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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17화 (117/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17화

“도통 연락이 없으시기에 본토로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강 대표의 넉살스러운 말에 마이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처럼 놀라운 재능을 소유하고 계신 분을 저희가 놓칠 순 없죠.”

마이크의 대답을 듣고 강 대표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번 만남에서는 찬 바람이 쌩쌩 불더니, 지금은 완전 딴판이지 않은가.

나도 마이크의 심경 변화에 흥미가 생겼다.

“알렌 감독님은요?”

“계약서에 사인하는 일은 알렌 감독님이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 일이니까요.”

“그 말씀은 저와 계약을 하시겠다는 건가요?”

“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계약서를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계약서?

난 분명히 말했다.

내가 요구한 것에 0.1%라도 깎는다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설마 협상을 하려는 건가?

“계약금 15만 달러를 30만 달러로 올리겠습니다.”

“······예?”

“그리고 8대2 지분 역시 9대1로 올려 드리죠.”

순간 내가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보통 계약 조건을 낮추려고 협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마이크는 오히려 내게 유리한 조건을 내밀었다.

“이해가 되지 않네요.”

“싫으십니까?”

“이유 없는 공짜는 없으니까요.”

내 대답을 듣고 마이크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맞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대우는 할리우드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그건 곧 다른 조건이 있다는 뜻이겠죠?”

“예.”

마이크는 새로운 계약 조건이 적힌 계약서를 내 앞에 내놓았다.

“저희의 계약 조건은 이렇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지분율과 계약금을 드리는 대신, 앞으로 우리 C&C 투자 회사가 진행하는 영화의 음악 감독을 미스터 장이 맡아 주십시오.”

“이번 영화 말고 다른 영화도 말입니까?”

“그 조건을 이행해 주신다면 영화의 흥행에 따라 계약금이 더 올라갈 겁니다.”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C&C는 할리우드의 큰손이다.

그런 회사에서 나를 전속 음악 감독으로 쓰려는 것이다.

자신들이 투자하는 영화마다 내게 감독을 맡기겠다는 뜻 아닌가?

옆에 있던 강 대표도 많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이런 무슨 말도 안 되게 파격적인 조건이······.”

“전례가 없는 조건인 건 확실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음악 감독이라고 해도 C&C에서 전속 감독으로 쓰려 하진 않으니까요.”

어마어마한 조건인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무조건 좋다고 덥석 무는 건 멍청한 짓이다.

“만약 제가 그쪽에서 주는 영화를 맡지 않는다고 하면요?”

“반려를 해도 괜찮습니다. 단, 1년에 최소 1개의 영화를 맡아 줘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C&C의 투자 통계를 보면 연마다 7~10개 정도의 영화에 투자를 하고 있으니 그중 마음에 드는 걸 고르시면 됩니다.”

1년에 1개.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강제적으로 음악을 만들 필요도 없이, 내 영감이 떠오르는 영화를 골라 감독을 맡으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C&C에서 진행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미스터 장에게 보낼 예정입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시는 걸 골라 음악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 있을까.

이쯤 되면 마이크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들게 된다.

그러나 저 사람이 미쳤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장난을 할 리는 없을 테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네요. 할리우드를 포함해 그 어떤 곳에서도 이런 조건을 내걸 회사는 없을 겁니다.”

마이크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동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저희 회장님이 직접 하셨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회장님?”

“C&C의 창업주이신 조지 윈스턴 회장님 말입니다. 이번 계약 조건은 회장님이 직접 하달을 해 주신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C&C의 회장이 고작 음악 감독 하나 정하는 일에 직접 나섰단 말인가.

내 눈빛을 보고 마이크도 손을 저었다.

“절 그렇게 보셔도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하니까요. 그저 회장님이 직접 수정한 계약서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작업을 위해 미국에 들를 일이 있으면 꼭 C&C에 방문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경비 역시 전부 회사에서 지원될 예정입니다.”

계약금은 물론 경비까지 100% 지원이다.

이거 꼭 미국을 가봐야겠다. 그리고 나한테 이런 투자를 해 주는 윈스턴 회장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조건을 내건 것일까?

* * *

“진짜 내 평생 살면서 이런 조건으로 계약서를 가져오는 투자사는 처음 봤다.”

마이크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계약서를 가지고 떠나자 강 대표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보통 투자사는 어떻게든 예산을 줄이려 하고 가능하다면 최대한 싸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행동은 투자사의 정석과 정반대였다.

“그만큼 네가 마음에 들었던 거겠지. 왜 이렇게 연락이 늦나 했더니, 저 투자사 상부까지 네가 보낸 USB 파일이 넘어갔던 모양이다.”

내가 만든 샘플 음원을 들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건가?

충분히 그럴싸한 이야기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앞뒤가 설명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샘플곡은 말 그대로 샘플곡이라 잘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이제 고등학생밖에 안 된 놈이 너무 대단해지는 거 아니냐? 할리우드 역사상 고등학생이 음악 감독을 맡는 건 최초일 거다.”

최초의 고등학생 할리우드 음악 감독.

뭐, 썩 나쁘지 않은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계약이 완료된 이상, 어영부영 일을 미루는 건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오늘 비행기 표부터 알아봐야겠네요.”

“응? 벌써? 국내 활동은 어쩌고?”

“최대한 많이 뛰어 놓고 갈게요. 미국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요. 잠깐 거기 촬영장에 들려서 분위기가 어떤가 확인도 해 볼 겸요. 그리고 어차피 이 계약도 저랑 개인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GN 엔터테이먼트랑 같이 하는 거잖아요.”

강 대표도 선뜻 반대하진 못했다.

내 커리어에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고, 나는 GN 엔터테이먼트 소속이기 때문에 그 어떤 계약을 해도 회사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내가 번 돈은 우리 소속사와 분배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잠깐은 국내에서 버는 돈이 더 많다고 여기겠지만, 한번 할리우드에서 풀리게 되면 그땐 국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익이 돌아오게 된다.

“그래. 이왕 가는 거 가족이랑 같이 가. 다 같이 가족여행 하는 것도 좋잖아. 그쪽에서 경비를 다 지원해 준다고 했으니까, 내가 여기 투자사랑 말해 볼게. 스케쥴도 정하고.”

“네. 부탁드릴게요.”

자세한 일정은 소속사에 맡기고 나는 당장 작업실로 향했다.

줄곧 생각해 왔던 악상을 드디어 악보에 적어 놓을 때가 되었다.

* * *

계약하고 나서 2주 동안은 국내에서 빡세게 스케쥴을 소화했다.

음악 무대도 뛰고, 초청 공연도 가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한 번씩 얼굴을 비춰 주었다.

원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날 JJ의 가수로 보기보다는 항상 드라마 ‘수호자’에 나오는 죽음의 신으로만 조명을 받았는데, 이제는 JJ의 가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그리고 내가 할리우드 전속 음악 감독이 되었다는 소식이 국내 매체에 퍼지면서 한 차례 크게 이슈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할리우드 음악 감독을 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며, 거기다 동양인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 역시 좋은 기삿감이 됐다.

덕분에 많은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광고도 수월하게 들어와 2주 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한 듯해 보였다.

“아~ 너무 기대된다. 그런데 연욱.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돼? 우리 집에 그냥 있으라니깐? 굳이 호텔에 갈 필요가 없어. 우리 집이 얼마나 좋은데. 네가 작업하는 할리우드랑 그렇게 거리 차이도 나지 않아. 정 너무 멀다 싶으면 말해. 내가 헬기 띄워 줄게.”

2주의 고된 스케쥴이 끝난 뒤 나는 곧바로 미국행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내가 미국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제니가 바로 따라붙었다.

출국 날짜가 잡힌 날부터 계속 저 소리를 하고 있다.

“안 돼요! 투자사에서 이미 호텔까지 좋은 곳으로 잡아뒀다잖아요.”

그러나 제니만 따라붙은 것이 아니다.

당연히 혜나 누나도 이번 여행에 따라왔다.

“그럼 환불하라고 해!”

“그걸 왜 언니가 결정을 해요!”

여기까지 와서도 제니와 혜나 누나가 티격태격하며 싸우고 있었다.

혜나 누나를 데리고 온 건 같이 미국을 여행하며 여러모로 시야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제니의 동행을 허락한 건 이번 작업 때 그녀의 연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에게 줬던 바이올린 곡.

그 곡은 처음부터 이번 영화를 생각하며 만든 것이었다.

“부모님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생애 첫 미국 여행. 거기다 퍼스트 클래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부모님이 같이 오시지 못했다는 거다.

두 분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아들이 일하러 가는데 방해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근데 연욱아. 여기 비행기 너무 좋다.”

나와 누나가 비행기를 타본 적은 있어도 퍼스트 클래스에 앉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모든 게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승무원들이 우리의 이름을 전부 다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고, 주문하면 직접 라면을 끓여 준다는 것에도 놀랐다.

비행기 위에서 먹는 라면 맛이란······.

직접 먹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맛이다.

“아아. 벌써 도착이야?”

17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마침내 우린 뉴욕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석에 앉았을 땐 3시간 이상만 앉아도 지겨워 죽을 뻔했는데, 여긴 전혀 그런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 가득할 뿐.

우린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밟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마이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스터 장. 뉴욕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의 뒤로는 덩치가 내 두 배 만한 거구의 경호원들이 있었다.

허리춤에 총까지 차고 있는 경호원들이 내 사방을 에워싸고 있으니 꼭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알렌 감독님은 현재 촬영 중이시라 같이 오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숙소로 간 다음, 작업실이 어디인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번에 C&C로 한번 오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기억하시는군요. 이틀 뒤에 저희가 모시러 올 겁니다.”

마이크는 우리의 짐을 다 실은 다음 호텔로 안내했다.

뉴욕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고 하더니, 과연 그러했다.

“우리 집이 여기보다 100배는 더 좋아. 지금이라도 그쪽으로 갈래?”

제니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누나랑 제니는 일단 여기서 쉬고 있어요. 마이크. 먼저 작업실로 데려가 주실래요?”

“조금 쉬셔도 되는데······.”

“아뇨. 돈을 받았으면 얼른 일을 해야죠.”

“예. 이미 프로듀서들이 기다리고 있는 참입니다.”

“프로듀서요?”

“팀 없이 혼자 작업하기는 어려우실 것 아닙니까. 전문팀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앞으로 그들과 협업을 하시면 됩니다.”

팀이라.

하긴. 보통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본 5명 이상의 팀을 꾸리지 않던가.

음악 감독을 메인으로 여러 프로듀서가 보조를 맞춰 주는 것이다.

C&C에서 이런 것까지 신경 써 주고 있었다.

나는 마이크를 따라 팀이 기다리고 있다는 작업실로 향했다.

호텔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업실은 삼촌이 쓰는 곳보다 더 커 보였다.

“자. 여러분. 미스터 장께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실 안은 냉기가 서려 있는 듯 차가웠다.

그리고 나를 못마땅하게 노려보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그 냉기의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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