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61화 (61/200)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61화

순조롭게 녹음을 마치고 편집 과정을 거쳐 앨범 완성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나와 혜나 누나가 녹음한 곡은 총 3곡.

보통 3~5곡 정도가 미니 앨범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요즘 트렌드가 정규 앨범처럼 꽉 채워 내놓기보다는 먼저 반응 살피는 것을 우선한다.

또한 곡 녹음을 끝낸다고 해서 앨범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컨셉 촬영부터 앨범 발매일과 마케팅 준비도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참 빨리 마무리되는 거야.”

보통 앨범 발매를 하면 최소 5개월이란 시간을 잡는다.

하지만 나와 혜나 누나의 미니 앨범은 3개월 안에 마무리가 될 듯해 보였다.

“아참, 그리고 연욱이랑 혜나, 축하한다. 혜나는 이제 고등학교 들어갔지?”

“네! 대표님도 그때 졸업식 오셨잖아요.”

“흐흐. 그래도 한 번 더 축하해 주는 거지.”

몇 개월 동안 앨범 준비를 하면서 혜나 누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데뷔를 하는 날짜만 잡으면 된다.

“우리가 최대한 빨리 준비한다고 해서 한 거긴 한데,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 대중들이 너희 둘에 대해 많이 잊어버린 거 같더라.”

가끔 나와 혜나 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가 되고 있긴 하지만, 처음보다는 당연히 관심이 식었다.

혜나 누나는 모델 촬영 이후에도 유명 가수의 뮤직 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기도 했고 다른 광고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 말이 나온 것 빼고는 이렇다 할 화젯거리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만 할 뿐 정식 데뷔를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마. 너희들이 정식으로 데뷔를 하게 되면 그땐 우리가 뒤에서 화력 지원 빠방하게 해 줄 테니까.”

강 대표는 책임지고 우리 둘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며 큰소리쳤지만, 이 바닥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물론, 혜나 누나 정도의 실력과 비주얼이라면 금방 눈에 띌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항상 자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하기 마련.

나는 회사만 믿고 무작정 데뷔할 생각은 없다.

원래 길은 내가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하지 않던가.

누나의 꽃길도 내가 직접 만들어 줄 것이다.

***

“죄송해요. 주말에는 쉬셔야 하는데······.”

“아니야. 오히려 너희들이랑 소풍 가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그래, 이렇게 가족 다 같이 나오는 건 오랜만인 거 같네. 요즘 너희들 많이 바빴잖니.”

평화로운 주말에 나와 혜나 누나는 부모님과 함께 홍대 거리로 나왔다.

단순히 나들이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와~ 여기 버스킹하는 사람들 많다더니, 정말이네.”

“우리 때도 이런 거 많았지. 근데 요즘은 더 많은 거 같아. 실력 있는 친구들도 참 많고.”

부모님은 거리 곳곳에서 버스킹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회상에 젖어 계셨다.

그러다 웃으며 말씀하셨다.

“너희가 엄마 아빠를 닮긴 했구나. 우리도 예전에 젊은 패기로 길거리 공연을 많이 했었는데.”

“엄마, 그때 녹화한 거 없어? 진짜 하나도 없어?”

“그때 카메라 구하기가 쉬운 줄 아니? 점심 저녁도 안 먹고 돈 모아서 겨우 악기 샀을 때야.”

“으-. 아쉽다. 나도 엄마랑 아빠가 젊었을 때 공연했던 거 보고 싶은데.”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찾다가 좀 구석진 곳이긴 하지만, 나름 인파가 지나가는 곳을 골랐다. 그리고 가져온 장비를 하나둘 깔기 시작했다.

“자, 키보드는 여기다 두고, 녹화 장비는 여기다 두면 되나? 기타는 여기에 세워 둘게.”

“네, 아빠.”

아버지는 집에 있는 카메라를 정면에 세워 두고 스마트폰 두 대를 따로 거치대에 고정해 정면과 왼쪽에서 찍게 해 두었다.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촬영 구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잘 아신다.

그래서 내가 따로 부탁을 드려 부모님을 모시고 온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마이크를 세팅하고 기타를 멘 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그들은 또 누가 버스킹 준비를 하고 있구나-라는 눈빛으로 흘깃 바라보다 지나치기 일쑤였다.

사실, 버스킹은 처음이라 많이 떨렸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뻔뻔해져야 한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남매 그룹을 준비 중인 장연욱, 장혜나라고 합니다.”

아직 그룹 이름을 정하지 않은 상태라서, 일단 소개는 여기까지만 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누구 하나 우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괜히 앞에서 우릴 지켜보고 계신 부모님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늘 처음 이렇게 저희 남매가 홍대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소 부족한 실력이지만, 여러분에게 들려드리는 노래를 부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아무도 우리 남매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옆에 있는 누나를 쳐다보았다.

괜히 실망을 하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나 누나는 오히려 내 등을 두드리면서 괜찮다고 위로해 주었다.

“괜찮아, 연욱아. 우리가 노래 시작하면 진짜 마법같이 다들 모이게 될 거야.”

“엄청 확신하는 목소리네.”

“우리 목소리를 듣고 그냥 지나칠 리 없을 테니까.”

홍대로 나와 대중의 시선을 먼저 끌자고 계획한 건 나지만, 그 계획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믿는 건 혜나 누나였다.

그리고 누나의 말을 듣고 나니, 정말 마법처럼 사람들이 모여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시작할까?”

난 기타 줄을 누르며 부드럽게 내려쳤다.

***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홍대 거리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누군가는 꿈을 품고, 또 누군가는 유흥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나온다.

그리고 특히 홍대 거리에는 버스킹을 하는 밴드나,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 공연을 관람하고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오늘은 누가 제일 재밌으려나?”

김수연은 오늘도 친구들과 함께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흥미 있는 공연을 찾고 있었다.

뉴튜브의 발달로 여러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이때, 김수연도 뉴튜브에 꾸준히 영상을 올렸다.

그렇게 2년 넘게 활동을 하면서 점차 구독자 수가 늘어났고, 영상 조회수도 서서히 올라가는 중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아직 조회수 10만을 넘는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결국 뉴튜브는 한 방이라고 말이다.

한번 알고리즘에 선택을 받아 메인에 노출이 되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 한 방을 찾기 위해 오늘도 그녀는 거리를 돌아다녔다.

“수연아, 저기 봐.”

“응?”

같이 구경을 하기 위해 온 친구가 어느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 이동이 많지 않은 곳이라 버스킹 장소로는 썩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의 인파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빨리 저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 보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명확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보컬이 내는 청명하고 깨끗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본인만의 색깔이 확실하게 잡힌 음색이라 듣는 이의 귀를 확 끌어당겼다.

“와······.”

인파를 헤치며 간신히 앞으로 가게 된 김수연은 짧은 감탄사부터 뱉었다.

목소리도 저렇게 신비스럽고 예쁜 사람이 얼굴은 더욱 아름다웠다. 어쩜 사람이 저런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빛이 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헐······.”

친구는 여자 보컬이 아닌, 옆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는 남자에게 푹 빠진 듯 보였다.

자칫 잘못하면 벌려진 입에서 침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야. 입 닫아. 벌레 들어가.”

“헙-!”

“얼른 찍어야겠다. 이건 진짜 오랜만에 보는 최고의 영상감 아니냐?”

귀를 즐겁게 해 주는 노래와 눈을 정화해주는 외모까지.

이런 무대가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아니. 홍대 거리에서 저 정도의 스펙을 가진 그룹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걸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면 분명 큰 화제가 될 것 같은 묘한 확신까지 들었다.

그때 뒤에 있는 이들이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진짜 잘 부른다.”

“그러니깐. 목소리에 떨림이 없네. 그리고 음색도 특이하다.”

“근데 저 두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그치? 나도 꼭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네.”

수연도 문득 궁금해져서 뒷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그거다!”

“뭐? 뭔데?”

“그분!”

“그분?”

“그 있잖아. 저번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난리났던 그 모델!”

“오! 그러네. ‘그분’이었네!”

그분?

평소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수연은 뒷사람들이 나누는 얘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알아들었다.

“아~ 그 사람들이었구나.”

“누군데? 넌 알아?”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봐. 한창 난리였지~ 그때 기획사 연습생이라고 프로필 떴더니, 여기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네. 정식 데뷔는 안 하나?”

그런 얘기도 잠시.

줄곧 악기만 연주하고 있던 남자, 장연욱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남매는 곧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앨범 준비도 거의 끝이 났고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에게 특별히 저희가 작곡한 곡들을 들려드리려고 나왔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공개 곡을 여기서 공개해도 되나?”

“원래 마케팅으로 음원 내기 전에 공연에서 공개하는 경우도 많잖아.”

내려 두었던 기타를 다시 어깨에 걸어 멘 뒤, 연욱은 연주를 시작했다. 그에 따라 장혜나도 다시 마이크 앞에 서서 음정에 따라 목소리를 냈다.

통통 튀는 기타 소리와 리듬.

절로 듣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노래였다.

“조금씩 내게 다가오는 그대. 너무 가까워지는 건 싫어.”

“하지만 내게서 멀어져서도 안 되죠.”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박자가 특이하다고 여겼는데, 노래 가사 역시 그러했다.

이번 노래는 꽤나 도전적이고 건방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저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듀엣 무대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야유를 보내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매혹적인 하모니에 이끌려 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정도였다.

“그대와 떨어지는 건 너무나도 싫어. 하지만 말은 못 하겠어.”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줄래요? 어쩌면 내 마음이 열릴 수도 있잖아~”

마치 랩을 하는 듯 박자가 빨랐지만, 결코 음이 흔들리거나 이탈하는 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 모두 딕션이 뛰어나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래. 천천히 조금만 가까이~”

“아니. 지금은 뒤로 물러나줘~”

빠르게 반복되는 후렴구.

그리고 여전히 음색과 가사는 상대를 도발하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걱정돼. 그대가 질려서 떠나갈까.”

“하지만 이미 내게 푹 빠진 그대. 절대 떠나갈 리 없죠.”

이제 곡이 막바지에 다다른 듯, 점점 더 기타 소리가 커졌고 보컬 역시 음역대를 크게 높였다.

“그대에게 전할 수 없는 나의 마음~”

그렇게 곡이 끝났다.

수연은 곡의 반응이 어떨지 여기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완벽한 무대를 보여 준 남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중이었다.

“마지막에 나 완전 소름 돋았어.”

친구도 마지막 부분에서 고음 올려 치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건 수연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가 조금 얇은 것 같아 고음에는 약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높은 음역대에서 보여 주는 성량이 남달랐다.

음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묵직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까.

저런 특색 있는 보컬의 노래를 듣는 건 오랜만이었다.

“앵콜~”

“한 곡만 더 불러줘요~”

수연은 놓칠세라 사람들의 반응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미세하게 손이 떨려옴을 느꼈다.

훗날 우리나라 대스타가 될 남매를 여기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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