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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XX씨-16화 (16/125)

16화

김민석은 자신이 지금 이 상황과 눈앞의 이 남자로 인해 성적으로 흥분하고 있음을 도저히 부인할 수가 없었다. 머리 한구석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도 호흡은 가빠 오고 숨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최, 최상혁 씨.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요. 나는 진짜 서하윤도 아니고 김민석인데, 나랑 이러면 최상혁 씨가 바람피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요?”

김민석은 와이셔츠가 날아가며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탄탄한 근육질 상체에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바람?”

최상혁이 옅은 코웃음을 흘렸다.

“그거 좋네. 서하윤이 날 엿 먹였으니 나도 김민석인가 뭔가 하는 놈이랑 붙어먹어 엿 먹이는 거. 그대로 갚아 줄 수 있고 좋잖아?”

과묵한 인상과 달리 최상혁은 말도 잘했다.

최상혁이 김민석의 셔츠를 잡아 훌렁 벗겨 버렸다. 저도 모르게 팔을 들어 셔츠 벗기는 걸 도와 버린 김민석은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 김민석. 진짜 남자랑 섹스라도 하려는 거냐!!

“미안한데요, 최상혁 씨. 저 아무래도 도저히 안 되겠어요. 못 하겠어요.”

김민석은 자신의 속에 있는 모든 유교적 도덕관념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데?”

어느새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린 최상혁이 김민석의 단단하게 발기된 성기를 더듬으며 말했다.

“앗!”

겨우 속옷 위를 더듬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튕겨 올랐다. 눈앞에 불똥이 튀었다. 환장하게 좋았다.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였다. 단지 닿아 있을 뿐인 최상혁의 손에 스스로 성기를 문지르는 꼴이었다. 멈추고 싶으면서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최상혁이 뭔가 어떻게든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치밀었다.

“최상혁 씨….”

김민석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최상혁을 애타게 응시했다. 최상혁의 한쪽 눈이 살짝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바지와 속옷이 훌렁 벗겨졌다.

“기억을 잃어도 몸은 솔직하잖아. 이것 봐. 내가 뭘 어쨌다고 벌써 이렇게 질질 흘리고 있는 건데, 응?”

“그런 게 아니야… 아앗…!”

최상혁이 손끝으로 성기 끝을 문지르자 몸이 파르르 떨렸다. 성기 끝은 이미 끈적한 액체로 젖어 있어 손끝으로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자극이 되었다.

“항상 질질 흘리며 매달리는 주제에 입은 아니라고 하지.”

최상혁이 비웃듯 말했지만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읏….”

김민석은 입 안 연한 살을 깨물며 몸을 잘게 떨었다. 다음 자극이 필요했다.

“말해 봐. 서하윤. 해 줘? 말아?”

최상혁이 손가락 끝으로 성기를 툭툭 두드리며 물었다. 수치심이 치밀었지만, 그보다는 눈앞의 욕망이 더욱 컸다.

“…줘요….”

김민석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최상혁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듯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안 들리는데? 해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해 달라고요! 젠장!”

김민석은 결국 눈앞의 욕망에 굴복해 버럭 외쳤다. 최상혁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옅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장 상체를 숙여 입술을 부딪쳤다.

빨고 핥고 씹고 쑤시고…. 최상혁은 야하면서도 상스럽기 그지없는 키스를 퍼부으며 김민석의 성기를 잡아 흔들었다. 단단하고 큰 손이 끈적하게 젖은 성기를 잡아 흔들 때마다 허리가 잘게 따라서 움직였다.

“흐읏, 읏, 흣, 으응….”

키스하는 잇새로는 본인이 듣기에도 야릇하고 색기가 넘치는 신음이 연신 흘러 나갔다. 신음이라도 참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온몸은 꿀처럼 달콤하고 전기처럼 짜릿한 쾌감으로 절어 있었다. 아랫배 깊은 곳이 묘하게 가렵고 저릿저릿했다.

“그거 알아? 너 말이야… 벌써 뒤도 질척질척하게 젖었어.”

손가락으로 뒤쪽 골짜기를 슥 어루만진 최상혁이 뜨거운 눈으로 속삭였다. 우습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김민석은 비로소 아까부터 아랫배 깊은 곳에서 느껴지던 묘한 아쉬움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 몸은, 서하윤은 뒤로 섹스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하앗-!”

최상혁이 한 손으로 성기를 세게 펌프질하며 다른 손으론 입구를 꾹 눌렀다. 그것만으로도 당장 절정에 오를 것 같은 쾌감에 김민석은 새된 신음을 터트렸다. 한번 입구에 손길이 닿으니 뒤가 뭔가를 바란다는 듯 멋대로 움찔거렸다.

“조금만 손대도 앞도 뒤도 젖은 채로 앙앙거리지. 이게 서하윤이 아니면 대체 누구라는 거야.”

최상혁이 놀리듯 말하며 엄지로 흠뻑 젖은 성기 끝을 빙글빙글 굴렸다. 잔뜩 예민해져 있는 성기 끝을 문지르는 감각에 최상혁의 팔뚝을 움켜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싸고 싶어….”

김민석은 자신이 소리 내 말하는 줄도 모른 채 간절하게 중얼거렸다.

“싸게 해 줄까?”

귓가에 속삭인 최상혁이 귓불을 깨물었다. 그것조차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몸에는 큰 자극이 되었다.

“싸게 해 달라고 해 봐. 그럼 잔뜩 싸게 해 줄 테니까.”

“…으읏….”

김민석은 입을 움찔거리며 망설였다. 최상혁이 일부러 흠뻑 젖은 성기를 성의 없이 문지르며 젖은 소리를 냈다.

“흐응. 응.”

아쉬움이 가득 실린 콧소리가 절로 흘러 나갔다. 김민석은 참지 못한 최상혁이 그냥 마구 문질러 싸게 해 주길 바랐으나, 그는 도통 양보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싸….”

김민석은 최상혁의 팔뚝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작게 입을 뗐다. 그리고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나머지 말을 겨우 뱉어 냈다.

“…싸게 해 줘요.”

“좋아.”

최상혁이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승낙했다. 그 순간부터 그의 손이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기를 위에서 아래로 깊이 펌프질할 때마다, 그의 손바닥과 성기가 마찰하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흘렸다.

“아읏. 읏. 으응. 흣.”

김민석은 최상혁이 퍼붓는 쾌락의 파도에 빠진 채 넘실거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신음하며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문득 뒤로 손가락 하나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으읏?!”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손가락이 뒤를 침범한 뒤였다. 손가락은 거침없이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우습게도 김민석의 뒤는 그 손가락을 우물우물 씹으며 잘도 집어삼켰다. 낯설고 불쾌해야 마땅하건만 그렇지 않았다. 뭔가 뒤를 채우며 들어온다는 감각에 아랫배의 묘한 간질거림이 심해지고 기대감이 부풀었다.

“거, 거긴 안 돼.”

김민석은 몸의 반응과는 전혀 반대의 말을 내뱉었다. 최소한의 이성이었다.

“뒤를 채워 줘야 시원하게 싸는 몸이라 그렇게 해 주는 거야.”

최상혁의 말은 아무래도 정답인 듯싶었다. 손가락 하나가 뒤에 깊이 박힌 채 얕게 쑤셔지기 시작하자, 가뜩이나 터질 듯 부풀어 있던 성기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불끈거렸다.

“아앗! 앗! 앗! 이, 이거 뭐… 하앗!”

지금까지의 쾌감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했으나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앞과 뒤를 동시에 공략당하자 온몸에 휘몰아치는 쾌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김민석은 어느새 최상혁의 손가락이 뒤를 쑤시는 것에 맞추어 허리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뒤를 쿡쿡 찌를 때마다 마치 풍선에 큰 숨을 푹푹 불어넣듯이 쾌감이 그 덩치를 크게 부풀렸다.

“그, 그만해. 안 돼….”

김민석은 문득 드는 두려움에 애원했다. 생리적인 눈물이 고여 시야가 희미해졌다. 허리를 제멋대로 유연하게 들썩들썩 움직이고, 낯설고 강렬한 쾌감에 정신이 완전히 잠식당하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싸 버려.”

최상혁이 명령조로 말했다. 평소에는 아니꼽게 들리던 그 명령조의 말투가 지금 이 순간만은 미치도록 섹시하게 들렸다. 커다랗게 부푼 쾌감이 곧 터질 것 같은 예감이 치고 들었다. 김민석은 최상혁의 팔뚝에 손톱을 박은 채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애타게 최상혁을 불렀다.

“최상혁 씨… 최상혁 씨… 흐읏, 읏… 최, 최상혁!”

크게 부푼 쾌감이 터지는 순간, 김민석은 최상혁을 크게 외쳐 부르며 절정에 올랐다. 성기 끝에서는 뜨거운 정액이 연신 터져 나오고, 뒤는 깊이 쑤셔 박힌 손가락을 야물게 오물오물 씹어 먹으며 마지막 쾌감을 짜냈다.

“아으…. 흐….”

앞에서 오는 쾌감은 정액을 다 쥐어짜고 나니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뒤는 아니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온몸으로 전해지는 저릿저릿한 쾌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처음 느껴 보는 낯설고 강렬한 쾌감에 완전히 압도된 김민석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쾌감의 잔재를 음미했다. 이게 보통 사람들이 겪는 섹스라는 전제하에 까놓고 말하자면, 이 쾌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원나잇이든 뭐든 기꺼이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쁜 숨이 조금 잦아들자, 멀리 도망가 있던 이성이라는 놈이 슬그머니 되돌아왔다. 김민석은 이 와중에도 여전히 박혀 있는 손가락을 꽉 문 채 미세하게 우물거리는 뒤를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평생 느껴야 할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일시불로 결제한 느낌이었다.

좀 더 큰 쾌감이 기다리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찾아온 이성이라는 놈이 그걸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김민석은 얼른 몸을 위로 쏙 빼냈다. 덕분에 뒤에 깊이 박혀 있던 손가락도 빠져나갔다. 여전히 뜨거운 눈을 한 최상혁이 한쪽 눈썹을 슥 치켜들었다. 눈으로 욕을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혼자 실컷 싸고 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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