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62화
“아~ 진짜 너무 좋았어요.”
“내일 또 오시나요? 몇 시에 볼 수 있죠?”
“꼭 데뷔해 주세요. 제가 앨범도 사고 스밍도 해 드릴 테니깐요.”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다고 했던가.
오늘 공연이 그러했다.
첫 곡을 부를 때만 하더라도 한두 명밖에 없었는데, 공연을 마무리할 때쯤엔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공연 정말 잘 봤습니다. 제가 사실은 뉴튜브에서 영상을 올리는 사람인데요······.”
그중 뉴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사람이 다가와 영상을 올려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기도 했다.
“보니까 촬영 장비들이 있으신 거 같던데, 혹시 뉴튜브에 올리려고 촬영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아······ 그럼 오늘 제가 촬영한 건 못 올리겠네요. 잘 알겠습니다. 오늘 공연 정말 잘 봤어요. 두 분은 꼭 성공하실 거예요.”
실망 어린 기색으로 떠나는 사람을 갑자기 누나가 붙잡았다.
“그 영상 올리셔도 돼요.”
“네? 저, 정말요?”
“저희가 뉴튜브로 먹고 살려는 것도 아닌데요 뭐. 그 영상 올려 주세요. 가급적이면 여러 곳에서 올려 주는 게 저희야 좋죠!”
듣고 보니 누나의 말이 맞았다.
나와 누나가 뉴튜브 BJ를 하려고 영상을 올리는 게 아니지 않은가.
데뷔 전에 최대한 많은 마케팅을 하고자 여기서 버스킹을 한 것이었다.
“네, 올려 주세요. 최대한 좋게 편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머, 당연하죠! 진짜 감사해요. 오늘 영상이 너무 좋아서 안타까웠는데, 제가 정말 잘 편집해서 올릴게요!”
고작 영상 하나 올리는 걸 허락했을 뿐인데, 저 여자분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처럼 튀어 오르며 친구와 함께 사라졌다.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나도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엄마, 아빠. 계속 옆에 서 있느라 힘들었지? 근데 엄마. 혹시 울어?”
“응? 아, 아니야.”
“아니긴. 갑자기 왜 울어?”
어머니는 나와 혜나 누나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훔치셨다.
“오늘 너희들이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거 보니까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는 거 있지? 거기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 주니까 기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해서. 엄마가 참 주책이다.”
그런데 누나도 똑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엄마가 그렇게 우니까 나도 갑자기 막 눈물나려고 하잖아.”
“호호. 네가 날 닮아서 똑같이 주책이라 그래.”
모녀가 서로 껴안으며 엉엉 우는 동안 아버지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아들, 고생했다.”
“네, 아버지도요. 오늘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남자끼리라 표현 방식에 있어서 서투른 게 많았다.
하지만 나도 알고 아버지도 알고 있지 않은가.
서로가 서로를 매우 아낀다는 것을 말이다.
“집에 가서 영상 다시 한번 보고 편집 좀 하자. 너 예전에 기타 치는 거 아빠가 영상 올리고 그랬잖아. 그러다 너희들 활동 접는 거 보고 그 채널도 닫아 놨었는데, 이참에 다시 열어야겠다.”
“예. 그렇지 않아도 그 채널에다 올리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너도 알겠지만, 그쪽 바닥이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서.”
뉴튜브에 영상을 올린다고 무조건 대박을 치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만큼, 시청자들의 눈도 굉장히 높아져 있다.
그냥 올렸다가 조회수 1,000도 못 찍고 묻혀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나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한 일이다.
그냥 이대로 영상이 묻히게 놔둘 생각은 없다.
***
수연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영상 편집에 들어갔다.
그냥 자막 몇 개 넣고 자를 부분은 잘라서 올리는 건데, 오늘 녹화한 영상이 뭐 하나 빠뜨릴 게 없는 것들이라 편집할 부분이 거의 없었다.
“통으로 올리면 별로 좋지 않은데.”
뉴튜브 시청자들은 10분이 넘어가는 영상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재밌는 채널이라면 10분이든 20분이든 충분히 보게 되지만, 30분~1시간 되는 영상을 끝까지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그 채널의 팬이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자르기는 너무 아쉬우니, 수연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몇 곡씩 나눠서 올리면 되잖아?”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를 몇 곡씩 편집해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영상을 7~10분씩 나눠 여러 개로 올릴 수가 있게 된다.
보통 때에는 마음에 들었던 것만 편집해 올린 터라 영상 한 개로 끝났지만, 이번 녹화본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기에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후- 오늘은 잠 다 잤다고 생각하자.”
오늘 새벽 내내 잠도 안 자고 편집에 매달려야 하겠지만, 별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다시 녹화본을 봐도 황홀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무대를 라이브로 볼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
“이 남매는 꼭 성공할 거야. 내 영상도 잘 됐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뜨지 않아도 언젠가 그 남매가 대한민국 스타 그룹이 되면 분명 오늘 자신이 올리는 영상들이 화제가 될 거라는 묘한 기대감도 생겨났다.
그렇게 하루 내내 편집한 영상들을 일단 절반만 올려 보았다.
일단 반응을 살폈다가 시간차를 두고 나머지 영상들도 올릴 생각이었다.
“흠-. 벌써부터 팡팡 터트리는 걸 기대하는 건 욕심이겠지?”
올린지 하루가 되었을 때 영상 조회수는 1,000을 간신히 넘겼다.
터무니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댓글 반응은 아주 좋았다.
-이거 라이브 맞아요?
-음질이 좋지 않은데도 이 정도인데, 진짜 가서 들으면 쩔겠다.
-여자 보컬분 목소리가 엄청 좋음. 우리나라에서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네요.
-저 여자분 혹시 ‘그분’ 아님?
-풀버젼도 올려줘요!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좀만 더 지켜볼까?”
여전히 조회수는 1000~2000 사이를 맴돌았다.
고작 이틀 만에 뭔가를 바라기에는 어려웠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도 간신히 3,000을 넘는 것을 보고 수연은 크게 아쉬워했다.
“으. 이렇게 좋은 걸 왜 아무도 모르는 거지? 하긴. 내 채널이 그렇지 뭐.”
이번 영상만큼은 정말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건 모두 자신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왠지 의욕까지 떨어져 더는 영상을 찍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틈만 들어가던 뉴튜브도 며칠 동안 아예 들어가지도 않고 있었다.
“야!! 니 채널 갑자기 왜 저래?”
그렇게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쯤.
같이 버스킹 무대를 찾아 다녔던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뭐? 뭔데?”
“채널 주인은 넌데, 네가 올린 영상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시끄럽고 빨리 들어가서 확인부터 해 봐, 지지배야!”
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거지?
수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본인의 뉴튜브 계정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영상 조회수를 확인하는 순간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린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영상 하나의 조회수가 무려 30만.
먼저 올린 3개의 영상이 모두 조회수 2~30만을 돌파했다.
그동안 넘지 못했던 10만의 벽을 한번에 뛰어 버린 것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소리를 꽥 지르기 마련인데, 많이 놀란 터라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심호흡을 천천히 이어갔다. 그런 뒤 영상 댓글들을 확인해 보았다.
-이 남매 언제 데뷔하나 했더니 버스킹을 하고 있었네? 영상 더 올려줘요!
-알고리즘이 왜 나한테 이 영상을 추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축복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영상은 더 없나요?
-와~ 이거 홍대에서 라이브로 봤던 거다. 진짜 영상만 봐도 지리는데, 직접 가서 들었을 땐 더 지렸음
-노래는 둘째 치고 둘 다 뭐 저렇게 예쁘고 잘생김?
-아 제발 풀영상 올려 주세요. 갖고 있는 거 다 알아요.
댓글들을 하나씩 확인하던 수연은 바들바들 손이 떨려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 확인은 했냐?”
“미, 민주야. 이거 꿈은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네 채널 이제 대박난 거야! 내가 그랬지? 분명 하나는 제대로 얻어걸리는 날이 올 거라고. 이게 이렇게 뜨네.”
“대체 다들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저번에 봤을 때만 하더라도 조회수 3천도 겨우 넘겼는데.”
“위대한 뉴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신 거지.”
뉴튜브의 성공 조건은 바로 알고리즘이었다.
뉴튜브 인공지능이 대중들에게 잘 먹힐 영상을 메인에 띄어줘서 조회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것인데, 이 알고리즘에 선택을 받으면 영상 하나가 초대박을 치게 된다.
수연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 보니까 그 영상들이 화제가 됐던 거 같아. 그 남매가 운영하는 채널이 따로 있어. 거기에는 아예 풀버젼을 올렸더라. 음질도 그쪽이 훨씬 좋고. 아무튼, 커뮤니티에서 화력 지원해서 그런지 네 영상들도 저절로 메인에 뜬 거 아닐까?”
모든 운이 겹쳐서 마침내 큰 행운이 되어 돌아온 것이리라.
수연은 이 크나큰 선물이 너무 짧게 지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처음 영상을 올렸을 때 하루 조회수가 100을 넘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나도 무식하게 맨땅 헤딩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차분함을 유지했다.
이제 이 영상의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은 소속사에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세원 대표는 나와 미리 논의한 대로 여러 커뮤니티에 내가 뉴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링크를 남겼고 열심히 홍보했다.
-그 남매인가?
-오. 드디어 데뷔임?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근데 버스킹을 했다고?
하지만 우리 남매에 대해 잊고 있었던 회원들의 반응은 조금 미적지근했다. 그래서 영상 조회수도 생각했던 대로 올라가지 않자 나는 슬슬 똥줄이 타오름을 느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 내 계획이 혹시 틀린 건가-싶은 의문이 들었을 때였다.
“연욱아!!”
강세원 대표가 전화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것을 듣고는 직감했다.
나의 계획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이다.
“너희들 공연했을 때 누가 따로 녹화한 걸 뉴튜브에 올렸었나 봐. 그게 히트 쳐서 지금 조회수가 30만이 넘어!”
공교롭게도 우리에게 영상을 올려도 되는지 허락을 맡았던 채널에서 대박이 터졌다.
우리가 올린 풀영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올린 영상이 떴다는 것이 좀 의아했지만, 영상 제목을 보고 이해했다.
[천재 남매의 레전드 라이브 무대 ㄷㄷㄷ]
이래서 제목이 중요하다는 거구나.
“이야, 장연욱 넌 어쩜 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냐? 넌 가수할 게 아니라 소속사 사장을 해야 한다니깐?”
“사장 자리 달라고 하면 주실 거예요?”
“하하! 네가 든든하게 회사를 키워 준다면야 뭐가 아깝겠냐?”
강세원 대표는 잔뜩 흥분한 듯보였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한테 싹 다 연락 돌려야겠다. 자기들이 운영하는 SNS에 네 영상 주소 넣어서 홍보하라고.”
“부담스러워하지 않겠어요?”
“괜찮아. 지금 조회수가 무려 30만이 넘잖아. 이 정도면 사람들도 거부감이 없을걸?”
조회수가 3천밖에 안 되는 영상을 연예인들이 홍보했다면 비난을 들었겠지만, 30만이 넘는 조회수의 영상을 홍보하면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영상 조회수 올라가는 거 보고 데뷔 날짜도 바로 잡자. 이 기회를 놓쳐서는 절대 안 돼!”
“대표님이 잘 잡아 주세요.”
“흐흐. 네가 할 일 다 해줬으니, 난 이런 거라도 잘해야지. 곧 연락줄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한편으로는 확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결국 일이 잘 풀렸다. 이제 거리가 아니라 TV에서 대중에게 나설 준비를 해야한다.
나와 누나의 새로운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