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65화 (65/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65화

“요즘 아이돌들은 그냥 똑같네.”

아이돌들이 음악 방송에서 나와 무대를 보여 주는 것을 교차 편집해 전문적으로 뉴튜브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뉴튜브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소속사에게 광고비용을 받고 편집해 주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그러한 이점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것인데, ‘스테이지 컷’이라는 이름으로 뉴튜브에서 활동 중인 김일호는 점점 요즘 나오는 아이돌 무대에 흥미를 잃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특색 있는 팀들이 사라지고 다 똑같은 컨셉에 비슷한 노래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요즘 아이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말.

위대한 대한민국 의학의 힘을 빌어 만든 얼굴들이 많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일호는 소속사에 돈을 받고 편집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미 생활이기에 흥미가 없는 일에 오래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보이 그룹은 EXE가 집권 중이고, 걸그룹은 로즈데이를 이길 팀이 없어.”

인기 순위가 계속해서 바뀌어야 재미가 있을 텐데, EXE와 로즈데이가 1위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중이었다. 특히 EXE는 한국과 중국 멤버들을 섞은 국제적인 보이 그룹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빌보드에 진출하는 보이 그룹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 하지만 김일호는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 봐야 아시아 한정이지.”

빌보드 시장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전역을 일컫는다.

EXE가 아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는 있지만, 빌보드 차트에 진입을 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거기다 미국에서 K-POP을 듣는다고 하면 찐따 취급을 할 정도로 이미지가 좋지 않아 그 벽을 허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E 소속사도 그걸 알고 있기에 함부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아시아인이라고 하면 일단 인종차별부터 하고 보는 시장에 무턱대고 돈을 투자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좀 재밌는 팀 없나?”

김일호는 이런저런 아이돌 그룹을 살펴보며 흥미 있는 팀을 찾고자 노력했다.

이대로 자신의 유일한 취미 생활을 끝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어 오늘은 그만 접으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남긴 댓글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JJ도 교차 편집해 주실 수 있을까요?

-JJ가 무대는 별로 없지만, 편집해 주시면 감사히 보겠습니다.

“JJ?”

낯선 이름이었다.

아니,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

저번에 커뮤니티에서 한 차례 화제가 되었던 남매가 JJ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한다고 했지? 그 아이들이 진짜 데뷔한 건가?

커뮤니티에서 띄워줬다고 해도 막상 데뷔하고 나서 인기를 얻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사람들은 참 놀라울 정도로 금방 뭔가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것에 흥분하기 때문이다.

그 남매도 분명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댓글로 심심치 않게 요청이 있는 것을 보니 김일호도 조금 궁금해졌다.

화제가 되었어도 그 남매의 노래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오, 20위?”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JJ 그룹의 노래를 확인해 보니, 그들의 타이틀곡이 20위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 낸 노래가 20위를 기록하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스타트였다.

“영상을 한번 봐야겠는데.”

커뮤니티와 뉴튜브의 화력도 무시 못 하겠지만, 저 정도 순위를 단번에 기록한다는 건 노래가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는 JJ가 출연한 음악 방송을 찾아보았다.

어차피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무대다. 하지만 음악이 별로면 대충 앞에 부분만 보고 빠르게 넘길 생각이었다.

“······.”

그렇게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나서 김일호는 제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JJ의 무대를 감상했다. 그는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번뜩 정신을 차렸다.

정말 오랜만에 음악 무대를 몰입해서 본 듯했다.

“이거······ 괜찮은데?”

무언가에 홀린 듯이 다른 음악 방송에 나온 JJ 무대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3개의 무대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3대 메인 음악 방송에 각각 한 번씩 출연한지라 아직 다른 무대가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이게 왜 20위야?”

무대를 다 찾아보고 나서 김일호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딴 노래가 왜 20위냐는 뜻이 아니었다.

그 반대의 의미였다.

“지금 나온 노래 중에서는 이게 최고인 거 같은데?”

현재 1,2위는 EXE와 로즈데이가 사이 좋게 나눠 가졌다.

이번에 나온 신곡들이 전부 히트 친 것이었다. 하지만 김일호는 JJ의 ‘함께해’라는 노래가 훨씬 더 좋게 들렸다.

“양산형에 가까운 저 두 노래보다 이게 순위가 낮다니. 이게 대한민국 음악 시장의 현실인가?”

어느 날부터인가 음악의 질보다는 그룹의 생김새와 퍼포먼스가 음원 순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그 그룹을 좋아하는 10~20대 팬들이 열심히 스밍을 해주기 때문인데, 그 힘을 무시할 수 없는 터라 요즘 소속사들은 음악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그룹의 비주얼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었다.

그에 반해 이 남매 그룹은 비주얼이면 비주얼, 노래면 노래.

뭐 하나 빠질 것이 없었다.

오히려 현재 음원 순위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이런 팀이 무조건 떠야지.”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는 해도 언제 묻혀 버릴지 모르는 게 냉혹한 한국 시장이다. 물론, 저런 사기적인 비주얼을 갖고 대중들 기억 속에 사라진다는 게 힘들 수 있겠지만.

“한번 만들어 볼까?”

아이돌 그룹 말고는 다른 가수의 무대를 편집해서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 그룹은 교차 편집할 무대가 3개밖에 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춤을 추는 것도 아니라서 조금 애매하긴 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둘 다 비주얼이 뛰어나 3가지 버전이라도 결코 지루함이 없다는 것 정도?

특히 메인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장혜나의 목소리는 현존하는 가수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색 있는 목소리였다.

원래 교차 편집을 진행하려면 최소 무대 5개 이상은 되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규율을 깨도 괜찮을 것 같았다.

“3개니까 금방 끝낼 수 있겠네.”

기지개를 쭉 켜면서 김일호는 가볍게 몸을 푼 뒤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

여러 음원 사이트에 나와 누나의 앨범이 발매된 후, 드라마틱하게 바로 1위를 달성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20위권에 안착을 하면서 소속사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 고작 하루 만에 20위를 달성하는 건 이들 입장에서 기적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누나의 첫 앨범이 10위에도 진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딱히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신인에다가 첫 앨범부터 20위권이면 매우 좋은 성적이야. 거기다 미니 앨범이잖아. 3개월 안에 새로운 앨범을 내면 그땐 더 순위가 높아지겠지.”

강 대표의 말이 맞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정기적으로 앨범을 내놓으며 활동을 하다 보면 20위에서 1위로 껑충 점프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일주일 동안 20위권 안에 있는 것만 해도 정말 괜찮은 거야. 하지만 보통 2~3일 안에 순위가 뚝뚝 떨어지긴 해.”

소속사에서는 20위권에 머물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서 순위가 내려갈 거라고 예상했다.

“에이. 혹시 모르죠. 그러다 갑자기 순위가 수직 상승할지.”

“흐흐. 그렇게만 된다면야 소원이 없겠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린 순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대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음원이 발매된 지 3주가 지난 뒤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장연욱!!”

잘 자고 있는 사람 방에 갑자기 쳐들어온 누나가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일어나지 않자 아예 침대 위로 올라와서 몸을 흔들어 깨웠다.

“으- 왜?”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뭐? 하던 게임이 서버 종료라도 했나 보지?”

누나가 열심히 하던 게임이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서버 종료가 되어 버렸다. 그날도 오늘처럼 난리를 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 누가 보면 내가 망겜만 하는 호구인 줄 알겠네.”

“아니었어? 매일 여물 먹고 있는 거 같던데.”

“장난 그만 치고 이거 좀 봐봐.”

누나는 핸드폰 화면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뭔데 그래.”

“우리 음원 순위!”

“음. 저번에 봤을 때 35위던데. 50위까지 떨어졌어?”

3주 동안 20~30위를 왔다 갔다 하며 금방 바닥으로 추락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듣던 사람들이 계속 들어 준 덕분인 듯해 보였다.

“바보야! 제발 눈을 좀 뜨고 봐봐.”

방금 막 일어난 터라 처음에는 화면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눈을 부스스하게 뜬 뒤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우리의 타이틀 곡 순위가 10위로 바뀌어 있었다.

“뭐, 뭐야? 버그 아니야?”

“이게 어딜 봐서 버그야.”

“아니. 어떻게 갑자기 순위가 10위로 올라?”

“내 말이!”

누나의 2차 호들갑이 이어지기 전에 강세원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너희들 음원 순위 확인해봤냐?”

“예. 그렇지 않아도 방금 확인했어요. 갑자기 어떻게 된 거예요?”

“으하하. 요즘 시대가 무슨 시대냐. AI 시대 아니냐고. 공정하고 자애로우신 알고리즘 님이 너희를 엄청 좋아하는 거 같다.”

“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뉴튜브에서 한번 더 우리 남매에 관련된 영상이 인기를 얻은 것 같았다. 나와 누나는 곧바로 뉴튜브에 들어가 확인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뉴튜브에 들어가자마자 우리 남매의 무대를 교차 편집한 영상이 업로드된 지 일주일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

아마 이틀 전부터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조회수가 크게 뻥튀기된 듯 보였다.

-홍대 길거리 스타 맞죠? 언제 데뷔하나 기다렸는데, 덕분에 데뷔한 사실 알고 가요~

-와, 무대가 3개 밖에 없는데도 빠져 든다.

-의상도 별로 화려하지 않은데 목소리랑 노래, 그리고 비주얼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어서 무대가 엄청 반짝반짝이는 거 같음

-진짜 후광이라는 게 있긴 있나 보다.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영상으로 보는 건데도 후광이 장난 아니네

-다른 건 다 떠나서 노래 너무 좋다...

-내가 왜 이걸 이제야 듣게 된 거지?

폭발적인 조회수에 이어 댓글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오늘부터 팬이라는 댓글들도 많았고, 당장 스밍부터 하러 가야겠다는 댓글도 다수 있었다. 이 사람들이 댓글로만 이러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노래를 들어 준 것이고,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노래를 들으러 오자 음원 순위가 널뛰기한 것이었다.

“근데 편집 진짜 잘해주셨다. 다른 영상들 보면 다 걸그룹이나 보이 그룹밖에 없던데.”

“음, 우리도 그룹이긴 그룹이니까. 남매 그룹이잖아.”

“그런가? 아이돌은 아니잖아.”

“이제부터 아이돌하면 되지.”

그렇지 않아도 순위가 점점 더 떨어진다면서 침울해하던 누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미소가 만개해 있었다.

“오, 이것 봐. 기사도 났어.”

뉴튜브에 이어 여러 커뮤니티 반응도 함께 살펴보던 누나는 용케 뉴스 기사를 발견했다.

[남매 그룹의 반란? 음원 순위 역주행.]

뉴스 기사까지 났다는 건 그만큼 화젯거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노래가 이 영상의 힘을 빌어 단숨에 30위권에서 10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얼마나 더 순위가 올라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처음에는 그저 망상에 불과했던 것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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