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91화 (191/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91화

[오늘 진짜 역대급 무대였다.]

-내 평생 이런 콘서트를 본적이 있나 싶다. 첫 번째 무대부터 갑자기 락 스타일로 나와서 혜나가 일렉 기타 치는 거 보고 성불했다.

-진짜 혜나가 일렉 기타 치는 건 충격이었음

-너무 멋있더라. 항상 예쁘기만 했는데, 그런 반전 모습을 보여줘서 넘 좋았어.

뉴욕에서 열리는 첫 JJ와 랜디의 월드 투어 공연이 끝난 뒤, 직접 뉴욕까지 날아가 콘서트를 관람했던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열심히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들처럼 뉴욕까지 가서 콘서트를 볼 수가 없었던 네티즌들은 부러움에 그들의 글을 찾아 읽을 뿐이었다.

-영상이라도 좀 올려 봐.

-안 그래도 내가 직촬한 거 올렸다. 링크 따라가서 봐라.

-와! 고마워요.

-두 번째 무대도 레전드였네.

-두 번째 무대가 The music in my mind 였는데, 재즈풍으로 리메이크 했더라.

첫 번째 무대에 이어지는 두 번째 무대에서는 JJ와 랜디의 콜라보 앨범 곡이었다.

원곡과는 다른 재즈풍 음악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세 번째 무대는 연욱이 혼자 부르는 거임?

-미친. 혼자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거 올만에 보네.

-ㄹㅇ개간지다.

-근데 처음 들어보는 노래다?

-세 번째 무대 시작 전에 연욱이 멘트 날리는 거 있음. 자기가 이번에 새로 작곡한 곡이라고 했어.

세 번째 무대는 연욱이 월드 투어 전에 작곡한 솔로 곡이었다.

연욱은 뛰어난 작곡 실력과 노래 솜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위한 솔로 곡을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까지 딱 한번 냈을 정도로 악명이 높은데, 팬들의 쇄도하는 요청에 월드 투어를 위한 솔로 곡을 작곡했다.

그 곡을 처음으로 월드 투어에서 보여 준 것이었다.

-노래 진짜 좋다.

-나 세 번째 무대만 반복해서 듣는 중임

-아냐. 네 번째로 넘어가 봐.

-네 번째가 진짜임.

연욱의 솔로 곡에 푹 빠져 버린 사람들은 얼른 네 번째로 넘어가라는 사람들의 글을 보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 보았다.

놀랍게도 세 번째 무대에서 음악이 이어지는 것 같더니, 월드 투어 전에 만든 아스텔로 OST가 나오고 있었다.

연욱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사이, 오케스트라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합창단이 그 뒤에 섰다. 그리고 예쁜 드레스로 차려 입은 혜나가 무대 가운데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자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왜 이번 월드 투어 무대가 역대급이라는 얘기를 듣는지 알 것 같았다.

보통 콘서트를 하게 되면 가수가 주구장창 본인의 앨범 노래를 들려주며 장르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억지로 텐션을 일으키려 할 때도 많고 자칫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무대는 그럴 틈이 없었다.

끊임 없는 장르와 무대의 변화.

마치 한 편으로 이어진 화려한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그 비싼 티켓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의 스케일과 구성이었다.

-다음 투어 일정이 어디라고 했지?

-이거 꼭 직관하고 싶다. 한국은 언제 와?

-아. 하필이면 왜 뉴욕에서부터 시작이야 ㅠㅠ

-한국도 빨리 와서 해줘

무대 영상이 공개되면서 기대감은 더욱더 커지고 티켓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 * *

“JJ와 랜디의 콜라보 월드 투어가 날이 갈수록 큰 흥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 모든 공연의 티켓이 매진된 상태이며,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되팔이 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중입니다.”

뉴욕에서부터 시작한 월드 투어.

미국을 넘어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영국, 프랑스 등등.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팬들을 만나는 중이었다.

“이야. 뉴스 봤어? 티켓값이 무려 20배야! 20배!”

“아까 뉴스에서는 10배라고 하던데요?”

“흐흐. 그게 또 금새 오른 거지. 우리가 매번 무대를 선보일 때마다 값이 갱신되고 있어.”

월드 투어 무대의 티켓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게 또 20배로 되팔이 되다니.

하지만 딱히 그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 무대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봤어? 우리 투어의 핵심이 그거잖아. 매번 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딱 한번만 볼 수 있는 무대를 보여 준다. 맞지?”

랜디의 말대로다.

보통 월드 투어라고 하면 똑같은 레파토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끔씩 변화를 주곤 하지만, 매무대마다 변화를 줄 순 없으니 비슷한 구성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첫 월드 투어인만큼 매번 다른 무대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무대를 다르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곡 구성도 다르고 무대에서 보여 주는 퍼포먼스도 달랐다.

“처음에 네가 똑같은 무대를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 미친놈인 줄 알았어.”

월드 투어에 대한 논의를 했을 때 랜디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땐 정말 날 미친놈처럼 바라보긴 했었다.

“근데 그걸 또 해내는 걸 보면 넌 참 대단한 놈이야.”

“랜디랑 혜나 누나가 잘 따라와 주니까 그런 거죠.”

“하하. 구성은 네가 전부 짜 놓고 우린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뭘.”

랜디는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재떨이에 내려 놓았다.

내 시선을 느낀 탓인지 케이스에서 새로운 시가를 꺼냈다.

“너도 하나 줄까?”

“아뇨. 저 술담배 안 해요.”

“그럼 다른 걸 하나?”

“다른 거요?”

“이거.”

랜디는 주사기를 꽂는 시늉을 했다.

“마약은 더더욱 안 하고요.”

“그거 이상하네. 보통 그 정도로 성공한 연예인들은 한번씩 다 해보는 게 바로 마약인데 말이야. 혹시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서 그런 건가?”

“그럴 리가요. 한국에서 연예인들이 얼마나 마약을 많이 하는데요. 그냥 제 취향에 안 맞아요.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우리 같은 아티스트들은 끊임 없이 뭔가를 갈구해.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술과 담배를 하다 마약으로 넘어가는 거지.”

무슨 뜻인지는 이해가 됐다.

유독 작곡가들이 이런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내 주변만 봐도 허구한 날 약에 취해 있는 놈들 천지다.

마약 청정국이라고 떠들어 대는 한국도 이 지경인데 외국 시장은 오죽하겠는가.

“왜 그런 눈으로 봐? 나도 마약 끊은지 오래야. 정확히 말하자면 너랑 콜라보 하고 나서부터 끊었지.”

“얼마 안 됐네요?”

“응. 근데 요즘은 딱히 마약할 생각이 안 들어. 특히 월드 투어를 시작하고 나니까 더 생각이 안 나. 오히려 마약을 했을 때보다 더 영감이 샘솟는 느낌이야.”

그러나 술을 끊을 순 없는지 그는 위스키를 잔뜩 컵에 따랐다.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게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 셜록 홈즈 소설 알지? 거기서도 셜록은 사건이 없을 땐 계속 마약을 하잖아. 사건이 생기면 바로 마약은 건들지도 않고 말이야. 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

“그 말은 투어가 끝나면 다시 약을 하겠다는 건가요?”

“음. 글쎄.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영감이 샘솟으면 다시 음악 활동을 하지 않을까? 그동안 내가 음악을 하지 않은 건 단순히 영감이 없었기 때문이야.”

랜디가 오랫동안 쉰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나는 그냥 이미 돈도 벌어 놓을만큼 벌어서 푹 쉬는 줄로만 알았다.

“근데 널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 아니. 사람이 아닌 거 같아.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끊임없이 악상을 떠올릴 수 있는 거지? 넌 매번 번뜩이는 생각을 가지고 있잖아. 솔직히 너처럼 대단한 아티스트들은 항상 약을 끼고 살거든. 약빨로 영감을 떠올리는 거지.”

랜디는 나를 꼭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 보듯이 바라보았다.

“궁금하단 말이야. 네가 이상한 쪽으로 빠질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뭔지.”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그래야 나도 배울 거 아니야. 너랑 콜라보 앨범하면서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타오르는 거 있지? 근데 분명 투어가 끝나면 예전처럼 돌아갈 거 같아.”

나를 지탱하는 무언가라.

나는 저 너머에 있는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누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스 몬스터한테 또 막힌 것인지 아까부터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게임에 열중 중이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랜디.”

“응?”

“연애를 하세요. 아니. 결혼을 하세요. 그럼 책임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의지할 것도 생길 테고요.”

“으-. 너 방금 우리 엄마 같았다.”

랜디는 몸서리를 치며 손을 저었다.

아무래도 결혼은 자신을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가족이 생기면 책임감과 의지할 곳이 마련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누나와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랜디도 결혼을 통해 그 활로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오롯이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건 누나 덕분이었으니 말이다.

“아참. 이따 파티에 같이 갈래? 이름만 대면 알만 한 사람들이 전부 모인다더라. 그리고 그 사람들이 너랑 혜나를 엄청 보고 싶어해.”

우리의 월드 투어 무대를 슈퍼 스타들이 유행처럼 관람하러 온다고 들었다.

그리고 우리 무대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인터뷰를 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내가 한때 동경했던 슈퍼 스타들이 내 공연을 보고 극찬을 아까지 않는 것을 보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이제 정말 내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타 반열에 올랐다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가는 것이니 말이다.

“아뇨. 안 갈래요.”

“진짜? 그런 것도 즐기면서 머리를 한번쯤 비워야 하지 않을까?”

“그럴 시간이 없어요.”

“왜? 무대 준비 때문에?”

“아뇨. 이따 국내 증시 봐야해서요.”

랜디는 일어난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내가 말뜻을 이해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듯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주식 시장을 보겠다는 거야? 온갖 스타들이 모이는 파티를 거절하고?”

“네. 오늘 특별히 또 중요한 날이라서요. 시장 변동성을 잘 확인해야 하거든요.”

“오늘이 무슨 날인데?”

“네 마녀의 날이요.”

“네 마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증시 용어에요. 아무튼, 파티 잘 다녀와요. 랜디.”

랜디는 보면 볼수록 이해가 안 되는 놈이라며 먼저 방을 나갔다.

온갖 슈퍼 스타들이 모이는 파티.

솔직히 구미가 당기기는 했으나, 지금 태블릿 화면을 보면 그런 생각이 금방 사라졌다.

자본금 수백억으로 주식 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스릴 넘치고 재밌는 일인지 랜디는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혜나 누나 덕분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다면 지금은 주식 덕분에 다른 나쁜 생각들을 전혀 안 하는 것 같았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연인과 헤어지면 주식을 시작하라고.

이걸 보느라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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