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36화
톱스타 정성우가 마약 및 성범죄로 구속 되면서 대한민국 연예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평소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인성 좋고 젠틀 하기로 유명했던 그가 뒤에서는 그런 더러운 짓을 하고 다녔던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정성우를 싫어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되어 버렸다.
대한민국 여성들 중 정성우를 혐오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 각종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이 잠시 문을 닫았고, 연예계 내부에서도 차근차근 물갈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신인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자, 네 말대로 어찌어찌 여기까진 왔는데······.”
강 대표는 요즘 따라 한숨이 늘었다.
애지중지 키운 놈들이 죄다 마약 범죄로 날아가 버렸으니, 맨정신으로 버티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 단단하게, GN 엔터테이먼트의 핵심으로 남아줘야만 한다.
“근데 이거 진짜 맞는 거냐?”
저번에 나는 강 대표에게 우리 걸그룹이 어떻게 데뷔를 하게 될 예정인지 알려 주었다. 당연히 초반에는 강 대표가 격렬하게 반대를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니, 더는 내 의견에 반대할 수가 없었다.
“예. 이미 거기서도 답신이 왔잖아요. 우리와 정식으로 음반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그래. 나도 알지. 근데 이게 정말 맞는 건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서네.”
불안한 건 당연하다.
누구도 도전해 보지 않은 것이니까.
“하- 게임 걸그룹이라니. 그걸로 데뷔하는 건 우리가 최초일 거다.”
게임 걸그룹.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을 뽑으라고 하면 모두 레전드 오브 챔피언을 뽑을 것이다.
5대5 AOS 게임으로, 프로게이머들은 수십억 연봉을 받으며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 그만큼 게임을 하는 사람도 많고, 게임 경기를 보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특이하게 이 게임은 캐릭터의 능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팔지 않고, 오로지 외형만 바꿔 주는 스킨을 팔아 그것으로 이익을 챙긴다.
그것이 이 게임의 성공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다른 게임들은 현질만 하면 금방 강해지고 남과 격차를 벌릴 수 있지만, 이 게임은 오직 자신의 능력을 앞세워 상대를 짓밟아야 한다.
“이 게임 들어는 보셨죠?”
“야. 나도 이거 게임 해. 내 티어가 무려 플레티넘이야.”
“오~ 정말요?”
“그래. 내가 게임도 모르는 문외한인 줄 알아?”
나도 알고 물어본 거다.
강 대표는 애초에 유명한 게임광이기도 하니까.
“이번에 거기서 새로운 스킨을 낸다고 해요. 그것도 우리나라 케이팝을 모델로 삼아서요. 걸그룹이라는 거 자체가 다른 나라에는 좀 생소하긴 하잖아요. 일본 빼고.”
“그렇긴 하지.”
“그래서 게임에 있는 여성 챔피언들 스킨을 걸그룹 테마로 만들겠다는 거죠.”
“인원은?”
“4명이요.”
“흠-”
강 대표는 턱을 쓸어내린 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게 과연 먹힐까? 뭐 스킨이야 잘 팔리겠지. 게임을 이용하는 게 거의 남성이니까. 걸그룹 스킨이라고 하면 나도 당장 산다. 문제는 이걸로 데뷔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 이거야. 스킨만 팔리고 얘들은 묻힐 수도 있다는 거지.”
누구라도 강 대표처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건 대박을 친다.
그것도 엄청난 대박을 말이다.
데뷔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뉴튜브 1억 조회수를 기록하고, 전 세계를 투어하며 공연을 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끈다.
“이거 진짜 잘 될 거예요. 저 믿어 보세요. 그리고······ 제가 직접 작곡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네가?”
“네. 제가 작곡에 참여하겠다고 하니까 거기서 쌍수 들고 환영하던데요?”
“미국에서는 네가 꽤 유명한가보다?”
“제가 만든 OST가 빌보드에 올랐잖아요. 여러모로 화제도 됐었고요.”
원래 이 걸그룹 자리는 우리 GN이 아니라 외국 기획사가 가져가게 된다.
워낙 받아 주는 곳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다가 작은 기획사에서 함께 콜라보하여 가상 걸그룹을 만들어내는데, 그게 큰 성공을 이끌게 된다.
이런 황금알을 그냥 놔둘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먼저 낚아채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걸 과연 사람들이 잘 받아들여 줄까? 스킨만 사고 걸그룹은 개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지 않도록 제가 노래를 잘 만들어야죠.”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그룹은 노래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걸그룹 컨셉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던 것.
만약 노래까지 좋았다면 더 많은 인기를 끌었을 거라는 말이 많았다.
“혜나 넌 어떻게 생각하냐?”
“뭐,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아니. 넌 동생이 뭐 하자고 하면 다 좋다고 하잖아.”
“호호. 동생 말 들어서 나쁠 거 없더라고요. 그리고 레전드 오브 챔피언은 저도 하는 게임인데요?”
그러자 강 대표가 조소를 띠며 물었다.
“티어가 어디인데?”
“다이아요.”
“······!?”
자신보다 높은 티어에 충격을 먹었는지 이번에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흠흠. 연욱이 너도 그 게임 하냐?”
“제 또래들 중에 레전드 오브 챔피언 안 하는 사람이 없어요.”
“혹시 티어가······.”
“전 마스터요.”
또 한번 충격을 먹은 듯해 보이는 강 대표에게 말했다.
“티어가 높은 사람 의견이 아무래도 맞겠죠? 그러니까 이대로 진행하시죠.”
“······그, 그러자.”
사실 누나와 내 티어는 실버였다.
* * *
“게임······ 걸그룹이요?”
백수진, 이다영, 하채린, 정은영.
네 명의 멤버들은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누나가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게임 스킨이에요. 걸그룹 컨셉으로 스킨을 만든다는 거죠. 그리고 여러분이 그 모델이 되시는 거고요.”
“그런데 그걸로 데뷔를 한다고요?”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라서 무명 생활을 보다 빨리 끝낼 수 있을 거예요.”
누나의 친절한 설명에도 멤버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정상적인 데뷔라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미친 짓을 하는 줄 알겠죠. 하지만 이걸 알아주세요. 전 여러분을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그저 그런 걸그룹으로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네?”
“전 세계적으로 선망받고 인기를 얻는 그런 걸그룹을 만들고자 합니다.”
아직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아이돌 그룹은 없다.
내가 아는 미래에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우리나라 그룹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현재 동아시아 쪽은 우리나라 아이돌의 인기가 대단하지 않던가.
그러나 거기까지다. 아시아 밖으로 케이팝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걸그룹이요? 그게 가능한가요? 대형 기획사들도 여러 번 시도했다가 다 실패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제가 이걸 해보자고 제안 드리는 겁니다. 말 그대로 제안이에요. 강제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만약 여기 멤버분들이 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팀에게 제안을 넣어볼 생각입니다.”
난 기회를 던져줬다.
이걸 받을지, 아니면 거절할지는 이들의 선택이다.
그리고 난 이미 이들의 대답을 알고 있다.
“전 할게요!”
대답을 먼저 한 것은 백수진이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힘든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리고 게임 속 걸그룹이란 컨셉도 마음에 들어요.”
“저, 저도요!”
“저도 할게요.”
모두 차례대로 대답이 나왔다.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데뷔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서 내가 의도적으로 이 멤버들을 제외하진 않는다. 그냥 유명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 있으니, 그곳으로 안내해줬을 뿐.
이게 아니더라도 이들을 데뷔시킬 방법은 많다.
“모두 동의를 하셨으니, 이대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두 여권 준비하세요.”
“여권이요?”
“네. 미국 게임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거기 있는 PD들과 협력을 해야 해서 다 같이 미국으로 가야 합니다. 없으신 분은 지금이라도 빨리 만들어 두세요.”
미국으로 간다는 말에 다들 적잖이 흥분한 듯해 보였다. 그러다 백수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혹시 비행기 값은······.”
“당연히 회사에서 지불하는 거죠. 다들 최소 비즈니스석에는 앉을 수 있게 할 테니까 걱정말고 몸만 오세요.”
“와아-!”
나는 방방 뛰며 기뻐하는 멤버들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남자 연습생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도 어떤 좋은 소식이 있는 건지 잔뜩 기대한 눈치였다.
“아직 보이 그룹이 언제 데뷔할지 정해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
연습생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목표는 정해졌어요. 어느 정도 컨셉도 맞춰졌고요. 데뷔하는 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조금이나마 얼굴빛이 나아졌다.
“그리고 제가 PD들에게 따로 언질을 준 게 있어요. 여러분은 노래도 노래지만, 춤이 핵심이라는 걸 알아 두세요. 칼군무 아시죠? 아주 딱딱 맞아떨어지는 춤을 보여야 합니다. 또한 목표에 닿지 못하시는 분은 데뷔 우선순위에서 한참 멀어지게 될 겁니다.”
이미 한 차례 내가 연습생 하나를 내보냈다는 걸 이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매일 밤 연습실에서 쉬지 않고 연습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리해서 연습하라는 게 아닙니다. 목표에 맞게 연습을 하라는 거죠. 오히려 무리한 연습은 몸을 해쳐요.”
말은 이렇게 해도 모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미친 듯이 연습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오늘 공지사항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단체 연습이 있으니까, 그때 다시 봐요.”
“넵! 감사합니다!”
PD 중에 군기 반장이 있는 건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깍듯하다.
멀리서 나를 봐도 후다닥 달려와 허리를 꺾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대충 짐을 챙기고 회사를 나서려고 했다.
“저기 연욱아.”
“응?”
그때 누나가 사람들이 전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게 조용히 말했다.
“그 걸그룹 데뷔하는 거 있잖아.”
“아, 응. 그게 왜?”
“데뷔를 하게 되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거야?”
“뭐······ 그건 상황을 봐야겠지. 아무래도 게임이랑 콜라보를 하는 거니까. 그쪽 게임사 스케쥴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음- 그렇구나.”
난 누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할 말 있어?”
“응? 아니.”
누나는 꼭 할 말이 있으면 저렇게 다리를 베베 꼰다.
분명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이다.
“말해. 괜히 또 나 자는데 갑자기 방에 쳐들어와서 말하지 말고.”
“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어제도 그랬잖아. 치킨 먹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가 도저히 못 참겠다고 하면서.”
“······.”
나는 짐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뭔데. 말해봐.”
그러자 누나가 내 옆에 쪼르르 달려와 같이 앉으면서 말했다.
“그 걸그룹 있잖아.”
“응.”
이 누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혹시 나도 끼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