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77화 (177/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77화

할리우드 스타들이 초청 받고 싶어하는 행사 TOP3에 항상 포함되어 있는 것이 바로 찰스 왕세자가 주최하는 패션쇼다.

영국 왕세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는 항상 성대한 패션쇼를 주최했고, 앞으로 유행할 패션들이 그날 공개가 된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아티스트들은 그날 무슨 패션이 나왔는지 공부를 하지 못하면 어떤 패션이 유행을 할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즉, 패션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찰스 왕세자의 패션쇼를 알아둬야만 했다.

“아~ 오늘은 또 뭐가 나올지 기대 되네.”

“요즘 패션계가 침체기를 겪고 있지 않나? 사실 난 오늘도 별로 기대가 안 돼. 이상하게 구닥다리 같은 옷들만 나오고 있다니깐?”

“원래 유행이라는 게 역행하기 마련이잖아. 이제 슬슬 패션도 클래식하게 돌아갈 때가 됐지.”

디자이너들은 가볍게 술을 한 잔씩 하며 오늘 나올 패션이 과연 무엇인지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화두에 오른 것은 요즘 유행하는 패션이 예전처럼 파격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뭐랄까. 너무 셀럽들을 믿고 옷을 막 만드는 느낌? 억지로 유행을 시켜서 옷을 파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건 나도 공감. 잘 나가는 스타들을 섭외해서 이게 최신 유행인 것마냥 대충 만든 옷을 입히는 건 문제가 심각하지. 처음에는 먹혔을지 몰라도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야. 그 역풍을 지금 제대로 맞고 있는 거고.”

무작정 옷을 만들어 셀럽에게 입힌 다음 이것이 최신 유행이라고 선포하는 건 명백히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였다.

처음에는 그런 마케팅이 잘 먹혀 들었지만, 지금은 외면하고 있는 추세.

결국 모든 패션 브랜드의 판매량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래서 다들 이 갈고 나온 거 아닌가? 이번 패션쇼에서 그동안의 잘못을 만회해야 하니까.”

“응. 그런데 대기실에서 보니까 딱히 필이 꽂히는 옷이 없더라고.”

“음. 패션도 패션이지만, 어떤 모델이 입느냐에 따라 또 옷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지지.”

“맞아. 모델도 정말 중요해.”

“오늘 내로라하는 슈퍼 모델들은 거의 다 참석한 걸로 알고 있어. 그 점은 문제없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근데 왕세자는 이렇게 돈을 펑펑 써도 되는 건가? 규모를 보니까 행사 비용이 장난 아니겠는데? 헬기도 수십 대나 동원하고.”

“생각보다 자기 돈은 많이 안 들었을걸? 현재 패션계의 유행을 리드하는 사람이잖아. 여기저기서 후원금이 엄청나게 들어온다고 들었어. 그 돈으로 이런 행사를 열어서 새로운 패션을 대중에게 알리는 거고.”

찰스 왕세자의 패션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명품 브랜드 회사들이 해당 패션쇼에 들어가기 위해 후원금을 보낸다.

사실상 찰스 왕세자가 내는 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국민들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왕세자를 강하게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가 세계의 패션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자랑스러워 하는 국민들이 꽤 있을 정도였다.

“곧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답잖은 파티는 끝났다.

어쭙잖게 신변잡기를 묻는 지루한 시간도 끝이 났다.

이제 본무대가 시작되려고 한다.

조명이 전부 꺼지고 오직 스테이지에만 집중이 됐다.

그리고 강한 리듬의 음악이 흘러 나오면서 모델들이 하나둘 스테이지에 나오기 시작했다.

“음-.”

“오-.”

세계 탑 순위를 다투는 디자이너들.

그들은 모델들이 입고 나오는 옷을 감상하며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수십 명의 모델이 거쳐 지나갔으나, 그들의 번뜩임을 강타할 만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았다.

“쓰읍. 옷이 화려한 건 마음에 드는데······.”

“강렬한 게 없죠?”

“너무 화려함에만 치중을 한 느낌이야. 생각해 봐. 일반인이 저런 옷을 사려고 하겠어?”

“보통 이런 패션쇼는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연다고 하지만, 이번 해의 패션쇼는 예술적인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에 맞춰야돼. 대중이 공감을 할 수 있게 말이지.”

여태껏 해왔던 패션쇼는 실질적인 상용성보다는 어떤 스타일로 유행을 시킬 것인지 보여 주는 출사표 같은 느낌이었다.

패션쇼에 나오는 옷을 대량 생산해서 팔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해당 패션을 조금씩 변형해서 만든 옷을 팔겠다는 의미가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패션계의 침체기가 지속되는 지금은 예술적인 감각만을 요구하는 패션은 쓸모가 없었다.

패션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사고 싶어 하는 욕구가 들게 만드는, 실용적인 패션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보여 준 옷들은 전부 실용성에 맞지가 않았다.

“대체 누가 저런 옷들을 만든 거지? 감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우리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대중이 원하는 걸 보여 줘야지!”

급기야 그들은 이번 패션쇼 디자인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총 감독이 누구라고 했지?”

“레이어스.”

“하-. 그 게이 녀석도 결국 감이 다 했군. 좀 실망인데? 보여 줄 게 이런 옷들밖에 없나?”

1부 스테이지가 끝나고 나서 여기저기 불만이 터져 나왔다.

레이어스가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옷을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세계적인 패션쇼를 이런 식으로 망치다니.”

“쯧-. 2부를 봐야 알겠지만, 1부가 이런 식이면 2부는 보나마나겠네.”

“그냥 차라리 지금이라도 나갈까?”

“그래도 좀만 더 기다려 보자. 혹시 모르잖아? 2부에서 뭔가 있을지.”

“별로 기대가 안 되는데.”

휴식 시간이 끝나고 곧이어 2부가 시작됐다.

그런데 특이하게 오늘 패션쇼의 총 감독을 맡은 레이어스가 나왔다.

“오늘 쇼를 잘 즐기고 있으신가요?”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어스는 당황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1부에 나온 패션이 여러분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때 참석자 중 하나가 소리쳤다.

“완전 엉망이었어!”

그러자 다른 사람도 함께 거들었다.

“그걸 패션이라고 내놓은 거냐!”

하지만 레이어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저런 말들이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 침착하게 행동했다.

“그래서 오늘 2부 무대의 첫 스테이지는 특별한 분들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2부의 환상적인 쇼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을 살랑거리며 레이어스가 무대를 내려갔다.

그리고 그가 자랑스럽게 소개한 2부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나참. 여기서 뭘 또 보여 준다는 거지?”

“자기도 급한 불을 끄려고 온 거 같은데, 오히려 역효과가 난 거 같아.”

“2부도 1부처럼 엉망이기만 해 봐라. 가만 안 둘 거야. 우리 회사가 여기에 쏟아부은 돈이 얼만지 알아?”

“나도 2부가 엉망이면 고소라도 할 생각이야.”

살벌한 얘기가 오고 가고 있던 중, 첫 모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음?”

“엇.”

1부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예전 패션쇼였다면 충분히 칭찬을 받아 마땅한 무대였으나, 지금은 화려함보다 실용성을 중시해야만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실망한 것이었다.

그런데 2부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아니. 1부에서는 보지 못했던 동양인 여성 모델이 나와 본인의 옷을 드러냈다.

분홍색 민소매 티와 짧은 레더 스커트.

가늘게 살짝 배가 노출이 되어 있었는데, 밖에서 입고 다니기 전혀 문제가 없는 옷이었다. 과한 노출도, 그렇다고 어수룩하게 노출을 덮은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게 적당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평범하지도 않았다.

실용성이 높으면서 동시에 남들과는 차별적인 패션이었다.

“오~ 이번 건 제법인데?”

“실용성도 갖췄고 특별함도 같이 있네. 이걸 대체 왜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던 거지?”

“그게 전부가 아니야. 저 모델은 대체 누구지? 난 저런 모델을 본 적이 없는데.”

“맞아. 옷도 옷이지만, 모델이 장난 아닌데? 얼굴부터 쭉 뻗은 기럭지까지 모두 완벽해. 저 옷이 더 예뻐 보이는 건 전부 저 모델 덕분인걸?”

처음에는 옷에 신경이 쏠렸다가 지금은 모두의 시선이 해당 옷을 입고 있는 모델, 혜나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오늘 동양인 모델이 나온 건 처음이지?”

“맞아. 너무 잘 어울리는데? 특히 허리 위까지 내려온 검은 생머리가 찰랑거리는 것도 매력적이야.”

“근데 모델 일은 처음인가?”

“처음인 티가 좀 나긴 하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던 혜나는 어색한 걸음걸이를 보여 주며 무대 뒤로 돌아갔다.

“오늘 특별 게스트가 바로 저 여자였구나.”

“어디서 본 거 같은 기억이 있는데, 어디서 봤더라?”

“확실히 슈퍼 모델은 아니야. 그런데 오늘 봤던 모델 중 가장 인상 깊었어.”

헤나 때문에 술렁이던 디자이너들은 다음에 나오는 모델을 보고 전부 하던 말을 멈추었다.

“뭐, 뭐야?”

혜나가 나왔을 땐 옷에 먼저 시선이 집중되었다가 모델에게 관심을 주었는데, 이번 모델은 달랐다.

패션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광채가 나는 듯한 저 얼굴이었다.

“와······.”

“무슨 후광이 저렇게······.”

광채가 나는 얼굴.

뒤에서 후광이 비추는 몸.

거기다 지금껏 나온 모델들보다 강렬하고 절제된 걸음걸이.

삼박자가 모두 완벽한, 그야말로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최고의 모델이 스테이지를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연욱은 잠시 스테이지 끝에 서 있다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한번씩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다시 기품 있는 걸음걸이를 보여 주며 스테이지 뒤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고 방금 전까지 시끄럽게 떠들던 디자이너들이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역시······.”

“저런 모델도 있구나······.”

그러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어머. 나 잠깐 넋 놓고 있었어. 뭐야? 끝난 거야?”

“잠깐만. 난 저 모델이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단 말이야!”

“이거 반칙이야! 저렇게 휙휙 지나가 버리면 대체 뭘 보라고!”

“당장 다시 데려와!!”

우습게도 가장 꼼꼼하게 봐야 할 옷은 보지 못하고 멍하니 연욱의 얼굴만 보다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다.

그것도 한두 명만 그런 것이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대다수가 같은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사회자는 뭐 하고 있어! 얼른 다시 데려오라니깐!”

“옷을 제대로 못 봤다고!”

디자이너들이 단체로 소리를 지르며 방금 그 모델을 다시 데려오라고 아우성을 치자 사회자는 당황했다.

“여러분. 지, 진정하십시오. 방금 모델은 이미 스테이지 뒤로 넘어갔고, 이제 다른 모델들이 나올 차례······.”

“시끄럽고 다시 데려와!”

“내가 여기다 돈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아! 내가 보고 싶은 걸 보여줘야 할 거 아니야!”

가만 있다 욕만 먹게 생긴 사회자는 폭동이라도 일으킬 것만 같은 참석자들에게 떠밀려 스테이지 뒤로 후다닥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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