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86화 (86/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86화

1위 장연욱

2위 죽음의 신

3위 수호자

4위 JJ

5위 죽음의 신 배우

검색어에는 온통 나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어제 수호자에서 너 나왔잖아.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거야.”

“그거 진짜 잠깐 나왔던 건데?”

“그러니깐! 고작 장면 하나 나온 거 가지고 이러는 거라니까?”

그게 그렇게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나?

“정 궁금하면 뉴튜브 들어가 봐. 그렇지 않아도 네 이름이 계속 검색어에 올라가니까 방송국에서도 클립을 따로 올려 둔 게 있어.”

누나의 말에 따라 뉴튜브에 들어가 보았다.

2시간 전에 올라온 영상인데, 벌써 조회수가 20만을 뚫었다.

“음······.”

영상 길이는 고작 3분.

죽음의 신이 등장하고 주인공과 대사를 치는 건 1분 30초 정도다.

카메오처럼 정말 잠깐 얼굴을 드러내고 나간 것이다.

그런데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죽음의 신 고정 가 주세요.

-작정하고 뽑은 거 같은데, 설마 카메오는 아니겠죠?

-님들 드라마 마지막에 못 봤어요? 특별 출연해 주신 장연욱 님께 감사하다고. 이거 진짜 특별 출연입니다. 고정 아니에요.

-고정 안 하면 안 봄

-정성우를 씹어 먹는 비주얼을 보는 건 처음이네.

-15살인 거 맞아요? 아무리 봐도 15살 얼굴이 아닌데.

-이제까지 욕해서 죄송합니다. 설마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네요.

-감독 네 이놈! 다 계획이 있었구나!!

수호자 드라마 클립은 보통 정성우 얘기밖에 없는데, 오늘은 그의 이름을 찾기 힘들었다.

내 이름이 대신 도배가 된 느낌이랄까.

“어때? 완전 기분 좋지?”

“그냥 좀 얼떨떨하네.”

“에이. 뭐야. 재미없게. 반응이 그게 전부야?”

“뭐, 덕분에 앨범이 잘 팔리겠다 정도?”

놀란 건 아주 잠깐이었다.

특별 출연으로 반짝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것에 취해 해롱거리기보다는, 이다음 행동으로 어떤 이익을 추구할 것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나가 보기에는 어때?”

“응? 뭐가?”

“이 뜨거운 반응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누나는 턱을 긁적이며 고민에 빠졌다.

저런 모습을 보일 때면 피식 웃음부터 나온다.

팬들도 가끔씩 보이는 저런 누나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오래 갈 거 같진 않은데? 워낙 이런 건 대중들 기억 속에 빨리 사라지잖아.”

누나 말대로 스낵 컬쳐가 대중화된 지금, 사람들은 금방 무언가를 잊어버리곤 한다.

즉, 이 약빨이 빠지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디 보자.”

나는 부재중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참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대형 기획사들도 그렇고, 광고주들에게서도 연락이 잔뜩 와 있는 상태.

“누나.”

“응?”

“이번 기회에 돈 좀 왕창 땡겨서 벌어볼까?”

* * *

“으하하하-! 설마 그걸로 홈런을 칠 줄 누가 알았겠냐!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강세원 대표의 웃음이 기획사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광고주들이 난리야. 너랑 광고 한번 찍고 싶다고. 일단 너무 스케쥴이 많아서 알아보고 전화 준다고 튕겨놨다.”

“잘하셨어요. 그래야 몸값이 튀죠.”

“오~ 이 자식 완전 연예인 다됐네. 그런 밀당도 할 줄 알고.”

이쪽 바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무리 신인이라고 해서 주는 일거리를 전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끌려다녀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나 적절한 밀당이 섞여야 본인의 몸값도 올라가고 상대방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된다.

“너희들 안 그래도 일거리 다 끊겨 있었잖아. 이거 한방으로 싹 다 풀린 거 같은데?”

강용형 작곡가와의 신경전을 벌이고 나서 나와 혜나 누나에게 들어오던 일거리가 모두 끊겨 버렸었다.

대형 기획사를 끼고 있는 강용형 작곡가가 입김을 불어 넣어 술수를 부린 것.

“강용형 그 좀팽이 새끼가 너희들 꽃길에 아주 불을 질러 놔서 울화가 터졌었는데, 이제 그 양반 입김도 다 떨어져 나간 듯싶다. 역시 이 바닥에서는 인기가 곧 위치라니깐?”

“네. 하지만 위기가 잠깐 넘어갔다고 해서 안주해서는 안 되죠.”

“응?”

“이번에 들어오는 일거리는 전부 다 몰아주세요. 열심히 뛰어 보겠습니다.”

“웬일이야? 원래 너 이런 거 싫어하잖아. 오롯이 음악 작업만 하고 싶다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혹은 광고를 찍는 것 같은 건 별로 흥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용재 작곡가와 협업을 하고 여러 일을 거치면서 깨닫는 바가 있었다.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면서 음악만 하기보다는, 가수면 가수답게 행동을 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것 역시 삼촌을 통해서 배웠다.

나는 작곡가이면서 연예인이다.

이 두 직업을 계속해서 끌고 나가려면 어느 것 하나 아래로 추락하지 않게 해야 한다. 즉, 연예인답게 대중들한테 꾸준히 얼굴을 보여야 하고 그들이 날 잊어버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게 해서 작곡까지 병행해 간다면?

어린 나이에 백만장자가 되는 건 허튼 꿈이 아닐 것이다.

원래는 누나의 성공만을 바라보며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멀리 보이던 성공이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배웠다.

“저도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 놓으려고요. 거기다 제가 콩쿨 준비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엥? 갑자기 콩쿨? 대체 무슨 콩쿨?”

“국제 콩쿨이요.”

“어? 너 설마······.”

강 대표는 음흉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군대 때문에 그러는 거야? 국제 콩쿨에서 우승하면 군제 면제잖아. 맞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군대를 면제해 주는 것처럼 콩쿨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이번 콩쿨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전적으로 지연이에게 달려 있었지만, 군대 면제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도 군대를 다녀오긴 했지만,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좋은 곳이긴 해. 뭐, 어떤 사람은 좋은 경험이다 뭐다 말하긴 하는데, 그거 다 개소리야. 그냥 네 청춘을 2년 동안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나 다름이 없어.”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콩쿨에서 우승을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려고요.”

“좋아. 마침 너희들 학교도 방학이잖아. 그치?”

“예. 아주 다행스럽게도요.”

만약 방학이 아니라 학기 중이었다면 얘들이 몰려드는 통에 공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으흐흐. 살인적인 스케쥴로 마구 굴려 주마.”

“스포츠카 하나 뽑을 수 있을 만큼 굴려 주세요.”

“야. 그건 네 음반 수익으로도 충분하지 않냐? 아예 펜트하우스를 사지 그래? 이번에 드라마 OST도 같이 대박나면서 아마 연말 정산 때 꽤 두둑할 거야.”

그렇단 말이지.

벌써부터 부모님과 누나한테 뭐부터 해줘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번에 집이랑 차부터 좀 바꿔 드릴까?

* * *

“아이고. 연욱 씨. 이게 얼마 만입니까.”

강 대표를 만나고 난 뒤 다음 행선지는 김우종 감독의 작업실이었다.

“감독님. 드라마는 잘 보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나오는 장면에 힘을 너무 주셔서 덕분에 반응이 엄청 좋네요.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 1화도 안 본 드라마였다.

“하하.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이미 완벽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죠.”

“이제 말 놓으세요. 어린애한테 자꾸 말 높이시니까 제가 다 불편합니다.”

“그, 그럴까요? 워낙 연욱 씨가 어른스러워서.”

“괜찮습니다.”

“흠흠. 그렇다면야······.”

김우종 감독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었다.

“아. 원래는 식사라도 같이하고 싶었는데, 알다시피 지금 비상이 떨어져서.”

“비상이요?”

“응. 어제 방송 나가고 나서 방송국 전체가 비상이야. 네가 나온 이후로 시청자 게시판 서버가 터지고 인터넷에서는 온통 네 얘기뿐이었으니까. 오죽하면 우리 방송국 사장님이 나한테 따로 전화를 했겠어?”

“방송국 사장님이요?”

“그래. 오 사장님이 나한테 따로 전화까지 했었어. 너 정말 특별 출연이냐고. 아예 고정으로 박을 생각은 없냐고 말이야.”

수호자는 케이블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다.

JCS 방송국은 수많은 케이블 방송국 중에서 가장 성공한 곳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요즘은 공영 방송국들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즉, 옛날처럼 돈이나 시청률에 밀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 사장님 아내분도 우리 드라마 팬이시거든. 근데 너 나왔을 때 아주 기절할 뻔했다고 하시더라. 어쩜 그렇게 인물이 뛰어냐나고. 꼭 좀 고정으로 출연시켜주면 안 되냐고 사장님 바가지를 엄청 긁으셨나 봐.”

“그래요?”

난 별 감흥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서 말인데······.”

김 감독이 은근한 목소리로 뭔가를 내게 내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몇 번 더 찍어 보는 게 어때?”

“음······.”

나는 김 감독이 준 음료수를 홀짝이며 계약서를 확인해 보았다.

원래 이런 계약서 같은 경우는 매니저와 변호사를 데리고 와 확인을 하는 것이 먼저다.

김 감독도 당연히 그 단계를 알고 있을 터. 그럼에도 나한테 이렇게 대뜸 계약서를 내민다는 건 어지간히 급하다는 뜻이다.

원래 내 촬영분은 거기서 끝이었다. 만약 추가 촬영을 하려고 한다면 기존에 있던 스토리 라인을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만 한다.

지금 비축분이 조금 있긴 하겠지만, 금방 떨어질 것들이 아니던가.

감독으로써는 하루빨리 결정을 내리고 촬영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김 감독이 제시한 출연료를 보며 침음을 짙게 흘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액수였지만, 구태여 티를 내진 않았다.

“글쎄요. 그냥 반짝 뜨는 것뿐인데, 괜히 제가 들어갔다가 드라마를 망치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요. 감독님이 모든 걸 건 드라마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필요했다.

가볍게 한번 튕기자 김 감독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휴.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런 건 절대 걱정하지 마.”

“그래도 마음이 좀 쓰이네요. 드라마 보니까 제가 갑자기 투입되면 흐름이 깨질 것처럼 보이던데. 오히려 역효과를 내진 않을까요? 지금은 호감이지만, 사람들이 점점 저에 대한 반감이 심해진다든가.”

“그것도 걱정하지 마. 나랑 작가님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호감이 되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이번에 반응 봤잖아. 네가 얼굴만 딱 내미니까 다들 그렇게 욕하던 캐릭터를 엄청 좋아하게 된 거.”

드라마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주인공과 조연을 누가 담당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래서 잘생긴 배우를 주인공으로 쓰는 것이 법칙처럼 적용된 것이다.

나는 계약서를 톡톡 두드리며 짐짓 힘없는 척을 했다.

“음. 그래도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할지도······. 제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요즘 컨디션도 많이 안 좋고 해서.”

“후-. 좋아.”

김 감독은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출연료 더블. 어때?”

힘없이 축 늘어지던 몸에 갑자기 활력이 돌았다.

“여기다 도장 찍으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사인도 됩니까?”

역시 이 세상 최고의 치료는 금융 치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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