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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89화 (89/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89화

“예상은 했다만, 너 진짜 이번에 엄청 벌었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그토록 기다리던 정산일이 되었다.

강 대표는 정산서를 내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

“금액을 봐라. 네가 이번 연도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나온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지급되는 금액은 약 10억.

내놓는 곡마다 다단 히트를 치면서 저작권료가 크게 뻥튀기되었고, 그 외 광고와 프로그램 출연으로 얻은 출연료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크- 네 나이에 10억이라니. 그때 나는 땅 파먹고 있었던 거 같은데.”

성공한 사업가가 겨우 중학생을 부러워할 리 없다.

그가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을 테니까.

“대표님. 저는요? 저는 얼마나 나왔어요?”

“오~ 우리 혜나도 적잖게 나왔지.”

혜나 누나에게도 약 2억 원의 돈이 정산되었다.

누나도 작사에 참여해 저작권료를 조금 챙길 수 있었고, 광고 모델 비용과 출연료가 함께 지급됐다.

“와- 연욱이랑 5배 차이나 나네.”

“당연하지. 연욱이가 곡 대부분을 작곡했으니까. 이래서 저작권료가 최고 중의 최고라니깐? 앞으로 기대되는 건, 이제 데뷔 1년 차인데 벌써 10억이 굴러들어온다? 내년에는 몇 배를 벌어 놓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데뷔 첫해에 벌어 놓은 값진 수익이다.

우리의 첫 앨범과 드라마 OST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얻어낸 수확이라는 것.

“자, 이제 우리 슬슬 다음 이야기를 해야겠지?”

“다음 이야기라면 앨범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잘 아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은 잘 알고 있지? 기세 좋게 다음 앨범까지 성공시키자. 그럼 확고하게 대한민국 음악판에서 자리 잡을 수 있어.”

강 대표의 말이 맞다.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르긴 했지만, 확실히 쐐기를 박고 튼튼한 콘트리트층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앨범을 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아래로 추락할 일은 없을 것이다.

“저도 슬슬 앨범 준비 해 볼게요.”

“그래. 난 너 터치 안 해. 알아서 잘해 주니까. 흐흐. 이런 복덩이가 어떻게 우리 회사에 왔는지 모르겠다니깐? 그렇다고 너희들 갑자기 다른 기획사로 점핑해 버리면 안 된다. 혹시라도 그런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발생한다면요?”

“마포 대교로 가서 너희들 이름 부르면서 뛰어들 줄 알아. 아마 아홉 시 뉴스에 도배가 될 거다. 하하.”

말은 저렇게 해도 강 대표는 우리가 다른 기획사로 가겠다고 선언하면 쿨하게 보내 줄 사람이다. 하지만 나랑 혜나 누나는 당분간 여길 떠날 생각이 없었다.

“아참. 그리고 너 그거 명함은 어떻게 된 거야? 알아보니까 입봉작 하나 없는 초짜던데, 그런 감독의 명함을 왜 받아 왔어?”

“아, 그렇지 않아도 그걸 좀 상의하려고 했어요. 혹시 대표님. 드라마에 투자해 볼 생각은 없으세요?”

“뭐? 드라마?”

몇 번이나 고민해 봤던 내용이다.

내가 아는 미래에 GN 엔터테이먼트는 규모가 커지긴 하지만, 대형 3대 기획사에는 못 미치는 수준 정도로만 성장한다. 즉, 메이저 기획사들보다는 지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냥 나만 있는 곳이라면 별 상관 안 했겠지만, 혜나 누나가 있는 기획사가 다른 곳에 밀려나는 꼴을 가만 볼 순 없었다.

이번에 강용형 작곡가 때만 봐도 그렇다.

그가 입김을 발휘해 나와 혜나 누나의 앞길을 막으려 했을 때, 사실상 GN 엔터테이먼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에 대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어디까지나 내가 강용형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대형 기획사들처럼 큰 힘이 있었다면 그리 허무하게 당하고 있지만 않았을 터. 앞으로 언제 또 이런 일이 반복될지 모르니, 회사의 내실을 확실하게 키워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뜬금없이 드라마 투자라니?”

“그 감독님 시나리오가 괜찮더라고요. 우리가 방송국은 아니라서 직접 배급을 할 순 없지만, 투자는 할 수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드라마 투자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투자가 뭐냐? 돈 잘못 넣었다가 원금 회수도 못 하고 싸그리 날려 버리는 게 다반사야.”

기획사들이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인 배우나 아이돌 가수를 해당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함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딱히 출연할 생각이 없고, 대신 누나를 드라마에 내보내 대중들에게 더 큰 관심을 받게 하고 싶었다.

노래뿐만이 아니라 누나의 연기력도 수준급이라는 걸 대중들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더 인지도가 올라갈 게 아닌가.

현재 국민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보라.

그중 절반 이상이 가수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배우 활동도 하고 있다.

노래뿐만이 아니라 연기에서도 성공을 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된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저도 알아요. 그래서 저도 5억 정도를 그 감독님이 진행하는 드라마에 투자하려고 해요.”

“뭐? 5억을?!”

“네, 드라마 투자금으로 치자면 그렇게 큰돈도 아니지 않나요? 요즘 드라마 돈 많이 깨진다고 들었는데.”

“그렇긴 하지. 기본 100억은 잡고 들어가니깐. 그렇다고 5억이 작은 돈은 결코 아니야.”

“그렇죠. 그래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는 있어 보이던데요?”

강 대표는 침묵을 지키며 상을 두드렸다.

그는 단순히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말을 무시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적극 내 의견을 수용해 왔고,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걸 알기에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내가 알아보지 않은 게 아니야. 그 감독이 들고 다니는 시나리오를 여러 방송국에서 다 깠다고 들었어. 그런데 우리가 덜컥 투자를 결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지금이야 투자를 못 받고 있지만, 제가 하나는 확신합니다. 그 시나리오, 분명 다른 곳에서 낚아채 갈 거예요. 그만큼 재밌으니까요.”

“그래? 정말 그 정도야?”

“원래 드라마 잘 안 보는 제가 재밌다고 할 정도니까, 속는 셈 치고 한번 만나 보시는 게 어때요? 대형 투자사가 먼저 데려가기 전에 우리가 절반이라도 발을 걸쳐 놓으면 이득이지 않겠어요?”

“흠, 그렇단 말이지······.”

강 대표는 내 옆에 있는 혜나 누나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

“혜나 네 생각은 어때? 네 동생이 방금 받은 돈 절반을 투자금으로 쓰겠다는데? 부모님이 허락은 하시려나?”

“괜찮아요. 부모님은 이제까지 한번도 연욱이가 하겠다는 일에 반대해 보신 적이 없어요.”

“하하. 그래?”

“네. 연욱이가 사고를 친 적도 없고, 항상 하는 일마다 잘 됐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반대 안 해요.”

“그러니까 너도 그 감독이 크게 성공할 거라고 보는구나.”

“전 그 감독님이 누군지도 몰라요. 그냥 연욱이가 투자를 하는 거라면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강 대표와 마찬가지로 누나도 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강 대표의 결정이었다.

“좋아. 내가 한번 만나는 볼게. 일단 넌 5억 투자한다는 거 보류하고 있어.”

“네. 근데 대표님이 안 하시면 저라도 따로 투자는 할 거예요.”

“짜식. 고집은. 그 정도로 확신하는 거냐?”

“네. 시나리오도 좋고, 무엇보다 느낌이 좋아요. 진짜 될 거 같다는 직감이랄까요?”

“그거 도박꾼이 하는 말 아니냐.”

“도박꾼이 다 패가망신하는 건 아니잖아요.”

도박꾼은 대부분 고꾸라지고 만다. 하지만 난 도박꾼이 아니다.

그냥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고 있을 뿐.

정산서를 받고 나와 혜나 누나는 기획사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나는 누나 눈치를 보다 물었다.

“누난 정말 괜찮아?”

“응? 뭐가?”

“내가 덜컥 5억을 투자하겠다고 했잖아.”

“아~ 그거.”

밝게 웃고 있던 누나가 갑자기 돌변해 내 등짝을 내려쳤다.

“야! 나한테 귀띔이라도 하던가. 거기서 표정 관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아, 아까는 괜찮다며!”

“그럼 거기서 내가 테이블 엎고 너 미쳤냐고 잔소리라도 해야 했니?”

“그건 아니지······.”

“어휴. 하여튼 얘가 꼼꼼하지를 못해. 그냥 누나한테 지나가면서라도 말해 줄 수 있었잖아.”

“미안.”

다음에도 말을 안 했다가는 머리채가 다 뽑혀 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누나는 반대야, 찬성이야?”

“네 돈으로 네가 하겠다는데 내가 반대해서 뭐해.”

“그래도 조언을 해 줄 순 있잖아.”

“나였으면 당연히 안 했지. 그냥 은행에다 저축하지 않았을까? 내가 재테크 같은 건 아예 모르니까.”

누나는 저축 습관이 강했다.

돈을 허투루 쓴 적이 없고 무조건 은행 통장에다 넣는 버릇이 있다.

“이건 네 선택이잖아. 솔직히 걱정은 되는데, 네가 말아먹든 말든 결국 그것도 경험이겠지. 돈이야 잃으면 또 벌면 되는 거니까.”

“누가 들으면 누나 인생 2회차인 줄 알겠다.”

“호호. 이 누나가 좀 철이 빨리 들긴 했지. 그런데 엄마 아빠가 많이 놀라긴 하겠다. 네가 잘 설득해 봐.”

부모님에게 아직 말씀을 드리지 않은 얘기였다.

만약 부모님이 반대하신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10억? 거기다 혜나는 2억? 그럼 총 12억이네?”

집에 도착하고 나서 부모님은 우리가 내민 정산서를 보고 기겁했다.

“원래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다만, 데뷔한 지 1년도 안 돼서 12억을 벌어? 맙소사.”

아버지는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고, 옆에 계시던 어머니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분은 나와 혜나 누나의 손을 잡고 조곤조곤 말했다.

“기특하다. 우리 딸,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다 컸어. 한편으로는 엄마 마음이 무겁네. 한창 공부하면서 놀아야 할 나이인데, 벌써부터 사회 전선에 뛰어든 거 같아서 말이야.”

“에이. 엄마. 돈 버는 거에 나이가 어디 있어.”

“그래. 그래서 이 돈을 어떻게 하려고?”

“엄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너희들이 결정할 일이지. 쓰고 싶은 곳에다 쓰렴.”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세월에 점점 늙어가고 계신 것이 보였다.

거기다 어머니는 슬슬 경계해야 할 때다.

“엄마. 저랑 약속 하나 해요.”

“응? 약속?”

“앞으로 1년마다 한 번씩 건강검진 받기로요. 아빠랑 같이.”

“건강검진을? 엄마 작년에 받았었는데, 정상으로 나왔어.”

“그거 그냥 회사에서 대충시켜주는 건강검진이잖아요. 앞으로 비싼 걸로 받으세요. 꼼꼼하게 해 주는 대학 병원 가서요.”

난 어머니의 미래를 알고 있다.

어머니는 앞으로 몇 년 후 큰 병을 앓게 되어 병상에서 시간을 보내다 결국 돌아가시게 된다. 그 당시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검진을 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

“응?”

“오늘 저희랑 차 한 대 뽑으러 가시죠. 그동안 차 바꾸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눈으로 보기만 한 차도 있으실 테고. 맞죠?”

“뭐? 차, 차를 바꿔?”

“지금 타고 계신 차는 너무 불안해서요. 오늘 하나 지르러 가요.”

아버지는 이제 정말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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