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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XX씨-15화 (15/125)

15화

순간적으로 끌려간 김민석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최상혁의 허벅지에 올라앉아 있었다.

최상혁이 한쪽 손으로는 김민석의 날씬한 허리를 끌어안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손을 깍지 낀 채 가만히 시선을 맞대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야말로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선이 굵은 미남이었다. 엉덩이에 닿은 그의 허벅지는 탄력 있으면서도 매우 단단했고, 그에게서는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가 풍겼다.

‘이런 미남을 두고 바람을 피우다니, 서하윤 개새끼네 진짜.’

김민석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나오는 대로 말을 집어 던졌다.

“최상혁 씨랑 서하윤은 얼마나 만났어요?”

최상혁이 깍지 낀 손을 빼서 올리더니 김민석의 턱을 잡아 자신을 향해 돌렸다. 시선이 다시 부딪쳤다. 이전처럼 턱을 부술 듯 세게 잡은 건 아니지만 손을 뿌리칠 분위기가 아니었다. 자신은 서하윤이 아닌데도 눈앞의 남자에게 괜히 죄책감이 들어 그런 행동을 하기 곤란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2년 조금 넘었지.”

“2년이면 서하윤이 막 성인이 되고 바로 만났네요?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데요? 어쩌다 사귀게 됐는데요?”

어차피 뭔가 말은 시켜야 하는 것, 김민석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마음껏 던졌다.

“궁금해? 굉장히 흥미 있는 얼굴인데.”

“아무래도 궁금하죠. 진짜 게이는 처음 보거든요. 게다가 게이든 아니든 남의 연애사는 원래 흥미진진하고 재밌잖아요?”

최상혁이 잠시 김민석을 빤히 응시했다. 옛 기억을 더듬는 눈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는 평소의 싸늘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묘한 따스함이랄까, 애틋함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다. 김민석은 눈앞의 이 남자가 서하윤을 진짜 사랑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버려진 고양이 꼴을 하고 술집 골목 구석에 처박혀 있었지. 생긴 건 하얗고 반반한 주제에 입으로는 온갖 상스러운 욕설을 주절거리며 울고 있는데 그 꼬락서니가 참…. 꼴렸어.”

김민석은 둘 사이 과거의 추억을 진지하게 듣다가 마지막 단어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최상혁이 손가락 끝으로 김민석 눈 아래 눈물점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서하윤이 울어서 눈가가 빨갛게 달아오르면 이 눈물점도 묘하게 빨개 보인단 말이야. 그 눈물점이 눈물로 젖으면 사람 환장하게 꼴리게 하지. 물론 서하윤도 그걸 잘 알고 있고.”

자꾸 꼴린다 꼴린다 하니까 듣는 사람은 굉장히 불편했다. 특히나 지금은 최상혁 허벅지 위에 앉은 채 허리를 잡혀 있는 상황이 아닌가. 대단히 어색하고 불편했다.

“…아…. 그래서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셨군요.”

최상혁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나직이, 마치 속삭이듯 불렀다.

“서하윤.”

작게 부르는 소리는 지금까지의 최상혁 같지가 않았다. 서하윤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애정이 실려 있어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 목 뒤를 감싸는 손길은 크고 단단하지만 부드러웠고, 아래로 당기는 손길에도 힘은 실려 있을지언정 강제성은 없었다.

그래. 분명 그런데 대체 왜 자신은 최상혁이 이끄는 대로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까.

김민석은 멍하니 생각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최상혁의 새카만 눈과 그와 대비되는 붉은 입술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은밀하고 뜨거운 열정이 가득했다.

갑자기 몸에 열기가 느껴졌다. 덥다는 생각이 들고 입이 바짝 말랐다.

‘미쳤어. 김민석. 미쳤어.’

김민석은 순순히 끌려 내려가며 연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쩐지 눈앞의 이 남자에게 반항하거나 그를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최상혁이 조금 전 내보인 서하윤에 대한 애정이 자신까지 감화시킨 건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몸에 각인된 최상혁에 대한 친근감이 발휘된 것일 수도 있고.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입술이 가까워지자, 김민석은 저도 모르게 눈을 스르륵 감았다. 그리고 곧, 입술이 부딪혔다.

강렬한 육욕이 느껴지는 진득한 키스가 쏟아졌다. 입술을 빨고 씹고 핥는 행위가 얼마나 노골적이고 적나라한지 저절로 얼굴이 빨개졌다. 머릿속으로는 빨리 이 입술을 떨쳐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의 방향은 전혀 달랐다. 입술을 가르고 오는 혀를 반갑게 맞아들이듯 입이 절로 벌어지고, 얽히고설키는 혀의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었다.

“으음…. 음….”

델 듯 뜨겁고, 진득하리만치 진한 키스였다. 머릿속은 어느새 멍해져 있었다. 김민석은 닥쳐드는 파도에 휩쓸리듯, 이 강렬한 키스에 속절없이 휩쓸리고 말았다.

어느새 두 팔은 최상혁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최상혁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뜨거운 키스를 퍼부으며 김민석의 셔츠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뜨겁고 단단한 손이 허리를 훑으며 위로 올라왔다. 뿌리쳐야 한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몸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묘한 기대감과 감각이 온몸을 간질간질하게 하였다.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제기랄.’

김민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서하윤의 몸은 쾌감에 약해도 너무 약했다. 한마디로 야한 몸이었다.

“아…!”

최상혁의 손가락이 가슴에 있는 유두를 스치는 순간 김민석은 작은 탄성을 토해 냈다. 단지 유두를 한번 비볐을 뿐인데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짜릿짜릿한 자극이 온몸에 번져 나갔다.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김민석은 최상혁의 목에 감은 팔에 힘을 주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키스를 이어 가는 최상혁이 작게 웃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상황이어서 그런 걸까? 그 웃음은 유난히 섹시하고 야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 만지지 마요.”

김민석은 애원하듯 속삭였다. 하지만 서하윤 특유의 나른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이니 되레 더 해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들렸다. 실제로 김민석의 머릿속 한구석에는 조금 전 맛보았던 그 생경하고 짜릿짜릿한 쾌감을 더 맛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반,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다. 김민석이 살짝 몸을 빼내려 했지만, 최상혁이 그리 두지 않았다. 그는 마치 자신에게서 벗어나려 한 김민석을 벌하듯이 두 손가락으로 유두를 세게 잡아 비틀었다.

“앗…!”

김민석은 허리를 비틀며 날카롭게 신음했다. 못 견디게 짜릿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며 동시에 아랫도리를 직격했다.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성기에 열이 몰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작은 젖꼭지 하나로 몸이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그렇게 만든 최상혁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겨우 그걸로 이렇게 돼 버리는 서하윤의 몸이 대단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최상혁이 유두를 잡은 채 이리저리 비틀었다.

“아앗! 앗! 하, 하지 마.”

김민석은 키스하는 것도 잊은 채 연신 신음했다. 자극이 너무 과해서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속옷이 축축하게 느껴졌다. 단단히 곧추선 성기가 쿠퍼액까지 꾸역꾸역 토해 내고 있었다.

“하지 말라고?”

최상혁이 비웃듯 말하더니 유두에서 손을 뗐다. 조금 전까지 괴롭힘당하다 해방된 유두가 새빨간 색으로 바짝 곤두선 채 파르르 떨렸다. 치솟는 안타까움에 저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였다. 조금 전의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더 해 달라는 말도 차마 하지 못한 채 김민석은 우물쭈물거렸다.

“아….”

아쉬움이 담긴 옅은 한숨을 들은 최상혁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잡아먹을 것 같은 키스로 새빨갛게 변한 그의 촉촉이 젖은 입술이 더없이 선정적이었다. 김민석은 입 안 연한 살을 잘근잘근 씹으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체면과 상식을 지킬 것인가, 이대로 처음 느껴 보는 강렬한 쾌감을 탐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김민석은 남자였다. 남자라면 쾌감에 약한 것이 진리였다. 하지만 차마 계속하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김민석은 그 말을 하는 대신, 이번엔 자신 쪽에서 최상혁에게 입술을 부딪쳤다.

조심조심 시작된 키스는 금방 격렬해졌다. 최상혁이 피식 웃으며 다시 김민석의 유두를 잡아 강하게 비틀었다.

“아흑…!”

기대했던 것 이상의 쾌감이 직격했다. 그것만으로도 거의 쌀 것 같았다.

“그렇게 좋아?”

“아으… 조, 좋앗.”

김민석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중얼거렸다.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이고 있었다. 김민석은 저도 모르게 최상혁에게 몸을 가까이 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최상혁에게 슬쩍슬쩍 몸을 비비고 있었다.

“제기랄, 서하윤.”

최상혁이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갑자기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깜짝 놀라 최상혁의 목을 끌어안고 있으려니 그가 일인용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안방으로 들어갔다. 가까워지는 침대를 보고 있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중에 섞여 있는 것은 분명 기대였다.

풀썩.

“읏.”

그대로 침대에 던져졌다. 최상혁이 양복 상의와 조끼를 벗어 던지며 김민석 위로 올라앉았다. 항상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던 그의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져 있었다. 아까 키스하며 무의식중의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머리를 흐트러뜨린 채 넥타이를 당겨 풀어 헤치고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리는 모습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마치 값비싼 스트립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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