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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50화 (50/200)

< 걸그룹 멤버의 남동생이 되었다 50화 >

나와 혜나 누나는 현재 연습생 상태다.

계약을 하고 난 뒤부터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았다.

보컬 트레이닝은 이틀에 한 번씩 받았고 춤 연습도 함께 했다.

“그동안 연습 참 많이 했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남매 그룹이 불발되면 너희들은 각자 다른 그룹에 들어갈 예정이야. 그래서 춤 연습도 같이 시킨 거지.”

“다른 그룹이요?”

“너희들 비주얼 하나는 끝내 주잖아. 솔직히 말해서, 우리 기획사에 혜나처럼 예쁜 애는 못 봤어. 거기다 연욱이는 어떻고? 조금 냉정한 얘기지만, 보이 그룹이나 걸그룹은 절반 이상이 비주얼에서 승부를 내거든.”

그래서 아이돌 춤 연습을 시켰던 거구나.

연습하던 때에는 왜 이걸 시키는 건지 조금 의문이긴 했다. 하지만 굳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던 건 혜나 누나가 워낙 춤추는 걸 좋아했던 까닭이다.

“근데 너희 둘, 춤도 잘 춘다며? 춤 연습 도와주는 강민주 선생님이 그러더라고. 두 사람 모두 춤추는 거에 재능이 있다고. 특히 혜나는 춤추는 걸 엄청 즐긴다던데?”

“원래 춤추는 거 좋아해요.”

“하하, 나중에 인기 좀 얻고 나면 팬들한테 춤추는 거 좀 보여 줘도 괜찮을 거 같다.”

서론은 여기까지.

강 대표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 아직 곡을 정하진 않았지만, 현재 후보로 두고 있는 곡들이 많아. 그리고 남매 그룹에서 너희 두 사람의 역할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연욱이가 작곡, 작사에 참여를 반드시 해야 돼.”

“네, 그런데 앨범이 준비되면 바로 데뷔를 시키시려는 건가요?”

“음-. 우리가 계획을 짜긴 하겠지만, 아마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서 데뷔를 하게 되지 않을까? 홍보도 할 예정이긴 한데, 너희들이 워낙 눈에 띄기도 해서 금방 인기를 얻을 수도 있어.”

난 바로 음악 프로그램에 올라가 데뷔하는 건 그다지 큰 임팩트를 줄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기획사가 무작정 데뷔를 시켜놓고 보는 주먹구구식 일 처리를 보여 준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는 그렇게 해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체계적인 기획을 세우게 되겠지.

그것이 바로 예술 경영의 핵심이다.

예술 경영이란 여러 가지를 들 수가 있는데,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 역시 예술 경영에 포함된다. 아직 우리나라에 예술 경영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 한 곳밖에 없지만, 점점 수요가 늘어나 이것을 필요로 하는 기획사들이 많아진다.

“대표님. 외람되지만, 한 말씀만 드려도 될까요?”

“응, 뭐든 말해 봐.”

“그냥 바로 데뷔를 하기 보다는, 먼저 인지도를 쌓는 작업을 하는 게 어떨까요?”

“응? 인지도를 쌓는 작업?”

몇 년 뒤에 데뷔하는 ‘블랙 로즈’ 그룹은 우리나라 최초로 빌보드 10위권에 들어가는 최고의 걸그룹이 된다.

이 걸그룹은 예술 경영의 성공적인 예로 나중에 거론이 되는데, 기획사에서 처음부터 계획을 잘 잡고 시작한 그룹이라 볼 수 있다.

데뷔를 시키기 전, 멤버들을 여러 광고에 내보내고 모델 일을 하게 하는 등, 천천히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그리고 예전처럼 사람들은 TV를 많이 보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티와 뉴튜브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 광고 모델이 누군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럼 자연스레 해당 광고 모델이 누구인지 찾는 사람이 나올 테고, 그러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쌓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블랙 로즈는 데뷔를 하기 전부터 어느 기획사에 가장 예쁜 연습생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게 만든다.

예전과 다르게 커뮤니티의 힘이 강해졌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블랙 로즈 멤버들의 얼굴을 데뷔 전부터 알게 되는 것이다.

“대표님이 그러셨잖아요. 혜나 누나처럼 예쁜 애를 여기 기획사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데뷔를 하기 전에 먼저 광고를 찍고 모델 일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보여 주는 거죠. 그리고 여기 계시는 홍보팀 직원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혜나 누나의 사진을 뿌려서 사람들이 궁금하게 만들고요.”

혜나 누나가 브랜드 옷을 입은 사진을 보고 이 모델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중에 기획사들이 유명 커뮤니티를 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냥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로 사진을 올려 두는 것보다, 커뮤니티에서 인기글로 올라가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 찾게 하는 게 더 큰 홍보 효과를 낳는다.

“우리가 찾아가서 홍보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찾아오도록 만들라는 뜻이지?”

다행히 강세원 대표는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GN 엔터테이먼트를 크게 키우는 사람이 아니던가.

“네, 주제넘은 얘기라는 건 알지만, 무작정 데뷔하기보다는 먼저 인지도를 쌓는 게 어떤가 싶어서요. 혹시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강 대표는 손을 저으며 대꾸했다.

“아니야,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지금 많이 놀랐어.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넌 가수를 하기보다 차라리 경영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냥 나는 미래에 대형 기획사들이 성공하게 되는 방법을 전수해 준 것뿐이다.

물론, 무조건 이 방법이 먹힌다고는 볼 수 없다.

블랙 로즈 이후로 그 그룹의 루트를 따라 하는 기획사들이 많아지는데, 블랙 로즈 만큼의 성공을 이뤄내진 못한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의 데뷔보다는 더 많은 홍보 효과를 낸다는 건 확실했다.

“혜나 너도 찬성하니?”

“전 연욱이가 좋다고 하면 그 의견을 따를래요.”

“너흰 의견 충돌 없어서 좋겠다. 그런데 혜나는 그렇게 한다고 치고, 연욱이 너는 어떻게 하려고?”

혜나 누나에 대한 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나 정도의 비주얼이라면 광고주들도 마다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나다.

“중학교 1학년 치고는 네가 성장이 빠르잖아. 키가 175cm라고 했지? 이야. 벌써 나랑 똑같네. 아무튼, 너도 모델 쪽으로 사진 몇 방 찍고 광고주가 오케이 하면 광고도 하나 나가보는 게 어때?”

“나이 때문에 커트하지 않을까요?”

“나이는 이 바닥에서 크게 문제 될 게 없어. 대중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지.”

곰곰이 생각하던 중 강세원 대표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이건 어때? 너 피아노 엄청 잘 치잖아. 기타도 수준급으로 친다고 들었는데.”

“그런데요?”

“스타 탤런트라는 프로그램 알지? 거기 한번 나가보는 게 어때?”

스타 탤런트?

나중엔 인기가 많이 시들어지긴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잘 나가는 프로 중 하나로 뽑힌다.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재능 있는 사람이 나와서 본인의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 주는 예능 프로다. 별의별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보는 재미가 크다.

“네가 음악 재능 하나는 기가 막히잖냐. 우리 이은지 디렉터가 인정할 정도면 말 다 했지. 거기 나가서 대중에게 어필을 하는 거야. 천재 피아니스트, 천재 음악가, 뭐 이렇게 포장을 해 주고. 거기다 비주얼도 훌륭하잖아. 어때?”

스타 탤런트라.

거기 나갔다가 잘 돼서 가수로 데뷔한 사람이 있을 만큼 그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꽤 크다.

문제는 내가 거기 나가서 뭘 보여 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냥 피아노만 연주하면 그림이 안 나오겠죠?”

“그치. 자극적인 퍼포먼스가 필요하겠지? 내가 그 프로그램 PD를 잘 알거든. 소스만 잘 던져 주면 편집은 그쪽에서 알아서 해 줄 거야. 결국 네가 어떤 걸 보여 줄지 잘 결정해야 해.”

“한번 구상해볼게요.”

“그래. 나도 직원들이랑 고민해 볼게.”

그렇게 어느 정도 갈피가 잡혔다.

다행히 내 조언대로 강 대표는 바로 맨땅에 헤딩을 시키기보다는 먼저 내실을 다지는 쪽을 택했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나도 좀 막막하긴 했어. 이렇게 그냥 데뷔를 시켜도 되는 건가 싶었거든. 그런데 오늘 연욱이 덕분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드네.”

“아니에요. 오히려 저야 들어주셔서 감사하죠.”

강세원 대표는 아주 흡족한 얼굴로 미팅을 끝냈다. 그리고 스타 탤런트 담당 PD와 먼저 상의를 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혜나 누나는 오늘따라 신이 나 보였다.

“이야, 장연욱. 너 언제 그런 걸 다 생각했냐? 아까 강 대표님 표정 봤어? 진짜 깜짝 놀란 거 같던데.”

“누나가 듣기에도 좋은 아이디어 같았어?”

“응! 너도 음악 프로그램 봐서 알겠지만, 아무리 예쁘고 잘생겨도 갑자기 데뷔랍시고 나와서 노래 부르면 좀 거부감이 들긴 했거든. 근데 생각해 보니까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 놓고 데뷔를 하면 확실히 효과가 좋을 거 같더라.”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다.

“후-. 나도 고민이야.”

“뭐가?”

“뭘 해도 이렇게 다 잘하니, 대체 나한테 부족함이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이 가끔 든다고 해야 할까?”

“······.”

혜나 누나는 정색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냥 농담 한번 한 것뿐인데, 누나는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그건가 봐.”

“응?”

“중2병.”

“무슨 소리야. 그냥 농담한 거 가지고.”

“의도는 농담일지 몰라도, 진심이 담겨 있는 목소리였어. 하긴. 슬슬 자기 자신한테 빠져들 나이긴 하지. 혹시 너 샤워할 때 거울로 네 얼굴 보면서 혼자 실실 웃는 건 아니지?”

“아,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깐?”

한번 먹잇감을 문 누나는 끈질겼다.

“혹시 막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든가, 너한테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든가 그런 건? 네가 초능력을 써서 히어로가 되는 망상을 평소에 하고 그러니?”

“아니라고!”

“괜찮아. 이 누나는 다 이해해 줄 수 있어. 중2병이 꼭 중2에 오라는 법은 없지.”

“······.”

나는 애써 누나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뜨끔한 것이 몇 개 있어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접었다.

몸은 14살에 불과하지만, 정신은 이미 어른이 다 됐으니까.

중2병이라니.

절대 그럴 리 없지.

* * *

“스승님, 제가 꼭 상의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창호 교수는 짜게 식은 눈으로 날 바라보다 어깨를 쫙 펼치며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흠. 건방진 네놈 입에서 스승님이란 말이 나오는 걸 보니까 부탁할 일이 있나 보구나.”

“네,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나는 강 대표와 나눴던 얘기를 고스란히 이창호 교수에게 말해 주었다.

이쪽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흥미를 보였다.

“오. 그러니까 스타 탤런트에 네가 나간다고?”

“혹시 보세요?”

“매주 토요일에 하는 거잖아. 당연히 보지. 요즘 그거 안 보는 집이 어디 있냐?”

평소 개그 치는 것을 보아 예능 프로그램은 아예 보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거기 나가서 뭘 보여 줘야 할지 고민인 거잖아. 그치?”

“네,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까 자극적인 게 필요하잖아요.”

“흐흐, 그거야 어려울 거 없지.”

“혹시 아이디어라도 있으세요?”

“이 내가 또 대중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아주 잘 알아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봐. 다들 좋아 죽을걸?”

순간 이창호 교수한테 괜한 말을 한 거 같다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입 밖으로 꺼낸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오늘부터 시시한 연주는 그만두고 특훈을 하자. 음대생도 치기 힘들다는 곡부터 연습하는 거야. 그리고 눈을 가린 채로 연주하는 것도 있고. 그 밖에도 할 수 있는 건 정말 많아. 다 네가 할 수 있는 것들이야.”

오늘따라 이창호 교수는 아주 열정이 넘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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