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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69화 (69/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69화

역시 강경 대응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우리가 악플러들과 협박성 DM을 보내는 이들을 모조리 잡아 고소하겠다는 뜻을 드러낼 때만 하더라도 여전히 댓글에 욕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어떠한 선처도 없이 냉정하게 고소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가면서부터 직접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DM을 보는 일은 없어졌다. 거기다 욕설로 점철된 댓글들도 거의 사라졌다.

처음에는 이제 막 데뷔한 얘들이 팬들의 진심 어린 충고도 듣지 않는 거냐고 비판을 들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게 옳은 행동이었다.

강하게 나가면 나갈수록 우리를 응원하는 진짜 팬들이 계속해서 나타났고, 거기에 힘을 받아 2주 동안 음원 순위가 1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으하하. 우리 연욱이 이번 정산 때 아주 볼만 하겠다.”

“보통 정산이 언제죠?”

“음원 사이트 같은 경우는 일 년에 딱 한 번만 정산해. 12월 중순쯤 하니까, 그때 우리 소속사로 먼저 돈이 들어오지. 거기서 우리가 세금 계산해서 너한테 보내 주는 거고.”

가수 활동을 하다 작곡가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야 당연하다.

가수로 활동하면 이리저리 도시를 쏘다니면서 공연을 해야 하지만, 작곡가는 그럴 필요 없이 노래만 작곡해 주면 끝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듣느냐에 따라 수익을 얻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음원 저작권만으로 일 년에 수백억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이러니 가수 활동을 조금 하다 작곡가로 빠지는 것이다.

그에 반해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는 저작권료가 아주 조금 들어간다.

많아 봐야 5~10%가 전부다.

“너랑 혜나가 이번 미니 앨범에 참여한 지분이 70%가 넘어. 거의 다 너희들한테 돈이 들어간다고 봐야지.”

노래를 음원 사이트에 내게 되면 지분을 나누게 되는데, 100% 지분을 전부 다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자기가 처음부터 다 작곡했다고 해도 프로듀서들이 붙어서 곡을 수정하고 녹음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한 작사가에게도 따로 지분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보통 70%의 지분이 맥시멈이다.

나는 곡을 만들고 작사는 혜나 누나가 했기 때문에 우리 둘의 지분이 총 70%를 이루고 있었다. 나머지는 곡 수정과 녹음을 도와준 프로듀서들, 그리고 소속사에게 들어간다.

“노래 하나만 잘 내놓아도 인생 역전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야. 계속 음원 순위에 올라가 있으면 몇억씩 모여서 한 번에 계좌로 꽂힌다니깐? 그 맛에 작곡가들이 곡 만드는 걸 못 멈추는 거야.”

작곡은 마약 같은 거라는 얘기가 있다.

한번 물만 잘 타면 그때부터는 돈을 찍어내는 자판기가 되어 버린다.

작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매번 꿈꾸는 일이다.

하지만 정말 작곡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건 소수의 사람뿐이다. 그만큼 이곳 시장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너희들한테 고맙다. 특히 혜나는 여러모로 힘들었을 텐데 활동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해줘서 더더욱.”

일련의 사건이 있었지만, 혜나 누나는 절대 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없었다.

끝까지 모든 스케쥴을 소화하고 자신은 아무런 타격도 없다는 걸 대중들에게 당당히 보여 주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누나가 속으로 참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말이다.

대견하게도 누나는 끝까지 버텼다.

“원래는 너희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보내려고 했거든. 근데 이번 사건 있고 나서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그쪽 스케쥴은 아예 다 빼 버렸어. 거기다 그쪽도 이번 로사 스캔들 때문에 자꾸 각을 재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야.”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룹과 노래 홍보를 위해서는 예능에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아무리 톱스타라고 해도 새로 앨범을 내면 전혀 나가지 않을 것만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미디어의 힘은 역시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능에 나가서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여줘야 호감이 생기고, 그것이 곧 인기로 직결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코스이긴 했다.

“아쉽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자.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대신, 뉴튜브 쪽에서 인터뷰 요청한 채널이 몇 곳 있어. 거기는 한번 참석해도 나쁘지 않을 거 같더라. 조회수도 꽤 나오는 곳이라서 도움이 꽤 될 거야.”

요즘 세상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보다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뉴튜브 채널이나, 혹은 영향력 높은 개인 채널에 출연하는 것이 점점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TV보다 핸드폰으로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이다 보니 이쪽에 더 힘을 쏟는 연예인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건 연욱이 너한테만 해당되는 얘기인데, 어제 나한테 연락 하나가 왔었어. 이용재 작곡가라고 알지?”

어떻게 그 얼굴을 잊을 수 있을까.

스타 탤런트에서 나한테 개쪽을 주려다 마지막에는 온갖 칭찬을 늘어놓아 듣는 내가 다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너한테 바로 전화를 하려다가 아무래도 우리 소속사이다 보니까 우리 쪽에 먼저 연락을 줬다더라.”

“무슨 일인데요?”

“이번에 그 양반이 프로젝트 하나를 맡게 됐는데, 드라마 OST라고 들었어. 근데 프로듀싱에 널 참여시키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더라고.”

“저한테요?”

드라마 OST 같은 프로젝트는 곡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하고 참여하는 가수들의 숫자도 많아진다. 즉, 돈 냄새가 진동하는 큰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작곡가 하나가 독점을 해 최대한 남과 나누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보조라는 명목으로 최대한 적은 지분을 나눠줘서 대부분의 수익을 작곡가 한 명이 가져가는 구조다.

이용재 작곡가가 몇 프로 되지도 않는 지분만 던져 주고 날 마음대로 써먹으려는 것 같았다.

“그냥 보조로 쓰고 싶은 거겠죠?”

“나도 왠지 그런 거 같아서 처음에 거절하려고 했어.”

강 대표도 이 바닥 시스템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바로 거절하지 않은 것을 보니, 뭔가 이유가 있는 듯했다.

“근데 그쪽에서 보조로 쓰려는 건 절대 아니래. 일단 최소 보장 지분이 30%야. 넌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양반급 되는 작곡가가 보장을 30%나 해 준다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나도 음대에 다니면서 들은 얘기가 많다.

톱급으로 분류되는 작곡가들은 브랜드 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독식이 심하기 때문에 사람은 있는 대로 쓰면서 지분은 80% 이상을 가져간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한테 30%나 주겠다는 건 자신이 70%를 다 가져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원래 가져가기로 한 지분을 쪼개서 나한테 나눠 주겠다는 뜻이다.

보통 때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용재 작곡가가 예전만큼 못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가 내놓은 히트곡들은 여전히 많으며 아직도 그 이름이 잘 먹히는 인물이지 않던가.

“원래 네임드 작곡가들이야 다 그렇겠지만, 이용재 작곡가는 특히 더 자존심이 세거든. 그리고 독점하는 것도 강하고. 보통 그 사람이 80% 이상은 지분을 챙겨간다고 들었어. 그래서 처음에 그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니깐? 이 양반이 드디어 늙었나······하고.”

강세원 대표도 적잖이 당황한 듯해 보였다.

그 정도로 내게 많은 지분을 넘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결국 중요한 건 네 의지야. 나도 저번에 스타 탤런트에서 그 양반이 너한테 물 먹이려고 했다는 거 알고 있어. 너도 아마 그 작곡가랑 같은 공간에 있기 불편하겠지. 근데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자꾸 돈, 돈거리는 거 같아서 뭐 하긴 하지만, 드라마 OST가 진짜 수익률이 좋거든. 드라마가 진짜 개 말아 먹지 않는 이상 말이야.”

가수 앨범보다 오히려 드라마 OST로 더 많은 돈을 번다-라는 얘기가 있다.

드라마가 흥행하면 할수록 OST를 듣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설사 흥행을 못 했다고 해도 OST가 좋으면 드라마는 보지 않고 그 노래만 듣는 이도 많다.

그리고 돈을 번다는 것에 난 전혀 부담감이 없다.

내가 작곡가가 되고 싶었던 건 누나에게 좋은 노래를 안겨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그리고 둘째로는 많은 돈을 벌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아낌없이 쓰고 싶었다.

좋은 차, 좋은 집 등등.

왜 나라고 그것들이 갖고 싶지 않겠는가.

“저야 불러 주시면 좋죠. 돈 앞에서 사람 따지는 거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하! 이놈 이거 또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듣고 왔네. 어릴 때부터 돈만 따지면 안 된다는 말 몰라? 그런데 내가 인생 살아 보니까, 결국 세상은 돈이 최고더라. 그러니까 벌 수 있을 때 마음껏, 차고 넘치도록 벌어. 그게 축복이야.”

오늘 처음으로 강 대표에게 의미 있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음악에 대한 열망, 작품에 대한 열정도 좋지만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닌가.

쪼들리면서 음악을 하기보다는, 사치라고 불릴 정도로 가족들과 펑펑 돈을 쓰면서 음악을 할 거다. 이러는 편이 기회도 더 많을 것 같고.

* * *

“자자, 조용! 뭐 전쟁 났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오늘 나는 새로운 중학교로 입학을 했다.

방학 동안 이사를 하고 이번에 개학을 하면서 근처 중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건데, 내가 여기 온다는 소문이 어디서 퍼진 건지, 여기 학생들은 벌써부터 흥분감이 고조되어 있었다.

“오오오!”

“진짜다! 진짜 연예인이야.”

“존나 신기해.”

“실물이 더 잘생겼다.”

선생님은 한숨을 한 번 더 내쉬면서 교탁을 세게 내려쳤다.

“그래. 나도 알아. 우리 반에 연예인 온 거. 그러니까 다들 조용히 좀 해라. 한 번만 더 시끄럽게 하면 진짜 가만 안 둬.”

여학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완전 반대였다.

왜냐하면 여긴 남중이기 때문이다.

뭐 어디를 가든 상관은 없지만, 저번 중학교에서는 매번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남학생들과는 거의 얘기를 나눠 보지 못했다. 그리고 왠지 남학생들도 나한테 가까이 오지 않았고.

“안녕. 장연욱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한다.”

“오오-!”

“장연욱! 장연욱!”

간결한 자기소개를 끝으로 자리에 앉았다.

근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왠지 미소가 떠올랐다.

남중이나 남고를 가면 그곳만의 매력이 있다던데, 오늘 처음 그것을 경험해 보았다.

그리고 저번 학교에서는 매일 등교를 하면 책상 위나 사물함에 각종 선물과 편지들이 가득했다.

적어도 여기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 뭔가 해방되는 기분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조금 들었다.

“연욱이가 연예인인 건 잘 아는데, 그래도 학교 빠지지 말고 열심히 나와 주길 바란다. 그리고 오늘 개학식이라서 별로 할 것도 없어. 다들 첫날부터 사고 치지 말고 이번 학기도 열심히 다녀. 알겠지?”

“네!”

선생님은 그 말만 남기고 갑자기 교실을 떠나 버렸다.

아무리 개학이라고 해도 첫 교시 끝날 때까진 대충 진도 확인하고 그러지 않나?

쿨해도 너무 쿨한 선생님이었다.

“와아-. 나 연예인 처음 봐.”

“야, 너 축구 좀 하냐?”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게임은 하겠지? 끝나고 PC방 같이 갈래?”

수업이 끝났다는 종도 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애들이 우르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남중이라서 오히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남녀 공학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듯했다.

이번 학교에서는 비교적 덜 관심을 받으며 조용히 다니려고 했는데,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 같다.

여긴 그야말로 야생의 정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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