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89화 (189/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89화

장연욱이 음악 감독을 맡은 지 열흘째가 되는 날.

김선강 디렉터는 진행 상황이 궁금해졌다.

현재 장연욱은 월드 투어도 앞두고 있지 않은가.

필시 빠른 시간 내에 일을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촉박한 시간에 더 급하게 끝을 내려 한다면 곡의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터.

“대충 핑계를 대고 가 볼까?”

OST 진척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궁금했던 김선강 디렉터는 개발진들과 진지하게 상의를 했다.

“저희가 진행 상황 정도는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네. 계약도 했으니, 그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게 권리죠.”

“그래? 그럼 너희들이 우리 장연욱 감독님한테 전화 한번 해 볼래? 그렇게 자신 있으면 너희들이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

“······.”

다들 말이 없었다.

지금 그들에게 장연욱은 까마득한 존재였다.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아티스트. 그와 더불어 저번 만남 때 보여줬던 그 괴물 같은 게임 실력은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까지 생겨났다.

거기다 장연욱은 그 치명적인 외모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동시에 타고난 사람이다.

또한 그에게 여러 수식어가 붙어서인지 도저히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저희 이름은 들어도 모르실 텐데······.”

“하하. 벌써 까먹었을걸요?”

“하지만 디렉터님 이름은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저희보다 디렉터님이랑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게 그분한테도 실례가 아니지 않을까요······?”

말은 그럴싸하게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발진은 장연욱을 만나기가 부담스러웠다. 더군다나 만난서 일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보고를 받으라고?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분명 일대일로 만나면 입도 제대로 못 열게 뻔했다.

“후- 이런 것들을 내가 부하 직원이라고.”

김선강 디렉터도 개발진을 탓할 수 없었다.

그들 말대로 자신이 직접 가서 물어보는 게 예의인 것 같았으니 말이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놈의 눈치를 뭘 그리 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장연욱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가수이며, 아이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뽑히기까지 했다.

청와대에서 제발 한번만 와달라고 사정을 하며 초청을 할 정도이니, 김선강 디렉터로서는 감히 상대하기 어려운 큰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커피랑 간식 같은 걸 사서 가면 좋은 핑곗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음. 그거 괜찮은데? 인원수 몇 명인지 체크해서 나한테 알려줘. 내가 커피라도 배달해야겠다.”

“예.”

김선강 디렉터는 커피와 간식을 잔뜩 챙기고 장연욱이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연습 중이라는 작업실로 향했다.

빠바밤-!!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슴을 흔드는 웅장한 음률이 흘러나왔다.

오케스트라가 열심히 연주하면 한쪽에 모여 있는 합창단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있는 장혜나도 높은 고음을 올리며 더욱 음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 소리를 잠깐 들었을 뿐인데도 김선강은 몸에 찌릿하는 전율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음악이 정말 제대로 뽑히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

“잠깐 숨 좀 돌리고 다시 하겠습니다.”

연욱은 김선강 디렉터와 직원들이 들고 온 간식을 보고 잠시 연습을 중단시켰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들 왜 이렇게 초췌해 보이는 거죠?”

“너도 그렇게 보이지?”

“네. 다들 꼭 잠을 며칠 못 잔 사람마냥······.”

직원들이 쑥덕이는 소리를 김선강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다들 표정이 피곤해 보였다.

특히 포레스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토니 윌슨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랑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핼쑥했다.

“마에스트로. 여기 커피라도 한잔 하시죠. 빵도 준비해 왔습니다.”

김선강 디렉터는 토니 윌슨에게 다가가 커피를 건넸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그걸 받던 토니가 김선강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이오?”

“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당신이냐는 거요.”

피곤함이 절여 있는 목소리와 눈가에 분노가 일렁였다.

“왜, 왜 그러시죠?”

“당신··· 전부 당신 때문이야.”

“네?”

“당신이 우릴 저 악마한테 인도했어.”

김선강은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하지만 토니의 눈동자가 향한 곳을 보니, 그가 말하는 악마가 누군지 알 것도 같았다.

“그렇게······ 힘드신가요?”

“힘드냐고? 내 평생 이런 연습은 처음 봐. 저 사람은 미쳤어. 음악의 악마가 있다면 바로 저런 사람을 말하는 걸 거야.”

토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커피를 한번에 쭉 들이켰다.

“사람을 찍소리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악마적인 재능에 될 때까지 시키는 집요함까지. 거기다 미세한 실수도 다 잡아내서 아주 우릴 말려 죽이고 있어.”

“······.”

“후-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토니의 말을 듣고 김선강 디렉터는 내심 불안해졌다.

“혹시 중간에 하차하시는 건 아니겠죠?”

“미쳤어? 그랬다가는 우리 포레스트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질 텐데. 그리고 아무 실용성도 없이 연습만 시켰다면 진작 때려치고 나갔을 거야. 근데 아무도 그러질 못하고 있잖아. 본인들 커리어와 연주 실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 다들 가만히 있는 거라고. 내가 방금 그랬지? 악마적인 재능이라고.”

악마적인 재능은 그런 뜻으로 말했던 건가.

확실한 건 모두 끝까지 버틸 작정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에스트로. 잠깐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아, 네!”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하다 연욱이 부르자 토니는 화들짝 놀라며 뛰어갔다.

연욱이 대체 어떻게 삶았기에 사람이 저러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오~ 저번에 만나 뵀던 그분 맞죠? 아스텔로 디렉터님.”

토니가 가고 나서 이번에는 아름다운 금발의 여성이 다가왔다.

연욱이 OST를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곧장 한국으로 날아왔다는 제니 웨이든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토니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고마워요. 디렉터님 덕분에 우리 연욱이랑 하루 종일 연습할 수가 있었어요.”

“다른 분들은 다 힘들어 보이시던데, 웨이든 씨는 괜찮으신가 보네요.”

“호호. 전 찐하게 연습하니까 너무 좋던데요. 엔돌핀이 확 돌고 갈수록 젊어지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다른 이들에 비해 제니는 피부에서 광이 나는 것만 같았다.

“아참. 그리고 이번 곡들, 기대해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습니까?”

“네. 어차피 내일이면 프로젝트도 다 끝나니까 그때 쭉 들어보시면 되겠다.”

김선강 디렉터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내, 내일이요? 내일 연습이 다 끝난다는 겁니까?”

“연습도 끝나고 녹음도 끝나는 거죠.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연습이에요. 녹음할 곡도 딱 한 개 남았고요.”

열흘 만에 5개 곡을 완성했다는 건가?

아무리 봐도 월드 투어 때문에 일을 엄청 빨리 진행시킨 것 같았다.

즉, 곡의 퀄리티가 굉장히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 김선강의 굳은 표정을 보고 제니가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요. 우리 연욱이가 뭘 대충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오래 질질 끌 사람도 아니에요. 항상 빠르게 최고의 결과만 내놓는 사람이니까 너무 걱정 마요.”

걱정이 안 될 수가 있을까.

아니. 당장이라도 연욱한테 달려가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휴식 끝. 모두 모여주세요.”

하지만 물어볼 새도 없이 연습이 재개됐다.

하는 수 없이 김선강 디렉터는 뒤에 멀찍이 서서 연욱과 오케스트라의 연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윽고 노래가 시작되고,

“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왜 제니가 걱정하지 말라며 격려를 해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 * *

[장연욱 OST 제작 전부 완료. 월드 투어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12일 만에 OST 제작 끝? 미국으로 떠난 JJ.]

[여기저기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 장연욱 최악의 OST 나오나?]

[벌써 완성? 장연욱 OST 논란 커진다.]

장연욱이 5개의 OST를 12일 만에 전부 완성하고 미국으로 떠났다는 기사가 뜨면서 큰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음악 쪽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보통 게임 OST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주곡을 만들어 냅니다. 합창도 간간이 섞여 있고요. 이런 거 조율만 해도 한 달이 넘게 걸립니다. 그런데 12일 만에 OST 1개도 아니고 5개를 완성시켰다? 이건 진짜 대충했다고 봐야죠.

-진짜 양아치네. 돈만 꿀꺽하고 튄 거잖아.

-월드 투어 핑계로 진짜 돈만 꿀꺽 하고 튀었나 보네.

-근데 이걸 만든 사람이 장연욱인데? 장연욱이 절대 대충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님이 장연욱 친구라도 됨? ㅋㅋㅋ 쉴드도 적당히.

12일 만에 OST 작업을 끝냈다고 하니,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

역대급 OST가 될 거라 예상했었으나,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라면서 장연욱을 비판하고 나섰다.

-저도 음악 쪽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장연욱은 이 바닥에서 유명합니다. 절대 대충하지 않고 한번 할 땐 지독하게 하는 아티스트라고요. 거기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남들보다 10배는 작업이 빠르다고 합니다. 아마 12일이란 기간도 장연욱 입장에서는 충분했던 시간이 아닐까요?

-알바야. 소속사에서 뿌렸냐?

-알바 댓글이 많이 보이네.

-어디서 수작질이야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되고 주가에 영향까지 미치려고 하자 아스텔로 개발진에서 긴급 발표를 했다.

[장연욱이 작곡한 OST. 내일 풀린다.]

[이례적인 상황. 게임 업데이트도 안 됐는데 OST 선공개.]

OST를 선공개 하겠다는 개발진의 발표.

사람들은 깔 땐 까더라도 OST나 한번 들어보자면서 OST 공개 전날부터 뉴튜브 사이트에 들어와 기다렸다.

장연욱의 인지도 때문인지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국인 대기자들도 굉장히 많이 모였다. 덕분에 곡 공개 1시간 전 대기자가 50만 명이 넘었다.

앨범 발표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게임 OST 곡 공개일 뿐인데, 이 정도 숫자의 대기자가 모였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증거였다.

-얼른 나와라~~

-장연욱 나락 가는 거냐? 어썸 게이트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들어보니까 개판 쳐놓고 갔다던데.

-기다리는 사람 개많네. 장연욱 이제 끝이다 ㅋㅋ

-이래 놓고 곡 엄청 잘 뽑으면 다들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

-ㅇㅇ절대 그럴 일 없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곡이 공개되었다.

총 5개의 곡.

4개의 곡은 2~3분 정도를 하고 있지만 마지막 페이즈에서 나오게 될 다섯 번째 곡의 길이는 5분 40초였다.

곡이 공개되기 무섭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곡을 감상하기 시작했고, 꼬투리를 잡아 장연욱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고자 기다렸던 기자들과 갖은 악플을 준비시켜 놓았던 네티즌들 모두 5분 동안은 조용히 곡을 감상했다.

제발 이번 곡으로 장연욱이 쌓아 올린 모든 평판이 한번에 무너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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