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53화
[선한 이미지의 대명사, 장혜나. 사실은 학교 폭력 가해자?]
[장혜나의 끝없는 추락.]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장혜나의 악랄한 인성]
방금 먹은 아침밥이 금방 소화가 되게 만드는 문구들이었다.
“기사 제목 참 잘 뽑았네.”
특히 이게 마음에 들었다.
장혜나의 끝없는 추락.
말 그대로 장혜나는 지금 하늘 높이 치솟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중이었다.
그뿐인가?
덩달아 장연욱까지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거 봐. 내가 말했지? 기자 몇 명만 기사 쓰게 만들면 다른 놈들은 알아서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김 대표 말대로 기자 몇몇에게 돈을 주고 기사를 쓰게 하자 다른 기자들이 얼른 물타기를 하며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출처도 불명확하고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무작정 가져와 뿌리고 있는 것이었다.
“흐흐. 이렇게 또 하나의 별이 지는 거지.”
오늘따라 담배가 참 맛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네?”
기사가 뜬지 하루가 됐다.
보통 이럴 땐 재빠른 대응이 나와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GN 엔터테이먼트는 침묵을 하고 있었다.
“이미 포기한 게 아닐까요?”
황 실장의 말에 김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우리가 이런 거 한두 번 해보나? 저쪽에서도 사이즈가 안 나오니까 진작 포기한 걸 수도 있겠다.”
일부러 구설수를 만들어 연예인 하나를 재기 불능으로 만드는 일을 이미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었다.
SG 엔터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획사들 역시 거슬리는 놈이 있으면 약점을 찾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래서 요즘 따라 연예계가 정신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죽창질을 하며 서로가 서로를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마약 사건 폭로도 기획사 하나가 작정하고 저지른 일이라는 얘기가 있지 않던가.
“그래도 아직 부족해. 계속 몰아붙이라고 해. 절대 반격할 틈을 줘서는 안 돼. 그냥 짓밟아 버리라고.”
“예, 대표님.”
일이 참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마침 장연욱과 장혜나의 반응도 없겠다, 기자들은 신나게 기사를 써 내려가며 그 두 사람을 비판했다.
그리고 커뮤니티 역시 하루 종일 JJ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중립 기어를 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JJ를 헐뜯기 바빴다.
대중의 마음은 갈대 같다고 했던가.
그들에게 사실 확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욕을 할 상대가 필요했을 뿐.
그렇게 이틀 동안 온갖 인터넷 사이트에서 JJ의 욕으로 넘쳐났고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어 뉴스를 타기까지 했다.
이제 이놈들은 절대 회생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할 무렵.
3일째 되던 날, 처음으로 장혜나에 대한 미투를 했던 학생이 사과글을 올렸다.
[죄송합니다. 모든 건 제 잘못입니다.]
해당 학생의 글 내용은 이러했다.
장혜나가 자기를 왕따시켰다는 내용은 거짓이다. 오히려 장혜나는 왕따인 자신을 잘 챙겨줬다. 그러다 누군가가 자신들이 쓴 내용대로 글을 써서 커뮤니티에 올리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제안이 왔었다. 그 꾀임에 넘어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고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뭐, 뭐야. 이건? 이것도 황 실장이 시킨 건가?”
“아뇨. 이건 저희가 지시한 내용이 아닌데······.”
해당 글이 기사에 뜬 것을 본 김영호 대표는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지시를 하지도 않은 사과글을 갑자기 저 학생이 왜 올린단 말인가?
“이 학생 지금 연락은 되나?”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잠깐 전화를 돌리고 있던 황 실장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야? 확실해? 그래. 일단 알겠어.”
전화를 끊은 황 실장이 뭐라 입을 열지 않고 있자 답답했던 김 대표가 다그쳤다.
“뭔데? 무슨 일인데 그래? 그 학생이랑 연락이 안 돼?”
“그, 그런 게 아니라 그 학생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갑자기 전부 사과글을 올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경찰에서 이번 사건을 정식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뭐?”
“거기다 기자들도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벌써 허위 미투라고 밝혀졌다는 기사를 쓰고 있답니다.”
3일 천하라고 했던가.
지금이 딱 그러했다.
“아니. 대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일이 이렇게 돼?! 고작 3일이야. 3일 만에 이렇게 확 뒤집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허위 미투는 지금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허위 미투라고 해서 대중들이 그걸 잘 받아들이겠는가?
2주일 정도 작업을 해버리면 아무리 허위 미투라고 떠들어대도 믿어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건은 3일 만에 상황이 뒤집히게 생겼다.
적어도 일주일만 버텼어도 충분히 그 둘에게 흠집을 내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저희 쪽에서 계속 알아보고는 있는데, 우리와 같이 작업하기로 한 학생들과 사람들 전부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계획은 완벽했다.
그리고 3일 동안 실컷 장연욱과 장혜나를 두들겨 패며 더 이상 일어날 수 없게 짓밟아 놓았다.
그런데 반전의 불씨가 보이려 한다.
아니. 이미 불씨가 퍼져서 큰불이 되어 가는 중이다.
“빠, 빨리 알아봐. 지금 이거 여기서 엎어지면 안 돼!”
“네!”
3일까지 기다렸다가 터트리는 것도 참 절묘하다고 해야 할까.
문득 김영호 대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가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 *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잠깐 미쳤었나 봐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미투 사건이 터지고 나서 H&A는 허위 미투 글을 작성한 학생들을 하나씩 내 앞으로 데려왔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지 않은가.
수억 원대의 고소를 진행한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죄송하다며 엉엉 울음을 터트린다.
“제가 하나만 물어볼게요. 평소에 우리 누나를 많이 싫어했나요?”
“네? 아뇨. 노래도 매일 듣고 진짜 좋아하는 가수에요. 같은 학교라서 더 좋아했고요.”
“근데 왜 그런 글을 쓰셨어요?”
“그, 그건 어떤 남자가 글을 쓰라고 강요를 해서······.”
“돈 받은 거 알아요. 얼마 받았어요?”
“그, 그게······.”
“아뇨. 됐습니다. 더 들을 필요도 없겠네요.”
난 청소년법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인이 아직 안 됐다고 해서 무작정 봐주기만 하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이미 다 알 만큼 아는 나이일 텐데 말이다.
“부모님한테 잘 말씀드리세요. 곧 고소장이 집으로 날아갈 거니까. 알겠죠?”
“네? 아, 안 돼요! 그럼 저 죽어요!!”
“설마 부모님이 자기 자식을 죽이기라도 할까요. 대신 돈 내는 것 때문에 고생은 좀 하시겠네. 더 볼 일 없으니까 나가세요.”
“제, 제발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네?”
무릎까지 꿇고 살려 달라 비는 여학생을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보다는 괘씸한 마음이 앞섰다.
만약 내가 미리 대비를 해 놓지 않았다면 저 사람이 올린 글 하나 때문에 누나의 연예계 인생이 끝장날 뻔하지 않았던가.
“좋습니다. 그럼 타협을 조금 해볼까요? 지금 당장 사과글부터 작성하세요. 모든 건 거짓이었고 누군가가 시켜서 한 거라고. 그럼 선처를 조금 해주겠습니다. 어때요?”
“조, 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쓰세요.”
그 학생은 곧바로 사과글을 작성해 나갔다.
H&A 직원 하나가 학생 뒤에 서서 어떤 식으로 사과글을 써야 하는지도 잘 지도해 주었다.
“다 썼어요. 이제 봐주시는 거죠?”
“네. 피해 보상금은 한 3억 정도 생각했는데 2억으로 깎아 드릴게요. 그 정도는 낼 수 있죠?”
“네에?! 2, 2억이요?”
“볼일 끝났으니까 나가세요.”
“자, 잠깐만요! 2억을 제가 어떻게 내요!”
“그건 그쪽 부모님이 내실 거니까 걱정 마세요.”
나는 해당 학생을 강제로 내보내 버렸다.
“고객님. 보통 이런 경우에 피해 보상금은 1억도 나오기 힘듭니다.”
이 실장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런 경우에 피해 보상금이 1억도 나오기 힘들다.
“저도 알아요. 많아 봐야 2천만 원이 끝이라는 거. 그런데 그런 푼돈 받자고 하는 일 아니잖아요. 돈은 얼마든지 내겠습니다. 최대한 재판을 끌어 주세요. 저쪽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도록 말이에요. 거기다 재판이 길어지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겁니다. 일상생활은 거의 포기한다고 봐야죠.”
돈 있는 사람이 이래서 무섭다.
그들은 고작 얼마 받자고 고소를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게 보상금을 내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이기 때문이다.
내 말을 알아들은 이 실장이 조금 나를 의외라는 듯 쳐다보았다.
“제가 생각보다 지독하죠? 저도 유하게 살려고 했는데, 이 바닥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
이미 여러 번 배우지 않았던가.
상대에게 지독하리만큼 갚아 주지 않으면 다음에 또 똑같은 공격을 맞고 쓰러지게 된다.
적당한 예시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누구도 우릴 건들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을 데려오는 것 말고도 제가 지시한 게 또 있었죠? 그건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자료는 거의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일단 기자 중에서 SG 엔터에게 뒷돈을 받은 사람들을 중점으로 조사해 놓았고요.”
“다른 건요?”
“여기 있습니다.”
이 실장은 내게 서류를 하나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SG 엔터테이먼트 대표, 김영호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솔직히 찾는 게 힘들긴 했습니다. 그쪽에서도 선수를 쳤는지, 쓸만한 건 거의 없더군요.”
김영호 대표도 본인의 뒤가 잡힐까 봐 이런저런 청소 업체를 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죄가 많으면 아무리 뒤를 깨끗이 해도 흔적이 남는 법.
“국내에서는 청소를 말끔히 해 놓았지만, 해외는 그렇지 못 했습니다. 원정 도박에 성매매, 호화 파티까지.”
“이거 완전 종합 선물 세트네요? 와이프에 자식도 둘이나 있는 양반이.”
혈기왕성한 십 대를 보는 것만 같다.
국내에서는 최대한 흔적을 지워 왔으나, 해외까진 간과한 모양이다.
“어떻게 할까요?”
“기자들한테 싹 뿌리세요.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붙잡은 학생들한테 겁은 어느 정도 줬으니, 최대한 우리 쪽에 협력하라 하세요. 그럼 감면해주겠다고 하면 뭐든 하려고 할 겁니다. 그들을 이용해서 이 모든 일의 배후가 SG라는 걸 밝혀야죠.”
그러자 이 실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고객님.”
“네?”
“혹시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이 정도로 심한 일이 있진 않았죠. 왜 그러세요?”
“너무 일 처리가 자연스러우셔서요. 몇 번 이런 일을 경험해 보신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누구든 고객님을 적으로 만들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겠네요.”
저걸 칭찬이라고 받아야 할까?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이런 걸 돈지랄, 다른 의미로는 FLEX라고 하죠. 돈도 없고 힘도 없으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했을 겁니다. 아마 누구라도 이렇게 했을 거예요.”
“아뇨. 우리 회사에서 이런 일을 많이 해왔지만, 고객님처럼 완벽하게 계획을 짜고 일 처리를 하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느낌상 앞으로도 그럴 것 같네요.”
이 실장은 서류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시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만나고 처음으로 내게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