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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52화 (152/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52화

아침부터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나는 간신히 잠에서 깼다.

“여보세요?”

- 뭐야. 자냐? 목소리가 완전 죽었네.

“지금 시간을 보세요.”

- 뭐, 이제 아침이구먼. 슬슬 일어나라.

핸드폰에 강 대표 이름이 떠 있을 때 받을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역시 받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왜 전화하셨어요?”

- 어제 네가 오디션 보라고 했던 김지혜라는 친구.

“네. 어떻게 됐어요?”

- 야. PD들이 다 난리다. 어디서 저런 보석을 데려왔냐고. 벌써부터 자기가 키우려고 욕심내는 놈들이 많아.

내 귀에도 착착 달라붙는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당연히 다른 PD들에게도 똑같이 들렸을 것이다.

“발전 가능성 높은 사람이에요. 목소리 들어 보셨죠? 그거 조금만 더 다듬으면 진짜 솔로 가수 하나 제대로 뽑아낼 수 일을 거예요.”

- 흐흐. 그래. 안 그래도 회사 연예인 숫자가 줄어서 이리저리 일거리 찾아보고 있었는데, 네 덕분에 고민을 좀 덜었다. 저거 잘만 키우면 일 제대로 낼 거 같더라.

“PD들한테 맡겨 보세요. 그리고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제가 작곡해서 노래 하나 내볼게요.”

- 그래. 근데 오늘은 회사 오냐? 보이 그룹 데뷔는 언제 시키려고?

요즘따라 할 일이 많다.

원래도 많았지만, 점점 더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시간 되면 가볼게요.”

- 자주 좀 와라. 네가 없는 회사가 얼마나 썰렁한지 아니?

“끊을게요.”

- 자, 잠깐만!

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 눈을 감았다.

삐리리-.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짜증이 치솟았다.

이 아저씨가 지치지 않고 또 전화를······.

“음?”

하지만 전화를 건 상대는 강 대표가 아니라 이효지 실장이었다.

* * *

“음-.”

원래 회사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엄연히 금지되어 있지만, 대표실 안에서 피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SG 기획사 김영호 대표의 아침은 항상 담배와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작된다. 그는 대표실에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커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였다.

그러다 그가 저 앞에 있는 TV에 눈을 돌렸을 때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하필이면 이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에 걸그룹 ‘레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기분 더럽게.”

그는 당장 TV를 돌려 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연욱과 장혜나가 특별 무대로 공연을 하는 것이 나왔다.

“지금 사람 놀리는 거야, 뭐야!”

기분이 팍 상해 버린 김영호 대표는 TV를 바로 꺼버렸다.

그러고는 비서실장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황 실장. 내가 저번에 말한 거 어떻게 됐어?”

저번에 말한 거?

그런 게 한두 가지여야지.

황 실장이 잠깐 머뭇거리자 김영호 대표는 괜히 화풀이해댔다.

“내가 장혜나 털라고 한 거 어떻게 됐냐고 인마!”

“아, 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입니다. 장혜나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을 여러 명 포섭해 두었고, 대본을 맞춘 기자들도 기사를 쓸 준비만 하고 있습니다.”

황 실장은 준비한 서류를 김 대표 앞에 내려놓았다.

서류에는 포섭한 학생들의 명단과 기자들, 그 외 증인이 될 만한 사람들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꽤나 훌륭하게 준비를 했다.

“이거 보니까 지금 당장 터트려도 될 거 같은데?”

“지금 당장 해도 괜찮긴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렸다가 하심이······.”

“시간 오래 끌 필요 있어? 돈만 잡아먹는 거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완벽하게 장혜나를 추락시키려면 철저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 대표는 뭐든 쓸데없이 신중한 황 실장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이 어디에서 왔던가.

신중함이 아니라 바로 ‘빨리빨리 정신’에서였다.

“너무 늦어. 난 저 TV에서 장연욱이랑 장혜나 그 두 연놈의 얼굴이 평생 안 나왔으면 좋겠어. 이번 일로 ‘레이스’까지 추락해서 아예 묻혀 버리면 더욱 좋고. 그러니까 지금 바로 진행해. 준비는 거의 다 됐다면서.”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틀 뒤에 한꺼번에 터트리는 것으로 지시를 내려 두겠습니다.”

“돈 뿌린 값 하라 그래. 만약 이번에도 시원찮으면 가만 안 놔둘 거라고.”

“예. 대표님.”

황 실장은 허리를 숙인 뒤 대표실을 나갔다.

김영호 대표는 비서가 나가고 나서 다시 서류를 확인해 보았다.

이 정도면 문제없이 장혜나를 나락으로 보내고 동시에 장연욱까지 끌어 내리기 충분해 보였다.

“건방진 새끼. 어른들의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지 똑똑히 깨닫게 될 거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김 대표의 음흉한 웃음이 대표실 안을 가득 채웠다.

* * *

작업실 안에 갈라지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도현은 무리하게 음을 올려 보았지만, 역시나 음역대가 높이 올라가지 못한다.

굵은 목소리는 저음일 때 들으면 매우 음색이 좋아 보이지만, 음이 높으면 높을수록 깨지는 단점이 있다.

“도현아. 도저히 안 되겠니?”

“예. 아무리 해도 올라가질 않습니다. 그리고 장연욱 PD님이 전 음역대 높이는 연습은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야. 걔가 네 담당 PD야? 아니잖아. 넌 내가 담당하는 놈이야. 근데 지금 왜 남의 말을 쳐 듣고 앉았어?”

“죄,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장연욱 핑계 대기만 해 봐.”

강정후 PD는 구태여 티를 내고 있진 않지만, 장연욱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본인 스스로는 장연욱을 라이벌로 여기는 중이었다.

강정후 PD 말고도 다른 PD들 역시 장연욱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연예계에서는 알아주는 톱스타이고, 회사의 실세이며 동시에 작곡 천재이기까지 하니 PD들 입장에서는 배가 안 아플 수가 없는 스펙이었다.

그런데 요즘 장연욱이 연습생들을 하나둘 불러서 피드백을 줄 때마다 이놈들이 건방지게 장연욱 이름을 거들먹거리며 기존에 하던 연습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김도훈 이놈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의 연습을 전부 다 부정하며 장연욱이 준 피드백만 맹신하고 있다.

“10분만 쉬고 다시 해보자. 넌 음역대를 반드시 올려야 돼. 연습으로 안 될 게 없다니깐? 아무리 춤추고 얼굴 보여 주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기본 노래 실력은 갖춰야지.”

“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동안 강정후 PD는 프로듀서들끼리 만든 단톡방에 들어가 메시지를 남겼다.

[하. 연습생들 물 흐려진 거 봐. 장연욱이 또 사이비 같은 피드백 주입해서 애들이 맛탱이 간 거 같다.]

[여기도 그래. 아니. 우리가 그동안 연습시킨 게 다 틀렸다는 거야 뭐야. 우리를 싹 무시하고 그런 식으로 해도 괜찮은 거냐?]

[자기가 회사 먹여 살리고 있다 이거지. 그놈 눈에는 우리가 뭘 하든 다 마음에 안 들어 할걸?]

이렇게라도 뒷담을 까야 잠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그때 프로듀서 하나가 긴급 속보를 전했다.

[야. 이거 뭐냐?]

해당 프로듀서가 올린 뉴스 기사.

바로 장혜나가 학교 폭력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뭐야. 이거 진짜야?]

[여기 한 군데만 올라온 게 아니야. 동시다발적으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

[학폭 당한 애들이 참다참다 한꺼번에 폭로해서 기사가 난 거라고 하던데?]

[지금 커뮤니티도 난리다. 웬만한 커뮤니티에 다 장혜나 얘기밖에 없어.]

장혜나가 학교 폭력을 했다고?

절대 그럴 이미지가 아닌데.

강 PD는 곧바로 커뮤니티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커뮤니티에 장혜나의 인성에 대한 글로 가득했다.

장혜나가 모든 이들에게 받는 인기로 은밀하게 학생들을 조종해 자신을 왕따시켰다-라는 내용의 글도 있었고, 몰려다니면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글도 있었다.

[이거 주작 아니야? 장혜나가 그럴 이미지는 아니잖아.]

[몰라. 근데 글 못 봤냐? 글 올린 사람이 사진 증거도 다 올렸던데?]

[와.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사람 모를 일이네.]

강정후 PD는 순간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만약 이게 전부 다 사실이라면 장혜나는 연예계를 은퇴해야 한다.

학교 폭력 미투로 목이 날아간 연예인들 숫자가 꽤 되지 않던가.

[장혜나가 이걸로 날아가게 되면 장연욱은 어떻게 되는 거냐?]

[일타쌍피 아니겠어? 자기 누나가 그 정도면 장연욱 그 새끼도 똑같은 놈이라는 건데.]

[흐흐. 언론이 절대 가만 안 있지. 쥐 잡듯이 잡을걸?]

갑자기 희열이 차올랐다.

장연욱 그놈이 드디어 이렇게 가는구나.

그래. 언젠가 그 건방진 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깝치다가 떨어질 줄 알았다.

“PD님?”

“응? 아, 응. 10분 다 됐구나.”

“예.”

“다시 연습해 보자. 고음 연습은 확실히 해야 된다.”

“아······ 네.”

김도훈의 작은 목소리가 거슬렸다.

“도훈아.”

“네?”

“너 어느 쪽이야?”

“예?”

“넌 장연욱 말만 듣고 내 말은 싹 무시할 거야?”

“아뇨. 절대 그럴 생각은······.”

“생각 잘해라. 장연욱 저거 이제 별로 안 남았어.”

“네?”

“인터넷 좀 봐봐. 무슨 난리가 났는지.”

그 말에 김도훈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확인해 보았다.

과연 강 PD 말대로 장연욱과 장혜나로 인해 모든 사이트가 시끄러웠다.

“잘 봤지? 이 정도 여파면 장연욱이나 장혜나나 아무도 못 살아남아. 자연스레 저 둘이 여길 나간다는 거지. 그럼 그땐 누가 네 뒤를 봐주려고 하겠냐? 잘 선택해.”

김도훈은 그저 멍하니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강정후 PD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먼저 작업실을 나갔다.

장연욱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이 두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 *

어제 이 실장이 전화를 준 그대로였다.

김영호 대표는 끝끝내 언론사와 커뮤니티를 이용해 혜나 누나에 대한 거짓 정보를 뿌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충격이 클 거라 생각은 했지만, 회사 분위기를 보니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했다.

“여, 연욱아. 이거 사실 아니겠지? 응?”

강 대표는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보였다.

“대표님. 혜나 누나를 모르세요?”

“나야 당연히 알지. 그런데 커뮤니티랑 기사를 보니까 증거들도 다 가지고 나오고 그래서······.”

쫄만하다.

증인들도 다수 있고 저쪽에서 어떤 수작으로 만든 증거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하나씩 공개되고 있으니 말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냥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가 아무런 의혹도 해결하지 못하고 연예계를 은퇴하는 것이 옳은 수순처럼 보일 정도였다.

“혜나는···. 혜나는 어떻게 하고 있어?”

“누나는 아무 걱정도 안 해요.”

“뭐?”

“이런 일이 이제 익숙한 거죠. 예전에 악플 하나 보고 벌벌 떨던 누나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어제 이미 언질을 줬다. 그리고 누나도 안 그래도 잠잠했다면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근데 혜나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으려 할까? 저쪽에서 준비한 게 너무나도 큰데.”

소속사가 돈을 들여 준비한 것들이니 보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미 저쪽의 수가 뭔지 다 꿰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강 대표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대표님. 잘 지켜보세요. 제가 어떻게 갚아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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