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88화
[대규모 업데이트 한 달 남겨 둔 아스텔로. OST 변경?]
[아스텔로, 새로운 작곡가 구했다.]
[장연욱, 아스텔로 OST 감독 맡는다.]
장연욱이 아스텔로의 새로운 음악 감독이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모든 게임 커뮤니티가 뜨겁게 타올랐다.
-아니. 월드 투어 준비 중 아니었냐? 그리고 업데이트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음악 감독 교체하는 건 무슨 심보임?
-와. 월드 투어 준비하면서 게임 OST 감독까지 맡는다고?
-장연욱이 아스텔로에 대해 아는 게 있긴 한가? 게임도 안 해 본 사람이 만드는 OST라······.
-누가 장연욱이 게임 안 한다고 했음? 게임광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스케쥴 소화하느라 바쁜 사람이 게임할 시간이 있겠냐?
처음에는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 저기서 나왔다.
아스텔로를 플레이 해본 적 없는 장연욱이 어떻게 OST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유저들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아스텔로 개발 회사인 어썸 게이트 SNS 계정에 새로운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업데이트 예정 중인 레이드를 플레이 하고 있는 장연욱 감독님!]
곧이어 장혜나도 본인 게임 계정을 SNS에 올리면서 장연욱과 자신이 아스텔로를 오랫동안 플레이 한 게이머라는 것을 인증했다.
-뭐야. 둘 다 게임을 한다고?
-게임할 시간이 있긴 해?
-심지어 나보다 레벨이 높네. 키워 놓은 캐릭터 숫자도 많고.
-혜나보다 장연욱이 더 심하다. 도대체 그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어떻게 계정을 저렇게까지 키워 놓은 거임?
-레알 진성 게이머였네. 게임룸 꾸민 거 봐라. 개부럽다.
장연욱과 아스텔로의 콜라보.
상상도 못 한 조합이기에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사에 또 한번 커뮤니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포레스트 오케스트라 한국 입국. 장연욱과 아스텔로 OST 녹음한다.]
포레스트 오케스트라.
세계적으로 크게 호평을 받는 게임들의 OST 연주를 종종 맡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로 인해 몸값이 비싸고 보통 게임에는 좀처럼 연주해 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장연욱 이름만 보고 한국으로 넘어온 포레스트 오케스트라.]
[무슨 게임인지 알아보지도 않았다. 장연욱이 감독을 맡는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수락.]
포레스트 오케스트라가 장연욱의 이름만 보고 녹음을 위해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기사에 네티즌들이 놀라는 것도 잠시.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제니 웨이든도 아스텔로 OST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제니까지 뒤이어 녹음을 위해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모든 커뮤니티가 한동안 난리였다.
-장연욱이 진짜 세계적으로 유명하긴 한가 보다. 포레스트에 제니 웨이든까지 뛰어올 정도면.
-그걸 말이라고 함? 랜디랑 빌보드 1위까지 먹고 유럽에서는 핫한 패셔니스타도 됐음. 거기다 쇼팽 콩쿠르에서 크게 화제를 몰고 다녔잖아.
-장연욱이 온다고 하면 한 나라의 총리가 인사를 하러 온다잖아. 그게 장연욱의 위상임.
-아스텔로는 대체 뭔 짓을 했기에 장연욱을 감독으로 스카우트 한 거냐?
-아스텔로가 그렇게 재밌나? 나도 해볼까?
-난 지금 다운 받는 중.
K-POP의 위상을 세계적 반열로 올린 장연욱이었기에 당연히 그에 대한 여론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연욱이 푹 빠질 정도의 게임이라면 분명 재미가 있는 거라며 뉴비들이 아스텔로에 모이기 시작했다.
-아스텔로가 그렇게 클린한 게임이라며? 과금도 안 해도 되고.
-ㅇㅇ진짜 운영진이 유저들이랑 소통도 잘 해주고 과금 유도도 안 함.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금 유도가 없음.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과금 시스템에 질린 참이었는데, 이거나 해볼까?
-이거 한번 시작하게 되면 다른 게임 못 넘어간다. 우리나라 게임 진짜 과금 유도 너무 심해.
장연욱에서부터 시작된 과금 유도 여론이 형성되면서 기존에 있던 게임들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오늘 아스텔로 처음 해보는데, 진짜 과금유도가 없네. 아예 돈을 안 쓰는 건 아니더라도 다른 게임에 비하면 진짜 천사다.
-아스텔로 처음 플레이해보고 현타 왔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게임들은 다 뭐였나 싶네.
-이런 갓겜을 왜 이제 알았을까?
급기야 대대적인 게이머들의 이주 사태가 벌어졌다.
평화롭게 아스텔로를 즐기고 있던 플레이어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버 대기 5,000명 뭐임?
-나 이런 거 처음 봐. 서버 들어가려니까 30분 기다리래.
-뭐야. 뉴비들 왜 이렇게 많아?
-아스텔로가 이런 겜이었나? 서버가 꽉 차서 들어가지를 못하는데?
장연욱이 오랫동안 즐겼다는 게임이 뭔지 궁금해서 시작하는 사람도 많았고, 아스텔로가 타 게임에 비해 그래픽도 좋고 과금 유도가 없으며 운영진과 끊임없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다른 게임에서 넘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현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스텔로 개발진은 모든 서버가 유저들로 가득 차자 급하게 서버를 증설하며 발등에 떨어진 불을 해결하느라 바빴다.
-이 게임 왜 이렇게 할 게 많아요? 지루할 틈이 없네.
-장연욱이 괜히 이 겜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진짜 잘 만들었다.
-스토리도 좋고 연출도 마음에 듬. 이제 OST만 잘 나오면 되겠다.
-사실 아스텔로 다 좋은데, 딱히 OST가 좋았던 적이 없었어.
-진짜 기대된다. 장연욱이 만든 OST를 들으면서 게임을 하는 거잖아?
기대감이 증폭되면 그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법이다.
-너무 기대하진 말자. 아무리 장연욱이라고 해도 게임 OST 만드는 게 쉽냐?
-꼭 이렇게 김칫국 마시면 결과물이 이상하더라.
-근데 장연욱은 기대해도 되지 않냐? 이제까지 장연욱이 내놓은 곡 중에 실패한 게 단 하나라도 있음?
-그건 맞아. 어떤 곡을 만들든 장연욱 손 거친 것 중에 실패한 거 하나도 없음.
-그야말로 마이더스의 손이네.
장연욱이 음악 감독을 맡았다는 뉴스 한번에 아스텔로는 유저 수가 7배나 늘어났고, 어썸 게이트의 주가는 이틀 만에 40%나 상승하는 등,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 *
“지, 지금 나보고 뭘 하라고?”
“성악을 한번 연습해 보라고.”
누나는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아니. 난 성악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부터 해보면 되겠네.”
“대체 왜?”
“이번에 지옥 권좌 레이드에 쓰일 OST에 합창이 들어가거든. 그때 메인 소프라노가 하나 있어야 돼.”
“그니깐 왜 나를?”
“그거야 당연히 누나 목소리가 어울릴 거 같아서.”
어썸 게이트에서 개발진들과 지옥 권좌 레이드를 플레이하면서 악상을 떠올려 두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단순히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될 게 아니라는 점이다.
“너 신나게 레이드 뛰고 왔다면서. 근데 벌써 곡을 만들었어?”
“레이드 하면서 작곡도 동시에 했지.”
“그게···가능해?”
“불가능할 건 또 뭐야.”
“그래. 원래 넌 정상이 아니었지. 내가 잘못 생각했네.”
합창.
그것도 지옥 권좌에 나오는 보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 웅장한 음악.
그 신비스럽고 강렬한 인상을 플레이어들에게 심어 주기 위해서라도 합창이 필요했다. 그리고 메인 소프라노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 주어야 내가 원하는 음악이 나올 것 같았다.
“내 목소리는 엄청 얇다면서. 항상 고음 부분이 불안하다고 뭐라 했잖아.”
“응. 지금도 조금씩 불안한 면이 있긴 해. 근데 누나는 음역대가 굉장히 높아. 소프라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지. 얇은 목소리도 의도적으로 굵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해.”
레이드를 뛰면서 그 생각이 자꾸만 났다.
아. 여긴 왠지 누나의 목소리가 어울릴 것 같다고 말이다.
물론, 가요를 부를 때처럼 목소리를 얇게 내서는 안 된다.
굵직한 소프라노의 고음과 합창단의 적절한 조화가 곡을 웅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니. 난 진짜 자신 없다니깐? 내가 무슨 소프라노야. 성악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괜찮아. 날 믿어. 내가 언제 이런 걸로 농담하는 거 봤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소프라노에 맞게 목소리를 바꿀 수 있어.”
혜나 누나는 난감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제까지 불가능한 거 시킨 적이 있어?”
“······없지.”
“그럼 이것도 된다는 뜻이야. 한번 해봐.”
나는 누나에게 악보를 넘겨 준 다음 피아노 앞에 앉혔다.
“자, 직접 연주하면서 내가 포인트를 집어 주는 곳을 잘 기억해 둬야 돼.”
“으응.”
나는 누나에게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하고 또 어떻게 발성을 해야 하는지 악보에 체크를 해주었다.
“뭐야. 어디 가?”
“오늘 포레스트 오케스트라 사람들 만나기로 했어. 누난 여기서 연습하고 있어. 이따 다시 올게.”
갑작스레 소프라노 발성을 연습하게 된 누나는 놔두고 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포레스트 오케스트라의 총 책임자이자 지휘자인 토니 윌슨은 오늘 만남이 무척이나 기대됐다.
희대의 천재 작곡가라고 정평이 나 있는 장연욱이지 않은가.
과연 그와 어떤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될지, 또 이번에 어떻게 협력을 하여 곡을 작곡할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해 둔 바가 많았다.
“안녕하세요!”
이윽고 장연욱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
아주 가벼운 옷차림이었지만, 이상하게 장연욱이 입으면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에스트로. 첫날에 뵈었죠?”
“아, 네. 그땐 길게 얘기를 나누지 못해 좀 아쉬웠습니다.”
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라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러 음악적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됐다. 그런데 그의 기대와는 달리 장연욱은 두툼한 악보를 건네줬다.
“일정이 아주 빡빡한 거 아시죠? 총 다섯 개의 OST를 작곡해야 합니다. 심지어 이중에서 2곡은 합창으로 이뤄질 거예요. 이건 제가 어제 만든 악보입니다.”
“자, 잠깐만요. 악보라니요? 벌써 곡이 완성됐다는 겁니까?”
분명 토니가 듣기에는 장연욱이 막 음악 감독이 되어 오케스트라를 구한다고 했다.
그런데 악보라니?
“예. 이미 곡은 완성됐습니다. 제가 이틀 전에 완성한 겁니다.”
“혹시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곡이었습니까?”
“아뇨. 3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완성한 거예요.”
토니는 악보를 얼른 확인해 보았다.
첫 악보부터 느낌이 왔다.
제대로 만든 곡이라는 느낌이 말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3일 만에 만들었다는 거지?
혹시 농담하는 건가?
“자자. 제가 월드 투어 일정도 잡혀 있어서요. 최대한 빨리 완성을 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오늘부터 곡 연습을 시작해 볼까요?”
여유로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음악의 조예를 깊이 나눠 보려고 했던 토니의 목적이 와장창 깨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토니도 결국 진성 음악가였다.
악보를 슬쩍 봤을 뿐인데도 곧 단원들과 연주를 하고 싶어 안달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