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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86화 (186/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86화

“역시 뭔가 밋밋해.”

대한민국 RPG 게임, 아스텔로의 디렉터 김선강은 게임의 메인 컨텐츠라 할 수 있는 보스 레이드를 끝냈다.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레이드는 점점 어려워지고, 최종 레이드 컨텐츠는 클리어 시간이 무려 40시간에 달한다.

패턴에 적응이 되고 어느 정도 숙련이 쌓이면 시간이 대폭 줄어들겠지만, 초반에는 레이드를 하는 파티원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긴 시간 동안 레이드를 해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통의 시간이 길수록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40시간 만에 클리어하게 된 이후 유저들은 큰 행복감을 느끼고 게임에 대한 만족도가 늘어난다.

그래서 현재 아스텔로의 게임 인지도가 계속 올라가는 중이었다.

“너희들이 봐도 뭔가 밋밋해 보이지 않냐?”

디렉터의 말에 그와 같이 플레이를 한 개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드 컨텐츠는 이 게임의 핵심이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플레이를 해봐도 성취감이 있고 클리어를 했을 때의 성취감이 남다르다. 하지만 이상하게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최고의 그래픽과 시간을 갈아 넣은 악랄한 패턴들이 충분한 재미 요소가 되는데도 말이다.

“역시 노래가 문제일까요?”

“노래?”

“레이드 할 때 OST가 깔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뭔가 안 맞다고 해야 할지······. 다른 레이드를 할 땐 배경에 깔리는 OST를 그냥 쭉 들으면서 하는데 이번 지옥 권좌 레이드 OST는 귀에 달라붙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도 OST는 들리지 않게 하고 게임 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저도 그래요. 노래가 뭔가 너무 질린다고 해야 하나. 애써 웅장함을 살리려 했던 거 같은데, 딱히 웅장한 기분도 없어요.”

문제는 음악이었다.

“이제 와서 음악을 바꾸자는 거야? 우리 업데이트가 이제 한 달도 안 남은 거 알지?”

지옥 권좌 레이드 업데이트는 많은 유저들이 기다리고 있는 컨텐츠였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음악을 엎자는 건 업데이트를 뒤로 미루자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그래도 아직 한 달 조금 안 되는 시간이 남아 있잖아요. 어떻게 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에 말이 쉽지. 이번 OST도 작업하는 데에만 두 달이 넘게 걸렸어. 오케스트라 모으고 성악가도 수소문해서 모아서 간신히 만든 거야. 그런데 이걸 갈아엎어?”

“저희가 원래 갈아엎는 데에 화끈하지 않습니까. 유저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아스텔로의 운영 방침은 타 게임들과 차원이 달랐다.

과금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레이드를 뛰면서 아이템을 모으면 레벨업을 할 수가 있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가 있는 게 아스텔로의 목표였다.

그리고 무슨 문제점을 발견하면 곧바로 수정을 거듭하고 가능하다면 전체적으로 갈아 엎어 새로운 업데이트를 하는 등, 타 게임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어 유입되는 유저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

더군다나 게임 디렉터인 김선강은 병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게임을 내고 싶어 했다.

“젠장. 어쩔 수 없지.”

결국 그는 업데이트를 앞둔 지 한 달도 안 되었을 때 OST 교체를 선언했다.

“그런데 대체 누구를 데려와야 하는 거냐?”

이번 OST를 만든 작곡가도 나름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서 불렀던 건데 결과가 이렇다. 그렇다면 더 뛰어난 사람을 불러야 한다는 건데······.

“혹시 장연욱은 어떨까요?”

“잠깐. 누구?”

“장연욱이요.”

김선강은 허탈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누굴 데려와? 장연욱? 빌보드 1위를 한 사람을?”

“저도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장연욱이 클래식 음악도 잘 만든다고 하잖아요. 아마 이런 합창곡이나 웅장한 음악을 만드는 데에도 재능이 있지 않을까요?”

“당연히 있겠지! 괜히 해외에서도 음악 천재라고 불리겠어? 근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고작 게임 OST를 만들려고 하겠냐고.”

아스텔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진 않다. 그에 반해 장연욱은 빌보드까지 1위를 하며 현재 월드 투어를 준비 중이지 않던가.

그런 사람한테 게임 OST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넣는다면 아마 코웃음을 치며 거절할 게 뻔했다.

“듣자하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해외 가수들이 전부 장연욱한테 콜라보 요청을 했다던데. 우리가 비빌 수준인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래도 제의는 한번 해볼까?”

김선강의 말에 개발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 또 클리어 못했네.”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떼며 작에 읊조리듯 말했다.

“누구 때문에.”

그러자 맞은편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누나가 키보드 샷건을 쳤다.

“이게 왜 나 때문이야!”

“누나 때문이지. 파티원 한 명이라도 죽으면 클리어 못 하잖아. 제발 무지성 돌격해서 보스한테 두들겨 맞지 말고 무빙을 하면서 딜을 넣어.”

“네가 힐을 안 줘서 죽은 거잖아!”

“난 쿨타임 돌 때마다 누나한테 쉴드도 주고 힐도 줬거든! 꼭 못 하는 딜러들이 레이드 실패하면 서폿 탓을 하더라.”

어릴 때부터 취미 생활을 항상 같이해서 그런지, 커서도 우리 둘은 꼭 같은 취미 생활을 공유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었다.

작년까지는 FPS 게임을 하다 누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RPG 게임인 아스텔로를 시작하게 됐다.

문제는 누나가 파티를 맺고 하는 레이드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네가 딜을 해. 내가 서폿할 테니까. 자리 바꿔.”

“그럴까?”

누나와 나는 자리를 바꿔 이번에는 내가 딜러를 맡게 됐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레이드.

열심히 앞에서 딜을 넣으며 환상적인 무빙으로 보스의 공격을 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들어와야 할 쉴드와 힐이 끊겨 버렸다.

“누나? 왜 힐을 안 줘?”

“죽었으니까 안 주지.”

“뭐? 힐러가 어떻게 하면 딜러보다 빨리 죽는 건데?”

레이드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누나의 화면은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보통 서폿형 직업은 레이드가 시작되면 잘 죽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누나는 정반대가 되어 가장 먼저 죽어 버렸다.

원래는 여기서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맞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더 오기가 들었다.

“오늘 이거 깰 때까지 잠 못 잘 줄 알아.”

그렇게 7시간을 쉬지 않고 게임을 돌리자 누나는 완전히 녹초가 된 얼굴로 두 손 두 발 모두 들었다.

“제, 제발 그만.”

“안 돼. 여기서 좀만 더 익숙해지면 되잖아.”

“으으. 더 이상은 못 해.”

“할 수 있어. 누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는 누나를 붙잡아 2시간을 더 굴려서 마침내 레이드 성공을 쟁취했다.

“꺄아아-!!”

피곤에 절여 있던 누나는 클리어 메시지가 뜨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하아- 내가 이래서 이걸 못 끊어.”

“많이 해둬. 월드 투어 시작되면 게임 건들지도 못 한다.”

월드 투어라는 말에 누나의 표정이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괜히 한다고 했나.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공연도 몇 번 해보지 못했잖아.”

“이번 생은 나도 월드 투어가 처음이라 잘 모르겠네.”

랜디와 노래를 내면 빌보드 순위에 올라갈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래가 나오자마자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세계 각국 음원 차트를 싹쓸이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월드 투어도 처음에는 계획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히고 만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좀 남았잖아. 천천히 하자.”

한 달 정도 남은 시간.

그동안 무대 연습을 하면서 투어 일정을 더 세심하게 짜 놓아야 한다.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 줘야 하는지, 동선과 컨셉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등.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았다.

“응? 대표님이네.”

누나와 게임을 끝내고 이제 과자를 먹으며 쉬려고 할 때였다.

누나 핸드폰으로 강 대표의 전화가 왔다.

“네. 대표님. 네? 옆에 있는데요? 아~ 네. 바꿔 드릴게요.”

아무래도 나한테 온 전화 같았다.

“야! 너 혜나랑 같이 있으면서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아. 죄송해요. 비행기 모드였어요.”

“뭐? 비행기 모드? 왜 비행기 모드를 해놓는 거야?”

“누나랑 중요한 걸 하고 있었거든요. 방해받기 싫어서요. 그런데 왜요?”

이런 일이 자주 있던 터라 강 대표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어썸게이트라는 곳 아냐?”

어썸게이트는 아스텔로 게임의 개발사다.

“알죠.”

“거기서 연락이 왔더라. 근데 이것들 하는 말이 좀 웃겨. 자기들이 다음 업데이트 하는 컨텐츠가 있는데, 출시가 한 달도 안 남았다더라. 그런데 거기 보스 레이드? 뭔가가 있는데 그 OST 좀 만들어 달라고 하던데?”

“그래서요?”

“당연히 안 된다고 했지. 너 곧 있으면 월드 투어도 나가야 하고, 무슨 네가 게임 OST를 만들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고 딱 거절을······.”

“할게요.”

“뭐, 뭐라고?”

“한다고요. 그거.”

강 대표는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내 귀가 이상해졌나. 그러니까 지금 네가 그걸 하겠다고? 방금 내가 대차게 깐 그 OST 제작을?”

“네.”

“한 달 뒤에 월드 투어도 해야 하는 놈이 그걸 하겠다고?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아뇨. 잘 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그 게임 좋아하거든요. 한번 해보죠.”

“진심이냐?”

강 대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월드 투어하려면 얼마나 많은 걸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

“아뇨.”

“진짜 사소한 것까지 다 신경 쓰면서 준비해야 돼. 그런데 언제 OST를 만들고 앉아 있어? 그 양반들 하는 얘기 들어보니까 게임 OST는 오케스트라도 준비해야 하고 합창가도 있어야 한다더라.”

“보통 그렇죠. 웅장한 느낌을 잘 살려야 하니까요.”

“하······.”

이 정도 말했으면 강 대표도 눈치챘을 것이다.

내가 한번 한다고 하면 이제까지 뜻을 굽힌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스텔로가 한 달 뒤에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한다고 들었다.

조금씩 풀리는 떡밥에 의하면 그때 방대한 컨텐츠가 쏟아질 거라 했다. 그중 핵심은 지옥 권좌 레이드였다.

수십 시간 동안 누나를 굴려 가며 클리어를 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됐다.

그런데 거기 OST를 내가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레이드를 클리어하는 동안 뽕이 잔뜩 차오를 것 같았다.

“다시 전화해 주세요. 아니. 저한테 번호를 보내주세요. 제가 직접 그쪽 사람들이랑 얘기해 볼게요.”

“어휴. 내가 널 어떻게 말리겠냐.”

강 대표는 결국 포기하고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내게 번호를 보내주었다.

나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서 왠지 월드 투어를 하는 것보다 더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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