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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31화 (131/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31화

“누나······?”

“응?”

“왜 갑자기 울어?”

“어? 어어?”

누나는 자기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황급히 닦아냈다.

“내가 갑자기 왜 이러지? 다들 미안해요.”

“아니에요. 저희는 괜찮아요.”

“연욱아.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작업실을 나서는 누나의 뒷모습을 보고 나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잠깐 밖에 좀 다녀올게요.”

나는 빠르게 누나의 뒤를 쫓았다.

“누나. 괜찮아?”

“넌 또 왜 나왔어?”

“아니. 갑자기 그렇게 나가 버리면 걱정이 되지.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그런 거.”

“그럼 왜 우는 건데?”

혜나 누나는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나왔어. 어떡해? 저분들이 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번 생에서 저 사람들이 누나의 가족이었다.

트윙클은 비록 인기는 없었지만, 멤버들과의 우화가 싶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리더를 맡고 있던 누나가 책임감 있게 멤버들을 잘 이끌었다고 하는데······.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저분들을 보고 갑자기 눈물을 흘린 거야? 무슨 감정이 막 솟구쳐서?”

“모르겠어. 아-. 나 어떡하지? 쪽팔려서 못 들어갈 거 같은데.”

나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새 눈물을 그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다.

“괜찮아.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시겠지. 그냥 안약을 잘못 넣었다고 해.”

“으으-. 그게 먹힐까?”

“원래 그런 경우 가끔 있잖아. 다들 이해해 주실 거야. 들어가자.”

“응!”

누나는 내 팔짱을 낀 채 다시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익살스러운 얼굴로 그녀들에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제가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아니에요. 저희는 진짜 괜찮아요. 저희도 안약 잘못 넣으면 가끔 그래요. 안약 때문에 그러신 거죠?”

“호호. 맞아요.”

다행히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시간을 끌 필요도 없었다.

“자. 아시다시피 오늘 제가 여러분의 실력을 평가하게 될 겁니다. 기존에 하던 오디션과는 많이 다를 테니, 각오 단단히 해주세요.”

“넵!”

그들은 당차게 대답하며 한 명씩 녹음실로 들어갔다.

첫 번째 참가자는 백수진.

나이는 19살로 누나와 동갑이다.

트윙클에서 혜나 누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리더인 누나를 옆에서 지지해주며 동고동락했다고 하는데, 누나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고 들었다.

“수진 씨가 가장 자신 있는 게 어떤 거예요?”

“아. 저, 저는 노래를 잘 하진 못합니다.”

“걸그룹이 꼭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죠. 그러면요?”

“추, 춤을 잘 춥니다!”

내가 알기로도 백수진은 보컬 담당이 아니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지금부터 들려드리는 음악을 듣고 즉흥으로 춤을 춰주시겠습니까?”

“네!”

내가 작곡한 노래들 중 아직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는 걸 백수진에게 들려 주었다.

그녀는 노래를 다 듣고 나서 짧게 평을 남겼다.

“노래가 참 좋네요.”

“아직 미공개 곡입니다. 신나는 리듬으로 만든 곡이죠. 춤을 추기에는 딱 좋은 곡이라고 생각해 들려 드린 겁니다. 어때요? 추실 수 있겠어요?”

“네. 한번 춰보겠습니다.”

오래 전부터 연습한 춤이라 미리 생각을 해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즉흥으로 추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 주는 춤은 확실히 이번 노래와 잘 어울렸다.

애초에 이 노래는 솔로로 부르기 보다는 단체로 부를 때 좋을 것 같아 저장을 해두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룹의 멤버가 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약 4분 가까이 쉬지 않고 춤을 췄던 백수진이 땀방울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춤추는 걸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순식간에 노래가 끝나 버렸다.

“좋네요.”

“저, 정말요?”

“네.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노래는 잘 못한다고 했지만, 한번 들어는 봐야겠네요. 괜찮죠?”

“아······ 네.”

춤 실력이 뛰어난 그녀.

방금 전 그건 호수에서 뛰어노는 백조와도 같았다.

‘백조의 호수’라는 곡을 지은 차이코프스키가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노래를 못한다고는 하지만, 방금 전 춤을 보고 난 뒤라, 그녀가 어떤 목소리를 내도 아름답게 들릴 것만 같······.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백수진은 몇 번이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녹음실을 나왔다.

역시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컸다.

“그 다음은 이다영 씨.”

“네!”

이다영은 트윙클에서 막내를 맡았었다.

17살로 나이가 가장 어렸고, 백수진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자퇴하고 연예계의 길로 뛰어들었다.

사실 오늘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 중 학교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을 봐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많지 않다.

중간에 자퇴를 하는 사람도 많고 설사 다닌다고 해도 출석율이 높지 않아 졸업을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거기다 여기 네 명은 지방 쪽에 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케이스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다영 씨는 제게 어떤 걸 보여 줄 생각이시죠?”

“전······ 노래를 조금 할 줄 압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알기로 이다영은 백수진보다 조금 노래를 잘 부르는 수준이었고, 춤도 보통의 실력이었다.

그렇다면 왜 걸그룹에 있었느냐.

그녀는 막내답게 애교를 담당했다.

멤버들 중에서 가장 작은 키와 귀여운 미모의 소유자인 이다영은 팬들에게 항상 친근하게 다가가 애교를 부리곤 했다.

그걸 보고 있는 팬들은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지금 나처럼 말이다.

“저 하늘을 날아올라~”

그녀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마냥 조금 과한 동작으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누나도 해맑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저분 너무 귀엽다. 아까 첫 번째로 하셨던 분은 엄청 섹시하시던데. 성숙미가 왕창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치? 굉장히 세련되고 예뻤어. 지금 하시는 분은 웃음 짓게 만들 정도로 귀엽고.”

“······.”

그러자 누나는 무섭게 눈을 치켜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뭐, 뭐야. 또 왜?”

“몰라. 네가 그러니까 기분 나빠졌어.”

“아니. 내가 없는 말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잖아?”

누나와 내가 잠깐 투닥대는 사이, 마치 혼자 노래방에 와서 실컷 소리를 지르던 이다영이 노래를 마쳤다. 그러더니 손을 번쩍 들면서 말했다.

“저 성대모사도 할 줄 알아요.”

“네?”

“흠흠. 잘 들어주세요.”

내가 해보라는 말도 안 했는데 이다영은 애써 굵직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늘의 첫 주문이다! 알페스토 하나! 봉골레 둘! 도루뗄루니 하나! 이상 끝!”

“······.”

유명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목소리를 따라한 거 같은데, 전혀 똑같지 않았다.

“꺄하하하-!”

근데 옆에 있던 누나에게는 제대로 먹힌 듯보였다.

“와-. 진짜 웃기다. 가만 있다가 갑자기 훅 찌르고 들어와서 빵 터졌네.”

혜나 누나는 물개 박수까지 치면서 이다영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다영 씨. 춤도 한번 춰보시겠어요?”

“아, 네!”

예상대로 춤 실력도 평범했다.

하지만 걸그룹이라고 해서 무조건 실력이 좋으라는 법은 없다.

멤버들마다 각자 가진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장점이 똑같다면 오히려 맹탕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보컬 능력이 있는 사람, 춤 실력이 좋은 사람, 이다영처럼 귀여운 매력을 가진 사람을 따로 뽑는 것이었다.

그렇게 잘 배합을 하면 다양한 팬층을 공략할 수가 있다.

이다영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귀여운 매력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네. 좋습니다. 그 다음은 하채린 씨.”

“아, 네!”

혜나 누나와 마찬가지로 두 손을 모으며 다영의 장기자랑을 감상하고 있던 하채린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18살 하채린.

멤버들 중 제일 키가 크고 기럭지가 길다.

팬들 사이에서 하채린은 모델을 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말이 많았다.

실제로 그녀는 걸그룹 활동이 뜸해지자 쇼핑몰 모델 일을 했었다.

“여,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소심한 성격이라는 게 얼굴에 훤히 보인다.

그래서일까.

보호해주고 싶다는 남심을 자극한다.

“야.”

“으응?”

“그렇게 입 벌리면서 보면 침 떨어져.”

“······내가 언제 입을 벌리고 있었다고.”

나는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남심을 자극하는 비주얼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검증을 끝낸 뒤, 대망의 마지막 멤버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은영 씨.”

“네에-!”

이 4명의 멤버들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사람이다.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혜나 누나 못지 않은 가창력을 가진 멤버이기 때문이다.

아니. 달리 말하자면 혜나 누나랑은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혜나 누나가 얇은 목소리로 구슬프게 노래를 부르며 하이 노트를 치고 올라간다면, 정은영은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고음을 뚫어 버린다.

여성 락커를 해도 손색이 없는 인재.

그래서인지 저 3명의 멤버들보다 한층 더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다른 멤버들은 이번 오디션을 통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귀한 원석이나 다름 없는 정은영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정은영 씨는 노래를 잘 부르시죠?”

“아, 네. 잘 아시네요.”

“자신 있는 곡 몇 개 뽑아서 한번 불러보세요.”

“네!”

그녀는 3개 노래를 선정했는데, 솔직히 선정곡들이 죄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두 안전한 곡들을 골랐던 까닭이다.

난 그녀가 한계까지 고음으로 치닫는 걸 보고 싶었다.

그래도 직접 고른 곡이니, 한번 들어는 봤다.

“아직도 거리를 서성이며 그대를 기다리죠~”

첫 노래부터 한숨이 쉬어나왔다.

“왜 그래? 마음에 안 들어? 엄청 잘 부르시는 거 같은데.”

뭐, 발라드 노래 좋고 음정도 참 좋은데 그녀는 지금 겁을 먹었다.

겁을 먹어서 그녀 스스로 능력을 한정 시키고 있는 것이다.

난 결국 참다 못해 중간에 노래를 중단시켰다.

“그만. 거기까지.”

“아··· 네.”

“은영 씨. 다른 노래를 골라보세요.”

가장 기대를 하고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더욱 그녀를 몰아 붙이고 있었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듣고 싶은지 얘기해 주진 않았다. 그녀 스스로 깨닫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아. 그럼 이번에는······.”

이번에도 역시 안전한 곡들을 골랐다.

그래서 곡을 듣다 또 중단시켰다.

“다른 걸 골라 보세요.”

“저··· 어디가 마음에 안 드셨나요?”

“네. 마음에 안 드는 게 한둘이 아니긴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골라 보라는 겁니다.”

점점 정은영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헤드폰을 잡고 있는 손도 잘게 떨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만. 다시 고르세요.”

“······.”

그러자 혜나 누나가 내 어깨를 살짝 치며 말했다.

“야. 왜 그래? 잘 부르시는 거 같은데.”

“누나. 이건 내 오디션이야. 그러니까 가만 있어.”

음악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던 터라 누나도 더는 왈가왈부하지 못했다.

“은영 씨. 내가 괜히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은영 씨는 너무 겁을 먹었어요. 안전한 모험이나 하자고 가수가 되려는 게 아니잖아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던 정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노래 한 곡을 골랐다.

그 곡 제목을 보고 나서야 굳은 내 얼굴이 따뜻하게 녹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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