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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29화 (129/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29화

“이보세요!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난 억울해요!”

처음에는 경찰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로 수송된 박진범 대표는 아직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고 있었다.

“하아-. 이 양반 참 악질이네.”

담당 검사가 들고 있던 서류를 상에 내려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름?”

“저기, 검사님. 저는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죄 없는 사람을 막 잡아다 가둬도 되는 겁니까?”

“허허. 죄 없는 사람? 지금 그게 당신 입에서 나올 말이야? 딴소리하지 말고 이름이나 말해요.”

“바, 박진범입니다.”

검사는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물었다.

“아까 죄가 없다고 했죠?”

기다렸다는 듯이 박 대표가 대답했다.

“예! 제가 평생 깨끗하게 산 놈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요? 근데 여기 서류에 나온 건 다른데? 첫 번째부터 아주 거하게 죄를 지으셨네.”

검사는 그동안 박 대표가 연습생들을 상대로 쓴 계약서를 펄럭이며 말했다.

“이거 완전 노예 계약서 아닙니까?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걸 쓰고 있어요? 아주 사람을 갈취하려고 만들었네. 이런 계약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노, 노예 계약서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계약서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저 변호사들이 써주는 걸 썼을 뿐이라고요! 억울합니다!”

뻔한 대답이었다.

“그러시겠지. 근데 정말 몰랐어도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은 벌써 수십 명의 연습생들을 상대로 이 계약서를 뿌렸고, 이것만 해도 족히 3년은 나와요.”

“3, 3년이요?”

“그뿐인가? 소속사를 나가려고 하는 연습생을 공갈 협박해서 붙잡아 두고, 심하면 구타까지 했다며? 그것까지 하면 최소 5년.”

하나씩 죄가 추가되자 박진범 대표는 무조건 잡아뗐다.

“아닙니다. 제가 무슨 협박을 했다고······. 그냥 여기서 포기하면 아깝지 않냐고 타일렀을 뿐이죠. 그리고 구타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증거라도 있습니까?”

“증거? 당연히 있지. 우리가 증거도 없는데 애먼 사람을 잡아왔을까.”

뭐? 증거가 있다고?

박 대표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자. 어디 봅시다. 여기 증거가 쫙 깔려 있네? 이거 봐요. 영상들 보이지? 당신 회사 연습생들이 두루두루 찍은 영상들이야. 한번 보여줘?”

검사는 태블릿으로 영상 하나를 틀어 주었다.

거기에는 박진범 대표가 쌍욕을 하며 남자 연습생 하나를 발로 밟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걸 보고 박 대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대체 언제 저런 영상이······!?

“이뿐만이 아니야. 여기 또 있어.”

다른 영상에서도 연습생의 싸대기를 때리거나, 발로 배를 가격하는 등에 폭력적인 장면들이 계속 나왔다.

“어휴. 너무 끔찍해서 더 보기도 힘드네.”

검사는 영상을 끄고 나서 다시 서류를 넘겼다.

“이게 끝이 아니야.”

“또, 또 뭐가 더 있습니까?”

“이걸 봐요. 힘들게 데뷔한 사람들 돈도 다 떼어먹었다면서?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정산은 제대로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 그건 그동안 들어간 돈을 먼저 계산한 다음에······.”

“여기 재무재표 털어 보니까 연습생들한테 들어가는 돈이 엄청 적던데? 밥도 굶긴다며? 연습생 몇 명은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가기까지 했고. 그 사람들 병원비도 안 줬지?”

반박할 말이 없었다.

전부 그가 저지른 것들이 맞기 때문이다.

의문인 건 대체 검사가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난항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더 일이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전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어쭈?”

“변호사 좀 부르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검사라는 분이 왜 저한테 반말을 하십니까?!”

“하하 언제 그 얘기 하나 기다렸네. 뭐, 미안합니다. 우리 박진범 씨, 묵비권도 행사하시겠죠?”

박 대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어떤 로펌 변호사가 와도 이건 커버 못 쳐줍니다. 뭐, 형량은 아주 조금 줄어들 수 있겠네. 어디 부르고 싶은 변호가 있으면 다 부르세요.”

검사가 비아냥거리며 취조실을 나갔다.

“이런 씨발!”

박 대표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저 검사도 검사지만, 가장 화가 나는 건 이번 일의 주동자다.

대체 누가 찌른 것일까.

연습생 놈들이?

아니. 지금까지 숨죽이며 가만히 있던 놈들이다. 거기다 그놈들은 세상 물정을 몰라서 이렇게 신고하는 법도 아마 모를 것이다.

이건 누군가가 철저하게 회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인가.

고작 이런 작은 회사 하나 부수려고 검찰까지 동원해?

어떤 놈이든 박 대표는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다.

* * *

“검찰에서 정식 기소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어서 구속 영장까지 청부한다더라.”

연습생들을 상대로 갖은 악행을 저질렀던 박진범 대표는 고발을 당해 결국 검찰로 송치되었다.

삼촌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소속사를 차리기 전부터 갖은 사기 혐의에 휘말려 있었고 연습생들을 상대로 돈까지 뜯어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내 부탁을 듣고 그냥 뒷조사만 해줬던 삼촌은 도저히 이런 쓰레기를 가만 놔둬서는 안 된다며 단순 조사에서 끝내지 않았다.

박진범 대표를 고발하고자 여러 인맥을 동원해 진지하게 조사를 시작했고, 해당 소속사에 있는 연습생들을 설득해 증거를 모아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료가 모였을 때 경찰에 넘긴 것이었다.

신기하게 삼촌은 경찰에도, 거기다 검찰에도 인맥이 있어서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아마 재판받고 하면 적어도 5년 이상은 감방에서 썩을 거라고 했어. 그 친구들도 나름 베테랑이니까 허튼 소리한 건 아닐 거다.”

박 대표는 당분간 햇빛을 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Grand 엔터테이먼트는 문을 닫게 될 터.

그곳에서 고통받고 있던 연습생들은 자유의 몸이 된 것이었다.

“삼촌. 거기 연습생들은 지금 뭐 하고 있어요?”

“뭐, 다들 혼란스럽지. 갑자기 회사가 문을 닫게 생겼으니까.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될 테고. 그런데 거기 박혀서 등골 빼 먹히느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탈출하는 게 나아.”

“그중에서 쓸만한 원석도 있지 않을까요?”

“응?”

삼촌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쓸만한 원석이었으면 그런 작은 회사에 머물러 있었을까?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붙어서 거기 연습생을 하고 있었겠지.”

“각자 사정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대형 기획사에서 그 잠재력을 못 본 것일 수도 있고요. 원래 연예계에서 그런 사례가 많잖아요. 어디 대형 기획사에서 탈락시켰던 사람이 다른 기획사에 가서 승승장구하는 그런······.”

그러자 삼촌이 더욱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야? 너 사실대로 말해. 거기 아는 사람 있었던 거지?”

“아뇨. 없어요.”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네가 그렇게 남의 일에 신경을 많이 쓰던 사람이냐? 딱 까놓고 말해서 인류애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놈이잖아.”

“아니. 삼촌. 누가 들으면 제가 사이코패스라고 오해하겠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비슷하긴 하다는 거지. 대체 누군데?”

“정말 아니라니까요? 그냥 저 때문에 소속사가 문을 닫았으니까, 다들 갈 곳이 없을 거 아니에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디션이나 한번 봐 보게 할까 싶었던 거죠.”

이리저리 둘러대기도 참 힘들다.

“오디션?”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죠. 우리 소속사에서 이번에 걸그룹 하나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고.”

“아~ 그거. 강 대표가 너랑 혜나 뽕 맞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거지. 지금처럼 걸그룹 경쟁이 치열할 때 한 번도 그룹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걸그룹을 만들겠다니. 웃긴 일이지.”

삼촌의 평가가 거칠긴 해도 날카로웠다.

확실히 강 대표와 GN 엔터테이먼트는 걸그룹을 만들만한 곳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미래에서도 GN 엔터테이먼트는 걸그룹을 만들긴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이렇게 이른 시기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와 혜나 누나가 크게 성공하면서 그 시기가 빨라진 듯하다.

“아무튼, 그걸 나랑 상의해봤자 뭐가 되겠냐. 네 소속사 대표랑 상의해야지. 결정은 그 사람이 내리는 거니까.”

“그럼 삼촌이 거기 연습생들한테 말씀 좀 해 주시겠어요? 이번에 GN 엔터테이먼트에서 오디션을 할 예정이니 와서 한번 보라고요.”

“귀찮아. 네가 가서 말해.”

“제가요?”

“뭐 어때? 넌 이제 어엿한 작곡가야. 그것도 엄청나게 성공한. 무려 빌보드에 차트 인하지 않았냐. 응? 빌보드! 나조차 이루지 못한 업적을 네가 해낸 거라고. 당연히 그 연습생들 눈에는 나보다 네가 더 대단해 보이지 않겠니?”

어린 내가 가면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 같았는데, 삼촌 말을 듣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네 위치가 어디인지 이젠 알 필요가 있어. 넌 그냥 고등학생이 아니야. 연마다 수십억, 많으면 수백억까지 벌어들이는 엔터테이너라고.”

삼촌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왠지 어깨가 으슥 올라갔다.

“내가 자리 한번 만들어 주마. 네가 직접 얘기해 봐.”

* * *

한번 결정이 나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행동에 나서는 것이 삼촌의 큰 장점이었다.

그 불도저 같은 실행력으로 30분 만에 나는 연습생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약 40명의 연습생.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 주위를 빙 둘러앉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런 건지 다소 놀란 표정들이다.

“아마 여기 계신 분 중 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 회사 대표가 고발을 당해 잡혀 들어갔다는 것 역시 아실 테고요.”

그들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이제 여기 소속사는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더는 회생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여러분에게 묶여 있던 계약들도 전부 해지가 된 겁니다. 즉, 이제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자유라고 해서 기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무리 회사가 부당한 계약을 맺게 했어도 언젠가는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다.

이 회사에 미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꿈을 포기하지 못해 다 썩은 동아줄을 꼭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난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GN 엔터테이먼트에서 걸그룹과 보이 그룹을 만들고자 오디션을 개최하려 합니다. 거기에 여러분이 참여를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디션 참여.

그들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 언제부터 하는데요?”

“2주 후에 시작할 겁니다. 공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나갈 거고요.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도전하세요.”

나는 저 뒤편에 있는 여성들을 향해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여러분이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4명의 멤버들.

그녀들도 새로운 희망을 찾은 것일까.

어두웠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생에서 보았던 그 미소를 내게 보여 주었다.

그래. 난 저 미소와 함께 찬란하게 빛나는 그녀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무대 위에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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