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84화 (184/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84화

연욱이 연주하는 건 펑키 스타일의 노래였다.

방금 떠오른 악상이라고 했는데, 연욱은 가사까지 넣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연욱의 목소리에서 락이 느껴졌다.

‘곡의 스타일은 분명 펑키인데, 락과 R&B가 적절하게 섞인 것만 같군.’

연욱의 목소리 때문인가.

아니면 절묘한 멜로디 라인 때문인가.

락과 R&B과 동시에 느껴지는 펑키 음악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의 변칙과 흐름이었다.

제임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연욱의 노래를 멍하니 감상하기만 했다.

그리고 적절한 고음으로 곡을 마무리한 순간.

짝짝짝-!

랜디보다 먼저 제임스가 박수를 쳤다.

그것을 보고 랜디가 미소를 지었다.

“방금 그 곡이 제임스한테 엄청 잘 먹혀 든 거 같은데?”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친 제임스는 얼굴이 금방 붉어졌다.

“연욱. 방금 그 곡의 제목이 뭐야?”

“제목이요? 글쎄요.”

“제목도 없어?”

“그럼요. 방금 만든 곡인걸요.”

“하하. 막 떠오른 악상이라는 게 진심이었어?”

다시 한번 놀랐다.

가사까지 넣는 걸 봐서 방금 떠오른 악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한 곡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랜디는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Music in my mind가 괜찮을 거 같은데? 도입부에 나오는 가사잖아. 어때?”

“괜찮아 보이네요. 저도 막 떠오르는 그대로 노래를 부른 거라 사실 가사가 뒤죽박죽이에요.”

뒤죽박죽이라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제임스가 듣기에는 말이다.

음악으로 시작한 노래가 마지막에는 사랑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가사 안에 기승전결이 들어 있었고, 펑키 스타일로 락과 R&B를 동시에 아우르기까지 했다.

아니. 이걸 펑키 스타일의 노래라고 해도 되는 걸까.

차라리 새로운 장르를 연욱이 개척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인가?

연욱은 상극에 달하는 랜디의 음악 스타일과 본인의 스타일을 하나로 합치는 데에 성공했다.

이것이 전부 막 떠오른 악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랜디. 여기는 이렇게 바꿔 보는 게 어떨까요?”

“오~ 좋아. 잠깐만. 내가 한번 쳐봐도 돼?”

“그러세요.”

서로 강하게 충돌해서 이상할 것이 없는 두 사람이, 충돌은커녕 신경전조차 벌이지 않고 있었다.

‘랜디를 저렇게 잘 다루는 사람은 처음 보는군.’

불 같은 성격에 자유분방한 랜디를 다루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한 제임스 역시 랜디를 다루기 힘들었다. 그런데 연욱과는 마치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었다.

조금 질투가 난다고 해야 할까.

“어때요? 이제 잘 부를 수 있겠어요?”

“물론이지. 근데 내가 어느 부분에서 피쳐링을 해야 하지?”

“음. 후렴구에서 같이 섞으면 될 거 같은데. 차라리 여기다 새로운 음을 입혀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오~ 좋아. 그렇게 해주면 내가 자연스럽게 섞여들 수 있을 거야.”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랜디가 연욱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PD가 입을 모아 말하는 의견도 가볍게 묵살하는 남자가 연욱의 말에는 군말 없이 따르고 있었다.

PD들도 이런 랜디의 모습은 처음 보는 터라 제임스 못지않게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놀라기는 이르다.

“나 왔어!!”

한창 두 사람이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장혜나가 작업실로 들어왔다.

“랜디. 안녕~”

“혜나. 잘 왔어.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던 참이야.”

“그래요? 뭐 준비된 곡이라도 있어요?”

연욱은 막 방금 휘갈겨 쓴 악보를 혜나에게 넘겼다.

“누나 대충 봐봐. 그리고 어떻게 불러야 할지 잘 생각해 보고.”

“응!”

부연 설명도 없이 악보만 턱 넘기는 것을 보고 랜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욱. 연주를 좀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악보만 봐서는 혜나가 감도 못 잡을 거 같은데.”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지, 연욱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제가 그동안 누나를 잘 가르쳐 놔서 이런 건 금방 해요.”

“아무리 그래도 힘들 거 같은데······.”

“이따 보면 알아요.”

약 1시간 정도 혜나는 혼자 악보를 살펴보며 펜으로 밑줄을 쫙쫙 그어 나갔다.

작곡가가 가이드 싱어도 없이, 멜로디 한번 들려주지 않고 악보만 던져 주는 건 제임스와 랜디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다.

거기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행동하는 혜나도 신기해 보였다.

“다 됐어.”

“잘 할 수 있겠어?”

“응. 한번 해볼게.”

“오케이. 그럼 내가 기타로 연주할 테니까, 누나가 노래를 불러 봐.”

“응.”

연욱은 기타를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뒤이어 혜나의 청아한 목소리가 작업실 안에 울려 퍼졌다.

제임스는 거기서 눈이 뜨였다.

처음에는 이 곡이 연욱의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만일 여기에 랜디의 목소리가 피쳐링으로 가미 된다면 좋은 곡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혜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깨달았다.

연욱은 이 곡을 본인과 랜디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누나 바라기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노래는 혜나의 목소리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연욱과 랜디가 불렀을 땐 좋은 노래로 들렸지만, 혜나가 부르는 순간 명곡이 되어 버린다.

특정 인물 목소리에 맞춰 곡을 만드는 건 작곡가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 스타일이 집중해서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번 수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놀랍군.’

그런데 이 곡은 별도의 수정 없이, 그저 떠오른 악상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혜나의 목소리와 굉장히 잘 맞아떨어졌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궁금한 건 어떻게 즉흥곡이 혜나의 목소리와 잘 어울릴 수가 있느냐다. 아무리 의도를 한다고 해도 즉흥곡을 특정 가수의 목소리와 맞춘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다.

‘예전부터 쭉 그렇게 해와서 버릇이 생긴 거라면 이해가 되기도 해.’

곡을 처음 작곡했을 때부터 혜나를 생각하며 만들어 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작곡가라는 것이 한 사람만 생각하면서 곡을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And I think of you~”

옆에서 혼자 리듬을 탄 채 음악을 감상하고 있던 랜디가 후렴구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목소리를 냈다.

도저히 이 기분 좋은 선율을 놓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연욱도 합세하여 세 사람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혜나의 음색과 시너지를 이루어 단조로울 것만 같은 부분마저 폭발적인 감성을 터트렸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화음을 만들어 내고 각자 파트를 나누는 것 역시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 부분까지도 완벽하게 합을 이루면서 넋을 잃고 노래를 감상하고 있던 PD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와아-!”

“브라보!!”

“최고야! 이건 진짜 녹음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니깐. 녹화해서 인터넷에 올렸으면 굉장했을걸?”

PD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연욱이 기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방금 그거 제가 녹화했어요.”

“네?”

“저기 카메라 보이시죠? 저쪽 카메라랑 마이크가 여기 달려 있어서 버튼만 누르면 녹화돼요.”

삼각대에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는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연욱은 리모컨으로 조종해 녹화를 쭉 하고 있었다.

“우리 셋이 즉석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흔치는 않잖아요. 그래서 한번 녹화해 봤어요.”

“혹시 인터넷에 올릴 생각이야?”

“음. 앨범 공개 전에 한번 올려볼까 싶어요.”

“좋아. 홍보도 잘 될 거 같은데?”

제임스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작곡에 이어 미리 녹화까지 하는 철저함까지.

장연욱은 정말 음악을 위해, 엔터테이먼트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 * *

장연욱은 SNS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속사에서 직원을 써서라도 계정 관리를 할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팬들이 제발 SNS 좀 해주면 안 되냐는 말에도 연욱이 올린 글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지막 업데이트 된 글이 6개월 전이었으니, 사실상 죽은 계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혜나 계정은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맛보기]

랜디가 한국에 들어온 지 2주일 정도가 흘렀을 때쯤.

사람들의 관심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혜나 계정으로 30초짜리 짧은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그건 바로 세 사람이 함께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신곡 맛보기였다.

-세상에. 이번에 신곡 작업 중인 거 공개한 거임?

-와. 아무런 업데이트도 없고 언급도 없어서 대체 무슨 노래를 만들고 있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게 타이틀 곡이었어?

-미친. 세 사람 전부 목소리가 저 세상 목소리네.

-멜로디도 미쳤고 화음도 미쳤다.

-맛보기는 너무 했다 ㅠㅠ 얼른 공개해줘.

-이게 타이틀 곡인가요?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했다.

어떻게 또 소문이 퍼진 건지, 해외에 있는 랜디의 팬들도 혜나 계정으로 몰려와 한 마디씩 남겼다.

-놀랍다. 이게 랜디의 목소리라니.

-대체 장연욱이란 사람은 어떤 가수지? 랜디가 남의 노래를 피쳐링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던가?

-나도 처음에 랜디가 피쳐링을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오늘 이 곡을 듣고 납득했다. 장연욱이 정말 대단한 작곡가였구나.

-랜디가 장연욱 노래를 엄청 좋아한다던데, 저기서도 진짜 행복한 표정이네. 새 앨범 내지 않아도 되니까 피쳐링이라도 많이 해줘, 랜디.

첫 공개된 30초짜리 영상이 SNS에서 큰 히트를 치고 뉴튜브에도 올라가면서 조회수가 하루 만에 500만을 돌파할 정도였다.

잠깐 시들었던 관심이 다시 한번 모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또 멈추나 했는데, 3일 뒤에 다른 영상이 혜나의 SNS 계정으로 업로드 되었다.

영상 속에서는 랜디와 연욱이 서로 누가 더 빠르게 연주를 하는지 기타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 끝에는 처음 들어보는 곡의 멜로디가 잠깐 등장했다.

-수록곡인가?

-수록곡일 듯.

-근데 둘 다 기타 진짜 잘 치네.

-랜디는 잘 치는 거 알고 있었는데, 연욱도 수준급이구나. 피아노도 엄청 잘 치지 않나? 쇼팽 콩쿠르 우승자잖아. 그런데 기타 실력도 저 정도라니. 참 대단하다.

처음 공개했던 게 타이틀 곡이고 두 번째로 공개된 곡은 수록곡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혜나가 남긴 다음 SNS 글이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아직 타이틀 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곡들은 전부 앨범 수록곡입니다.]

처음 공개된 곡은 누가 들어봐도 타이틀 곡이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만큼 퀄리티가 높은 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타이틀 곡이 아니라는 말에 사람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대체 이 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 앨범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혜나의 SNS 덕분에 사람들의 기대감이 한층 더 증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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