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05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 웨이든이 장연욱의 팬?]
[바이올린의 천재, 그녀가 장연욱의 챌린지를 받아들였다!]
[장연욱의 템페스트를 감명 깊게 듣고 바이올린 챌린지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혀!]
[드디어 들어보는 악랄한 난이도의 완벽한 연주곡!]
제니 웨이든이 본인 계정으로 올린 영상은 삽시간에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상을 가진 인물이라 음악에 생소한 네티즌들에게도 그 이름아 빠르게 알려졌다.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
희대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환생이라 불리는 제니 웨이든.
장연욱이 올린 챌린지 악보에 그녀는 보름 동안 쉬지 않고 연습하여 마침내 영상을 내놓게 된 것이었다.
“원래는 일주일 만에 끝을 내려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좀 더 감정을 잡고 연주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악독하기 그지없는 난이도의 곡이다.
그런 곡을 보름 만에 마스터한 것도 대단한데, 원래는 일주일 만에 끝내려 했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곡은 너무 좋았어요. 곡을 만드신 분이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기량 상승과 더불어 곡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것 같아요. 분명 심혈을 기울이며 만드셨을 겁니다. 자! 그럼 한번 들어봐 주세요!”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금발 머리와 빠져들 것만 같은 푸른빛의 눈동자.
순전히 그녀가 바이올린만 잘 연주해서 유명해졌겠는가.
유독 그녀에게 팬이 많은 이유는 바로 저 아름다운 외모 덕분이었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잡고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귀여움이 여왕의 차가운 그것으로 돌변했다. 특히 그녀가 입고 있는 블루 드레스가 그런 품격을 부각해 주는 듯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 손길이 고고하게 보였고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비록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를 압도했다.
특히 곡이 괴랄할 정도의 난이도에 위아래로 음표가 미친 듯이 튀었다.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중간에 손을 길게 떨면서 바이브레이션을 넣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워낙 박자가 빠르고 음표가 쉴새 없이 튀어나와 정신이 없었지만, 영상을 보는 시청자는 고혹한 그녀의 얼굴과 기품이 흘러넘치는 연주에 푹 빠져들었다.
-내가 진짜 뭘 들은 거지?
-저게 진짜 사람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고?
-장연욱도 미쳤지만, 이분도 단단히 미치셨네. 어떻게 이걸 연주할 생각을 함?
-웃긴 건 실제로 연주를 했다고 한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업로드한 지 10시간도 안 돼서 조회수가 100만을 뛰어넘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화제가 되어 사람들이 몰린 탓이었다.
제니는 그 인기만큼 많은 활동을 하지 않아 그녀의 연주 영상이 올라오는 날이면 세계 곳곳에 있는 팬들이 정모하듯 한꺼번에 몰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 영상은 악랄한 난이도로 이미 한번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어 제니를 모르는 사람들도 호기심에 눌러봤다가 완전히 매료되어 무한 재생의 늪에 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아 제니님. 제발 한국 한번 와 주세요.
-오늘부터 제니님 팬입니다. 이런 분이 계신지는 꿈에도 몰랐네요.
-외모도 그렇고 연주 실력도 완전 제 취향 ㅠㅠ
장연욱에 이어 제니 신드롬이 대한민국에 불고 있었다.
* * *
“분명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곡일 거예요. 연주를 하면 할수록 그 세심함이 느껴졌어요. 이 곡을 작곡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를 거치셨을지······. 상상이 안 가네요.”
영상 속 제니가 내 노래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나도 모르게 풉 웃어 버렸다.
심혈을 기울여? 많은 고뇌를 거쳐?
이 여자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나는 내가 이 곡을 심기일전으로 만들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 정작 나는 침대 위에서 휘갈겨 버린 게 전부였다.
하지만 뭐, 원래 곡과 시는 해석하는 사람 마음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면야 그대로 만족을 하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제니와 만나서 곡에 대해 토론할 것도 아닌······.
“야. 제니 웨이든이 너 만나려고 한국까지 왔다는데?”
“네?”
순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제니 웨이든! 그 천재 바이올린 연주가. 네 곡 연주했던 사람! 그 할리우드 스타 뺨치는 미녀 있잖아!”
“저도 알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왜 저를 만나려고 해요?”
“모르지. 들어보니까 원래는 널 바로 만나려고 했는데, 네가 갑자기 그 악보를 업로드해 버리는 바람에 만나지 않고 한국에서 그 곡을 연습했단다. 무려 15일 동안!”
“그러니까 대체 왜요?”
“나도 모른다니깐. 네 팬인가 봐.”
제니 웨이든이 내 팬이라고?
JJ의 곡을 좋아하는 건가?
“아무래도 네가 저번에 만든 그 협주곡을 듣고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호기심에 와 본 거 같은데, 올 거면 온다고 미리 말을 하든가. 좀 무대포 같지 않냐?”
확실히 그렇다.
제니 웨이든이나 되는 사람이 언질도 없이 갑자기 날 만나려고 한국으로 찾아와?
“어떡하면 좋냐?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라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참······.”
웬만한 거에는 절대 당황하지 않는 강 대표가 저런 반응을 보일 만도 하다.
국내에서는 그리 큰 인기가 없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음악계 스타다.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유명 아티스트들이 음악 작업 같이 하자고 러브콜을 노골적으로 보낼 만큼 그 명성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내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만나야죠.”
“그래? 괜찮아?”
강 대표의 표정이 밝아졌다.
혹시라도 내가 거절할까 봐 노심초사했던 것 같았다.
“저한테도 그리고 누나한테도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에도 응답하지 않던 그녀가 반쯤 장난스레 SNS에 올린 내 악보를 연습해 영상으로 공개까지 해 주었다.
그렇다는 건 내가 만드는 음악에 흥미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님. 만약 제니 웨이든을 우리 JJ 차기 앨범에 참여시키면 어떨 거 같으세요?”
“뭐? 그게 가능하겠어? 말이 안 되잖아. 빌보드 1위를 밥 먹듯이 하는 아티스트들도 죄다 깠다던데.”
“그 대단하신 여왕님이 절 만나러 직접 한국까지 왔잖아요. 이미 말이 안 되는 상황 같은데요? 날짜 잡아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대면하는 게 백번 나을 테니까요.”
“어! 그, 그래. 내가 빨리 가서 잡아 놓을게.”
강 대표는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은 뒤에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전화를 끊은 다음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더니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왜요?”
“아니. 그 내가 날짜를 잡으려고 했는데, 지금 당장 만나도 괜찮냐고 묻던데?”
“예?”
“자기들은 언제든 상관없대. 딱히 스케쥴 때문에 온 게 아니라서 지금 당장도 괜찮냐고 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했지. 내가 주소도 다 알려줬다. 곧 있으면 올 거야. 진짜 널 보고 싶긴 했나 보다.”
강 대표 말대로 제니 웨이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소속사에 들어왔다.
“헬로~! 모두들 반가워요.”
버터를 잔뜩 바른 듯한 정통 미국식 발음의 영어를 쓰면서 들어온 제니는 그 발랄함이 꼭 우리 누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어서 오세요. 저는 여기 GN 엔터테이먼트의······.”
“아! 강 대표님이시구나.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녀는 강 대표와 빠르게 악수를 나눈 뒤에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꺅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붉은 깃발을 본 투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제니는 잽싸게 내 양손을 붙잡고 흔들어댔다.
“너무 반가워요. 제가 연욱 씨 엄청난 팬인 거 알아요? JJ의 노래도 다 들었고, 협주곡도 매일 듣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완벽하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곡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혹시 그 노래 제목이 뭐에요? 어디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거죠? 혹시 날 위해 만들어 준 건가?”
기관총처럼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나는 그녀의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다.
설상가상 혜나 누나도 제니 웨이든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는 총알 같이 소속사로 달려왔다.
“어머! 지, 진짜 왔잖아?”
“응? 그쪽은 누구······.”
“아! 저는 여기 연욱이 누나에요!”
영어를 유창하게 하진 못하는 누나가 조금 어눌하게 발음을 해도 제니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아~ 누나에요? 정말 다행이네요.”
“네?”
“아니에요. 반가워요. 제니라고 해요.”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짧게 인사를 하고 내 앞에 착석을 했다.
강 대표가 뭐라 말을 붙이고 싶었는데, 그녀는 그쪽에 시선조차 주지 않고 나만 바라보며 아까 전 날렸던 질문을 또 한 번 반복했다.
“저기 제니. 한 가지씩만 물어봐 줘요. 천천히 대답해 줄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흥미롭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영어를 잘하시네요. 꼭 네이티브 발음 같았어요.”
“옛날부터 언어 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그리 좋은 실력은 아닙니다.”
영어는 사실 기본이었다.
전생에서 열심히 배운 것도 있지만, 나중에 누나를 세계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라도 언어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한국어와 영어 말고는 다른 언어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제가 바이올린 연주하는 거 봤어요?”
“네. 솔직히 그 정도로 연주를 잘해 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호호. 제가 얼마나 열심히 연주했는데요. 그만큼 너무 좋은 곡이었어요. 어쩜 그렇게 좋은 곡을 만드셨는지.”
말을 하면서 제니는 구석구석 나를 탐색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곡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걸렸어요? 곡 해석이 뭔지도 아주 궁금해요.”
내가 뭐라 답을 해 주려는 찰나,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대답하지 않아도 알 거 같아요. 분명 오랫동안 계획을 하고 설계를 했겠죠. 그리고 이 곡은 저번에 만든 그 ‘폭풍’, 템페스트와 똑같은 해석이 담긴 곡이죠? 그보다 더 격정적으로 만든 버전인 거죠.”
그게 그런 식으로 해석이 되나.
사실 별생각 없이 만든 곡이긴 하다. 딱히 해석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냥 파가니니처럼 괴랄한 난이도의 곡을 만들고 싶었던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을 해 주면 뭐······.
난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제 곡을 잘 알아주시네요. 역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는 다르군요.”
“어휴. 저 아니더라도 다른 연주자들도 금방 알아챘을 거예요. 물론 난이도가 극악이라서 다들 쉽게 연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도 제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음악에 관련된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예쁘고 발랄해 보이지만, 음악 얘기가 나올 땐 누구보다 진지했다.
마치 영상 속에서 바이올린을 기품 있게 연주하던 여왕의 모습이 나온달까.
그러나 우리가 오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 얘기하고 싶은데, 이제 그만 집에 가셔야 한다니 어쩔 수 없네요.”
제니는 성인이지만, 나와 혜나 누나는 엄연히 청소년이었다.
워낙 급작스럽게 결정된 만남이라 시간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도 내일 또 보면 되죠. 그때 더 많이 얘기해요.”
“그러죠.”
내일을 기약하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걸 제니가 붙잡았다.
“근데 연욱 씨는 4년 뒤에 성인이 되나요?”
“네. 그렇죠.”
“음~ 그렇구나. 알겠어요.”
그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4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