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12화 (112/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12화

“예전에 봤었죠? EXE의 리더 김경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이 그룹인 EXE. 그리고 그곳의 리더 김경호.

어디서 저 잘생긴 얼굴을 봤나 했더니, 역시 아이돌이었다.

본명이 김경호고 아마 방송에서는 테이라고 불릴 것이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음방에서 한번 뵙고 이렇게 뵙는 건 오랜만이네요.”

“기억해 주시네요. 혜나 너도 잘 있었니?”

“어머. 오빠도 오늘 파티 초대 받았어요?”

“응. 나도 이번 드라마에 잠깐 얼굴 비추기로 했거든. 그 뭐지? 카메오? 그런 걸로.”

“아~ 그러셨구나.”

예전 파티에서 만났던 적이 있던 터라 이미 혜나 누나는 김경호와 친분이 있었다.

“이번 신곡 앨범 정말 잘 듣고 있어. 덕분에 우리는 처음으로 톱텐에도 못 들었지만.”

말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러자 그는 얼른 손을 저었다.

“아! 그렇다고 연욱 씨를 탓하는 건 아닙니다. 순전히 저희 실력이 부족했던 거죠.”

단순히 인사를 나누려고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누나도 그걸 느꼈는지 일부러 자리를 피해 주었다.

“연욱아. 오빠랑 둘이 대화 나누고 있어. 난 저쪽에 가 봐야겠다.”

“아, 응.”

눈치껏 누나가 빠져주니 나도 입만 다물고 있지 않았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 거 같은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별 건 아니에요. 그냥 눈도장을 찍으러 왔다고 해야 할까요?”

“눈도장이요?”

“예. 앞으로 대한민국 음악 시장을 주름 잡으실 분에게 말이죠.”

“······?”

음악 시장을 주름잡아?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설마 모르시는 건 아니죠? 아니. 모르시는 척을 하는 건가?”

“어떤 걸요?”

“이번에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강용형 그 사람을 완전히 짓밟아 놓았잖아요. 자연스레 대한민국 TOP 작곡가라는 타이틀도 연욱 씨에게 넘어가는 중이고요.”

그냥 우리 그룹의 두 번째 앨범이 성공을 했을 뿐인데, 그게 대한민국 TOP 작곡가의 타이틀을 가져올 정도인가?

“정말 모르셨구나. 여기 바닥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강용형 그 사람이 먼저 도발한 싸움이기도 했고, 다들 주목을 했었거든요. 둘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이번 앨범으로 제가 이겼다는 건가요?”

“네. 그것도 완승이죠. 강용형을 차치하더라도 다른 작곡가들도 은근히 연욱 씨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었나 봐요. 혹시 못 느꼈어요? 연욱 씨가 앨범을 낼 때쯤 갑자기 사방에서 신곡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이번에 우리 곡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그 때문이고요.”

사실을 말하자면······.

몰랐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그냥 나는 내 음악을 하고 싶었을 뿐이고, 대중이 그 진심을 알아준 것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곳에서 여러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향후 최소 5년은 연욱 씨가 음악 시장을 움켜쥐게 될 거라는 말이 많아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요. 이제까지 내놓은 곡 중에 성공하지 않은 게 없잖아요?”

“그거야 운이 좋았죠.”

“글쎄요. 제 눈엔 운으로 안 보이던데.”

김경호는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샴페인 잔을 들이켰다.

“대단하네요. 난 연욱 씨 나이에 생각 없이 놀기만 했는데. 벌써 그렇게 기반을 튼튼하게 잡아 두시다니. 부럽네요.”

김경호는 자꾸만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었다.

“하고 싶으신 말은 그게 끝인가요? 절 열심히 띄워 주시려고 온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음-.”

첫 마디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나는 그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게 놔두었다.

그렇게 샴페인 잔을 다 비웠을 때쯤.

김경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늘 파티는 사실 참석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소속사를 대표해서 연욱 씨를 만나야 해서 온 겁니다.”

“어떤 일 때문에요?”

“이번 EXE 7번째 앨범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어요. 저희 멤버 숫자가 7이기도 하고, 원래 7은 행운의 숫자잖아요. 그래서 나름 이벤트도 준비했었는데, 강용형 덕분에 제대로 말아 먹었죠.”

“그래서요?”

“저희 소속사는 앞으로 강용형과 모든 인연을 끊을 겁니다. 그리고 강용형이 JJ를 사장시키려고 무슨 짓을 벌였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저희 소속사는 그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확하게 선을 긋겠다는 건가.

뭐, 난 딱히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다.

“그리고 강용형 작곡가가 신입 프로듀서들의 등골을 빼 먹으면서 앨범을 만들어 오던 거 혹시 아시나요?”

당연히 알다마다

하지만 난 모른 척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네. 저희 소속사 대표님이 화가 단단히 나셔서 그걸 터트리겠다고 하시네요. 아예 끝까지 가 보자 이거죠. 강용형 작곡가는 지금 잠수를 타서 전화도 안 되니까 강제로 끄집어내겠다는 겁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지만, 그동안 강용형이 저지른 패악질을 생각해 보면 마땅한 정의구현이 아닌가 싶었다. 거기다 EXE의 소속사 정도면 충분히 강용형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터.

“제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네요. 도움을 드릴 수도 없고요.”

“그쪽 일은 저희 소속사가 알아서 할 거예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김경호가 조심스레 말했다.

“새로 준비하는 8집 앨범은 연욱 씨에게 프로듀싱을 맡겨 볼까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EXE의 8집 앨범을요?”

“네. 어차피 작곡 같은 경우에는 소속사와 상관없이 본인의 자유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최고의 조건으로 모셔 드릴 예정입니다. 대표님이 업계 최고 대우를 해 주겠다고 꼭 말씀드리라고 했어요. 원래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제가 대신 온 거고요.”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EXE의 신곡을 내가 작곡한다라.

거기다 아이돌곡을 말이지.

도전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분야였다.

“아마 저희 말고도 여러 곳에서 연욱 씨에게 컨택이 올 거예요. 이번 일로 모두에게 거품이 아니라는 걸 인정받으셨으니까요. 그래도 저희 EXE를 제일 먼저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중한 부탁이었다.

사실 EXE와 JJ의 인기도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저들은 아시아의 아이돌이라 불리고 있지 않은가.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등.

아시아 전역에서 EXE 광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거기 리더라는 사람이 내 앞에서 정중하게 허리까지 숙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저보다 형이신데, 말도 편하게 하세요.”

“어··· 정말요? 아니. 정말?”

딱딱했던 말투가 금세 편하게 풀렸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너는 뭔가 편하게 대하기가 힘든 아우라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다가가기가 힘들었거든. 나 진짜 여기 오는 내내 긴장 엄청했어.”

“아시아 스타이신 분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아니야. 너는 혼자서 대한민국 음원 시장을 다 씹어 먹고 있잖아. 우린 이제 길어야 3년도 안 남았어. 넌 이제 시작이고. 내가 잘 보여야지.”

정중하면서 딱딱한 말투를 쓰기에 나는 김경호가 별로 말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말을 놓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터가 달린 것마냥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한참을 듣다가 나는 간신히 다른 핑계를 대고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그의 뒤에 대고 물었다.

“아참. 그런데 경호 형.”

“응?”

“강용형 작곡가를 그쪽 소속사에서 날려 버린다고 했잖아요.”

“응. 그랬지. 우리 대표님이 개빡쳐 있거든.”

“언제 시작이래요?”

“흐흐. 다음 주에 뉴스 잘 보고 있어 봐. 그럼 또 보자. 오늘 반가웠어.”

경호 형이 손을 흔들며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나가 내 옆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갔어? 경호 오빠 갔어?”

“아, 응. 방금 갔어.”

“휴-. 그 오빠가 한번 입 열면 진짜 멈추질 않아서 내가 저쪽으로 도망갔다가 왔잖아. 네가 날 위해 대신 방패 역할을 했구나.”

“······?”

눈치껏 자리를 피해 준 건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경호 형을 피했던 것이다.

“그렇게 피할 정도야?”

“너도 당한 거 아니었니? 너 경호 오빠한테 붙잡혀 있던 게 벌써 1시간이 넘었어.”

그러고 보니 경호 형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이돌계의 투머치토커는 진한 아우라를 풍겨내며 하이에나의 그것처럼 파티장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 * *

[대한민국 음악계 거장, 강용형. 불공정한 노동 착취로 음반 제작?]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 강용형. 그 모든 게 가짜였다.]

[과연 강용형이 직접 작곡한 곡이 하나라도 있는가?]

경호 형 말대로 EXE의 소속사는 강용형에 대한 이슈를 크게 터트렸다.

SG 엔터 말고도 강용형에게 당한 몇몇 소속사도 단합해 직접적인 공격에 나섰다.

초반에는 강용형 작곡가 팬들이 쉴드를 쳐 주었지만, 그 미약한 쉴드로 막을 수 있는 이슈가 아니었다.

강용형에게 노동 착취를 당하면서 결국 참다못해 음악계를 떠난 프로듀서들이 대거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거기다 하필이면 내 이름도 언급이 되었는데, 강용형이 JJ의 앞길을 막기 위해 소속사를 움직여 방송 제한을 걸었다는 것도 폭로가 되었다.

“넌 그냥 무반응으로 나갈 거지?”

강 대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게 물었다.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네. 자기들끼리 열심히 싸우라고 하세요. 이미 끝난 싸움 같긴 하지만.”

“쯧- 그 양반 너무 해 먹었어. 좀 적당히 할 것이지. 이번 일로 프로듀서 게이트 열리면 신입 프로듀서들 고혈 빨아먹고 있는 작곡가들이 다 갈려 나갈 거다. SG 엔터테이먼트가 아주 일을 제대로 저질렀다.”

“강용형 하나로 안 끝난다는 거죠?”

“그래. 강용형 같은 인간들이 이 바닥에 얼마나 많은 줄 아냐? 이제 너도나도 다 폭로하기 시작하면 둘 중 하나야. 다 죽어 나가거나, 아니면 끝까지 버텨서 폭로한 놈들을 찾아 따로 조지거나.”

결국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들면 폭로한 사람만 병신 취급받으며 쫓겨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SG 엔터테이먼트가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볼까?

그들은 강용형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새우 등만 펑펑 터지는 거고.

“언론에서도 네 입장을 궁금해 하고 있어. 강용형이 너희들 앞길 막으려고 한 짓을 이제 다 알았으니까.”

아무리 내게 잘못이 없다고 해도 진흙탕 싸움에 끼어 들면 내 몸에도 진흙이 묻기 마련이다. 나 혼자만 묻히면 다행인데, 누나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도 있다.

“저희는 그냥 조용히 있죠.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네요.”

“그래. 너라면 왠지 그럴 거 같더라. 그런데 오늘 널 부른 건 그것 때문이 아니야.”

“왜요?”

강 대표는 웃음을 참기 힘든 얼굴로 말했다.

“연욱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냐? 들으면 놀라서 까무러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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