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10화 (110/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10화.

“그래. 5시간 후에 나온다는 거지?”

“네. 이미 공개한 티저 영상에서도 이틀 후에 신곡 발표라고 나와 있습니다.”

5시간 후에 JJ의 신곡이 공개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건방진 놈과의 대결이었다.

그놈의 높은 콧대를 짓밟아 버리기 위해 이미 한 달 전에 완성된 곡을 공개하지 않고 쭉 기다려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말 JJ 신곡 나올 때 동시에 공개하실 겁니까?”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려 왔는지 알아? 그 건방진 놈에게 연륜이라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줄 거다.”

이를 갈고 나온 노래들이다.

물론, 여기 있는 젊은 프로듀서들이 90% 이상 곡을 만들긴 했으나, 강용형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누가 만든 곡이든, 자기 이름이 들어가면 그건 곡 자신의 곡이 되는 것이니까.

거기다 저 젊은 프로듀서들이 아무리 뼈 빠지게 곡을 만들어도 그가 통과를 시켜 주지 않으면 절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내가 장담한다. 그놈 노래는 간신히 차트에 들어가는 게 전부일 거다. 1위부터 3위까지 전부 다 내 타이틀 곡으로 장식이 될 거야.”

강용형이 참여한 곡은 총 3곡.

3곡 모두 타이틀 곡에 속했다.

“그런데 가수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좀 있습니다. 굳이 같은 날에 쟁쟁한 가수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게 옳은 일인지······.”

최고의 보이 그룹 EXE와 두 솔로 가수에게 곡을 내어 주었다.

처음에는 2곡만 만들려고 했으나, 막상 만들고 보니 3곡이 건져졌고 이왕 하는 거 1위부터 3위를 전부 다 자신의 노래로 장악하는 좋을 것 같아 정한 일이었다.

작곡가에게는 명예로운 일이 될 수 있겠으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똥줄이 탔다.

쟁쟁한 경쟁자들만 없으면 원활하게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걸 괜히 동시에 노래를 내게 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괜찮아. 내가 이번에 노래 주고 다음에 차례대로 준다고 해. 이번만 넘어가 달라고 했잖아. 왜들 그렇게 각박하게 굴어? 별것도 아닌 걸로 말이야.”

가수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오직 본인의 이익과 목적 달성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형 소속사가 그의 뒤를 받쳐 주고 있어 아무리 유명 가수라고 해도 함부로 그를 대하기가 어려웠다.

그에게 정면으로 대항한 장연욱이 멀쩡한 것이 사실 기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니 말이다.

“얼른 공개 시간이 왔으면 좋겠네.”

그 어린놈이 철저히 뭉개져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을 얼른 보고 싶었다.

* * *

3곡.

이번에 우리가 준비한 앨범에 들어가 있는 곡 개수다.

풀로 앨범을 채우기보다는 3~5곡을 채우는 게 요즘 트렌드이다 보니, 우리도 3곡만 넣어서 앨범을 만들었다.

첫 번째 곡은 우리 그룹의 타이틀곡으로 오케스트라와 제니 웨이든의 연주가 들어가 있다. 거기에 맞춰서 부르는 우리 두 사람의 노래.

제목은 ‘하늘을 걷는 시간’이었다.

너에게 달려가는 이 시간이, 너와 손을 잡고 걷는 이 시간이 마치 하늘 위를 달려가는 것만 같다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두 번째 곡은 누나의 솔로곡으로, 제니의 바이올린 연주만 반주로 들어가 있다.

세 번째 곡도 누나의 솔로곡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누나도 그렇고 삼촌부터 소속사까지 반대하면서 결국 듀엣으로 만들었다.

어차피 앨범 특성상 뮤직비디오가 있는 타이틀곡만 집중 조명을 받고 그 안의 수록곡들은 외면받는 경우가 많아 대중의 관심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절대 대충 만든 곡들은 아니다.

하나하나 내가 쉬지 않고 집중해 만들었고, 누나도 그 노래를 커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나는 핸드폰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곡이 공개된 지 7시간째.

보통 곡의 승패를 알 수 있는 건 하루가 지나야 한다. 하지만 초반부터 히트를 친 곡은 10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조회수가 폭발하고 모든 음원 사이트를 초토화시킨다.

한번 확인해 볼까?

“······.”

손이 떨려왔다.

혹시 곡이 대중에게 먹히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 귀에만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이면 어떡하지?

곡이 이대로 묻혀 버리면 이제까지 들였던 고생은 모두······.

“젠장.”

며칠 전만 하더라도 한 톨의 긴장감 없이 평안하게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곡을 공개하고 나니, 그동안 하지 않았던 근심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아마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하면 모를 것이다.

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뭔가 잘못되었으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내 마음을 좀먹고 있었다.

“됐다. 지금 확인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지금 확인하면 괜히 마음이 심란해질 것 같았다.

사실 지금이 첫 번째 앨범을 내놓았을 때보다 더 떨렸다.

그때는 첫 시작이니, 당연히 아래로 밀릴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은 상태고, 두 번째 앨범은 그 가수의 기반을 제대로 다지는 시기이다.

두 번째에서 삐끗하면 세 번째, 네 번째도 연달아 삐끗하게 된다는 미신이 있지 않던가.

그만큼 첫 번째와는 그 무게가 다르다는 것인데, 두 번째는 자신의 인지도를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번째 앨범이 첫 번째보다 못하고 큰 인상을 남겨 주지 못한다면 세 번째 앨범은 보나 마나 뻔하다. 그래서 두 번째 앨범까지 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가수 활동을 접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들이 잡는 기준은 나보다 훨씬 낮다.

차트에서 중간에만 자리를 잡아도 큰 성공이라며 자축할 정도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들보다 기대치가 훨씬 더 높다.

난 누나를 이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제니 웨이든을 보면서 한 번 더 그 목표를 상기했었다.

제니는 그 젊은 나이에 바이올린 하나로 세계 정상에 올라 슈퍼스타가 되었다.

혜나 누나라고 그걸 못 하겠는가.

앞에 수많은 장애물이 있어도 누나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앨범 녹음을 하는 내내 누나를 더 강하게 몰아붙인 것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것이 최고가 되는 방법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고꾸라지면······.”

두 번째 앨범이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세 번째 앨범은 더 힘들어질 것이고 내가 바라보던 목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포기는 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더 힘든 여정이 누나를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나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서까지 난 그 목표를 이뤄 나가야 하는 것일까?

오늘따라 잡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 위에서 눈을 감았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번뇌로 인해 끝까지 잠이 들진 못했다.

* * *

“다들 모니터링은 잘하고 있냐?”

강용형은 낮부터 술을 거하게 걸치고 작업실에 돌아왔다. 그의 옆에는 EXE 소속사 사람들과 투자자들이 함께 있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자신의 승리를 강하게 확신하고 있었기에 벌써 축배를 든 것이었다.

그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작업실에 있던 프로듀서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 강용형의 얼굴도 싹 굳어 버렸다.

“뭐야? 초상집 왔어? 분위기가 왜 이래?”

“저기······ 감독님. 방금 저희가 차트를 확인했습니다.”

“그래. 어떻게 됐어? 노래 공개한 지 10시간 넘었잖아.”

“네. 대충 윤곽이 드러나긴 했는데······.”

프로듀서들이 말을 잇지 못하자 강용형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야? 대체 뭔데? 사람 답답하게 만들지 말고 빨리 말해!”

“아, 네. 일단 이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 하나가 태블릿을 건넸다.

거기에는 실시간 음악 차트가 나와 있었다.

“음?”

강용형은 메인 화면에 있는 1위부터 10위까지의 노래를 확인해 보았다.

혹시 자기 눈이 잘못된 건가.

눈을 비벼보고 감았다가 떠봐도 자신이 작곡한 곡은 단 한 개도 10위권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뭐, 뭐야? 이거 실시간 맞아? 어제 집계되고 멈춰 있는 거 아니야?”

“1시간마다 집계되는 차트입니다. 현재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노래가 뭔지 나오는 차트로······.”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 왜 내 곡은 하나도 없어?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그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 한 명이 더 보기란을 눌러 30~50위권에 있는 곡들을 보여 주었다.

“감독님이 작곡하신 곡들은 지금 30위, 37위, 49위. 이렇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현재 1위부터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건 이번에 JJ에서 내놓은 신곡들입니다.”

그 말을 듣고 강용형은 순간 정신이 저 나락으로 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태블릿을 잡은 손은 벌벌 떨려오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실 장연욱이 어떤 노래를 냈는지 관심도 없었기에 제목도 알지 못했다. 그만큼 상대를 무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애송이의 노래가 하나도 아니고 무려 세 개나 상위권에 있단 말인가.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그놈 노래가 자기보다 나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따위 쓰레기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어.”

그는 정신줄을 붙잡고 다른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JJ의 노래가 1위부터 3위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강용형이 만든 곡은 중간 위치에 있어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EXE 팬들 화력 대단하잖아. 왜 그놈들 노래가 고작 30위 밖에 안 돼?”

“아직 시간이 오래 안 돼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좀 더 기다려 보시면 금방 역전할 겁니다.”

“네. 맞습니다. 좀만 기다려 보시죠.”

그래.

아직 시간이 덜 지났기 때문이다.

고작 10시간.

지금이야 반짝 뜨는 거겠지만, 이 정도 순위 올려놓는 건 일도 아니다.

특히 EXE에게 준 곡은 팬덤이 워낙 두꺼워 그들이 알아서 스트리밍을 해 주어 금방 순위권을 차지하게 될 터.

그래서 그는 작업실에 앉아 기다렸다.

프로듀서들은 그와 같이 실시간으로 차트를 확인하는 이 시간이 지옥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곡이 공개된 지 24시간.

EXE 곡은 팬덤의 화력 지원으로 15위로 간신히 안착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2곡은 오히려 순위가 내려가는 괴현상이 벌어졌다.

그에 반해 JJ의 곡은 여전히 1위부터 3위까지를 굳건히 방어해냈다.

“아직··· 아직이야.”

강용형은 포기하지 않았다.

곧 대중들이 자신의 곡을 듣고 그 진가를 깨달아 온종일 그것만 듣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 3일이 지났을 때.

그는 망연자실하며 눈앞의 결과를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장연욱의 곡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EXE의 팬덤 화력은 삼일천하를 연상시키듯 잠시 반짝였다가 다시 30위권으로 추락해 버렸다.

바뀐 건 강용형의 곡 순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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