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54화
[장혜나 학교 폭락 논란 총정리]
-장혜나가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 본인의 인기를 이용해 몇몇 학생들을 왕따 시켰다는 커뮤니티 폭로글이 올라옴.
-뉴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됨. TV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화제였음.
-당연히 각종 커뮤니티에서 수위 높은 비판이 쏟아짐.
-하지만 3일 뒤 미투 글을 올렸던 학생들이 사실은 허위 글이었다는 걸 밝힘.
-장연욱과 소속사에 의해 폭로했던 학생들이 겁을 먹고 정정 글을 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올라왔으나, 알고 보니 해당 학생들은 다른 기획사에게 돈을 받고 허위 미투 글을 썼다는 게 밝혀짐.
-아직 그 소속사가 어딘지 자세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만일 밝혀질 경우 엄청난 파장을 예상.
폭로글들이 사실은 전부 조작되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그동안 장연욱과 장혜나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 대신 두 사람을 매장하기 위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몄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여러 대형 기획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중이다.
이미 몇몇 기획사들은 절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SG 엔터테이먼트에 대한 의혹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김영호 대표는 정신이 아늑해졌다.
“일 처리를 어떻게 하면 일이 이렇게 될 수가 있어!”
“죄, 죄송합니다. 알아보니 장연욱이 사전에 우리의 계획을 이미 간파했던 것 같습니다.”
“뭐야?”
“우리가 한창 작업 중일 때 이미 장연욱 측에서도 사람을 써서 대비를 했던 모양입니다. 우리에게 돈을 받고 허위 글을 작성한 학생들의 약점을 전부 파악해 두고,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도 역시 약점이 될 만한 것으로 메일을 돌려 자기 편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정말 그 어린 놈이 계획을 전부 간파하고 대비까지 했단 말인가?
“그게 말이 돼? 고작 고등학생밖에 안 되는 놈이 무슨 수로 그런 일을 해.”
“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장연욱이 H&A라는 로펌 회사를 움직여 우리의 뒤를 다 캐고 다녔다고 합니다.”
“H&A?”
“로펌이면서 동시에 흥신소 일을 하는 곳입니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돈만 주면 뭐든 한다고 합니다.”
흔적을 지우거나, 남의 흔적을 찾는 선수들이라는 건가.
김영호 대표도 비슷한 회사 하나와 계약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말은 뭐야? 장연욱이 정말 우리가 뒤통수치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그놈이 다음에 할 행동이 뭐겠어? 내 뒤를 캐서 똑같이 갚아 주려는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동안 지은 죄가 많아 어디서 먼지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
김영호 대표는 잠깐 생각하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문 사장. 나 김영호야.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누가 내 뒤를 캐면 확실히 먼지 안 나오는 거 확실하지?”
전화를 받은 문 사장은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예, 대표님. 저희가 몇 번이나 확인한 겁니다. 건덕지는 잡을 수 있어도 확증이 없으니 검찰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 네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근데 무슨 일 있습니까?
“문 사장. 혹시 H&A라고 알아?”
H&A라는 이름에 문 사장은 화들짝 놀랐다.
- 아, 네. 알고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인데, 방법이 매우 악랄한 놈들입니다. 보통 흥신소 일을 하면 최대한 불법적인 걸 피해야 하는데, 그놈들은 로펌을 끼고 있어 일 처리가 더럽다고 알고 있습니다. 엮여서 좋을 거 없는 놈들이죠.
“그래? 그 새끼들이 내 뒤를 파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거 괜찮은 거겠지?”
- 그놈들이 아무리 물불 안 가린다고 해도 대표님의 뒤를 털어봤자 소용없다는 거 알 겁니다. 선수들끼리 눈치가 빠르니까요. 대표님 흔적을 저희가 다 지웠다는 걸 알면 바로 손 털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놈들에게 괜한 약점을 붙잡히면 큰일이니까.
문 사장과 전화를 끊고 나서 김영호 대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히 우리 뒤를 캘 건 없다고 하는데.”
“다행입니다.”
“다행? 넌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내 뒤를 캘 게 없다고 했지, 우리 회사가 관련된 건 사실이잖아. 장연욱 그놈도 그걸 알고 있고.”
“저희 쪽과 최대한 연관이 되지 않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아마 우리의 짓이라고 심증은 가질 수 있어도 확실한 물증은 없을 겁니다.”
황 실장도 바보는 아니었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 것을 대비해 최대한 SG 엔터테이먼트의 이름이 남지 않도록 했다.
돈을 줄 일이 있으면 현금으로 하고, 만일 회사 이름이 필요하면 페이퍼 컴퍼니를 앞세웠다.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조금이나마 화를 삭히고 있던 무렵.
사무실 전화로 보고 하나가 들어왔다.
“대표님. 장연욱 씨가 대표님을 뵙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순간 김영호는 제 귀를 의심했다.
“뭐? 장연욱? 내가 아는 그 장연욱?”
“네. 뒤에 몇 분도 동행하고 계신 거 같은데······.”
장연욱 혼자 온 게 아니라 어떤 이들과 동행을 했다라.
대충 예상이 갔다.
“일단 들어오라고 해.”
* * *
SG 엔터테이먼트.
기분 나쁘게 우리 회사보다 잘 되어 있다.
얼른 돈을 더 벌어서 GN 엔터테이먼트 사옥을 옮기던가 해야지.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회사마다 똑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건 대표실이 항상 꼭대기 층에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 GN 엔터테이먼트의 대표실은 중간층에 있다. 오히려 연습실이 꼭대기 층에 마련되어 있는데, 연습할 때 전망이라도 좋으라고 강 대표가 배려해서 만들었다고 들었다.
나는 직원의 말에 따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내 뒤로는 H&A 직원들이 따라붙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가니, 김영호가 뻔뻔한 얼굴로 우릴 맞이했다.
“오~ 이렇게 보는 건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말은 여유로운 척하면서 눈동자는 빠르게 나와 내 뒤의 사람들을 살피기 바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표님.”
“그래. 아직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볼 때마다 더 자란 거 같네. 커피라도 한 잔 줄까?”
“아뇨. 대표님도 알다시피 우리가 웃으면서 뭘 마시려고 온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 말에 김 대표의 얼굴이 굳어 버렸다.
“쯧. 싸가지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아예 뻔뻔한 작전으로 나오기로 했는지, 그는 말을 돌리지 않고 바로 말했다.
“뭐? 고소라도 하려고?”
“뭘로 제가 고소할 줄 아시고요?”
“말 돌리지 마. 네가 왜 왔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걸 어쩌나? 증거가 없을 텐데. 내가 멍청하게 흔적 남기면서 작업 쳤을까? 그리고 지금 저 따까리 새끼들이 녹음 중인 거 다 알아.”
드라마에 보면 녹취록을 가지고 법정 증거로 쓸 때가 있는데, 사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취를 하면 불법으로 적용될 때가 많다.
“녹취할 필요도 없습니다.”
“뭐야?”
“확실히 일 처리를 잘하셨더군요. 허위 미투 글을 쓰게 했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해도 찾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근데 굳이 그 증거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습니다. 대표님이 그러셨듯, 저도 똑같이 할 생각입니다.”
“무슨 소리야?”
“증거 없이 대표님을 고소하는 것보다 저도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시켜서 SG 엔터테이먼트가 그동안 저지른 패악들을 낱낱이 까발리겠다는 겁니다. 그거 아세요? SG 엔터테이먼트 이미지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아무리 무죄를 주장해도 누구 하나 믿지 않을 겁니다.”
김 대표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그러나 이내 그는 진정된 얼굴로 대꾸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 그래봤자 아이돌 그룹 잘 뽑아내면 또 사람들은 다 까먹을 텐데.”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SG 엔터테이먼트가 아니다.
바로 김영호 대표의 추락이었다.
“아무렴요. 원래 연예계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죽을죄를 지어도 자숙 좀만 하면 바로 복귀하니까요. 만약 방송 복귀가 힘들면 인터넷 방송으로 복귀해서 돈은 돈대로 벌지 않습니까? 어차피 제 관심사는 그쪽이 아니에요. 그건 그냥 부수적인 거죠.”
김 대표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표정이 달라졌다.
난 그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다.
“제가 보여 드릴 게 있어서 가져온 겁니다.”
서류를 열어본 김 대표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 이건······!”
“해외에서 무슨 도박을 그렇게 열심히 하셨습니까. 마카오에서 억대의 돈을 물 쓰듯이 쓰셨더군요. 차라리 강원랜드에 가서 쓰시지 그랬어요.”
“이, 이게 뭐야? 난 이런 적 없어!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것을 가져와서는.”
“그건 검사님한테 설명하시고요. 그다음 장도 보셔야죠?”
김 대표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다음 장을 넘겨 보고는 넋이 나가 버렸다.
“불법 성매매까지 하셨더라고요? 근데 이왕 하실 거면 잘 알아보고 하시지 그랬습니까. 거기 전문적으로 사람 등쳐 먹는 중국계 마피아 조직입니다. 마침 그쪽에서 대표님 사진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거 꽤 큰 돈 들여서 가져온 겁니다.”
적나라하게 나온 사진을 보고 김 대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달 전에 다녀온 마카오였다.
이제까지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딱히 문제가 있던 적은 없었다.
심지어 조금 걸릴만한 일을 할 땐 무조건 가명을 썼는데, 설마 이렇게 꼬리를 잡힐 줄이야.
“국내에서도 저지른 일이 참 많으시잖아요. 탈세에 연습생들을 접대에 활용도 하시고. 근데 이건 확실한 증거가 없긴 하지만 정황이 너무 확실해서 높으신 분들도 커버가 어렵지 않을까요? 아시잖아요. 그쪽 분들이 도와줄 땐 생색은 엄청 내면서 한번 돌아서면 뒤도 안 돌아본다는 거.”
정치인이나 고위직에 있는 공무원들 모두 똑같다.
접대받을 땐 뭐든 다 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일이 조금이라도 힘들어지면 곧바로 손절을 쳐버린다.
“전 이걸 가지고 오늘 검찰에 제출할 생각입니다.”
“······원하는 게 뭐야?”
결국 김 대표가 백기를 들었다.
“제가 협상할 거라 생각하시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이걸 직접 나한테 가져왔을 리 없잖아.”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눈치는 빠르시네요. 다른 건 다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듭니다.”
김 대표는 주먹을 쥐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얼른 말하기나 해.”
“뭐겠어요. 우리 누나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셔야죠. 모든 건 김 대표님이 다 했다고 자백하세요. SG 엔터테이먼트가 의도적으로 그런 일을 벌였다고. 그럼 저도 이건 불태워 버리겠습니다.”
김 대표는 잠깐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좋아. 오늘이라도 당장 해주지. 넌 그거부터 지워 버려. 아니. 여기서 계약서라도 쓰자.”
자기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회사를 희생해도 괜찮다는 건가?
아무렴 괜찮았다.
나는 김 대표와 임시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 대표실을 나왔다.
그리고 줄곧 나와 동행하고 있던 이 실장에게 물었다.
“이거 계약서가 효력을 발휘하긴 할까요?”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저희가 잘 처리해 보겠습니다.”
이런 좋은 증거들을 그냥 불태워 버린다고?
어림도 없다.
어차피 김 대표가 순순히 따를 리도 없을 테고. 김 대표가 발표하든 안 하든 나는 검찰청에 이 서류를 보내고 언론에도 크게 터트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