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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63화 (63/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63화

영상 조회수 30만에서 주춤 거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반등하여 50만을 돌파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GN 엔터테이먼트에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들이 SNS에 영상을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우리 소속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소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랜 뮤지컬 배우 생활 동안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남매입니다. 아주 잘 커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여러분도 한번씩 봐주세요!]

뮤지컬을 같이 했던 류재한 배우부터 우리 남매와 영화 촬영을 같이한 배우들까지 합세해 지원 사격을 해 주었다.

그들의 성원에 힘입어 점점 더 조회수는 늘어갔고, 음질 좋은 풀영상을 보기 위해 내 채널에 들어오는 유입자들도 많아졌다.

내가 올린 풀영상의 조회수도 단숨에 40만을 돌파했을 때, 강세원 대표가 나와 혜나 누나를 불러 모았다.

그는 얼굴에 만개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지금 광고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거기다 방송국에서도 너희들한테 관심이 아주 많더라. 요즘 장안의 화제이지 않냐. 너희 둘이 언제 데뷔하는 거냐고 다들 난리야.”

“음악 방송에서요?”

“그치. 음악 방송도 그렇고, 지금 예능국 PD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너희들 버스킹한 영상 조회수가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잖아. 그리고 커뮤니티에서도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 이거 데뷔하기 전부터 아주 성공적이야.”

“그냥 운이 좋았죠. 다른 분들이 홍보를 열심히 해 주신 것도 있고요.”

강 대표는 우리 둘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이제 슬슬 정할 때가 됐지? 그동안 뒤로 미뤄뒀잖아. 너희 그룹 이름을 뭘로 할지.”

정식 데뷔를 하려면 우리 그룹 이름을 정해야 한다.

딱 떠오르는 것이 없어 고민만 했던 것인데,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직원들이랑 내가 여러 개 생각해 둔 것이 있거든? 한번 봐 볼래?”

나는 기대감을 갖고 리스트를 확인해 보았다.

소속사에 있는 유능한 직원들이 만든 그룹명이니, 분명 대단할 거라 생각했는데······.

“우주 남매?”

“우주 남녀? 우주에 집착하시네.”

“이건 누가 만들었어요? 용감한 남매? 굳이 남매가 들어가야 하는 건가?”

그 외에도 장미와 백합, 블루오션, 남매 뮤지션 등등.

참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이 나왔지만, 도저히 가져다 쓸 수 없는 것들만 있었다.

순간, 내가 이 소속사를 신뢰해도 되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표정들을 보니 마음에 안 드나 보네.”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 혜나 누나가 상을 내려치며 말했다.

“대표님. 이게 정말 최선이에요? 이거 절반 이상은 대표님 아이디어죠? 맞죠?”

“크흠-! 아니야. 여기 직원들이 골고루 의견을 낸 거지. 맞지? 김 실장.”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 애써 강 대표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이 아저씨, 사람 보는 눈은 있어도 작명 센스가 없구나.

결국 그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래. 다 내가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밖에 안 나오는데 어떡하냐?”

“아무리 그래도 장미와 백합이 뭐에요?”

“······.”

우리 그룹 이름을 짓는 건 남의 도움을 받기 틀린 것 같다.

“너희들은 뭐 아이디어 있어? 연욱이 넌 어떻게 생각해?”

“음······.”

작곡을 하라고 하면 쉽게 할 거 같은데, 이상하게 그룹명 정하기가 힘들었다.

강세원 대표가 내놓은 것보다 더 최악인 이름들이 자꾸 떠오르기만 했다.

“우주 남매가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하하! 맞지? 그거 아주 괜찮다니깐?”

하지만 경멸스럽게 날 바라보는 누나의 눈빛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결국 혜나 누나가 앞으로 나섰다.

“원래 이런 이름은 기억하기 쉽게 심플한 걸로 가야 돼.”

“심플한 거?”

“네, 입에 착착 감기는 걸로요.”

나와 강세원 대표는 천장을 바라보며 침음만 흘려댔다.

왠지 난이도가 더 어려워진 것 같았다.

“혜나야. 난 도저히 모르겠다.”

“나도.”

아무래도 혜나 누나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는 듯해 보였다.

“JJ.”

“응?”

“그냥 직관적으로 가는 거야. 너랑 나랑 성이 장씨잖아. 영어로 하면 첫 스펠링이 J이고.”

“그래서 JJ로 하자?”

“응, 입에도 잘 붙고 심플하면서 기억하기도 쉽잖아.”

JJ.

누나 말대로 심플한 그룹명이었다.

강 대표와 직원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다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JJ? 확실히 부르긴 쉽네. 기억하기도 쉽고. 다들 어때?”

“괜찮은 거 같아요.”

“장미와 백합보다 100배는 나은 거 같은데요, 대표님?”

그 외에도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JJ보다 좋은 그룹명은 나오지 않았다.

2시간 동안 회의 끝에 마침내 결정이 났다.

“좋아. JJ로 가자. 내가 오늘 마케팅부에 전달해서 내일부터 기사도 뿌리고 음악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게 PD들한테도 연락 돌릴게.”

이름이 결정되고 나서 강 대표는 지체하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

JJ.

이제 대중들에게 알려질 우리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

“으-. 긴장 돼.”

그룹 이름이 결정되고 나서 강 대표는 곧바로 기사를 뿌렸다. 그리고 음악 프로그램 PD들과 연락해 데뷔 스케쥴을 잡았다.

오늘이 바로 대망의 데뷔일.

누나와 내가 처음으로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이었다.

좀처럼 긴장을 하지 않는 혜나 누나는 두 손을 잘게 떨기까지 했다.

“좀 괜찮아졌어?”

“응, 네 손 잡고 있으니까 조금씩 진정되는 거 같기도 하고.”

누나는 어릴 때부터 무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크면서 나아진 거 같긴 하지만, 오늘 첫 무대이다 보니 나도 그렇고 누나도 크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런 음악 무대는 스테이지 바로 앞에 관객들이 잔뜩 모여 있어서 괜히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누나는 나랑 같이 무대를 서면 평소보다 덜 긴장한다는 것이었다.

“근데 여기 가수들 진짜 많다.”

S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뮤직 나이트’는 대한민국 3대 음악 프로그램으로 뽑힌다.

우리나라에서 데뷔하면 일단 이 3곳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무대라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음반 순위를 종합해 상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가수들에게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렇다 보니 요즘 날고 긴다는 가수들은 이곳 대기실에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누나는 TV에서만 봤던 가수들이 대기실 안을 오고 가는 것을 보며 열심히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어머. 너희들 혹시 뉴튜브에 나왔던 그 남매 그룹 맞지?”

그때 우리나라에서 현재 잘 나가는 걸그룹인 ‘로즈데이’의 멤버들 중 하나가 우리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댄스가 매우 관능적이고 노래도 중독성 있어서 한창 인기를 많이 끌고 있는 그룹이다.

내 또래 남학생들 중에서 로즈데이를 싫어하는 놈은 없었기에 멤버 이름도 다 알고 있었다.

로즈데이에서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이 멤버의 이름은 ‘로사’.

근데 보자마자 대뜸 반말을 할 줄은 몰랐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응.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귀엽게 생겼네. 노래도 꽤 잘 부르던데.”

“감사해요.”

“오늘이 데뷔 무대야?”

“네, 맞아요.”

“그래, 그런데 너희들 좀 싸가지가 없구나? 아니면 아직 데뷔도 안 해서 개념이 없는 건가?”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결코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너희 선배들이야. 왔으면 인사부터 따박따박 해야지. 뉴튜브로 이름 좀 날렸다고 설마 선배들 무시하는 건 아니지?”

“아······.”

“이거 다 너희들 생각해서 해 주는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잘하자. 알겠지? 너희도 이제 가수잖아. 그럼 기본적인 예의는 갖춰야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은 가운데, 어느 보이그룹 멤버로 보이는 남자가 인상을 쓰며 나섰다.

“야. 너 내가 똥군기 잡고 다니지 말라고 했지?”

어디 보이 그룹인지는 모르겠다만, 저 여자와 같은 소속사인 것 같았다.

“이게 어딜 봐서 똥군기야? 그냥 후배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

“그게 오지랖이고 똥군기야. 그리고 얘들이랑 네가 같은 소속사도 아니잖아. 지금이 무슨 90년대도 아니고 이렇게 군기 잡고 다니다 나중에 소문 퍼지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

“누가 보면 내가 폭력이라도 쓴 줄 알겠네. 인기도 없는 것들이 진짜 기분 더러워서.”

로사는 혼잣말로 뭐라 욕을 하며 대기실을 나가 버렸다.

“많이 놀랐지? 로사가 원래 저런 얘가 아닌데, 갑자기 자기 그룹이 잘 되면서 어느 날부터 저러더라. 너희들이 참아. 원래 이 바닥이 성적순으로 위아래가 달라지거든.”

성적순으로 위아래가 달라진다라······.

그 말 꼭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로사를 보면서 참 연예인들은 TV 속 이미지와 현실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남에게 쓴소리 한번 못 해 보고 평생을 손해 보면서 살아왔다더니. 오늘 보니까 순 거짓말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나 사실 너희들 팬이거든. 영상 보니까 정말 노래 잘하던데? 아참, 근데 내가 누군지는 아니?”

“그······ 아니요.”

“하하. 이해해. 로사 말대로 우리 그룹은 인기가 없거든.”

이 남자의 정체는 NYC라는 보이 그룹 소속으로 이름은 ‘강현’이었다.

내 기억을 되새겨 봤지만, NYC와 강현이란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

즉,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꽃을 피우지 못 하고 사라지는 가수라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 데뷔 무대 파이팅 해.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니야. 그냥 오빠, 형이라고 불러줘라. 선배라는 말은 뭔가 딱딱해서 싫어. 내가 언제까지 가수로 있을지도 모르고······.”

끝말을 흐리다 강현은 다시 밝게 웃으며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인성도 좋고 참 밝은 사람인 거 같았다. 저런 가수가 확 떠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얼굴과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니까.

“JJ 그룹 준비해 주세요. 5분 후에 나갑니다.”

보통 인기 있는 그룹이 맨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그에 반해 나와 누나는 이제 막 데뷔했기 때문에 순서가 빨랐다.

거기다 오늘 녹화한 방송이 나가면서 동시에 앨범이 발매되기 때문에 아직 음원 순위도 집계되지 않는다.

우리는 스태프 뒤를 따라갈 때, 다시 대기실로 돌아오는 로사와 눈을 마주쳤다.

담배를 피우고 온 건지, 여기까지 향수와 섞인 담배연기 냄새가 났다.

그녀는 완전히 우리를 무시하는 눈으로 바라보다 비웃음을 지으며 대기실 안에 들어가 버렸다.

“하-. 저 호랑말코 같은 년.”

“응? 뭐, 뭔 코?”

이번에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저런 여자한테는 쌍욕도 아까워. 그리고 난 무대에 데뷔만 하면 여한이 없을 줄 알았는데, 방금 생각이 달라졌어.”

누나는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연욱아.”

“응?”

“우리 꼭 잘 되자. 아까 그 오빠 말대로 이 바닥은 성적순이래잖아. 누구도 우릴 무시 못 하게 위로 올라가는 거야.”

무시 받는 게 자존심이 많이 상했구나.

나는 충분히 누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나는 단순히 자기 자존심이 상해서 그러는 게 아니었다.

“난 누가 날 무시해도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연욱이 너 무시하는 건 절대 못 참아.”

“······?”

“그러니까 넌 누나만 꽉 붙잡고 따라와. 내가 무대란 무대는 다 박살 내 줄 테니까.”

대기실에서는 바들바들 떨던 모습이 전부 사라지고 지금은 여장부마냥 위풍당당하게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누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저 뒷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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