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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83화 (83/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83화

“아- 두근두근 거려.”

“난 누구 때문에 잠을 못 자서 쓰러질 거 같은데?”

어제 밤부터 잠도 안 자고 하루종일 날 괴롭힌 누나였다.

덕분에 나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놀이공원 진짜 너무 오랜만이란 말이야. 흥분돼서 잠이 안 오는걸 어떡하냐?”

난 딱히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놀이공원이라고 해 봤자 한참 동안 줄 서서 2분도 안 되는 어트랙션을 타는 게 전부이지 않던가. 그런 곳에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지루함이 차올랐다.

“지연이 때문에 가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된 게 누나가 더 좋아하는 거 같다?”

“호호. 당연히 우리 지연이 때문에 가는 거지.”

이틀 전에 지연이는 카페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본인의 괴로움을 우리에게 털어놓았다.

그냥 거기서 위로만 해 주면 되는 거였는데, 갑자기 누나가 기분 전환으로 놀이공원을 가자는 얘기를 꺼내 버렸다.

웃긴 건 그 얘기를 듣자마자 지연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하며 진짜 가는 거냐고 물어보던 얼굴이 떠오른다.

누나가 지연이를 위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자기가 제일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엄마~ 아빠~ 우리 다녀올게!”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마친 우리 두 사람을 보고 부모님은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으셨다.

“주말인데 사람 많겠다.”

“원래 놀이공원은 북적북적한 맛에 가는 거지.”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게 바로 이것이었다.

오늘 하필이면 가장 사람이 많다는 주말이다.

입장하는 것에만 시간이 한참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혜나 누나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보다 놀이공원에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둔 것 같았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매니저 형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주말에 미안해요. 괜히 우리 때문에 출근하고.”

“아니야. 기획사 매니저한테 주말이 어디 있냐? 어차피 오늘이랑 내일은 계속 출근해야 돼. 너희들 말고 다른 연예인들 태우고 행사장 가야 하거든.”

매니저들에게는 휴일이란 개념이 없었다.

오히려 주말이나 공휴일이 가장 바쁘고, 평일에 하루를 골라 쉰다.

“그 지연이란 친구는?”

“아. 부모님이 놀이공원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나 봐요. 거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 그리고 너희들 항상 마스크 끼고 있어야 돼. 너희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괜히 마스크 벗고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알아보기라도 하면 사진 같이 찍자고 몰려든다.”

“에이. 우리 음방만 나가고 예능 프로는 거의 안 나갔잖아요. 아마 몰라볼걸요?”

“우리 혜나, 요즘 사람들 잘 모르는구나. 다들 예능 프로 봐서 너희들을 알아보는 게 아니야. 특히 커뮤니티에서 한번 빵 뜨면 정말 많이 알아봐. 너희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면 안 돼. 인지도가 꽤 높다니깐?”

매니저 형 말이 맞다.

나와 혜나 누나가 여러 이유로 예능 프로에 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지도가 없느냐? 또 그건 아니다.

이미 여러 번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인지도가 쌓이지 않았던가. 특히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난 남매라는 타이틀로 잘 알려져서 뉴튜브와 각종 유명 커뮤니티에 이름을 알렸다.

당연히 남자들이 많은 커뮤니티에는 누나의 사진이, 여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내 사진이 자주 올라가 흥미를 끌었고, 동시에 우리 두 사람의 인지도가 상승한 것이었다.

지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라서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소속사에서 보내주는 차를 타고 다니는 중이었다.

“조심할게요.”

“응. 다 도착했다. 조심해서 놀다 와.”

“고마워요, 형.”

우린 차에서 내려 놀이공원으로 들어갔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지연이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지연아~”

“언니!”

혜나 누나와 지연이는 만나자마자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람마냥 길게 포옹했다.

“얼른 가서 표부터 사자.”

“네!”

입구를 슬쩍 둘러보니 사람들이 많아 보이진 않았다.

아니. 이미 다 안으로 들어가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

“언니. 오늘 사람 별로 없는 거 같지 않아요?”

“그러게. 혹시 우리가 눈치 게임 성공한 건가?”

주말은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놀이공원 안이 한산해 보였다.

아직 시간대가 아침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혜나 누나 말대로 정말 눈치 게임에 성공한 건지 모르겠다.

“뭐든 어때? 사람 없으면 우리야 좋은 거지. 우리 준비 운동도 할 겸 바이킹부터 타러 갈까?”

누나가 놀이공원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난 별 감흥이 없었는데, 혜나 누나는 바이킹이 있는 곳으로 우다다 뛰어갔다. 그 뒤를 나와 지연이가 열심히 따라가 주었다.

“오~ 줄도 별로 안 길어. 다음 번에 탈 수 있겠는데? 지연이 너 바이킹 타도 괜찮아?”

“으- 잘 모르겠어요. 근데 타고 싶어요.”

“연욱이 너는?”

“난 뭐······.”

내가 놀이공원에 별로 감흥이 없는 건,

놀이기구가 무섭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킹.

위로 올라갔다가 쭉 내려올 때 영혼이 아래로 쑥 빠지는 그 느낌이 싫었다.

하지만 여기서 난 무섭다고 안 탈 거라고 뒤로 빼는 것도 모양새가 빠졌다.

“나, 난 괜찮아.”

“아닌 거 같은데. 진짜 괜찮아?”

“정말이라니깐? 이게 무서워 봐야 얼마나 무섭겠어?”

라고 말한 지 1분 만에 후회가 밀려왔다.

“모두 안전을 위해 안전바를 꼭 내려 주세요!”

줄이 길지 않아서 곧바로 타게 됐는데, 맨 뒷자리에 앉아야 재밌다는 혜나 누나의 말을 괜히 들은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안전바가 내려오는 걸 붙잡으니까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출발합니다!”

이윽고 바이킹이 시동을 걸면서 좌우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으아아아-!”

“꺄아아아-!”

나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러댔다.

이러다 바이킹을 지탱하는 지지대가 뚝 끊어져서 저 멀리까지 날아갈 것만 같은 공포가 생겨났다. 당연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그런 공포가 쌓이고 쌓여 폭발적인 스릴로 이어졌다.

“헉헉- 개무섭네.”

누나의 얼굴이 타기 전보다 왠지 더 홀쭉해져 보였다.

“지연아. 괜찮았어?”

“너무 재밌었어요. 우리 또 타면 안 돼요?”

지연이는 놀이기구 체질인 모양이다.

“연욱아. 넌 괜찮아?”

“나?”

타기 전에가 제일 무서웠고, 막상 타고 난 후에는 이 생각이 들었다.

재밌다.

저번 생에서는 놀이기구 타는 걸 정말 무서워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한 번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한 번 더 탈까?”

“음······. 이거 말고 탈 게 많아. 다른 거부터 타고 이따 다시 오든가 하자.”

누나 말에 따라 우리는 놀이공원에 있는 놀이기구를 하나씩 다 타기 시작했다.

원래는 놀이공원 안을 구경하기 위해 온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놀이기구 탐방으로 바뀌었다.

“으아아!!”

“꺄하하-!”

탈 때마다 무서운 것들 천지였지만, 타고 난 이후에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응?”

“바로 다음 거 타러 가자.”

나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 누나를 끌고 다음 어트랙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 조금만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언니. 벌써 지쳤어요?”

“뭐야. 누나가 제일 열심이었으면서 벌써 지치면 어떡해?”

“······그래. 가자. 아주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타 보자.”

그렇게 5시간을 쉬지 않고 놀이기구만 탔다.

정말 우리가 눈치 게임에 성공한 건 맞는지, 줄을 오랫동안 서 본적이 없었다.

“누나. 얼굴이 더 홀쭉해졌다.”

“······닥쳐. 말할 힘도 없으니까.”

녹초가 되어 버린 누나는 간신히 빨대로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와 지연이는 아직 쌩쌩했다.

“너희들 진짜 잘 탄다. 아까는 못 타겠다고 엄살 피우더니. 다 뻥이었어?”

“그냥 누나가 못 타는 거야. 고작 이거 탔다고 벌써 방전된 거야?”

“으으. 짜증나.”

누나는 투덜거리며 햄버거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 진짜 재밌게 놀았어요. 언니.”

“앞으로 종종 이렇게 놀자. 놀이공원이 여기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다음에 다른 곳도 가 볼까? 꼭 놀이공원이 아니어도 돼. 대한민국에 놀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누나의 말에 지연이는 밝았던 얼굴이 조금씩 굳어져 갔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응?”

“다음 주에 외국으로 나갈 것 같아요.”

“뭐?!”

누나가 상을 내려치며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나 빨리? 이번 달 안에 간다곤 했지만, 다음 주는 너무 빠르잖아?”

“그렇게 됐어요. 부모님이 한국에 오래 있으면 시간 낭비라고 하셔서······.”

“하- 진짜 너무하네.”

나는 지연이의 부모님 마음이 이해됐다.

피아노를 포기할 게 아니라면 지금 한국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남들보다 더 앞서기 위해서라도 외국을 돌아다니며 음악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것이 정식 엘리트 코스이지 않던가?

한국에서는 교육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 꾸준히 레슨을 받는 것이 정석이다. 성공한 피아니스트들 중 국내에서 주야장천 연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기에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 부모도 아이가 어떤 코스를 밟아야 성공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 다음 주에 누나랑 같이 공항 가야겠다.”

“응?”

“너 가는 거 배웅해 주려고.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야지.”

“아, 아니야. 안 그래도 돼. 오늘 이렇게 같이 놀아 준 것도 엄청 고마운데.”

누나는 지연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공항 가는 게 뭐 대수라고. 오랜만에 나도 공항 구경 좀 해야겠다.”

굳어 있던 지연이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저기 연욱아.”

“어?”

“넌 이제 피아노는 정말 할 생각이 없는 거지?”

“아직은 별로 생각이 없어. 이미 가수 활동도 하고 있는데, 굳이 그걸 계속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저번부터 계속 이걸 물어본다.

지연이는 내가 피아노를 계속해줬으면 하는 걸까?

하지만 난 정말로 흥미가 없었다.

지금 제대로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저기 혹시 JJ 그룹 아니에요?”

그런데 그때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 같은 학생들이 우리가 있는 테이블 쪽으로 몰려왔다.

밥을 먹는다고 잠깐 마스크를 벗고 있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았다.

“오. 맞네. 맞아!”

“진짜다! 저 사인 좀 해 주세요! 완전 팬이에요!”

난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 걸 싫어한다. 거기다 오늘은 지연이를 위해 놀이공원까지 온 게 아니던가. 그래서 다 쳐내려고 했는데, 소란을 듣고 저 멀리 있던 사람들까지 몰려오는 게 눈에 보였다.

“맞아요. 저희가 JJ에요. 혹시 우리 남매 노래 들어봤어요?”

“네! 언니 너무 예쁘세요.”

“누나라고 불러도 돼요? 사진 한번만 같이 찍어줘요.”

“연욱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저도 사진 한번만······.”

문제는 누나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거기를 다닐 때 사람들이 몰려들면 그 자리를 피하기보다는 줄까지 세우면서 사람들을 반겨 주었다.

그런 누나의 행동 덕분에 SNS에서 소문이 퍼져 이미지가 매우 좋아졌다.

처음에는 누나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누나는 그냥 이런 게 즐거운 것이다.

남의 시선과 관심을 받는 것.

진정한 관종······ 이 아니라, 연예인다운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누나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저번 생에서 누려 보지 못한 인기를 지금 여기서 다 누리고 있으니까.

오히려 팬들에게 포위당한 누나의 모습이 흐뭇하게 보일 정도였다.

“연욱 오빠. 저도 사진 같이 찍어줘요!”

“저기요. 제가 먼저 줄 섰거든요? 뒤로 나와요.”

문제는 오롯이 누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내게도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쌩쌩하던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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