 도시의 기운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준서는 항상 안전 운행을 하던 것과 달리 속도를 내 가며 한적한 외곽 도로를 마구잡이로 달렸다.

“운전 좀 살살 해요.”

참다못한 김민석이 한마디 했다.

“빨고 싶어 돌아 버리겠는데 지금 운전을 살살 하게 생겼어요?”

하준서가 그답지 않은 조급한 목소리를 냈다. 그의 목소리와 급한 운전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욕망에, 김민석의 성기엔 힘이 한층 더 들어갔다.

김민석은 속으로 한탄했다. 이 무슨 야한 몸이란 말인가. 겨우 이걸로도 성기를 세우다니, 도무지 참을성이라고는 없는 몸이었다.

끼익-!

갑자기 자동차가 급정거했다. 국도 옆으로 나 있는 흙길로 조금 올라간 곳이었다. 길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흙길 옆으로 잡초와 나무가 무성했다.

철컥.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짧은 사이에 안전띠가 풀렸다. 하준서가 손을 뻗어 조수석 의자를 최대한 뒤로 빼더니 곧장 김민석의 바지 단추와 지퍼를 풀어 버렸다.

“하, 하준서 씨!”

갑작스러운 행동에 김민석이 놀라서 그를 불렀지만, 하준서는 거침이 없었다. 속옷을 끌어 내리자 살짝 발기된 성기가 튀어나왔다. 하준서는 뭘 한 마디 할 틈도 없이 서슴없이 성기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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