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97화 (197/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97화

"참 많이도 모았네."

살리에르가 작곡한 것만 100곡이 넘었다.

한평생 음악가로 살았던 사람이니 분명 이것보다 더 많은 곡을 작곡했을 것이다.

그중 대다수가 소실되었겠지만, 다행히 레비회장이 전부 다 사라지기 전에 보관해 놓았다.

물론, 100곡이 넘는 악보들을 다 챙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참 대단한 열정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이게 정말 살리에르의 곡이 맞나?"

현재 학계에 알려진 살리에르의 곡들과 레비회장이 가지고 있는 곡들을 비교한 바에 의하면, 의심스러울 정도로 달랐다.

보통 음악가가 작곡할 땐 본인의 성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위대한 작곡가들 역시 본인의 성향을 고스란히 악보에 녹여 놓는다. 그래서 후대에 이르러서도 작곡가 미상의 악보가 나타나도 추측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살리에르의 악보에는 본인의 성향이 녹아들어 있지 않았다. 세간에 발표된 악보에는 확실한 살리에르의 시그니 쳐가 담겨 있었지만, 이 악보들은 그렇지가 않다.

더욱이 수준 차이도 심했다.

만약 악보에 살리에르의 사인이 적혀 있지 않았다면 이건 그의 악보가 아니라고 단정 지었을 것이다.

"혹시 다른 작곡가의 곡을 가져왔나?"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 평생 음악 문화 발전에 힘을 쓴 살리에 르가 남의 곡을 가져와 본인의 것으로 만든다?

레비 회장과 마찬가지로 그는 본인 기량을 뽐내기보다는 음악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본인 명예에 흠집이 갈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로 살리에르 본인의 곡이라는 것인데…….

"곡의 구성도 특이해."

살리에르는 화성학의 대가답게 곡마다 정확한 계산이 들어가 있었다.

또한 각각 음을 배치하는 방식 역시 복잡하지만 치밀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든다.

모차르트만 아니었다면 살리에르는 정말 음악계를 지배했겠구나라고.

그러나 이 악보들을 볼 때 무언가 괴리감이 든다.

분명 화성학적으로 잘 배치되어 있는 곡들인데, 어딘가 자꾸 어색함을 드러낸다.

그게 대체 뭘까?

***

"연이은 성공.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희대의 음악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슈퍼 스타. 이 모든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장연욱이 크로노스 재단의 대표가 되었다는 루머가 해외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크로노스라는 기업이 뭔지는 알고 있어도 그곳에서 운영하는 재단이 뭔지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다. 그런데 장연욱이 크로노스 재단의 새로운 대표로 선출될 거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높아졌다.

[크로노스 재단이 운용하는 자금만 2조 원! 장연욱 재벌급 반열에 들어가나?]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장연욱이 크로노스 재단의 대표로 선출? 당혹스러워.]

[뜬소문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장연욱을 둘러싼 각종 루머들.]

법적 나이로 성인이 되지 않은 장연욱이 대표로 선출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일축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법적 나이야 곧 있으면 차게 되니 천천히 인수인계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2조 원을 운용하는 재단을 맡는다는 게 말이 되냐?

-2조까지는 아니라고 하던데. 1조 원이 조금 넘는다고 함.

-이미 조 단위가 넘어가는 재단이면 대기업급 아닌가? 그런 곳에 대표를 맡는다고? 백퍼 구라임.

-세력들이 주가 조작하려고 난리 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임.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당연 장연욱일 것이다.

완벽한 외모, 거기다 세계를 장악한 음악 실력.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그의 팬덤은 이미 거대해졌다.

하지만 그 팬들조차도 이번 소식은 워낙 뜬금없어서 루머라 생각했다.

[장연욱, 크로노스 재단 대표되는 거 맞다.]

[장연욱 공식 입장. 크로노스 재단 대표가 되어 음악 발전에 기여하겠다.]

그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장연욱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재단 대표가 되기로 합의를 봤고, 천천히 인수인계 중이라고 말이다.

월드 스타인 그가 이젠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재단의 대표가 된 것이다.

"다행이다."

휴대폰을 통해 시시각각 동생의 소식을 확인하고 있던 혜나.

장연욱이란 이름을 하루도 빠짐없이 검색하며 거의 병적으로 반응들을 살피는 중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아마 그 아이는 모를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이날만을 기다렸는지 말이다.

동생은 줄곧 누나의 성공만을 바라겠지만, 사실 혜나야 말로 진심으로 연욱의 성공을 바랐다.

그리고 그 아이가 크게 성공하는 날까지 기다렸다.

그 아이는 영원히 기억 못 할 삶들을 거치면서.

"아- 떠나기 싫다."

침대에 누워 쭉 뻗은 손을 나지막이 바라보았다.

점점 그 형체가 옅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니까.

***

"웰컴 투 런던."

런던 공항에 도착한 연욱을 반기는 건 엘리자 베스 여왕이 보낸 호위대였다.

또한 연욱이 런던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수많은 팬들이 공항 가득 모여 들었다.

"연욱!!"

"여기 좀 봐줘요!"

"노래 한 곡 불러줘! 제발!"

"나도 사진 찍을래!!"

런던 시민 전체가 모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굉장히 많은 인원이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한 사이트에서 장난 삼아 인기 투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영국 여왕보다 압도적인 표차로 연욱이 승리한 적이 있었다.

"밀지 마세요! 그러다 다칩니다!"

"모두 물러나 주십시오!"

여왕이 괜히 경호원들을 수백 명이나 붙인 게 아니었다.

인산인해로 모여든 시민들 때문에 그 많은 경호원의 숫자가 부족해 보일 정도였다.

"휴. 고맙습니다. 간신히 차에 탔네요. 하마터면 휘말려서 사라질 뻔했어요."

간신히 차량에 도착한 연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경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왕님을 경호하는 것보다 더 힘들군요."

"예. 이 정도로 긴박한 경호는 처음이었습니다. 혹시라도 테러가 일어날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경호원들도 사람이었다.

괜한 불상사가 일어날까 조심, 또 조심을 더했다.

"버킹엄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네. 저는 그동안 이것 좀 보고 있을게요."

연욱은 런던에 도착하고 나서도 자료 확인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옆에서 경호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슬쩍 화면을 확인해 보니, 왠 악보들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느낀 탓인지 연욱이 말했다.

"아. 살리에르의 악보에요. 몇 달 전부터 이것들을 해독하느라……."

"그러시군요."

악보를 해독해?

그냥 연주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경호원들은 이해 못 할 얘기였다.

"자, 도착했습니다. 여왕님과 이사진이 버닝홀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오늘 연욱이 런던을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크로노스 재단의 이사진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 좀 늦으셨군요."

"하하. 원래 주인공은 매번 늦기 마련이죠. 아까 공항 실시간 뉴스 못 보셨습니까?"

"역시 슈퍼스타의 삶은 힘들어요. 공항 한번 나오는 데에도 그렇게 힘이 들다니."

연욱이 홀에 들어오자마자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이사들이 한마디씩 꺼냈다.

이들이 하는 말만 들어보면 확실히 그를 별로 반가워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욱은 광채가 나는 듯한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모두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득이하게 조금 늦었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영국에서 여왕인 나보다 인기가 많은 사람인데, 당연히 늦을 수밖에."

여왕마저도 조금 앙금이 남아 있었다.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역시 이사진은 만만치가 않다.

일단 이사진에 여왕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펙업이었다.

'역시 듣던 대로 어리군.'

'얼굴이 참 조각이야. 동양인한테 저런 외모가 나올 수 있는 건가?'

'음악 실력은 확실히 좋던데. 아니. 가히 천부적이야. 하지만 경영은 또 다르지."

몇 달 전부터 진행된 인수인계.

크로노스 재단을 세우고 운영을 해왔던 레비회장이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저 어린놈에게 키를 맡겼다.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레비 그 인간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믿고 맡길만큼 물렁한 사람이 아닐 터.'

'저 애송이한테 정말 뭔가를 본 건가? 레비는 안목이 굉장히 좋지 않나?'

못마땅하고 또 못마땅했다.

그러나 레비의 결정이다.

존중해야 한다.

아무리 여왕이라도 레비의 최후 결정만큼은 인정해 주고 싶었다.

들리는 소문에 오늘내일하고 있다는데, 그럼 이건 그의 마지막 유지와도 같은 일이지 않은가.

"대표 선출에 있어서 반대하시는 분이 계십니까?"

총 12명으로 구성된 이사진.

연욱까지 합치면 13명이었다.

하지만 현재 투표권이 있는 건 이 12명이었다.

"크흠."

반대에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레비 회장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존중은 하지만 그것을 무조건 복종할 수는 없는 법이다.

"대표로 선출되는 것에 불만은 없다만, 그 이후에는 내가 여기서 쭉 지켜볼 겁니다."

여왕의 발언이었다.

사실상 이사진에서 가장 발언권이 센 인물이다.

"크로노스 재단이 운영하는 자금만 1조 원이 넘어요. 거기다 최근 장연욱 대표로 인해 크로노스 재단이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후원금이 몰려들고 있어요. 회계사와 변호사들 말로는 이 추세라면 운영 자금이 3~5조 원까지 불어 날 거라고 하더군요."

5조 원.

최소 3조 원에서 5조 원이라고 말했지만, 이사들 귀에는 5조 원밖에 들리지 않았다.

단순히 음악 발전에만 쓰기에는 정말 아까운 돈이었다.

"경영에 경험이 없는 장 대표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겠죠. 그러니 이사진의 조언을 잘 귀담아들 으셔야 할 겁니다. 만일 돈을 허투루 낭비하고 재단의 목적을 상실하게 만든다면 난 이사진을 소집해 장 대표를 해임할 겁니다."

거의 협박이었다.

그리고 여왕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연욱은 크로노스 재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

평생 음악만 하면서 악기나 연주하던 사람이 어떻게 수조 원의 재단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대표 선출 승인만 해주고 해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다른 이사들도 동의한다는 듯 별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연욱의 반응이었다.

과연 저놈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는 거 아니야?'

'이 정도로 몰아붙였으면 본인 스스로 대표 자리를 던질 수도 있겠어.'

그러한 생각에 군침을 흘리고 있던 이사들.

이 엄청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연욱이 금방 때려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연욱의 안색은 여전히 밝았고, 주름이 단 한 곳도 잡히지 않았다.

"그럼 대표로써 이제 일을 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음? 어떤 일을 말하는 거죠?"

그러자 연욱이 웃으며 대답했다.

"대표의 권한을 이용해 이사진을 한번 뜯어고 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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