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104화 (104/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104화

[안녕하세요. JJ의 장연욱입니다.]

SNS 계정은 있지만,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유령에 가까운 계정에 오늘은 왠일로 글 하나가 올라왔다. 그것도 장연욱이 직접 쓴 글이었다.

[다들 잘 지내셨죠? 제가 SNS를 원래 잘 하지 않는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소소한 근황도 알려드릴 겸,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팔로우만 해 두고 아예 잊고 있었던 팬들은 장연욱이 글이 올렸다는 알림을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왔다.

그래. 그동안 네놈이 뜸하긴 했지.

양심이 있으면 팬들에게 근황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

그런데 부탁드린다는 건 또 뭐지?

[최근에 ‘폭풍’이라는 제목의 협주곡을 여러분에게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부족한 곡을 사랑해 주셔서 부끄럽기도 하고 참 많이 감사해 하고 있어요. 덕분에 광고도 몇 배나 더 들어오고 인터뷰 요청, 방송국 섭외 등등. 여러 가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왠지 글을 읽는 팬들이 다 뿌듯한 기분이었다.

본인은 부족한 곡이라고 하지만,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는 곡이 아니던가. 심지어 해외에서도 이 곡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여러분의 열렬한 관심 덕분에 다음 곡은 저와 같이 호흡을 맞췄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JJ의 차기 앨범을 만들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위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었죠? 제가 저번에 문득 떠오른 악상이 있어서 만든 곡이 하나 있습니다.]

곡? 차기 앨범을 위해 곡을 만들었다는 건가?

[차기 앨범에 나올 곡은 아니고, 바이올린 연주곡입니다. 악보에 관한 건 밑에 링크를 남깁니다. 다만, 곡의 난이도가 조금··· 어려운 편이니 감안해서 봐주세요. 그리고 완벽하게 연주가 가능하신 분이 계시면 꼭 연락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이올린?

근데 글이 이게 끝?

다른 근황은 또 없고?

아니. 사진이라도 올려야지.

그나저나 왜 갑자기 바이올린이지?

장연욱의 팬들은 궁금증에 링크를 타고 악보를 확인해 보았다.

“······.”

악보 첫 마디부터 눈을 빙빙 돌리게 만들었다.

빈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빼곡하게 음표가 적혀 있었기 때문.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난이도가 조금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과연 얼마 안 있어 속속히 반응들이 나왔다.

-저기 선생님. 조금 어렵다면서요. 근데 저게 뭐죠? 사람이 연주하라고 만든 건가?

-아니. 가벼운 근황이라도 알려 준다면서! 그런데 왜 사진 한 장이 없는 건데? 아! 악보는 10초 보고 꺼 버림. 악보 보고 울렁증 오는 건 처음이었음.

-이보세요. 마에스트로. 저걸 조금 어렵다고 올린 악보입니까? 파가니니 뺨치는 수준의 악보인데?

-처음에 악보 보고 너무 겉멋이 든 게 아닌가 싶었는데, 곡이 정말 좋네요. 그런데 저걸 기계가 아니라 사람 손으로 연주할 수 있을지가······.

-진짜네. 곡 더럽게 어렵고 더럽게 좋네. 능력자 나와서 연주하는 거 한번 보고 싶다.

장연욱이 올린 SNS 글은 곧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뿌려졌다.

[장연욱이 올린 글 봤음? 링크 남긴다.]

-악보를 올렸는데, 난이도가 개헬임. 능력자들 얼른 나와라.

-ㅇㅇ나도 방금 보고 왔음. 근데 저거 악보 맞는 거냐? 그냥 아무 음표나 채워 넣은 거 아니야?

-바이올린 전공하는 사람인데, 악보는 막 음표 구겨 넣은 게 아니더라. 잘 만든 곡임.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사람이 연주를 할 수 있게는 만들어야지. 무슨 파가니니 곡인 줄 알았어.

-나도 음악 전공하거든. 프로그램으로 곡 돌려 보니까 진짜 잘 뽑힌 악보인 건 확실함. 그런데 사람이 연주하는 건······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나 같은 학생은 안 될 듯싶음.

네티즌들은 악랄한 곡의 난이도에 혀를 내둘렀다.

-근데 레알 악마의 재능이네. 어떻게 저런 곡을 팍팍 찍어내지?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임? 그냥 막 음표만 쑤셔 넣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네가 음알못이라 그런 거고. 음악하는 사람이면 저게 얼마나 정교하고 잘 만들어졌는지 알 거임. 언뜻 보면 허세 부리려고 엄청 어렵게만 만든 것처럼 보이겠지만, 곡에 기승전결이 다 들어 있고 귀에 착착 달라 붙을만큼 멜로디가 뛰어남.

곡이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긴 하지만, 잘 만들어진 곡이라는 건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협주곡 이후로 장연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여러 아티스들도 얼른 악보를 확인해 보았다.

[놀라운 곡입니다. 중학생이 이걸 만들었다고 과연 누가 믿어 주기나 할지 모르겠네요. 난이도가 엄청 어려우나, 만약 이걸 마스터 한다면 본인의 기량이 올라가는 건 물론, 굉장한 곡 하나를 연주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겠어요. 어려운 만큼 리턴이 확실한 곡입니다.]

작곡가, 연주가 할 것 없이 모두 악보를 확인해 보고는 감탄을 터트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겉멋만 가득한 곡이라고 비판했지만, 아티스트들이 곡에 대해 높이 평가하자 그런 부정적인 말은 쏙 사라져 버렸다.

“여러분. 제가 이거 꼭 마스터해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뉴튜버들 중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스트리머들은 어떻게든 이 곡을 마스터해 보겠다고 다짐을 드러냈다.

SNS에서도 여러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챌린지처럼 받아들여 곡 마스터에 도전했다.

또한 외국에서도 글이 퍼져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곡을 올린 지 단 하루 만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 * *

“아~ 한국은 너무 좋은 나라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이렇게 많아?”

장연욱을 만나야겠다며 다짜고짜 티켓을 끊고 날아온 제니.

하지만 입국 첫날부터 곧바로 장연욱 소속사로 뛰어가진 않았다.

그동안 미디어로 접했던 한국.

그 환상 속의 나라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으니, 그녀는 며칠 동안 여행만 다녔다.

쇼핑이면 쇼핑, 먹거리면 먹거리.

전부 마음에 들었다.

의외로 한국 음식이 자기 입맛에 잘 맞아 놀라기도 했다.

“장연욱이란 친구는 언제 만나려고 그래?”

그녀의 뒤를 항상 졸졸 따라다니는 매니저 고든의 말에 제니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까지 와서 잔소리하려고?”

“내가 언제 잔소리를 했어? 그냥 언제 만나러 가는 건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음. 글쎄. 오긴 했는데, 막상 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미국에서는 당장 달려가서 곡 하나만 써 달라고 협박할 것처럼 말하다니.”

“협박? 내가 그 애를 왜 협박해. 절대 그럴 일 없어. 누가 보면 내가 마피아라도 되는 줄 알겠네.”

제니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소속사를 찾아간다고 해서 만나 줄 거 같지도 않고 말이다.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하긴 했다.

그때 매니저가 핸드폰을 보다가 재밌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뭐야? 치사하게 혼자 웃어? 나도 같이 좀 웃자.”

“아아. 미안. 방금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어. 이거 한번 볼래?”

매니저가 보여 준 건 장연욱이 올린 SNS 번역본이었다.

떨떠름한 얼굴로 글을 확인한 제니는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렸다.

“뭐, 뭣? 바이올린 연주곡을 만들었다고? 설마 내가 한국에 왔다는 걸 어디서 들었나?”

“······제니. 그런 거 같진 않아. 진정해.”

“아. 물론 아무리 내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해도 여기선 별로 안 유명하겠지. 아무튼, 대체 어떤 곡이야? 나 너무 궁금해.”

“음. 사람들 평가로는 곡이 잘 뽑히긴 했는데, 난이도가 엄청나대. 파가니니와 비견되는, 아니. 능가하는 난이도라고 하더라.”

“뭐?! 그럼 더더욱 봐야지! 얼른 보여줘!”

매니저는 소속사에서 보내 준 악보를 제니에게 보여 주었다.

제니는 핸드폰을 붙잡고 한참 동안 악보를 들여다보았다.

“이거······.”

과연 그녀에게서 어떤 평가가 나올까.

목소리가 그리 높지 않을 걸 보니 별로인가?

“대박이잖아!!”

“으응?”

“이거 좀 봐. 이 기괴한 악보를 좀 보라고. 이걸 연주하면 아마 손가락에 피가 날지도 몰라. 그런데 곡의 구성이 완벽해. 그냥 마구잡이로 만든 게 아니라 연주자가 스스로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설계된 거라고!!”

“그, 그 정도야?”

“응. 이건 단순히 어렵게만 만든 게 절대 아니야. 연주자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나아가 실력까지 상승시키는 엄청난 곡이지. 대체 이걸 언제부터 구상하고 만든 걸까? 이 정도의 곡을 만들려면 적어도 몇 달, 아니. 1년은 넘게 걸렸겠지?”

제니가 보기에 이 곡은 단순히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각종 테크닉이 가미되어 있었고, 연주자의 귀를 즐겁게 해 주는 멜로디가 곡 연습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치밀하게 설계된 곡이 확실했다.

이 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실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주기 위한 곡.

과연 희대의 천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작곡 실력이었다.

“나 이거 얼른 연주해 보고 싶어. 혹시 연습실 좀 알아봐 줄 수 있어?”

“아. 그럴까? 근데 장연욱을 만나는 건······.”

“이 곡을 마스터하면 만나야지!”

“응?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어? 최소 한 달은 걸릴······.”

“날 뭘로 보는 거야?”

제니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쭉 위로 올렸다.

“나 제니 웨이든이야. 많이 어렵긴 하지만, 일주일이면 충분해.”

장연욱도 괴물 같은 재능을 가졌지만, 제니 역시 그에 못지않은 바이올린의 천재였다.

* * *

“역시 괜한 기대를 한 건가.”

글을 올린 지 어느덧 열흘이 되어 갔다.

하지만 누구도 이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올리거나, 자신이 어느 정도 숙달을 했다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

열흘 안에 마스터할 수 있는 곡이 아니긴 했다.

거기다 연주자의 성향과 그들의 실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내 개인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곡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협주곡을 만들었을 때처럼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떠오르는 대로 휘갈겨 쓴 곡이기 때문에 완벽한 연주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욕심일 것이다.

“야! 야야야야!!”

그래서 반쯤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누나가 갑자기 나를 부르며 달려오더니 소리쳤다.

“너 제니 웨이든이라고 알어?”

제니 웨이든?

물론 알고 있다.

파가니니의 환생이라 불리며 앞으로도 쭉 바이올린의 여신으로 추앙받게 되는 여자다.

“그 바이올린 천재?”

“응응! 근데 제니가 네가 올린 바이올린 악보를 연주한 영상을 올렸어!!”

“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제니 웨이든이 내 악보를?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이올린에서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연주자니까.

그런 사람이 내 곡을 연주하다니.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부끄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가 되었다.

최고가 플레이한 내 곡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머리로만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듣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은가.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제니가 올린 영상을 재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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