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13화 (113/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13화

“이거야! 이거라고!”

“제니 웨이든 말입니까?”

“아니. 이 곡을 작곡한 사람! 설마 제니가 이 바이올린 연주곡을 직접 작곡했겠어?”

할리우드의 거물이라 불리는 C&C 투자사의 기획 팀장, 마이크는 알렌 감독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곡가요?”

“응. 나한테 이 작곡가를 추천해 주려고 보여 준 거 아니었어?”

“아니요. 저는 그냥 바이올린 연주를 말씀하시기에 떠올라서 보여 드린 것뿐입니다. 이 작곡가가 누군지는 모르고요.”

“여기 작곡가 이름이 써 있네. 장······ 연욱? 프롬 코리아? 잠깐. 한국 작곡가라고?”

알렌 감독의 표정을 보니 뭔가 불안했다.

비행기로 14시간 정도 타고 나가야 도착할 수 있는 작은 나라, 한국.

설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이번 영화 OST 제작자로 쓰려는 건 아니겠지?

“정했어. 이 사람으로. 내가 딱 원하던 스타일이야.”

“진심이십니까?”

“안 될 거 있어?”

“한국은 음악적으로 문외한이나 다름 없습니다. 특히 이런 OST 쪽은 더더욱.”

“에이. 방금 제니 웨이든이 연주한 거 못 봤어? 그 정도면 엄청난 수준이잖아. 거기다 내가 원하던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거 잘하면 로저스보다 더 뛰어난 음악 감독을 구할 수 있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한국은 너무 멉니다. 그리고 할리우드에 뛰어난 실력자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글쎄. 방금 네가 들려준 곡에서는 내가 원하는 음악 감독을 찾을 수 없었는걸?”

이미 정한 마음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젠장.

회사는 대체 왜 이딴 감독에게 투자를 결정해서······.

“나랑 같이 한국으로 가지. 언젠가 한번 그 나라를 구경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여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결국 진짜 의도는 저거였나.

한국 작곡가는 핑계고, 회삿돈으로 한국을 여행해 보고 싶은 것이다.

“감독님. 투자금을 이렇게 흥청망청 써 버리시면 곤란합니다. 회사에서 보낸 예산에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 캐스팅과 촬영 장비에 많은 돈을······.”

“그건 내가 예산 활용을 잘해 봐야겠지. 그리고 이건 음악 제작자를 구하러 가는 길이야. 이 영화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해. 그래서 내가 로저스 감독 같은 최고를 구하려 했던 거잖아. 그런데 그 수준에 버금가는 감독을 방금 내가 만났어. 이걸 포기해야 돼?”

“······.”

“정 어려우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사비를 들여서라도 이 사람을 꼭 만나봐야겠어.”

사비까지 들인다고 하는 걸 보니, 단순 여행 목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만큼 이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는 건가.

하지만 고작 바이올린 연주곡 하나 듣고 결정하는 건 너무 섣부른 결정이다.

“좋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예산을 마련해 보죠. 다만, 연주곡 하나만 듣고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으니, 먼저 장연욱이란 사람의 다른 곡도 들어보시죠.”

“음. 좋아. 곡 하나 듣고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긴 하지. 하지만 이런 대단한 곡을 만들 정도의 사람이라면 분명 연륜이 있고 최고 100개가 넘는 곡을 만든 실력자일 거야.”

알렌은 한때 영화 감독이 아니라 음악 감독을 꿈꿨던 적이 있다.

그러나 재능의 차이를 체감하고 포기했는데, 그래도 그에게는 어느 정도 음악에 대한 조예가 있었다. 그리고 이 곡을 작곡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필시 연륜 있는 작곡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곧 그의 예상이 철저히 부서져 버리고 만다.

마이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터덜터덜 돌아왔다.

“저기 감독님.”

“응?”

“저희 회사에서 장연욱 작곡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봤는데······.”

“오오. 그렇게나 빨리? 어떤 사람이야? 나이도 꽤 있겠지? 분명 한국에서 엄청 유명한 사람일 거야.”

“아, 네.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은 맞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뭐?”

“한국에서는 JJ라는 그룹의 가수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군요.”

알렌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소리쳤다.

“고등학교 1학년? 그게 말이 돼? 아니.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여기 프로필입니다.”

마이크가 준 태블릿 PC에는 장연욱에 대한 프로필이 화면에 띄어져 있었다.

“저, 정말이네. 거기다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가수잖아?”

“네. 앨범을 딱 두 개 내놨을 뿐인데, 한국 음악 차트에서 항상 1위를 기록한다고 합니다. 또한 가요 외에도 클래식 작곡에도 재능을 보여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는군요. 특히 제니 웨이든이 장연욱의 바이올린 연주곡을 직접 연주해 영상을 올린 것도 큰 화제몰이를 했답니다.”

어떻게 이런 괴물이 다 있을 수가.

이게 정말 고등학생이 이뤄낼 수 있는 성과란 말인가.

아무리 한국이 작은 나라라고 해도 그 안에서 이렇게까지 성공을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다.

“어쩌시겠습니까. 상대가 너무 어리니, 그냥 넘어가시는 게······.”

“어림도 없는 소리! 당연히 가야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를 만나러 가는 길이잖아. 거기다 이 노래를 좀 들어 봐. 클래식 협주곡이라는데, 대단하지 않아? 어떻게 저 나이에 벌써부터 이런 곡을 만들 수가 있는 거지?”

프로필을 보여 준 것이 오히려 알렌의 호기심을 뜨겁게 불태우는 꼴이 됐다.

“당장 비행기표 알아봐. 난 무조건 가야겠어. 가서 꼭 우리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 만들고 말 거야.”

알렌은 막무가내였다.

투자사가 거절해도 정말 사비를 들여 한국으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진짜 가시려는 겁니까?”

“왜? 마이크는 한국이 싫어?”

“그건 아니지만······.”

“이해해. 거기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잖아. 심심찮게 언제 전쟁이 터질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고. 미사일도 펑펑 쏜다며? 아주 스릴 넘치는 여행이 되겠어.”

한국 국민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든, 뉴스로 도발을 하든 이제 다들 무감각해졌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 되어 버린 것.

그러나 그런 그들의 사정을 알 리가 없는 타국의 사람들은 한국이 매우 위험해 보이는 나라처럼 여겨졌다.

마이크도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괜히 전쟁에 휘말려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렌이 저렇게 한국으로 당장 가야겠다며 난리를 피우고 있으니, 무작정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

결국 그는 먼저 영상을 보여 준 스스로를 탓하며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알렌 감독과 같이 그 천재 작곡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 * *

“크리스토퍼 알렌 감독인데, 할리우드에서는 B급 영화 만드는 감독으로 취급받고 있나 봐.”

크리스토퍼 알렌 감독이라······.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내가 그래도 나름 영화를 잘 챙겨 보는 사람인데, 유명한 사람이었다면 이름만 듣고 단번에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기억에 없다는 건 아마도 그저 그런 사람이려나?

조금 김이 샜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할리우드 투자사에서 연락을 했다기에 엄청 대단한 감독일 줄 알았는데, 그냥 B급 영화 감독이었다.

“으음-. 그쪽에서 널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감독이 직접 한국까지 온다는데?”

내 노래를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날 만나려고 한국까지 오는 거면 대단한 열정이었다.

“음악 감독이 잘 안 구해졌나 보네요.”

“할리우드에 넘치는 게 음악 감독이잖아. 근데 이 감독이 B급 영화만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아마 유명한 사람들은 알아서 피했겠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국까지 와서 널 만난다는 건 좀 의외네.”

그건 맞다.

할리우드라고 하면 음악 감독이 넘쳐날 텐데 굳이 한국까지 오는 수고를 들이고 있다.

“영화 제목이 뭐라고 하는데요?”

혹시나 싶어 물어보았다.

“다크 유니버스라고 하던데.”

다크 유니버스?

검은 우주라고 해석이 되려나.

잠깐. 영화 제목을 들으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저번 생에서 어둠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고, 영상미도 깔끔하긴 했는데 OST가 참 별로였다.

설마 OST 하나가 그 좋은 영화를 말아 먹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로 인한 여파로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을 하지 못 하고 내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할까? 막상 알렌 감독의 프로필을 받아 보고 나니 썩 땡기진 않네.”

“그래도 한국까지 오겠다고 하는데, 한번은 만나보죠.”

내 기억 속에는 그의 영화가 아주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OST가 이상해서 거북함이 느껴졌을 뿐.

해당 영화의 음악 감독이 문제인 건지, 아니면 감독의 음악 취향이 이상해서 그렇게 된 건지는 몰라도 한번 만나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한번 만나봐라. 넌 원래 감이 좋잖아. 영화가 잘 될 거 같으면 확 물어.”

“제가 무슨 개라도 되는 줄 아세요?”

“흐흐. 그냥 비유지, 비유. 얘가 이럴 때 보면 젊은 꼰대 같다니깐. 일단 기다려 봐. 그쪽에 전화 한번 걸어 볼 테니까.”

강 대표는 해당 투자사에 전화를 걸고 나서 얘기를 나누더니, 갑자기 표정이 아리송하게 바뀌었다.

“예? 아, 예. 그렇군요. 이거 참··· 하하. 뭐, 안 될 건 없죠.”

얼마 안 돼서 그가 전화를 끊은 뒤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야. 이거 또라이한테 걸린 거 같다.”

“또라이요?”

“아니. 우리가 오케이 하기도 전에 이미 한국에 왔단다. 안 만나줬으면 소속사로 쳐들어올 생각이었다고 하더라.”

굉장히 막무가내구나.

내가 한국에 안 있고 다른 곳에 있었으면 어쩌려고.

“이거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일단은 내가 우리 회사로 오라고 했어. 이미 숙소도 근처로 잡았대.”

“와. 진짜요? 무섭네.”

“그치? 괜히 하겠다고 했나. 아니지. 안 하겠다고 먼저 못 박았으면 소속사로 그냥 쳐들어 왔을 거 아니야. 제니 때도 그러더니, 참 이 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무대포인 건지 원.”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렌 감독과 그를 수행하는 직원 하나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무작정 돌격부터 해 보는 성격이 딱 보이는 쾌활한 얼굴의 노랑머리 미국인이 손을 번쩍 들며 크게 소리쳤다.

“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나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는 내 앞으로 후다닥 달려와 두 손을 꼭 잡고 계속 흔들어댔다.

“혹시나 만나 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리저리 근심이 많았어요. 그냥 확 쳐들어갈까 생각도 했고요.”

“아··· 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하하. 그 천재성과 마찬가지로 성격도 쿨하시군요.”

이 양반······ 아니. 이 외국인, 악력이 장난 아니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내 손이 으스러질 것만 같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슬그머니 잡힌 손을 뺐다.

“일단 앉으세요.”

옆에 있던 강 대표의 말에 알렌과 흑인 직원이 자리에 앉았다.

알렌은 흥분감을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고, 그와 반대로 저 직원은 아주 차분했다.

아니. 왠지 이 상황을 별로 만족스러워하지 않아 보였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우리 연욱이를 음악 감독으로 삼고 싶으시다고······.”

“없습니다.”

“네?”

알렌은 눈을 부릅뜨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어투로 말했다.

“미스터 장 말고는 우리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 제격인 사람이 없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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