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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68화 (68/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68화

나는 본능적으로 혜나 누나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았다.

조금 전까지 해맑게 웃고 있던 누나가 DM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분명 좋지 못 한 메시지를 받은 것이리라.

[나가 죽어 X발년아.]

[네가 뭔데 우리 로사한테 개겨? 미쳤냐?]

[그냥 가수될 자격이 없어 보이네요. 로사랑 불화설이 있다는 기사 봤습니다. 제정신이세요?]

[미친년]

[노래도 ㅈ도 못 하는 게 가수랍시고 깝치지 마라]

[죽여 버린다.]

보는 나도 심장이 덜컥거릴 만큼 수위 높은 메시지들이었다.

거기다 집 주소를 알고 있으니, 찾아가 죽이겠다는 메시지들도 만만찮게 있었다.

메시지 내용을 보니, 로사의 극성팬들이 보낸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DM으로 이렇게 협박성 메시지들을 보낼 줄이야.

“누나, 괜찮아?”

“응, 괜찮아.”

다시 핸드폰을 가져가려는 누나의 손을 붙잡았다.

미세하게 떨림이 느껴졌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겁을 먹은 듯한 누나의 얼굴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 고등학생에 불과한 혜나 누나에게 그런 메시지들을 보내다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이 개새끼들.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나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지금 당장 대표님한테 전화해서 이 새끼들 싸그리 고소해 달라고 할 거니깐.”

그때 알 수 없는 번호로 누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나는 대신 전화를 받으면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장혜나 미친년아! 나가 뒤져! 뻔뻔하게 또 TV 나오면 그땐 진짜 죽여 버린다!”

“이보세요. 누구신데 갑자기 욕을 하십니까?”

“뭐야. 이거 장혜나 번호 아니에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중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SNS에 퍼졌던데요? 근데 진짜 장혜나 번호 아니에요?”

사람들이 또 어떻게 알았는지 혜나 누나의 핸드폰 번호를 SNS에 퍼뜨린 모양이다.

“방금 욕하신 거 다 녹음해 놓았습니다. 곧 고소장 날아갈 거니까 기다리세요.”

“병신, 이거 발신자 번호 표시 없음이거든?”

“요즘 세상 무서운 줄 모르시네. 그거 다 추적돼요. 목소리 들어보니까 학생이신 거 같은데, 학생이라고 해서 그냥 안 넘어갑니다.”

겁이 나긴 났는지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

“저, 저기요. 제가 진짜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재미로 친구들이랑 내기해서 진 사람이 전화하기로 해서······.”

“예, 아쉽게도 재미는 그쪽만 보셨네요. 이제 저희도 고소로 재미 좀 보겠습니다. 그럼 끊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끊자마자 이번에는 다른 번호로 전화가 오고 여러 문자 메시지들도 함께 왔다. 난 바로 핸드폰을 꺼 버렸다.

“후- 세상 참 병신들 많아.”

자기 인생이나 살면 될 것을, 꼭 남의 인생에 더 참견하고 쉴새 없이 욕지거리를 퍼붓는 놈들이 있다.

“연욱아······. 진짜 집으로 찾아오면 어떡하지?”

협박 메시지를 보낸 놈들이 정말 해코지할까 봐 혜나 누나는 걱정이 많아 보였다.

난 누나 등을 토닥여 주며 안심시키고자 노력했다.

“괜찮아. 이런 거 보내는 놈들이 진짜 올 거 같아? 절대 안 그래. 그냥 할 것 없는 놈들이 관심 끌려고 하는 짓이야. 누나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부모님 너무 걱정하실 수 있으니까 일단 비밀로 하자. 알겠지? 먼저 대표님이랑 상의하고 나서 부모님한테 내가 따로 말씀드릴게.”

“으응······.”

잠잠한 걸 보니, 다행히 아직 내 핸드폰 번호는 유출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언제 내 번호도 새어 나갈지 몰라 얼른 강 대표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대표님, 저 급히 상의드릴 게 있는데요. 다름 아니라······.”

난 혼자 집에 있기 불안해하는 누나를 데리고 GN 엔터테이먼트로 향했다.

***

“참나. 사람들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네. 이제 고등학생밖에 안 된 혜나한테 이런 메시지를 보내?”

누나 계정으로 온 DM을 확인한 강 대표는 크게 분노했다.

사무실에 함께 있는 직원들도 이건 그냥 넘겨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에 욕을 절대 하지 않는 강 대표가 오늘은 말을 가리지 않았다.

“법무팀이 볼 땐 어때? 충분히 처벌 사유가 되나? 마음 같아서는 이 새끼들 빵에 처넣고 싶은데.”

“둘 중 하나입니다. 합의를 봐서 돈을 챙기거나, 아니면 정말 형사 고발로 들어가서 감방에 처넣거나요. 여기 보면 살해 협박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1~2년은 받을 수 있는 죄입니다.”

“고작 2년? 정신적 피해가 이렇게 엄청난데? 에라이 시발. 우리나라 법부터 싹 바꿔야 한다니깐?”

강세원 대표는 절대 합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돈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 혜나한테 협박 메시지 보낸 새끼들 다 정보 수집해서 끝까지 추적해. 그리고 다 고소장 접수해서 인생의 쓴맛을 보여줘.”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아까 혜나 번호로 누가 전화 걸었다고 했지?”

“네.”

“확실하게 녹음 딴 거고?”

“네.”

“좋아. 다시 핸드폰 켜서 오는 전화랑 메시지 우리 직원이 다 받게 해. 거기 전화 걸고 이상한 문자 보내는 새끼들도 다 처넣을 거니깐.”

이런 쪽에는 강 대표 대처가 아주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대처가 좋다고 해서 누나의 우울한 마음이 풀리는 것이 아니다.

고소가 진행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동안 누나는 누나대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또한 정말 어떤 미친놈이 집까지 찾아올 수 있어서 그건 그거대로 걱정이 됐다.

“음, 부모님한테는 내가 잘 말해 볼게. 혹시 모를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이참에 집은 이사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나도 찬성이었다.

누나와 부모님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집을 옮기는 게 낫다.

강 대표는 좀처럼 얼굴을 펴지 못하는 혜나 누나에게 말했다.

“혜나야. 넌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어. 이 쌍놈의 새끼들은 내가 다 잡아 처넣을 거니까. 절대 너한테 피해 가지 않게 내가 잘 처리할게. 그리고 앞으로 경호원 붙여 줄 테니까 당분간 같이 다녀.”

소속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 대표가 취하고 있었다.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었으나, 사실 나도 충격이 컸다.

나와 누나가 기적처럼 음방에서 1위를 하고 무대에 함께 섰을 때만 하더라도 난 모든 꿈을 다 이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누나가 탑스타가 되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누비는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 그것이 혜나 누나가 원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우리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안티팬이 생길 수밖에 없고 수많은 악플과 루머에 시달려야 한다.

괜히 연예인들이 공황 장애에 시달리고 정신과 상담을 꾸준히 받는 것이 아니다.

“혹시 힘들면 말해. 내가 잘 아는 의사 선생님이 계시거든. 심리 상담을 받으면 많이 나아질 거야.”

강 대표도 정신과 치료를 염두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멍청했다.

저번 생에서 누나의 그룹은 무관심 속에 있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 생은 반드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스타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런 점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이런 일이 앞으로도 많겠죠?”

“음······. 이런 말 하기 뭐하다만, 스타의 숙명이기도 하지. 인지도가 높아지고 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너희들을 아니꼽게 보는 안티팬들도 늘어나기 마련이거든. 거기다 이번에는 하필이면 로즈데이 쪽이랑 엮여서 말이다.”

누나의 SNS 계정과 누나와 내가 나오는 뉴튜브 영상들을 확인해 보니 좋은 댓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그냥 이유 없이 우리를 깎아내리는 댓글들도 눈에 보였다.

강 대표 말대로 스타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모두가 좋아해 주기를 바랄 순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간다면 고통을 받는 건 누나가 될 것이다.

“로즈데이 지금 폭파 직전인 거 알지? 멤버들끼리 불화설 나고 로사한테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 스태프들이랑 스타일리스트들도 다 같이 합세해서 폭로 때리는 중이라 지금 거기 정신이 없어. 그러다 뜬금없이 혜나 얘기가 나오면서 별 미친놈들이 지금이 기회다 싶어 태클을 거는 거지.”

로즈데이 안에서 일어난 불화설이 크게 터지는 바람에 기회를 틈타 혜나 누나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로사의 팬이라고 보기보다는, 그냥 누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놈들도 분명 있을 터.

음악 방송 1위를 하고 스타덤에 오른다고 해서 세상이 전부 다 밝게 보이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싸울 게 많아진 것 같았다.

***

혜나 누나를 지키기 위한 강세원 대표의 행동은 빠르고 아주 단호했다.

일반인이라면 누군가가 온라인상으로 욕을 했을 때, 신고와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렇다고 경찰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는, 괜한 짓 하지 말라며 말리는 게 다반사라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법무팀을 끼고 법적인 절차를 모두 밟아 진행하게 되면 일이 빨라진다.

혜나 누나에게 그따위 DM을 보낸 놈들부터 시작해 처음 누나에게 전화해서 살해 협박을 했던 이들까지 전부 주소를 파악해 하나씩 고소장을 보냈다.

“정말 죄송해요. 진짜 저는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친구들이랑 장난 한번 쳤을 뿐이에요.”

법적인 절차를 밟은 지 1개월.

혜나 누나에게 처음으로 전화했던 여학생이 붙잡혀 우리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 옆에 있는 부모가 문제였다.

“우리 애가 아직 철이 없어서 잘못한 거예요. 반성문도 적어 왔으니까, 여기서 합의 보고 끝내죠?”

왜 얘가 철이 없는지 알 것 같았다.

같이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부모라는 사람이 아주 당당했다.

혜나 누나는 아직 청소년이니까 그냥 반성문만 받고 봐주자고 했지만,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난 그 아이와 그 부모가 보는 앞에서 반성문을 찢어 버렸다.

“지, 지금 뭐 하는······!”

“이걸 지금 반성이라고 하는 겁니까?”

만약 여기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진짜 한 번 더 심사숙고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들은 여전히 뻔뻔하게 나왔다.

“아니. 우리 애가 잘못했다고 하잖아.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야? 인기 좀 얻었다고 연예인 병이라도 걸렸어? 어린놈이 어른 앞에서 말하는 싸가지도 없고 말이야. 내가 이거 꼭 언론에 내보낼 거다. 각오해!”

“마음대로 하세요. 우린 당신들 때문에 잘 살고 있던 집에서도 나와야 했고 친구들이 있는 학교를 떠나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생겼습니다. 거기다 매번 불안에 떨며 경호원들과 같이 이동해야 했고요.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 몇 마디 때문에 말입니다.”

나는 상을 강하게 내려치며 그동안 쌓인 한을 풀 듯 소리쳤다.

“그러니까 당신들도 그중에 절반은 어렵더라도 10분의 1은 겪어 봐야지. 우리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냈는지. 청소년? 어려서 철이 없어? 그걸 왜 나한테 하소연합니까? 부모가 교육을 처음부터 잘했어야죠. 그리고 오늘 진심 어린 사과만 해줬다면 나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을 겁니다.”

난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말했다.

“변호사님. 이 사람들이랑 합의할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법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끝까지 가 주세요. 아시겠어요?”

나와 혜나 누나의 일을 전담해서 맡아 주고 있던 양지원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나 못지않게 뻔뻔한 피의자의 자세에 분노를 느끼는 것만 같았다.

나는 벙쪄 있는 피의자 부모를 향해 마지막 일침을 가했다.

“언론에 다 뿌린다고 했죠? 얼마든지 뿌리세요. 어디 대중이 누굴 향해 손가락질하는지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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