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나는 하윤 씨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요.”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에 김민석은 쿨럭, 헛기침을 했다. 저런 낯간지러운 대사를 잘도 던지는 하준서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 그래도 좀 드세요. 혼자만 먹으니까 민망하네요.”
김민석은 민망한 얼굴로 말하며 얼른 고기 한 점을 구워 하준서의 앞접시에 놓아 주었다.
턱을 괸 채 웃고 있던 하준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자신의 앞접시에 놓인 소고기와 김민석을 번갈아 본 하준서가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
“하윤 씨, 지금 나 고기 구워 준 거예요?”
“그렇…죠?”
고작 고기 한 점 구워 준 거로 무슨 황금 송아지 받은 표정을 지으니 이쪽도 덩달아 놀라 버렸다. 하준서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눈웃음도 한층 짙어졌다. 그의 눈동자가 기쁨으로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겨우 이걸로 저렇게나 기뻐해 주다니, 괜스레 마음이 간질거렸다.
하준서가 젓가락으로 소고기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미남은 소고기 씹는 모습도 멋들어졌다. 소고기를 씹어 삼킨 하준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맛있네요.”
“그죠?”
“네. 그래서 그런데… 조금 더 맛봐도 될까요?”
“그러세요.”
김민석은 다시 생소고기를 한 점 집어 불판에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하준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민석의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하준서 씨?”
“쉿.”
하준서가 은밀한 눈웃음을 치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눌렀다. 그러고는 한 손을 테이블 아래로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뭔가 싶어 쳐다보던 김민석이지만, 테이블 아래로 들어온 손이 자신의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하준서 씨!”
“쉬이… 그렇게 큰 소리 내면 종업원이 들어올걸요? 들키고 싶어요?”
하준서가 달래는 말투로 겁을 주었다. 김민석은 순간적으로 숨을 죽였다. 조금 떨어진 방의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도 들렸다.
하준서의 말대로 언제 종업원이 들이닥칠지 몰랐다. 하준서는 그렇게 겁을 준 주제에 속옷 속으로 손을 쏙 집어넣어 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전혀 반응이 없었으나, 하준서가 상체를 기울여 귓불을 핥고 깨물거리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으응….”
코에서 절로 옅은 비음이 흘러나왔다. 귓구멍에 혀를 넣어 희롱하니 질척거리는 야한 소리가 귓전을 온통 울렸다. 김민석은 얼굴은 붉히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가랑이 사이로 성기를 부드럽게 애무하는 새하얀 손이 보였다. 길고 하얗고 예쁜 손이 자신의 성기를 희롱하는 모습에 아랫도리에 피가 쏠렸다.
“으응… 하지 마요….”
김민석은 하준서의 손목을 움켜쥐며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러는 자신도 알고 있었다. 하준서의 손목을 쥔 손에는 막상 그리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쉿. 조용히 하라니까요.”
하준서가 귓바퀴를 핥으며 속삭였다. 젖은 귓전에 쏟아지는 숨결에 온몸이 간질간질해졌다. 성기는 이미 바짝 곧추서 있었다. 김민석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온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채, 귀와 성기에 가해지는 자극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하준서가 갑자기 성기를 희롱하던 손을 떼어 냈다.
“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아쉬움이 실린 한숨이 흘러 나갔다. 김민석은 곤란한 눈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보았다. 이렇게 세워 놓은 채 튀면 난 어쩌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는데 하준서가 갑자기 방금 전까지 성기를 어루만지던 손바닥을 김민석의 입 앞에 갖다 댔다.
“핥아요.”
“…네?”
김민석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묻자, 하준서가 은밀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침이 잔뜩 묻게 핥아요. 그래야 손으로 해 줄 때 기분이 더 좋을 거 아니에요. 윤활제 몰라요?”
하준서의 말인즉슨, 윤활제로 삼게 침을 자신의 손바닥에 잔뜩 묻혀 달라는 소리였다.
“싫어요. 변태도 아니고.”
김민석은 하준서의 손을 밀어내며 아랫도리를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하준서가 먼저 김민석의 엉덩이 한 짝을 꽉 움켜쥐며 속삭였다.
“말 들어야죠, 하윤 씨. 아니면 이곳에서 바지만 벗긴 채로 엉덩이를 때려 줄까요? 난 남들이 봐도 전혀 상관없는데.”
하준서의 협박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의 눈빛에 은밀한 욕망이 반짝였다.
그의 협박이 진짜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다. 김민석은 이미 팽팽하게 곧추선 성기가 열렬히 바라는 바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반반의 확률에 김민석의 은밀한 욕망이 더해졌다. 김민석은 결국 하준서의 손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침을 더 발라요. 흥건할수록 기분이 더 좋을 거예요.”
하준서가 격려했다. 김민석은 하준서의 손바닥과 손가락을 혀로 핥으며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고 자조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어떤 기대감이 실려 있었다.
할짝할짝 핥을 때마다 하얗고 예쁜 손이 질척하게 젖어 들었다. 조용하고 아담한 한옥식 방 안에는 손바닥을 핥는 젖은 소리만이 울렸다. 그렇게 손바닥이 충분히 젖었을 때, 하준서가 그 손을 내려 다시 김민석의 성기를 붙잡았다.
“아앗…!”
질척이는 손이 성기를 쥐자, 저도 모르게 허리가 살짝 튀어 올랐다. 남의 손바닥을 핥는다는 행위 자체가 야하게 느껴진 탓일까. 그사이 성기는 팽팽함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손으로 입 막아요. 사람들한테 들키기 싫으면.”
하준서가 속삭였다. 그런 그의 눈에서 장난기가 반짝였다. 하지만 어쨌든 맞는 말이었다. 김민석은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으응… 응….”
하준서의 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가 왜 굳이 입을 막으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작 손장난을 치는 것뿐인데, 하준서의 테크닉이 얼마나 뛰어난지 도무지 신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성기를 쥐고 흔들 때마다 타액 때문에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흐으… 응….”
질척질척한 소리와 손바닥에 가로막힌 희미한 비음이 섞이니 그것조차 자극이 되어 쾌감을 부풀렸다. 김민석은 당장에라도 남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조마조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고 싶지 않은 쾌감에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예전에는 공공장소에서 야한 짓 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흣…!”
손가락 끝이 성기 끄트머리를 빙글빙글 굴리기 시작했다. 가장 예민한 부위에 주어지는 자극에 김민석은 엉덩이를 바짝 조이며 신음을 토했다.
“하윤 씨, 지금 눈가가 빨갛게 변해서 얼마나 야해 보이는지 알아요? 허리를 움찔거리는 게 더 해 달라고 막 조르고 있잖아. 사실대로 말해 봐요. 내가 이대로 자빠뜨려서 쑤셔 박아 줬으면 좋겠죠? 깊숙이 찔러서 미친 듯이 흔들어 줄 때마다 좋다고 질질 싸잖아, 우리 하윤이는.”
하준서의 속삭임에 점점 욕망이 담겼다. 쏟아지는 상스러운 말에 그 입을 틀어막고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상스러움에 몸이 묘하게 달아올랐다.
“아, 아니야. 그런 거… 흣.”
김민석은 고개를 내저으며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하준서가 저런 상스러운 말을 몇 마디만 더 속삭이면, 그 자극 때문에 그대로 싸 버릴 것만 같았다.
“…나올 것 같아요….”
김민석은 절정의 끝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하준서가 손을 딱 멈추었다.
절정으로 달려가던 중 허무하게 멈춰 버린 손길에 김민석은 저도 모르게 원망이 담긴 눈초리를 쏘아 보냈다. 하준서가 젖은 손으로 성기 끄트머리를 슬쩍슬쩍 건들며 귓가에 속삭였다.
“싸고 싶으면 싸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죠?”
“…….”
“싸게 해 주세요, 해 봐요.”
“읏….”
그 속삭임조차 자극이 되었다. 김민석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자신이 곧 부탁하게 될 것임을….
“얼른 하지 않으면 종업원을 부를 거예요.”
하준서가 위협했다. 그 정도 위협이면 충분히 넘어갈 핑곗거리가 되었다. 김민석은 원망스러운 척 하준서를 노려본 후,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가 속삭였다.
“…싸게 해 줘요.”
그 말을 들었을 때 하준서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준서가 머리를 낚아채 곧장 진한 키스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젖은 손이 성기를 거칠게 잡아 흔들기 시작했다. 집요한 키스와 성기에 가해지는 자극에 잠시 멀어졌던 절정이 성큼성큼 눈앞으로 다가들었다.
“나… 나왓…!”
김민석은 온몸을 바짝 굳히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곧 절정이 찾아왔다.
울컥울컥 정액이 토해져 나올 때마다 특유의 쾌감이 척추를 관통했다.
“아읏… 흣….”
하준서가 토해진 정액을 이용해 성기 끄트머리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절정 직후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입구를 문지르니 그 자극에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하… 하준서 씨…. 안 돼….”
“안 되기는. 좋아서 질질 흘리는 주제에.”
하준서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김민석은 양손으로 하준서의 팔뚝을 필사적으로 움켜쥔 채 강렬한 후희를 강제로 즐겨야만 했다.
그렇게 자극에 몸부림치는 김민석을 실컷 희롱한 하준서는 만족한 얼굴로 손을 뗐다. 그러더니 자신의 손을 흥건하게 적신 정액을 맛있게 핥아 먹었다.
“그걸 왜 먹어요!”
김민석은 기겁해서 외쳤다. 사실 섬세한 미모의 남자가 자신의 정액을 핥아 먹는 모습은 어이없게도 제법 자극적이었다. 김민석은 속으로 자신에게도 조금쯤은 변태 성향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윤 씨가 맛있게 먹었으니 나도 맛있는 걸 좀 먹어야죠.”
하준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김민석은 얼른 티슈를 빼서 하준서의 손을 빡빡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누가 눈치챌세라, 티슈를 잔뜩 뽑아 뭉치로 만들어 정액의 흔적을 감춘 다음 휴지통에 쑤셔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