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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41화 (141/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41화

회귀자는 사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그건 말이 안 된다.

나는 장연욱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눈을 뜨지 않았던가.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어디까지나 본인의 상상 아니겠습니까? 작가가 원한다면 어떤 설정이든 가능하니까요.”

“그렇겠죠······.”

“그런데 미스터 장과 이런 얘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군요. 혹시 영화나 드라마 쪽에 진출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네? 아닙니다.”

“하하. 혹시라도 관심이 생긴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알렌 감독의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 이 비싼 음식들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멍하니 식사를 했다.

어쩌면 내가 진짜 회귀자가 아니고 다른 누군가가 주인공일 수도 있다라-.

괜히 물어본 거 같다.

복잡했던 머리가 몇 배는 더 어지러워졌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미스터 장.”

“예. 덕분에 식사 맛있게 했습니다.”

나는 알렌 감독과 악수를 나눈 뒤 그대로 호텔에 돌아가려 했다.

그런 내 뒤통수에 대고 알렌 감독이 말했다.

“너무 스토리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찌 되었든 회귀를 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걸 찾아 나가는 내용도 분명 재미가 있을 겁니다.”

회귀를 한 이유.

조금은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다.

* * *

“닉슨.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 작업한 지 얼마나 됐지?”

“오늘로 딱 7일째죠.”

“그래. 딱 7일. 정확히 일주일이 됐다는 거야.”

평소에도 좀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오늘따라 더 상기된 얼굴로 말하는 제드를 보고 팀원들은 자연스레 뒷걸음질을 쳤다.

어쩌다 그에게 붙잡힌 닉슨만 열렬한 리액션을 담당하게 되었다.

“믿어져? 고작 일주일 만에 노래 2개가 완성됐어. 이게 말이 되는 거냐고!”

“그, 그렇긴 하죠. 대충 노래 작곡하는 데에만 한 달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니깐! 그냥 노래 하나 찍어내는 것쯤이야 하루면 가능하지만, 게임과 가요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곡을 만든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걸 일주일 만에······!”

리액션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과장된 리액션을 보여줘도 괜찮은 주제였다.

최소 한 달에서 두 달까지는 걸릴 거라 생각한 노래 작곡이 일주일 만에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팀장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가 이렇게 빨리 해낼 줄은 몰랐어요.”

“맞아요. 일주일은 그냥 대충 느낌만 살린다는 기분으로 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닉슨에게 리액션을 떠맡겼던 팀원들이 하나둘 대화에 참여했다.

“이게 다 누구 덕분이겠어. 솔직히 우리가 한 건 별로 없지 않나? 장 PD님이 수정한 악보를 검토하고 음표를 따는 전부였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요. 무슨 마법을 부리는 줄 알았다니깐요?”

“어떻게 악상이 그리 쉽게 툭툭 튀어나오는지. 젊어서 그런가?”

“나 젊었을 땐 그런 거 하나도 생각 안 나던데?”

“여러분. 우린 지금도 젊은 거랍니다.”

팀원들이 힘들게 만든 샘플들을 장연욱이 냉정하게 쳐내고 처음부터 다시 쓰게 만들 땐 솔직히 살기마저 들었다. 그러나 곧이어 장연욱이 내놓는 샘플들을 보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수십 명의 팀원보다 장연욱 한 사람이 만든 곡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여러 고심 끝에 정해진 3곡 중 현재 2곡이 완성된 상태였다.

“내 맘 같아서는 장 PD님을 한국으로 보내고 싶지가 않아.”

“그러면요?”

“우리 회사에 스카우트 하는 거지! 아예 영원히 여기다 붙잡아 놓고 싶어. 그분의 예술적 감각과 내 예술적 감각이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지 알아?”

팀원들이 보기에는 딱히 맞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냥 실력 차이가 엄청나게 날 뿐.

“하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죠. 영화 OST로 빌보드 차트인까지 하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엄청 많다면서요? 그걸 포기하고 게임 회사에 들어온다는 건······.”

“재능 낭비죠.”

“맞아.”

“하, 하지만 시도는 할 수 있잖아! 혹시 알아? 장 PD님이 우리를 엄청 마음에 들어해서 여기에 남고 싶어 할 수도.”

장연욱에 대한 신뢰도가 한껏 높아진 제드는 할 수만 있다면 장연욱을 회사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그럼 평생 그를 숭배하면서 살 자신도 있었다.

“모두 좋은 아침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연욱이 작업실로 들어왔다.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제드가 단박에 튀어 나갔다.

“장 PD님!”

“예?”

“혹시 우리 회사에서 일해 볼 생각 없으십니까?”

단도직입적인 제드의 물음에 팀원들은 일제히 장연욱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싫은데요.”

칼 같은 거절에 탄식을 쏟아내면서도 그럼 그렇지 하며 넘겼다.

그러나 제드는 끈질겼다.

“저와 오랫동안 같이 작업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더 싫어요.”

“······.”

제드가 고개를 푹 숙이자 연욱은 피식 웃으며 작업에 돌입했다.

“자, 오늘 제가 미국에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 아침에 돌아가 봐야 해요. 그러니 최대한 마무리할 수 있는 만큼 해봅시다.”

“예!”

팀장은 분명 제드인데,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는 건 장연욱이었다.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그의 능력에 감탄한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저기······ 장 PD님. 정말로 제가 싫어서 안 오시는 거라면-.”

“농담입니다. 제가 왜 제드 팀장을 싫어하겠어요. 덕분에 제가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는데.”

“하하. 역시 그렇죠?”

“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질척거리시면 다음 프로젝트는 꿈도 꾸지 마세요.”

“무, 물론입니다.”

일주일 동안 제드를 놀리는 맛에 작업이 즐거웠는데, 내일이면 끝이라는 게 연욱은 조금 아쉬웠다.

그건 제드와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연욱과 음악 작업을 하는 건 분명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뭔가 배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지루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상을 선물해 준 연욱과 함께 조금 더 오래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마음이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항상 시계만 쳐다보고 있으면서 언제 휴식 시간이 오나 기다리기만 했던 팀원들은 이제 시간 흐르는 감각이 없어져 버렸다.

벌써 6시간이 훌쩍 흘렀지만, 체감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몸이 피곤한 게 정상인데, 오히려 활력이 돋는다.

“모두 일주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아······.”

“정말 돌아가시는 거예요?”

“좀만 더 있으세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제드보다 더 팀원들이 연욱에게 달라붙었다.

“아직 일이 다 끝난 게 아닙니다. 한국 가서도 매일 화상 통화를 하면서 작업을 해나가야 해요. 그러니 이제 한국에서 봬요.”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정말 아쉬웠는지 몇몇은 눈물까지 훔쳤다.

나름 뭉클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연욱은 그들과 아쉬운 이별을 뒤로 하고 혜나와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음반 작업팀이 얼마나 자신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는지 혜나에게 얘기해 주고 싶어 벌써부터 입이 근질거렸다.

“혜나. 가지 마.”

“제발 우리랑 같이 있어.”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먹고 살 수 있게 해 줄게!”

“······.”

근데 여긴 더 가관이었다.

눈물 콧물 흘리며 애니메이션 팀들이 혜나와 멤버들에게 매달리며 가지 말라 소리치고 있었다.

케이크와 성대한 이별 파티까지 준비한 것을 보니 음반 작업팀 사람들에게 갑자기 섭섭한 마음이 드는 연욱이었다.

* * *

미국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기억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니. 내가 스스로 마음 깊이 묻어 버렸다는 것이 옳다.

심각하게 파헤쳐 봤자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학업과 일에 집중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걸그룹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잠자코 있으니 갑자기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장연욱 근황]

유명 커뮤니티에서 내 근황에 대한 게시글이 화제가 되었다.

[현재 장연욱은 레전드 오브 챔피언 게임과 콜라보를 계획 중에 있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걸그룹 컨셉의 스킨과 챔피언이 장연욱과의 콜라보로 탄생하게 된다는 것. 현재 장연욱은 소속사와 함께 걸그룹 데뷔를 준비 중에 있는데, 레전드 오브 챔피언이 그 첫 발판이 될 것처럼 보인다.]

어디서 퍼졌는지, 걸그룹 컨셉 스킨과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한다는 소식에 유저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게임에 열광을 하는 것이지, 내가 콜라보에 참여한다는 건 의외로 반응이 차가웠다.

-장연욱이 노래 뽑는 건 좋은데, 그 나이에 걸그룹을 데뷔시켜?

-아무리 노래 잘 뽑는다고 해도 걸그룹 데뷔시킬 만한 프로듀싱은 안 될 거 같은데?

-아직 미성년자 아님? 그런데 회사 대표가 할 일을 장연욱이 한다고?

-참 10대다운 생각이다. 어떤 미친놈이 걸그룹을 게임으로 데뷔시키냐? 제정신인가?

걸그룹은 음악 무대를 통해 데뷔를 한다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깬 것이 바로 우리 JJ다.

우린 먼저 음악무대에서 데뷔를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가 인지도를 쌓고 무대에 나와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번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접근으로 데뷔를 하여 크게 터트리려는 것이다.

-이건 음악 시장에 대한 기만 아닌가요?

-아무리 게임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닌 듯.

-각설하고 장연욱은 음반 제작에만 집중해 줘라.

-혜나는 뭐하냐. 동생 폭주하는 거 안 막고. 얘가 자만해져서 별 걸 다 하려고 하네.

반응이 안 좋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여론이 냉랭할 줄은 몰랐다.

“다른 기획사에서 장난질을 좀 치는 거 같다.”

강 대표는 곧바로 문제를 확인했다.

“알아보니까 기사 낸 것도 우리 경쟁 기획사들이야. 그쪽에서 대거 사람 풀어서 지금 바람잡이 하는 거지.”

여러 기획사에서 종종 하는 짓이다.

특정 연예인을 공격하기 위해 댓글 부대를 뿌려 원하는 프레임을 씌어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은 긴가민가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계속해서 일정한 프레임을 덮어씌우면 나중에는 일반 사람들조차 그 프레임에 넘어가 해당 연예인을 공격하게 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자살하는 연예인도 있고 혹은 공황장애에 시달려 연예계 생활을 아예 접어 버리는 사람도 있다.

도가 지나친 짓이라고?

결국 이것도 경쟁이다.

내가 먼저 대중의 기억 속에 잊히느냐, 아니면 저놈이 먼저 사라지느냐가 생사를 결정하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어떡할까? 지금이라도 정정 기사를 내야 하나?”

“정정할 게 없잖아요. 우리가 게임으로 걸그룹을 데뷔시키려는 건 맞으니까요.”

“으음. 그렇긴 한데······.”

강 대표는 은근한 눈치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강 대표도 이번 프로젝트를 안 좋게 보고 있지 않던가.

이번 기회에 차라리 내가 포기했으면 하는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난 한번 시작한 일을 이제껏 멈춰본 적이 없다.

그리고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저도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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