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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32화 (132/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32화

두 팔에 오돌오돌 소름이 돋아났다.

아마 나를 비롯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비슷한 반응일 것이다.

방금 전까지 소심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정은영은 온데간데없고,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녹음실 방음 부스를 찢어 놓을 것만 같은 여가수가 있었다.

“와······.”

혜나 누나는 입을 쩍 벌린 채 정은영을 바라보았다.

굵직하고 끝없이 올라가는 하이노트.

보통 저렇게 굵직한 목소리가 나오면 높은 음정을 기대하기 힘든데, 정은영은 그런 편견을 철저히 부숴버렸다.

어디든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한 정은영의 카리스마와 폭발적인 가창력은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만든다.

사소한 음정 이탈 없이 노래를 마친 정은영.

누나는 진심을 다해 박수를 쳐주었다.

“와아~!”

작업실에 같이 있던 다른 멤버들도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은영이한테 저런 가창력이 있었나?”

“나 처음 봤어.”

“그러니까. 노래 잘 부르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저 정도일 줄은······.”

정은영한테 저런 가창력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럴 만도 한 게, 사실 정은영은 데뷔하고 나서도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혼자 노래를 부를 기회가 생겼고, 그때 엄청난 노래 실력을 잠깐 화제가 됐었다.

만약 그때 소속사가 그 기회를 잘 살려서 정은영의 가창력을 부각했다면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졌을 수도 있다.

혜나 누나도 그렇고, 정은영의 재능까지 그냥 땅에 묻어 버린 그 소속사 놈들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이렇게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멤버들을 데리고 그따위로 운영을 해서 말아 먹다니.

물론, 멤버들마다 연습을 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들이 가진 매력과 재능을 생각한다면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정은영 씨. 수고하셨습니다.”

정은영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후련해 보이는 얼굴.

그동안 쌓여 있던 걸 한번에 풀어 버린 걸까.

소속사에서 억압당해 있던 울분을 폭발시킨 느낌이다.

“언니. 완전 최고.”

“울지 마, 은영아. 진짜 잘했어.”

“난 은영이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니깐?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 진짜 최고였어.”

멤버들이 정은영을 다독여주고 있었다.

근데 당황스러운 건 옆에 있던 누나가 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흑. 너무 감동적이야. 저 사람들 너무 훈훈해 보이지 않니?”

“그렇긴 하지. 근데 울 정도는 아닌 거 같은······.”

“그건 네가 감정이 메말라서 그래!”

누나에게 등짝을 한 대 맞고 나서 나는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오디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어요.”

“저기······ 합격 발표는 언제쯤 날까요?”

“가능하면 이번 주에 연락을 드릴 겁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멤버들이 작업실을 나가자 누나는 내 어깨를 툭 가볍게 쳤다.

“너 저 사람들 뽑을 거지?”

“으응?”

“눈빛만 보면 다 알아. 아주 아련 터지게 바라보더만.”

난 뜨끔하며 대꾸했다.

“무슨 아련이 터진다고 그래. 그런 거 아니야.”

“뭐, 나는 마음에 들던데. 다들 개성 있고 실력도 있잖아.”

누나도 멤버들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지만 오디션인 만큼 무작정 합격 통보를 내줄 순 없는 일이다.

만약 저 멤버들보다 더 뛰어난 팀이 있다면 그 팀에게 합격 목걸이를 걸어 줄 수밖에 없다.

“안녕하십니까!”

다음은 보이 그룹 팀이 들어왔다.

Grand 소속사 연습생들이 아니라, 이번 오디션에 팀을 꾸려서 참가한 사람들이다.

다들 훤칠하고 멋있는 외모가 눈에 띄었다.

아이돌의 기본 소양은 노래나 춤이 아닌 외모이지 않던가.

노래는 그다음이다.

5명으로 모인 멤버들을 난 찬찬히 훑어보았다.

누나도 잘생긴 사람들을 봐서 그런지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만.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이 있는 거 같은데?

“김도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멤버, 김도현.

익숙한 이목구비에 나는 골똘히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멜로디와 함께 여러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BM7?’

앞으로 몇 년 뒤에 대한민국 가요계를 휩쓰는 보이 그룹 이름이다.

그런데 BM7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대형 기획사에서 내놓는 그룹일 텐데.

여기 있는 5명 중 BM7에 들어가야 할 멤버가 3명이나 있었다.

내가 이들 얼굴을 기억하는 이유는, 온 거리에 BM7 멤버들 사진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쪽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끌어 아시아 프린스라고 불리게 된다.

내가 워낙 보이 그룹 쪽에는 관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BM7 멤버들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도현 씨는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네. 저는 야수적인 외모로 이성에게 강한 어필을 할 수 있습니다!”

“······?”

순간 내가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누나는 웃음을 참느라 주먹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뭔가 저 잘생긴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 분위기가 깨진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BM7이 인기가 있었던 건 멤버들마다 제각기 다른 취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저 김도현이란 사람은 야수 같은 외모와 근육질 몸매로, 다른 멤버는 왕자님 같은 외모로, 또 다른 멤버는 귀여운 외모로.

보이 그룹도 결국 외모로 승부를 봐야 하고 각기 다른 취향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멤버들을 구성해 놓는 것이 기본 공식이다.

“노래랑 춤은요?”

“보여 드리겠습니다.”

노래를 들어 보니 확실히 목소리에서부터 야생적인 느낌이 났다. 딱히 노래 실력이 뛰어나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매력과 잘 어울렸다.

또한 운동을 통해 몸도 아주 탄탄해 보여서 한층 더 매력이 올라간 느낌이다.

“연욱아.”

“응?”

아까 전부터 김도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누나가 말했다.

“너도 운동해서 몸 키우면 장난 아니겠다.”

“엥?”

“내일이라도 내가 헬스장 등록해줄까? 우리 같이 운동할래?”

“됐어. 이미 하고 있어.”

“너 끽해봐야 유산소 운동이 전부잖아. 지금부터 근력 운동을 하는 거야.”

근력 운동이라.

인상이 확 구겨졌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이야 건강과 체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틈틈이 한다지만, 저렇게 몸을 키우기 위해 근력 운동을 하는 건 딱 질색이었다.

아직까지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안녕하세요! 정재호라고 합니다!”

김도현이 나가고 나서 다른 멤버가 녹음실 안으로 들어갔다.

왕자님 미모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내가 알기로 정재호는 BM7 중 가장 인기 있는 멤버가 된다.

그런 귀한 원석이 다른 기획사가 아니라 우리 기획사에 굴러 왔다는 거지?

“재호 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 네.”

“여기 5명 모두 친구 사이죠?”

“네! 맞습니다.”

“그럼 왜 우리 기획사에 지원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러자 정재호가 잠깐 머뭇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사실 저희가 JJ 팬이라서······.”

“네?”

“저희가 JJ의 팬입니다! 그리고 현재 팬클럽 매니저도 맡고 있습니다!”

단순히 JJ 팬이기 때문에 우리 소속사로 왔다는 건가?

“어머. 정말요? 진짜 우리 팬클럽 매니저세요? 혹시 아이디가······.”

“아. 팬클럽에서는 ‘정정정’이라는 닉네임을 씁니다. ”

“어? 저 그 아이디 알아요. 저번에 도시락 조공한다고 직접 팬들이랑 돈 모아서 하셨던 분 맞죠?”

“네. 그 일 이후로 매니저가 돼서 지금도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기막힌 우연······은 아니고.

이런 식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더군다나 JJ 팬클럽 매니저라니.

대한민국 최고의 보이 그룹 멤버가 될 사람이 말이다.

문제는 미래가 이렇게 바뀌면서 BM7이란 보이 그룹이 나올 일은 이제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 재능 넘치는 멤버들을 데리고 새로운 보이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차라리 내가 BM7을 능가하는 최고의 보이 그룹을 만들면 어떨까?

* * *

“다들 고생했다. 그래서 어때? 성과는 좀 있었나?”

오디션이 끝나고 나서 프로듀서들이 사장실로 모였다.

“나름 괜찮은 사람도 있었고, 완전 기대 이하인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확 마음에 와닿는 사람도 없었어.”

“어? 나는 있었는데. 제가 오디션 본 팀은 재능이 많더라고요.”

서로 다른 팀들을 만나 오디션을 진행했다.

내 고집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다행히 다들 좋게 봐주었다.

“연욱이가 하자는 대로 하니까 확실히 피로함이 덜해요. 팀을 나눠서 오디션을 보는 게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이게 훨씬 나아.”

“맞아. 내가 전체를 다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어차피 최종 예선은 다 같이 보는 거잖아요?”

마음에 드는 팀이 있으면 따로 녹화본을 가져와 다 같이 최종 예선을 봐야 하는 게 이번 오디션의 핵심이다.

“연욱이 너는? 마음에 드는 팀이라도?”

강 대표의 물음에 모두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음. 전 두 팀이요.”

“오~ 두 팀이나?”

“연욱이가 눈이 높아서 한 팀도 통과 못 할 줄 알았는데.”

내가 그렇게 깐깐한 사람으로 보였나.

“저 의외로 눈 안 높아요. 그리고 이번에 제가 뽑은 이 두 팀은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였어요.”

한팀은 트윙클 멤버들.

다른 한팀은 BM7 멤버 3명이 포함됐다.

“연욱이네 팀부터 녹화본을 한번 봐볼까요?”

“좋지.”

스크린에 녹화본을 띄워 트윙클 멤버들부터 보여 주었다.

프로듀서들은 차례차례 나오는 멤버들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얼은 좋네.”

“춤도 괜찮고. 노래 실력도 썩 나쁜 건 아니야. 첫 번째 나온 여자만 빼면.”

백수진의 노래 실력을 제외하고는 다들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하이라이트는 역시 정은영이었다.

“와. 미친.”

“아니. 저건 솔로 가수로 데뷔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보이 그룹 팀.

“야수적인 외모?”

“풉-!”

“근데 틀린 말은 아니잖아.”

“다들 잘생겼네. 근데 3명 빼고 나머지 2명은 뭔가 아쉬운 느낌?”

이은지 디렉터의 말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3명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나머지 2명도 비주얼이 안 좋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 생김새 그 너머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라는 것이 있다.

그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확실히 저 2명은 뭔가 부족해 보였다.

“저도 이은지 디렉터님이랑 비슷한 생각이에요. 3명은 괜찮은데, 저 2명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만약 이 팀을 뽑는다면 전 저 3명만 뽑을 거 같아요.”

저들이 BM7의 멤버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뽑으려는 것이다.

BM7은 이제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혀진 상태였다.

만약 저들을 뽑는다면 난 전혀 새로운 보이 그룹을 만들 생각이다.

“근데 넌 걸그룹만 만든다고 하지 않았냐?”

마침 강 대표가 말을 잘 꺼냈다.

“대표님.”

“응?”

“저한테 한번 다 맡겨보실 생각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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